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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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최근연재일 :
2021.10.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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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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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사명을 가지다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장마라고 해서 한국에서와 같은 장마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장마는 한국에서 한창 비가 쏟아질 때의 날이 매일 반복되는 장마다.

달궈진 내륙의 공기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만들어내는 조화인 것이다.

힌더스 강은 범람해 어제까지의 뱃길이 사라진지 오래고 카라치라는 마을은 바다와의 경계가 사라진 듯이 물은 바다와 카라치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간 동안 아브달아지즈라는 아랍의 청년과 수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아지즈는 본래 천성이 말이 많은 이인지 아니면 오랜 항해 기간 중 나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무게를 잡고 있었던 것에 대한 반동인지 나와 만나면 끊임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부족과 가족을 지독히 사랑하는 사내였다. 그리고 그는 또 자신의 종교에 대한 애착도 상당했다.


그가 믿는 종교는 당연 이슬람이었지만 그는 순니파의 분파인 이바디파에 속한 이였는데 나는 그를 통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교리와 여러 분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와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현 시대 아랍어에 대해서도 보다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지즈와의 대화에서 나는 내가 김한돌로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슬림인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를 얘기하며,

“자네는 무슬림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무슬림들은 예배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꾸란을 암송해야 한다는 걸 아나?”

“잘은 몰라도 제1장인 알 파티하의 7개 절은 암송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 마치 기독교도들이 사도신경이나 주기도문을 암송하듯이.”

“맞아. 그리고 그 반드시 외워야 하는 꾸란의 구절뿐 아니라 많은 구절들이 무슬림에 의해 낭송이 되고 있지.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 이슬람에서 그 낭송하는 꾸란의 구절들은 반드시 아랍어로 낭송을 해야 한다는 거야.

아랍어가 아니라 다른 말로 낭송을 했을 때는 알라에게 하는 기도는 될지언정 예배로는 인정받지 못하니까.

그리고 그것은 아주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우리 아랍의 사람들을 하나의 말로 묶는 역할을 하다는 거야.

아마도 우리의 선지자인 무하마드께서는 우리 무슬림이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을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서 그런 의식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야.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이라.”

“그래,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 그리고 거기에 하나의 종교가 있는 거지.”


나는 그날 아지즈와 대화를 하는 중에 들은 그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이라는 걸 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날 때까지 그것은 하나의 화두가 되어 나를 괴롭혔고 마침내 날이 개어 출항을 한 시점에서도 나는 그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을 떨쳐내지 못했다.


사실 내가 산 21C에서 문화의 수용수단은 너무도 다양해졌다.

아니 그 시절에 문화의 향유수단으로써 글을 언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들었고 맛을 봤으며 좋은 공기 냄새를 맡기 위해 여행을 했고 좋은 느낌을 가지기 위해 피부에 바르는데 열중했지 글을 읽고 그 감상을 즐기는 이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사람들은 글을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 시대 글이라는 건 단지 정보의 여러 전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다.

글은 쓴다는 개념보다는 글쇠를 누른다는 개념이 오히려 더욱 합당한 표현일 정도로 글의 가치는 떨어져 있었다.

아지즈가 말한 것과 같이 꾸란을 정성들여 베끼는 이도 없었는데 심지어 글도 듣는 시대가 된 때문이다.


또한 내가 그 『지식의 방』에 있는 중에도 나는 감응소통을 통해 정보를 얻었지 무언가를 읽어서 정보를 얻은 것은 아니다.

마법을 배울 때도 무공을 배울 때도 심지어 지구의 학문인 과학을 배울 때도 감응소통을 통해 온 몸으로 그것을 알았지 글이란 것을 접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따족』의 글을 알지도 못했지만.


생각해 보면 하나의 말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말이라는 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오늘의 말과 내일의 말이 다르고 이곳의 말과 저곳의 말이 다른 건 역사가 가르치는 일이 아닌가.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글만이 남는 것이다.

전혀 교통하지 않은 남한과 북한이 그나마 말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글을 사용했기 때문이고, 별스런 국경도 없이 왕래를 하며 말을 나눴을 고려와 여진의 말이 이리 달라진 것은 서로의 글이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글조차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수많은 민족이 섞이고 수많은 말이 섞였을 중국이 종래 21C까지 남아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글이 수천 년을 관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문득 김한돌로서 살아야 하는 처지의 나의 사명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과거의 내가 할 만한 사업이었다.

그것은 말을 통하게 하고 글을 하나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 먼 미래인 21C를 생각해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말과 글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1C 미국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한국어를 못하고 한글을 모르는 한민족들이 과연 한국인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글을 깨우친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문화의 표현수단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영향이 큰 것은 결국 글이 아니겠는가.

단지 인간이 공기의 중요성을 공기의 질이 나빠진 후에야 깨우쳤듯이 항시 우리 주변에 있는 글이어서 그 중요성을 모를 뿐인 것이다.


한국도 20C 강점기가 되어 우리글을 빼앗기고 우리말이 배척되면서 그 중요성을 알았듯이 말이다.

개나 고양이처럼 대부분의 정보를 코나 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동물인 인간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의 도구는 결국 눈으로 보여지는 것인 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지즈야 그저 자신의 종교와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한 자부심으로 꺼낸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세상을 좀 더 오래 살아봤고 세상이 어찌 변하는지도 겪어본 내 입장에서는 아니 한돌의 입장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카라치를 출발해 동으로 가는 여정에서도 나는 변함없이 아지즈와 얘기를 나누었지만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든 시각이면 출항 전에 이미 삶의 목표로 정한 하나의 말과 하나의 글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첫 번째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의 대륙에 있는 한 사원으로 정했다.

21C 우자인이라는 이름의 도시에 있는 천문사원.

그곳은 과거 브라마굽타Brahmagupta(598~668 혹은 670)라는 위대한 천문학자 겸 수학자가 연구를 하던 곳이고 바스카라Bhāskara(1114~1185, 바스카라 2세라고 불림)라는 최초로 미·적분학을 꺼내든 인물이 연구를 하던 곳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 두 인물보다는 이 사원에 흔히 아라비아 숫자로 알려진 0~9까지의 원형이 있고 그 숫자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 곳이라는 게 더욱 중요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아라비아 반도에 이 인도의 숫자들이 유입이 되어 형태변환을 겪으며 그 쓰임을 넓히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몇 년 전에 이태리의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1175~1250)는 이 아라비아의 수체계를 유럽에 소개하는 책을 저술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태리까지 가기는 너무 멀고 또 갑자기 저 멀리 있는 고려라는 나라에서 뜬금없이 아라비아 숫자가 등장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어서 나는 이 사원을 들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려에 한글만을 소개하기에는 세종이라는 인물에게 너무 미안하니 새로운 수체계라도 소개해 그 미안함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그게 기본이다!

학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형태의 글자가 필요하고 또 간단히 익힐 수 있는 수체계가 필요한 법이다.

분절음이라면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과 ‘0’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숫자를 아주 간단하고 짧게 표현할 수 있는 아라비아 숫자라면 내가 현재의 고려인들에게 줄 만한 선물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내 삶의 목표를 정하고 처음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곳이 우자인이라는 도시와 그곳의 사원인 것이다.

물론 브라마굽타의 베다와 바스카라의 베다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과외의 소득이 될 것이고.


아지즈는 이번 항해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는데 그 중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향신료무역을 하면서 그려놓고 적어놓은 지도도 있었다.

물론 내가 보기에 그 지도는 조악했지만 그래도 그곳에 표시된 지형을 통해 대강 어디쯤인지는 알 수 있었다.

지도에 카라치 다음의 목적지는 수라지푸르Surajpur로 적혀있었는데 동에서 서로 흐르는 두 개의 물줄기 중에 아래쪽 물줄기의 끝에 있는 마을로 표기된 것을 보면 21C 수라트Surat를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지즈에게 우리의 목적지를 수라지푸르로 하고 그곳에서 헤어지기로 하고 떠난 항해인 것이다.


문제는 항해를 시작한지 5일째 되는 날부터 무바락이라는 나이 든 항해사를 비롯한 몇몇이 심하게 설사를 하면서 탈수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5일 정도는 더 항해를 해야 하는 중에 발생한 사건은 이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나는 일단 치료사라는 이름으로 아지즈를 통해 환자들을 격리하고 끓인 물과 소금을 주도록 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수라지푸르로 갈 것을 명했다.

내가 보기에 지금 환자들이 앓고 있는 것은 콜레라로 보였는데 그것을 더욱 확증시킨 것은 저녁이면 잠을 자기 위해 들르는 해변가에서 어패류를 구워 먹은 이들이 있고 그들이 있는 배에서만이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일행이 배에 탔기 때문에 이런 병이 발생했다는 말이 돌면서 자칫 나나 내 일행이 선원들에게서 큰 곤경에 처할 염려까지 발생하는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이 병의 원인이 어패류라고 떠들어봐야 먹힐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아지즈에게만 이 병의 원인이 어패류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은 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잘못하면 멀쩡한 사람들에게도 전염이 될 수 있으니 환자에게 접근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맨손으로 음식을 먹지 말도록 당부하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파도가 크게 치지 않아 일행들이 부지런히 배를 몰아 수라지푸르에 도착한 것은 카라치를 출발한지 여드레만이었고 배에서 환자가 발생한지 사흘만이었다.

모두가 잠을 아끼고 돛을 조정하고 노를 저은 덕이었다.


수라지푸르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총 열 둘의 환자 중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을 때 아지즈의 선원들은 우리를 원망하고 또 환자들을 두려워했다.

어쩌면 지금 시대에 당연한 반응일 수 있는 일이다.


사실 내가 그 치유마법을 사용한다면 모든 환자들을 당장에 일으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날 아지즈와의 대화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가급적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심한 상태다.

물론 내 목숨이 경각에 달린다면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 시대 누구나 겪는 또 충분히 연구가 된다면 그 병의 원인을 알 수 있는 질병 등에 마법을 사용한다면 사회의 발전은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마법을 가르칠 수 있고 이들이 마법을 받아들여 사용할 수 있다면 그리 하겠지만 인간이 비물질에 대해 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는 판에 내가 떠든다고 해서 누가 나의 지식을 받아들이겠는가.

그저 지난 수천년 동안 인간이 발전시켜왔던 그 물질에 대한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빠를 거라는 생각이다.


선원들이 환자들을 두려워하던 말던 나는 환자들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를 믿어주던 아지즈까지 환자들의 원인이 우리 일행이고 그래서 내가 그리 열심히 환자들을 돌보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선원들의 반응과 내게서 들은 병의 원인 사이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던 아지즈는 마침내 결심을 했는지 어느날 환자들을 돌보고 있던 나를 찾아왔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이슬람-이바디즘Ibadhism]

보통 이슬람은 순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지만 기독교가 카톨릭과 개신교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수많은 종파로 나뉘는 것처럼 이슬람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이슬람 시대에 아브드 일 라흐만 이븐 물잠이라는 이가 4대 칼리파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알리를 암살하였다.

 

아브드 일 라흐만 이븐 물잠은 하리지파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하리지파는 극단적인 평등사상을 주장해 흑인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알리에 대한 암살로 인해 시아파 전체와 적대적인 관계가 된 하리지파는 바스라(현 이라크 바스라)에 자리를 잡고 흑인도 칼리파가 될 수 있다고 설파하며 세를 확대해 나갔다.

 

그 하리지파의 일원인 압둘라 빈 이바드라는 이는 당시의 우마이야 왕조의 통치가 꾸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로 인해 시아파뿐 아니라 순니파인 우마이야 왕조로부터도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이바드의 제자인 자비르 이븐 자이드 알 아즈디는 뜻을 같이 하는 무리와 함께 현재의 오만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바디파를 창시하고는 교리를 정립했다.

이때부터 이바디파는 오만에서 자리를 잡고 최초의 이맘국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 종파의 교리는 타종파뿐 아니라 타종교에 대해서도 무척 관용적이며 여성과 흑인에 대해서도 관용적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타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것은 타종교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니들이 알라를 안 믿어 지옥에 가겠다면 말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의 오만에는 힌두교나 기독교 나아가 불교의 사원도 있으며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여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한다.

또한 사우디와 관계가 깊으면서도 국민들은 이란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용적(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바디즘이라는 종파의 교리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래전부터 오만이 인도와의 교역을 통해 인도의 다신교를 접하고 그들을 이해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브라마굽타Brahmagupta]

브라마굽타(598~668 혹은 670)는 우자인 천문대의 천문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브라마스푸타싯단타라는 베다를 남겼는데 이 베다는 총 2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다른 베다와 마찬가지로 시의 형태를 가지고 서술되었다.

이 베다는 천문에 대한 것으로 21개 장 중 12장과 18장 2개의 장에 수학에 대한 것을 서술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브라마굽타 이전에 0이라는 기호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초기의 0은 단순히 인도의 숫자에서 빈 자릿수를 채우는 기호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백일百一을 101로 표시하듯 빈 자릿수에 채우는 기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0에 브라마굽타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는 개념을 집어넣어 ‘계란 두 개가 있는데 모두 부화하면 계란의 개수는 0이다.’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무슨 말장난인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이 문제를 숫자로 표현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0의 개념이 확정이 되니 음수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음수라는 개념은 이미 236년 중국의 유휘(劉徽)가 주석을 단 구장산술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유희는 기존의 구장산술에서 검은 글자와 붉은 글자로 표시되는 양과 음 중 赤字를 음수로 하자는 제안을 주석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브라마굽타는 0을 넘어가는 수라는 현대의 음수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때까지 문제의 해가 음이 되면 ’해가 없다.‘가 답이었을 뿐이다.

심지어 저 유명한 17C의 데카르트마저도 음수라는 개념을 인정하기는 했어도 음수가 0보다 작기 때문에 음수는 잘못된 수라고 생각했다.

 

서양에 음수의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십자군전쟁을 통해 들어온 아랍의 수학을 통해서다.

물론 아랍의 수학은 인도에서 들여온 것이다.

 

브라마굽타의 또 다른 업적 중에 브라마굽타의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흔히 배우는 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를 알 때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인 S=√s(s-a)(s-b)(s-c)라는 것이 있는데 『브라마굽타의 공식』은 원에 내접하는 사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으로 S=√(s-a)(s-b)(s-c)(s-d)이다.

다만 원에 내접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브라마굽타가 우리들에게 가르친 수학은 많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역시 0의 개념과 음수의 개념일 것이다.

이 0과 음수의 개념이 확정됨으로 인해 후에 수학에서 정수론의 발전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바스카라Bhāskara Ⅱ]

바스카라(1114~1185)는 마이소르에서 태어나 후자인의 천문대에서 평생을 바쳤다.

30대 때 싯단타쉬로마니를 저술했는데 이는 천문에 관한 베다였다.

그 중 두 개 장에서 수학에 대해 얘기했는데 하나는 비쟈가티나Bijaganita이고 다른 하나의 장은 유명한 릴라바티Līlāvatī이다. 또한 그라하가니타Grahaganita에서는 행성의 움직임에 대해 관측하고 그 순산가속도를 구했는데 상당히 근사치의 값이라고 한다.

학문적으로는 두 개 장 모두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릴라바티가 유명한 것은 그 이름이 그의 딸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바스카라는 자신의 딸에 대해 점을 쳤는데 구멍이 난 그릇을 물에 띄워 가라앉으면 딸을 결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딸을 결혼시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막 점을 치려는 순간에 딸인 릴라바티가 나타나 아버지가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해 머리를 숙여 물이 담긴 동이를 보았다.

그때 딸이 가진 목걸이의 줄이 끊어졌고 거기에 있던 구슬 하나가 구멍이 난 그릇에 떨어져 구멍을 막음으로 인해 그릇이 가라앉지 않게 되었다.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바스카라는 딸을 결혼시키지 않고 평생 수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싯단타쉬로마니에 기록된 수학적 업적으로는 정384각형을 이용해 원주율의 근사값을 3927/1250(=3.1416)까지 구한 것, 이차방정식의 근이 두 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점 등 여러 가지다.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 그림인데 붙이기가 안 되네요)특히, 그 중에서 피타고라스 정리에 대한 증명은 그림처럼 두 개의 도형을 그리고 옆에 단지 『보아라!』라고 적어 놓기만 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직관적이어서 인도인들의 수학에 대한 접근법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인도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유명한 수학자 라마누잔(스리니바사 아이양가르 라마누잔Srinivāsa Aiyangar Rāmānujan 1887.12.22~1920.04.26) 역시 수학을 매우 직관적으로 대했다고 하는데, 특히 과거 많은 인도의 수학자들은 증명없이 결론을 내버리는 방법으로 수학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수학의 7대 난제니 하는 것들이 이렇게 증명없이 결론을 낸 것들이다. 대신 후인들이 그걸 증명하느라 피똥을 싸고 있지만.)

 

바스카라가 낸 순열 문제를 보면 『10개의 손을 가진 신이 있다. 신 앞에 10개의 다른 물건이 있다고 한다면

각각의 손으로 하나의 물건을 잡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인가.』인데 이런 문제는 21C 현재에도 중등과정에서 종종 출제될 정도의 문제이다.

 

참고로 바스카라는 바스카라 2세라고 하는데 이는 7C경 인도에서 활동하던 바스카라라는 천문학자가 있어

12C의 천문학자인 바스카라는 바스카라 2세라고 부르기로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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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8 n5******..
    작성일
    19.02.01 20:57
    No. 1

    글과 말이라! 본문에서 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거 같은데 저는 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또래들은 읽는것은 가능해도 쓰기 시험을 보면 거의 낙제일듯한, 배울때 맞으면서 억지로 배운 글자들이 모두 틀리다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2 독고구패2
    작성일
    19.02.15 15:45
    No. 2

    오타발견 - 사회의 발전은 어떻데 -->어떻게로 고치셔야할거 같아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케륵케륵
    작성일
    22.03.15 03:32
    No. 3

    한자는 억지로 배운 글자를 틀릴 수 있는데 한글을 억지로 배워서 틀린다구요? 맞춤법 말고 한글 자체를요? 맞춤법이라 하더라도 한글은 소리 글자라 맞춤법 틀려도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낮아서 억지로 외우게 할 필요가 없는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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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안 +4 19.04.25 1,769 55 13쪽
80 모의 +4 19.04.24 1,770 62 14쪽
79 복귀 19.04.23 1,847 49 13쪽
78 접촉 II +3 19.04.22 1,869 65 15쪽
77 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1 19.04.20 1,957 60 14쪽
76 좌초 +1 19.04.19 1,888 61 13쪽
75 이안사 +5 19.04.18 1,996 56 14쪽
74 항로 개척 +3 19.04.17 2,035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7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1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0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8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79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3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6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2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1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62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79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39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6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0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6 75 16쪽
56 화약 시현 +7 19.03.26 2,530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5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8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78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5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2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1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3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3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3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4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5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5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69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2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4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8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1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4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0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29 테무게 +2 19.02.22 3,069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1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26 터를 잡다 +2 19.02.19 3,190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4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4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0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0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7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4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4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3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2 60 13쪽
16 고려 마을 +2 19.02.07 3,312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4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08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6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7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21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6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7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1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0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49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1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25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38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29 1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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