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 Baby Love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BL

완결

재냐
그림/삽화
시미즈레이코(달의아이)
작품등록일 :
2019.01.21 09:44
최근연재일 :
2019.02.01 09:31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013
추천수 :
15
글자수 :
378,366

작성
19.01.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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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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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Sugar8-민정은 민재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DUMMY

일상 중 진정한 공포는 없는 귀신을 볼 때가 아니라,평상시에 익숙한 사람이 상식, 루틴(Routine)을 넘어서 모르는 사람, 마치 무서운 귀신처럼 변하는 순간일 것이다. 


평소 원재호는 사회적인 매너가 세련되었고, 영업을 위한 상황마다 놀라울 정도로 가면을 쓰는 데 능숙했다. 현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스무살, 학부에서는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할 때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욱하는 면도 봤었고 그 또래 애들처럼 욕도 잘 했었다. 그래도 서른이 다 되고, 특히 재호와 연애하고 강남물 먹으며 이쁨받더니, 매사 평화로운 모습이 보좌신부 같아서욕은 커녕 찬송가가 나올 것 같았는데...건달을 방불케하는 두 남자의 변모를 맞닥뜨리고 혜원은 비로소 자신이 저지른 짓이 따따귀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의 따귀는 젖비린내나는 김치따귀 정도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남자의 폭력은 피비린내가 나야 끝나는 몽둥이찜질이었다.


겁에 질린 혜원은 핸드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공포에 떨리는 왼손을 받쳐 들고 눈 앞에 재호가 있는 것처럼 몸을 조아리고 전화를 받았다. 


"아니, 민재에요. 전에 보신, 김민재요."


재호가 스피커폰으로 조작을 했는지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현수의 욕설이 더 선명하게 들렸다. 계속 쌍욕과 함께 울부짖고 있었다. 말리는 재호도 소리를 질렀는데 욕은 안 할 뿐이지 말투가 거칠었다.


"다시 말해 보세요. 얼른!"

"김민재에요. 죄송해요..."


현수가 또 욕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


"야, 이 크립토 XXX야, 왜 XX 우리 형을!XX! 니가 그러고도 XX!! 나한테 도데체 왜 그러냐? 이 XXX야!"


욕하던 현수는 무엇으로 덮이는 듯 소리가 막혔다. 혜원은 재호에게 붙잡혀 제압되는 현수의 모습이 선했다. 이내 수화기로 다가온 재호는 현수처럼 욕은 하지 않았지만 아까보다 더 흥분해서 무서운 목소리로 혜원에게 호령했다.


"지금 어디에요? 빨리 와서 사과해요! 아직 하얏트 안 나갔으면 우리 좀 봐요!"

"죄송해요. 하지만, 그건 좀..."

"안 오면 김민재 부를 거에요!"


혜원은 너무 놀라 다시 토할 뻔 했다.


"...이사님! 너무 해요!"

"너무해?! 너무한 게 누군데?! 안 오면 학생 엄마도 부를거니까 빨리 와요. 내가 객실번호 문자 남길거니까 당장 와요."

"어머!"


혜원은 기가 막혀 전화를 보았지만 벌써 전화는 끊긴 후였다. 이게 꿈인가 하고 보았는데 어느새 현수의 번호로 재호가 보낸 문자가 왔다.


[2352호. 로비에서 봅시다. 오분 안에 안 오면 김민재 부르고, 십분 안에 안 오면 김민정 부릅니다.]

"미친 새끼..."


쎈 척 욕은 했지만 핸드폰을 든 손부터 무릎까지 모두 후들거렸다. 원재호는 옛날에 조폭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눈물까지 났다. 혜원은 이들과 함께 대등하게 만났던 다른 친구, 디자이너인 박권용을 떠올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약속 오분까지는 이제 삼분이 남은 상태였다. 


헛똑똑이의 공통적인 문제는 자신의 요구보다 남의 무리한 요구에 더 성실하다는 것이었다. 착하고 성실한 이 바보들은 자신의 상황은 아랑곳 않고 일단 남으로부터 들어온 요구에 즉각 반응을 해야만 했다. 올라가면 따따귀를 맞을 정황이 분명한 이 상황에서도 혜원은 어쩌지 못하고 파크 하얏트로 다시 향했다. 하지만 혜원이 울면서 힐을 끌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왔을 때 다시 재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5분 지나서 김민재 불렀습니다. 안 오면 다음은 김민정입니다.]

'이건 완전 개...사채업자다!'


정작 사채 한 번 쓴 적 없이 쿨하게 살아온 혜원은 자신의 처지가 불쌍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김민재를 불렀다는 사실]이었다. 혜원은 얼른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장님? 대전이세요?]

"민재야! 원이사님이 부르셨어?"

[예? 아...잠깐만요. 유선전화가 하나 왔네요. 국번 557면 강남구 맞죠? 못 받았는데.] 

"그래, 그래. 그거 받지 마."


혜원은 살았다 싶어 고개를 숙였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소리쳤다.


"문자! 문자 온 것도 읽지 마!"

[차장님...이사님이 사진 보냈어요. 파크 하얏트라는데, 차장님하고...]


민재는 말을 흐렸고 장혜원은 아앗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래, 미안해! 내가 말할께. 보지 마! 보지 마! 민재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 여기 올 수 있니? 세상에나...부탁이야, 와 줘. 나는, 나는 엄마한테 연락을 해야 해서. 잠깐만."

[박용현이 누구에요?]

"아무것도 아니야."


혜원은 비로소 자신의 계략이 형편없이 빈약하고 엉성했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에 애정의 무게가 대등할 수가 없었고, 민재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 민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도 알 지 못했다. 혜원은 정말 속이 뒤집히듯이 배가 아파왔다.


[...화작이잖아(*화법과 작문, 국어 선생님을 지칭)...]

"민재야!"


아...혜원은 또 바보같았던 옛날의 계략을 후회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민재에게 왜 국어과외로 박용현을 붙였는지...그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을 혜원의 시나리오에 맞추어 넣어 테스트를 하는 고약한 짓을 또 했었다. 


하지만 혜원은 정말 헛똑똑이였다. 그 상황에서도 남 탓을 했다. 혜원은 떨리는 민재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우리 민재를 울린 나쁜 놈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전의에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내 이 이기적인 커플 바퀴벌레들을....이판사판이다.


"당장, 파크 하얏트로 와. 내가 뭐든지 사실대로 말할께. 원재호하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예."


꺼질듯한 목소리에서 혜원은 이미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혜원은 통화가 끝나 어느새 배경 라이트까지 꺼지고 까맣게 된 전화를 보았다. 강박적으로 다시 불을 켜자 잠금화면 사진이 보였다. 250 CM의 발사이즈가 같은 민재와 발과 맞댄 혜원의 발 사진이었다. 10살이나 아래지만 현대무용을 오래 해서 민재의 맨발은 발레리노의 발처럼 관절이 굳고 휘어 있었다. 


'난 어쩌면 민재를 너무 어리게, 우습게 봤는지도 몰라.'


처음 봤을 때 자신만만한, 차장급의 포스가 느껴졌던 민재를 떠올렸다.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수를 쓰고 애를 쓸 수록 민재는 멀어지는 것 같았다.


혜원은 전화를 보다가, 익숙한 전화를 번호로 걸었다. 이렇게 상처받고 바보일 때 혜원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여기밖에 없었다. 번번히 실망하지만.


"엄마."


평소같으면 곤히 잘 10시인데 엄마는 금방 받았다.


[어, 왜?]


혜원과 엄마가 서로 바뀐 것 같았다. 혜원은 섭섭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위로가 절실했다.


"엄마, 나 사고친 것 같아. 통화 가능해?"

[...말 해.]

"엄마. 원이사님이 나 때문에 엄청 화가 나서, 지금 현수랑 있는데...거기로 나만 오라는데, 너무 무서워. 어떡하지?"

[뭔데?]


엄마는 정말 평소의 쿨하다 못해 싸가지 없던 혜원으로, 혜원은 평소 자상하다 못해 잔소리쟁이였던 엄마로 빙의된 것 같았다. 이 반전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혜원은 지금 이 냉정한 엄마 새끼손가락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엄마 앞에서 임신이나 산부인과 이야기는 하기가 어려웠다.


"그게...엄마, 다 말할께. 잠깐 만나줄 수 있어? 어디야?"

[...지금 영화보고 있어. 30분만 기다려.]

"뭐? 엄마, 그럼 지금 영화관에서 전화하는 거야?! 방해되잖아?! 어떻게!"

[끊어.]


혜원엄마, 민정는 쏘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민정은 짐을 챙겨서 비상구로 아예 상영관을 나갔다. 그녀는 먼저 주변을 둘러보고 민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까 혜원의 전화를 받은 후 다시 상영관으로 못 오는 민재가 마음에 걸렸다. 민정은 원재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자 주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불통, 이번에는 그들의 절친인 가바나, 박권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정을 친구이상 애인이하로 좋아하는 박권용은 두 번 수화음이 떨어지자마자 받았다.


[민정씨! 이를 어째, 이제 할매네요.]


민정은 입술을 깨물고 눈을 깜빡였지만 이제 큭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는데. 역시...애인 아닌 여자가 남자 속 뒤집어놓을 일이 임신 말고 뭐가 있겠어. 짐승들. 여자마저 남자처럼 제 적통만 챙겼으면 인류는 진작에 멸종됐을거야.'


민정은 자기도 스스로 놀랄만큼 냉정을 유지하며 의연하게 받아쳤다.


"근데 현수네는 왜 그래요? 아니, 주서방이라 해야 하나? 원서방은 아니죠?"

[어유, 민정씨 정말...그러지 마세요. 안 그래도 그걸로 난리났는데. 김서방이고요, 혜원이가 계속 비밀로 했나보죠?]


민정은 모녀간의 소원한 사이가 들킨 것처럼 지레 화를 냈다.


"그런 일은 세상 사람 다 알아도 부모님한테 비밀로 하는 거에요! 입장 바꿔 생각해봐요."

[죄송해요. 가뜩이나 힘드신데.]

"미안하다 말고, 아는 대로 다 이야기해봐요."


잠시 후 가바나가 재호로부터 들은 모든 자초지종을 파악한 후 민정은 민재로부터 온 문자를 보고 문자 내용대로 영화관 매표소 앞 카우치에 있는 민재를 발견했다. 민재는 민정에게 웃어보였지만 다시 시선은 보고 있던 롯데 월드타워의 두 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민정은 요정같은 민재와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보았다. 민재가 응시하는 곳이니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Stairway to heaven 같아요. 레드제플린에."


민정은 마음의 고통도 잊고 활짝 웃었다. 민재는 레드제플린이 활약하던 시기에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음악을 배우고 카피하며 명곡들은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든 세대를 넘는 화제를 찾아 민정과 눈을 맞추려는 그 노력이 더 민정을 감동시켰다. 


"민재야,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아까 전화 받은 이후에 그런 것 같은데."


이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민정이 아주 오랫동안 혜원과 시가 사람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30년만에 터득한 [공감형 대화 개시법]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을 열 수 있는 매직 워드를 쓰면서 민정은 민재의 마음을 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민재는 언제나 그 기대 이상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조금요. 바보가 된 기분이에요."

"바보 아닌 거 알지? 내신2등급이잖아."


민재는 웃음을 터트렸다. 9월 1일 발표된 민재의 고교졸업자격 검정고시는 내신이등급에 달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4시선다형에 고1과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검정고시 절대평가점수를 내신으로 반영하다 보니, 압승하고 말았다. 기가막힌 학벌세탁이었지만 민정이 관심을 가지고 봐 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었다. 민재는 대학입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예체능에 소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중퇴한 계원예중이나 연습생으로 경험한 예체능 사람들은 절대 섞이고 싶지 않은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아직 대학진학 의지가 없는 민재에게 내신등급은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10월에 혜원과 백일이 되었을 때 깜짝 터트리기로 한 비밀스러운 쾌거였다. 이 모든 일은 의외로 김민재가 총명하고 의지도 있으며 결정적으로 혜원이 엄선한 과외 선생님 드림팀 덕이 컸다. 


하지만 그 중 하나였던 국어, 특히 화작 선생님인 박용현을 이런 식으로 다시 보니 기분이 우울했다. 아무리 평범하고 혜원에게 순결한 사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어도 혜원과 조금이라도 핑크빛으로 엮였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특히 자기에게 없고 박용현에게 있는 면모를 혜원이 사실은 좋아하는 게 아닌지, 자신이 완전하게 채워주지 못하는 게 아닌지, 열등감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차장님이 오늘 화작 선생님을 호텔에서 만났대요. 회장님이 보고 사진을 찍어 주셨고...차장님은 아니라고 하는데...그래도 만난 걸 보면, 차장님은...아직 화작 선생님이 좋으신가봐요."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고여갔다. 민정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이 눈을 보게 된 것, 엄마로 불리우는 사람을 보아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했다. 이성을 유지하며 민정은 진실을 담아 무게 있는 말로 모호한 청년의 불안을 날려주었다.


"민재야, 나는 혜원이 엄마야. 내가 걔 성격을 제일 잘 알아. 내가 무슨 일인지 진심을 알아볼께. 네가 혜원이한테 들은 사실하고 맞춰서 검증해보자. 그리고, 넌 화작보다 20년이나 어려. 대학, 대학원, 회사까지도 더 다닐 수 있는 나이차이야. 20년이 어떤 건지 아니? 화작, 은퇴해서 노인연금 받을 때, 너는 인생 한창이라 외제 차 타고 호텔 갈거야."


민재는 주민센터에서 연금 신청할 박용현을 떠올리고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웃으며 눈시울이 움직이며 눈물이 흘렀다.


"꼭 돈 뿐만은 아니에요. 엄마랑 진짜 엄마하고 싶었는데. 차장님도..."


민재는 에스컬레이터를 보면서 혼잣말처럼 말했다.


"차장님은 저를 바닥에서 하늘로 올려주셨어요. 불법노동자에서 시민으로."

"혜원이는 네가 자기를 하늘로 올려줬다고 생각할거야."

"그럴리가요?!"


민정은 이제없이 눈에 힘을 주어 분명하게 말했다.


"민재야. 정말이야. 이 한국에서 혜원이의 진가를 그렇게 정확히 아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거야. 화작만 해도 내가 직접 봐서 알아. 걔는 시골에서 자기 엄마 대신 해남귀신한테 제삿밥 차려줄 며느리 삼으려고 여자 찾는 거야. 네가 혜원이가 그런 아줌마가 되기 아깝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바라는 대로 해. 그렇다면 그건, 네가 혜원이를 도와주는 거야." 


민정은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나?'


장혜원의 인생에 대해 이렇게 감정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니, 한 사람을 건너서 혜원을 보게 하는 사위와 장모 사이는 딸을 사랑하는 만큼 친밀하게 느껴지지만 거리가 있어서 편안한 사이였다. 특별한 사이는 민정의 긴장을 풀어 본연의 포텐을 터트리게 했다. 민정을 진짜 어른으로 만들었다. 


민재도 민정의 응원을 충분히 받은 것처럼 힘을 내어 평소처럼 눈을 반짝였다.


"예! 제가 열심히 도울께요!"

"그럼, 우리 혜원이한테 같이 갈까?"


딸의 임신 이야기를 꺼내야 할 자리에 이 남자를 데려가도 될까? 잠시 고민했지만 민정은 이내 수긍했다. 민재가 있으면 오히려 혜원의 머리채를 잡고 감정적으로 나올 문제가 원만하게 넘어갈 것 같았다. 사위 앞에서는 계속 고고하고 싶은 장모의 허영이었다. 하지만 그건, 장모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설령 장인이라 하더라도, 30년간 묵고 헤진 낡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롭게 어른스러운 가족관계를 만들어 새 출발하고 싶은 마음을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민재는 민정이 평생 쫒아온 돈도 없었고 일류대 간판도, 안정된 직장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민정에게 마음을 열어보이고 꾸밈없이 대했다.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과 소망은 사금파리처럼 보잘 것 없었지만, 상처받은 민정의 깊은 마음을 흔들어 파문을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민재가 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그녀의 살아온 가치였던 혜원을 제대로 알아주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민재는 일부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위였다. 만약 임신을 알고 민재가 도망가도, 이 세상에 저렇게 여자를 인성이나 능력으로 좋아하고 존중하는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이었다. 


진정한 사랑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딸이 그걸 받을 자격이 있었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딸로 평가되는 주부의 삶이 뭐가 나쁠까? 반면 남자들은 은퇴 전 회사 직함, 삼성 과장까지 했다. 공단 국장 까지 했다. 그런 자부심으로 은퇴 후 남은 40년을 살아가지 않은지. 마찬가지로 전업주부로 살아온 민정에게 평생 내세울 수 있는 은퇴 전 직함은 장혜원 차장의 엄마였다. 그러니 그녀에게 혜원은 인생의 완성이었고 그 혜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민재는 정작 혜원을 낳은 혜원아빠보다도 더 다정했다. 


민재를 알 수록 민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충분히 행복했다. 비록 지금 이 행복이 잠깐 지나갈지라도, 그간 냉대로 얼은 서러움은 이미 녹았고,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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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Fantasia12(전체完)혜원과 민재는 환상으로 현실을 버티고 살아가다. 19.02.01 110 0 22쪽
45 Fantasia11-현수와 재호는 현재에 맞추어 같이 살아가다. 19.02.01 58 0 23쪽
44 Fantasia10-현수는 관사에서 재호를 다시 보고 현재를 택한다. 19.02.01 45 0 25쪽
43 Fantasia9-현수는 재호와의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한다. 19.02.01 45 0 25쪽
42 Fantasia8-현수는 재호를 위해 현실을 마주 본다. 19.02.01 47 0 22쪽
41 Fantasia7-현수와 재호는 화해하고 애정의 깊이를 실감한다. 19.01.31 85 0 25쪽
40 Fantasia6-민재는 현수와 재호를 보고 현재에 매력을 느낀다. 19.01.31 47 0 25쪽
39 Fantasia5-혜원은 환상으로 현실의 고통을 이겨낸다. 19.01.31 42 0 24쪽
38 Fantasia4-혜원과 민재는 현실에 치인다. 19.01.31 80 0 14쪽
37 Fantasia3-현수는 싸움을 반성하다가 재호를 다시 보다. 19.01.31 47 0 15쪽
36 Fantasia2-현수는 육아스트레스로 재호와 다투고 현실을 보다. 19.01.30 67 0 14쪽
35 Fantasia1-재호는 육아 스트레스로 현실을 직면한다. 19.01.30 61 0 26쪽
34 Love11-현수는 미혼모의 그림자를 이기고 우울증을 회복하다. 19.01.30 57 0 28쪽
33 Love10-재호는 소아과 던전에서 현수에게 압도되다. 19.01.30 46 0 16쪽
32 Love9-재호는 현수의 투병(우울증)을 견디고 관계에 자신감을 가진다. 19.01.29 40 0 14쪽
31 Love8-혜원은 부모를 포기하면서 민재를 받아들이다. 19.01.29 44 0 15쪽
30 Love7-현수와 재호는 민재의 본가, 상계동에서 서로를 재발견하다. 19.01.29 39 0 25쪽
29 Love6-현수와 재호는 혜원이네의 가정사정에 개입하다. 19.01.29 40 0 11쪽
28 Love5-현재네는 위기를 마주하고 현재커플이 알게된다. 19.01.28 73 0 24쪽
27 Love4-혜원모자 앞에 할배할매몬이 나타나다. 19.01.28 59 0 21쪽
26 Love3-현수와 재호는 베트남에서 구혼(舊婚)여행을 보내다. 19.01.28 67 0 35쪽
25 Love2-혜원은 미련을 버리고 모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다. 19.01.28 58 0 21쪽
24 Love1-민재는 혜원 덕분에 면접 스트레스를 견딘다. 19.01.26 40 0 24쪽
23 Baby11-혜원과 재호는 가짜결혼식을 버티고 관객을 관전한다. 19.01.26 58 0 18쪽
22 Baby10-민재는 태명을 정하고, 현수는 재호와 생계를 나눈다. 19.01.26 48 0 13쪽
21 Baby9-민재는 고시원을 나와 현재를 직면한다. 19.01.26 46 0 14쪽
20 Baby8-재호가 혜원이엄마한테 한판승하고 현수와 더 굳힌다. 19.01.25 72 0 13쪽
19 Baby7-현수는 혜원이엄마한테 혼나고 재호가 등판한다. 19.01.25 45 0 14쪽
18 Baby6-현수가 혜원에게 한판승하다. 19.01.25 44 0 16쪽
17 Baby5-현수는 혜원이네에 쳐들어가다. 19.01.25 46 0 14쪽
16 Baby4-현수는 재호로부터 도망가나 업과 연을 받아들인다. 19.01.24 88 0 17쪽
15 Baby3-재호는 현수와 밀회를 들켜서 한국식 위장결혼을 꾸민다. 19.01.24 66 0 18쪽
14 Baby2-민재는 첫사랑의 환상을 버리고 현재 평민생활을 택하다. 19.01.24 66 0 14쪽
13 Baby1-민정이 지치고 재호와 민재는 도루의 유혹을 받는다. 19.01.24 68 0 18쪽
12 Sugar12-현수와 재호는 혜원과 민재를 응원한다. 19.01.23 61 0 12쪽
11 Sugar11-현수는 민재의 치정에 공감하다. 19.01.23 77 0 15쪽
10 Sugar10-재호는 혜원의 치정에 공감하다. 19.01.23 116 0 12쪽
9 Sugar9-혜원은 아기를 빌미로 엄마와 재결합하다. 19.01.23 84 0 13쪽
» Sugar8-민정은 민재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19.01.22 95 0 17쪽
7 Sugar7-헛똑똑이 혜원은 뻐꾸기 작전에 실패한다. 19.01.22 112 0 16쪽
6 Sugar6-헛똑똑이 혜원은 낡은 수를 쓰다. 19.01.22 119 2 11쪽
5 Sugar5-혜원에게 속은 재호는 산부인과의 폭력에 압도된다. 19.01.22 118 2 9쪽
4 Sugar4-혜원은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산부인과에서 곤욕을 치르다. 19.01.21 158 2 12쪽
3 Sugar3-혜원은 사후피임약에 쓰러지고 민정이 민재를 먼저 만난다. 19.01.21 173 2 16쪽
2 Sugar2-혜원과 민재는 피임에 대해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1 19.01.21 262 2 18쪽
1 Sugar1-혜원과 민재는 비밀리 연애를 한다. 19.01.21 695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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