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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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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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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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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메소드 연기자 13화

DUMMY

“기획사 사람 만나러 간다면서 옷이 그게 뭐야?”

“이 옷이 어때서요?”

“계약 할지도 모른다며? 적어도 격식은 갖춰야지.”

“계약하는데 무슨 격식을 갖춰요? 그리고 그쪽 팀장님 촬영장에서 많이 뵌 분이라 괜찮아요.”

“원래 잘 아는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는 거야. 그러지 말고 이거 받아.”

어머니가 정남의 손에 돈을 쥐여 주신다. 5만원 권인데 상당히 묵직하다.

“이게 뭔데요?”

“아직 약속 시간 조금 남았지? 백화점 가서 정장이라도 한 벌 사 입어.”

“아-, 됐어요. 무슨 맞선 보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래도 그러네. 아들이 그 팀장이라는 사람을 원래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공적인 자리로는 처음일 것 아니야? 그러니까 엄마 말 들어. 기왕이면 구두도 좀 사고. 다 낡은 운동화는 언제까지 신고 다닐래?”

“아직 멀쩡하거든요.”

어머니께서 물러설 것 같지 않자 정남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주머니에 넣어야 했다.

“그런데 그 기획사 사기꾼······ 뭐 그런 곳은 아니겠지?”

“에이, 아는 기획사라니까요. 어제 말한 황정훈 선배도 씨더스 소속이에요.”

“정말? 그럼 그 회사 들어가면 황정훈 싸인도 받아다 줄 수 있고 그런 거야?”

“이 어머님이 아들을 어떻게 보고······ 싸인은 지금이라도 받아다 드릴 수 있어요. 어떻게? 지금 영상 통화라도 한 번 시켜 드려요?”

어머니가 정남의 어깨를 탁 소리가 나게 치신다.

“됐어. 나중에.”

혹시라도 어머니가 영상 통화를 시켜 달라고 할까봐 내심 긴장을 하던 정남이 피식 웃는다.

“도장은 챙겼어?”

“네.”

“잘하고 와. 기왕이면 백화점 들렸다 미용실 들러서 머리도 좀 하고 가.”

“거참, 선보러 가는 것 아니래도 자꾸 이러시네. 저 가요. 일 마치는 대로 일찍 들어올게요.”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정남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자 어머니는 닫힌 문을 한참이나 보고 계신다.

어머니의 눈에서 흘러내린 한 줄기 눈물.

“그래. 고생 많았어.”

항상 싸움질이나 하고 다녀 언제 철이 들까 걱정만 되던 아들이다. 배우가 되겠다고 말을 하던 날이 떠오른다. 또 무슨 변덕이 들어 그런 말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들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을 한 이후 다른 곳에 단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팔이 안으로 굽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 보이는 논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들은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들에게 재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인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나도록 단역 배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항상 마음이 아팠었다.

“이제 좋은 일만 생길 거야. 이번에는 엄마도 느낌이 좋네.”

눈물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어머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남을 응원하고 있다.


**


백화점 정장 코너의 전신 거울 앞에 선다.

늘씬한 키에 나름대로 잘 생겼다 생각을 하는 자신이 서 있다. 명품은 아니지만 꽤 고가 브랜드의 기성 정장을 입고 있는 정남이다.

짙은 회색 톤의 정장이 갈색의 새 구두와 잘 어울린다.

“이걸로 할게요.”

계산은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모자라 남은 것은 체크카드로 결제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이 허무하게 날아갔으니 한 동안 열심히 손가락을 빨아야 할 것이다.

“와, 너무 잘 어울리세요? 혹시 직업이 모델 이세요?”

“하하, 아니에요.”

확실히 핏이 좋기는 하다. 기성복이기는 하지만 맞춤 정장처럼 잘 어울린다. 체형이 좋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나리오의 세계에서 안상현을 경험하며 조금 씩 체형이 바뀐 듯하다.

샤워를 하려 욕실을 들어갔을 때 군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시나리오의 세계에서 캐릭터를 경험하는 것이 많은 열량을 소모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 캐릭터에 동화가 되며 캐릭터처럼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 같았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정장 코너를 떠난다.

백화점을 나선 정남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무정 도시의 오디션을 보던 날처럼 하늘이 한 없이 파랗다.

왠지 오늘도 느낌이 좋다.

약속 장소가 백화점에서 멀지 않다. 시간을 확인한 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오디션을 위해 짧게 깎은 머리 숱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어 손으로 머리를 한 번 문지르며 웃는다.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약속 장소인 커피 전문점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쪽에 두 사내가 보인다. 둘 모두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다. 황정훈의 담당 매니저이자 씨더스의 1팀장 박기출과 로드 매니저다.

“안녕하십니까!”

정남이 힘차게 외치며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어, 왔어요?”

박기출이 일어나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고 빈 자리에 앉으니 로드 매니저가 마실 음료를 묻는다.

“카라멜 마끼아또 마시겠습니다. 따뜻한 것으로요.”

로드 매니저가 주문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다.

“불량 형사 촬영 며칠 펑크 났죠?”

“네. 감독님 개인 사정이라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양 감독님 딸이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는데 급성 맹장으로 수술 했다는 연락 받고 부랴부랴 출국한 거예요. 며칠 있으면 돌아오실 거예요.”

“아-.”

“제 연락 받고 놀랐죠?”

“네. 조금.”

박기출이 웃으며 말을 한다.

“정훈이가 정남 씨 잡아야 된다고 하도 떠들어서요.”

“황정훈 선배님이요?”

“네. 박상철 감독님 작품 오디션 봤다면서요?”

시나리오 때문에 찔리는 것이 있어 정남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책 때문에 그런 표정 짓는 거면 안 그래도 되요. 책이야 한 권 더 보내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대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엄연히 절도에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에요. 그 일이 이런 식으로 인연이 됐으니 상관이 없어요. 일단 한 가지 이야기를 해 줄게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계약을 하겠다고 나선 이 자리에서 꺼내면 씨더스 쪽에 마이너스가 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할게요.”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서두가 거창한 것일까?

“축하해요.”

“네? 뭘 축하하신다는 것인지······.”

“정남 씨 박상철 감독님 작품 오디션 합격했어요.”

“아직 연락이 안 왔습니다만?”

“오디션 본 날 정훈이가 박상철 감독님 만나서 술 한 잔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아봤는데 안상현 역할은 정남 씨 확정이래요.”

“어······.”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다. 오디션 장에서 자신의 단 한 마디 뿐인 대사를 듣고 박상철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

기뻐해야 하는데 그냥 정신이 멍하다.

“정남 씨?”

“네? 아, 네.”

“실감이 안 나죠?”

“네. 맞아요. 실감······ 실감이 안 나네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이제 진정이 됐으면 조금은 기뻐해도 되요.”

정남이 눈을 껌뻑이더니 이내 환하게 웃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기출에게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허,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럴까? 왜 나한테 감사를 해요? 감사를 하려거든 뽑아 준 박상철 감독님께 하거나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해야죠.”

“무조건 감사합니다. 시나리오 없었으면 오디션에 붙지 못 했을 겁니다. 이해해 주시고 넘어가 주셔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됐어요. 그만 앉아요.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요.”

박기출이 피식 웃으며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로드 매니저 박상민이 정남의 음료를 들고 돌아온다.

“음료 들어요.”

“네.”

“이제 본격적으로 계약 이야기 해 볼까요? 아, 계약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이야기 먼저 할게요. 꼭 우리 씨더스와 계약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 아니에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전해 줬다고 점수 더 줄 필요 없어요. 어차피 며칠 후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었으니까요. 제 이야기 잘 들어보고 정남 씨가 계약을 해도 되겠다 싶으면 그때 계약하면 되요. 다른 기획사들 중에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 제시하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정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기출이 계약에 관한 것을 이야기 해 준다.

“기본 분배는 7:3이에요. 물론 정남 씨가 7이죠. 세금 문제는 회사에서 처리를 해요. 정확히는 세금을 처리하고 순 수익을 7:3으로 나누는 거죠. 계약 기간은 일단 5년짜리로 계약서를 만들어왔어요. 하지만 이 부분은 수정이 가능해요. 계약을 하게 되면 전담 매니저와 로드 매니저, 메이크업 아티스트, 코디네이터가 정남 씨를 케어 할 거예요. 일단 계약서 먼저 볼까요?”

박기출이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정남 앞으로 내민다. 정남이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받아든다. 지금까지 계약서라고는 자동차 매매 계약서와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임대 계약서를 써 본 것이 전부였다.

‘씨더스’라는 회사명이 금박으로 박힌 계약서를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눈 주변이 뜨거워진다.

“첫 장 볼게요.”

박기출은 계약서의 조항들을 읽어주며 풀어서 설명을 해 준다. 법률 용어들이 섞여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박기출의 설명을 들으니 그 뜻이 이해가 되었다.

“회사는 정남 씨의 작품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 할 의무가 있어요. 세부 조항 보시면 잘 나와 있죠? 대신 정남 씨 역시 의무가 있어요. 너무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 곤란하겠죠? 그 다음 항목이 그것에 관련 된 내용이에요. 회사 차원에서······.”

귀찮을 법도 하건만 박기출은 계약서를 끝까지 꼼꼼하게 짚어 주었다. 독소 조항이랄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투명한 계약서였다.

“계약금은 정하기 나름인데 보통 신인 연기자의 경우는 5천 정도로 해요. 정남 씨가 이전에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해서 인지도가 높다면 계약금이 달라졌겠지만 그렇지가 않으니 이 부분은 이해를 해 줘요.”

“5천만 원도 많은걸요.”

“조금 지나면 그 돈이 절대 많다는 생각이 안 들거예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는 직업이에요. 뭐, 계약금 다 없어지기 전에 수입이 생길 테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 아, 벌써 하나 확정이 됐죠? 계약을 하시면 영화 개런티는 회사에서 제작사와 협상을 하게 되요.”

“네.”

박기출이 의자에 등을 기댄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모두 끝났어요. 남은 것은······.”

“제 결정이죠.”

박기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남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계약 하겠습니다.”

“더 생각 해 봐도 되요.”

“아니요. 오래 생각해도 결론은 똑 같은 것 같아요. 제가 기획사 계약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받은 계약서가 제 입장 충분히 배려해 주신 것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씨더스에 들어가면 황정훈 선배님께 연기도 배울 수 있잖아요.”

“하하, 잘 결정 했어요. 일단 계약을 수락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 먼저 할게요.”

정남은 계약서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앞으로 정남 씨 전담할 친구에요.”

박기출이 옆자리에 앉은 박상민의 어깨를 두드린다.

“정훈이 로드를 오래 했어요. 담당 매니저는 처음이지만 잘 할 거예요. 제 밑에서 많이 배웠거든요. 혹시 지내다 잘 안 맞는다 싶으면 말씀 하세요. 매니저 교체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더라도 아주 없는 일도 아니니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 배우님.”

정남은 ‘배우님’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는다. 단역 배우는 촬영 장에서 ‘거기’, ‘그쪽’, ‘아저씨’ 등으로 불린다. 누구도 단역 배우에게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저보다 두 살 많으세요. 말씀 낮추셔도 됩니다.”

“그럴까? 내가 모르는 것 많으니 상민아 앞으로 많이 가르쳐줘.”

정남이 박상민과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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