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 Bab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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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재냐
그림/삽화
시미즈레이코(달의아이)
작품등록일 :
2019.01.21 09:44
최근연재일 :
2019.02.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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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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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a1-재호는 육아 스트레스로 현실을 직면한다.

DUMMY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사이에 놓인 언주로에는 유명한 회사들의 본점이 있었다. 허영의 시장인 한국에서는 주식, 또는 최소한 럭셔리를 붙여서 팔려면 강남에 본사가 있어야 했다. 무시무시한 언주로의 임대료에 지사나 하청같은 기반 없는 회사들은 1년 이내에 사그라졌다.

하지만 강남차병원 건너 넥스트맘은 언주로는 물론 무려 언주역 4거리의 임대료가 무색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

그 역시 비결은 허영이었다. 구매대상이 아직 없는 상황, 현실이 없는 상황에서 환상을 맛보기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큰 돈을 열었다. 다이어트해서 입을 옷, 여행가서 걸칠 가방, 언젠가 할 요리도구, 4인가족을 위한 역세권 30평대 아파트...매일 사 먹는 음료수는 포인트 한 톨까지 털어 아끼는데에 비해서, 지금은 당장 없지만 갖고 싶은 허영, 가상의 컨셉에 대해서는 과감해지는 놀라운 소비심리였다.

강남차병원은 게다가 난임센터로 유명해서 아기에 대한 환상이 극대로 올라간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마치 시험보기 전에 펜 먼저 사듯이 강남차병원 난임센터에 들르는 애기 없는 커플은 물론, 문병 전에 강남의 중산층 육아 관련자들이 뇌물로 쓸 명품 고르듯이 와서 사제끼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어도 환상 속 소비는 아예 사지 않거나 몽땅 사는 식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자주 오는 사람은 적었다.

그 가운데 이틀 간 네 번 출현한 [그 아저씨]손님은 눈에 띄었다.

처음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낮 시간에 왔을 때에는 조혼해서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어서 자녀들에게 크게 차 한대(*백만원 대 유모차)를 해 주는 처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나간 후 그 날 저녁에 저지에 모자로 눌러쓰고 왔을 때에는 너무 몸이 좋아서 도저히 유부남으로 볼 수가 없었다.

영업종료 시간 직전이기도 했지만 본인도 운동하러 간다고 했다가 몰래 나온 듯, 시간에 쫒겨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갔다. 두 번이나 빈손으로 나가며 민망해하는 그를 쫒으면 이제 다시 볼 일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매니저는 더 상냥하게 대했고 서비스로 털로 짠 아기양말을 주었다.

아기양말을 받고 크게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매니저는 기이한 기분을 느꼈다. 덤 서비스는 원래 아줌마들이 좋아했다. 남자들은, 특히 큰 선물을 하려는 할아버지들은 남자체면을 중시 여겨서 푼돈을 아낄법한 잘잘한 서비스는 좋아하지 않았다. 백만원 넘게 써도 포인트 적립을 안 하는 게 아저씨였다.

하지만 이 [아저씨손님]은 공짜 양말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 특이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기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직접 키우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양말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아기를 키워보면 알지만 손가락보다 작은 털양말은 귀여울 뿐, 무용지물이라 장식품과 같았다. 살로 덮인 아기 발은 사실 발목이랄 게 없었고 다리의 말단일 뿐인 발은 속싸게, 겉싸게로 둘둘 감겨서 내놓을 일이 없었다.

아기양말은 바운서와 같은 대표적인 육아 장비의 거품이었다. 백일 전 누워만 있을 때에는 안아주는 대신 꼭 필요해서 사는 이 의자는 비싼 것은 백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바운서의 유효기간은 겨우 한달에서 석달 사이였다. 아이가 삼개월이 지나 뒤집기 시작하면 한 군데 누워 있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바운서로 달래는 기능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육아용품은 이런 거품이 많았고 그 중 왕 거품 같은 아기양말을 주었는데도 그는 정말 기뻐했다.

그는 그냥 서비스로 기뻐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양말이 너무 예뻐 행복해했다. 아기를 직접 키우진 않지만 앙증맞은 아기발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기엄마를 무척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다음 날 그 아저씨가 점심시간에 슈트차림으로 왔을 때에는 또 애매해졌다. 쓰리피스 슈트라는 것은 배가 나오면 흉하니까 그처럼 몸을 관리해야 입을 수 있는 옷이긴 했지만, 설령 몸이 좋아도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서는 입기 힘든 지나치게 화려한 옷이었다. 리젠트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피부과 관리에 다이어트로 얼굴을 관리해야 할 수 있는 머리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피부가 좋은 사람이어도 보통 자신감, 아니 자부심이 없어서는 한 시간도 하기 힘든 머리였다.

그렇게 보니 또 평범한 아기아빠로 보긴 어려웠다. 게다가 저 나이...그의 옆에 있을 어리고 예쁜 후처 또는 상간녀를 떠올리니 뭔가 그림이 맞아 보였다. 고객이 요청하기 전까지 고객을 방해하면 안 되는 서비스업의 지루함 때문에 매니저는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업윤리에 벗어난 일은 아니었다. 서비스업 근로자들은 고객을 간섭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해서도 안 되었다. 유능한 서비스업 근로자들은 고객에 대해 남들보다 더 알고 적당한 선에서 맞추어 주는 사람이었다.

[그 아저씨]손님이 어제까지도 스토케 유모차의 색깔로 고민하더니 이제 부가부 유모차를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매니저는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갈팡질팡하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곤 하는 걸 보면 또 일정 중에 몰래 나와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만끽하는 게 틀림없었다. 현실에 눌려 이 즐거움이 쓸데없는 현실도피가 되버리면 이런 고객은 다시 오지 못했다. 놓치기 아까운 VIP 였다. 겉으로 걸친 차림새가 부유해 보였을 뿐만 아니라,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자부심 높은 모습이 컨셉이라 불리는 채 오지 않은 환상을 위해 기꺼이 오늘의 가산을 탕진할 수 있는 호갱, 허영쟁이로 보였다.

"고객님, 부가부 이쁘죠? 헐리우드 셀럽들도 많이 쓰고, 스토께보다 더 유명해요."

매니저는 가까이에 서서 비로소 [그 아저씨]손님의 옷을 살펴보았다. 브랜드 로고는 없었다. 하지만 소재와 패턴은 최상급이었고 구두는 벨루티 태닝이었다. 매끈한 벨트 버클은 모양은 평범해도 작게 제냐 각인이 있었다. 소매 끝에는 테일러샵에서 수 놓은 이니셜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백만원 이상인데 로고리스(less).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셀렙이나 유행으로 꼬실 수는 없고...

"로고 싫어하시는 분한테도 부가부는 인기가 많아요. 이 엠블럼이 고급스러워서요. 아는 분들만 아는 동그라미에요. 아우디처럼요."

아저씨손님은 졌다는 듯이 웃고 말았다. 웃음을 터트리자 눈가와 턱 아래 주름으로 나이가 보였다. 하지만 부자들이 그렇듯이 정력적으로 보여 젊어보였다.

매니저는 가까이에서 아저씨손님의 옷차림을 흟어보며 새삼 놀랐다. 남색 핀스트라이프 슈트에 형광기 도는 흰 셔츠는 대나무줄기같은 세로 스트라이프 패턴이 있어서 색깔은 물론 패턴도 어울렸다. 니트타이와 얇고도 광택이 도는 슈트소재의 조합은 색깔과 달리 패턴으로 믹스하다보니 도드라지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모를, 그러니 자기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코디였다. 어쩐지 골라주는 여자의 안목이라기에는 꼼꼼했고 모험적이었다. 최소한 세탁 걱정을 안 하는 여자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봐도 남자 손님 본인의 안목이었고,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보통의 한국 남자 아저씨의 라이프스타일은 아니었다.

매니저는 이번도 결제는 포기했지만 대신 다음 만남이 기대가 되었다. 매니저는 재고를 뒤져서 다음 방문을 위해 줄 미끼, 두 번째 덤 선물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모양새 없는 직육면체 종이박스였다. 선물은 커녕 재고처리로 보일 정도로 초라한 박스에 실망하다못해 당황한 그 [그 아저씨]손님에게 매니저는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였다.

"테이크아웃 컵 홀더인데요. 유모차 끌면서 커피 한 잔 하실 때 좋아요. 스타일에 상관없이 어울려서, 이렇게 부가부에도 스토케에도 꽂을 수 있고, 고객님도 어울리고, 사모님도 어울리실거에요."

사모님이라는 직격탄에 경계가 깨지고 말았다. 풋 웃음이 터진 [그 아저씨]손님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차마 떼지를 못하고 웃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나가면서 또 오겠다고 했다.

그 다음은 역시 예상대로 그날 영업종료시간 직전, 어제와 같이 운동 나가러 온 시간 정도였다. 예상과 달리 어제와 다른 옷이어도 스타일은 같아서, 저지 차림이었다. 여전히 예의 사모님 몰래 잠깐 운동하러 나온 것처럼 초췌하고 바빠보였다. 거기다가 세탁소에 들러야 하는 것처럼 팔에 옷들을 걸치고 있었다. 매니저도 이제 바빠졌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손님이 있는 한 구매하지 않아도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영업종료시간이 다다른 이 시간에는 늘 다리가 퉁퉁 붓고 참을성도 같이 불어터질 지경이었다.

"고객님, 오셨어요? 유모차 곧 필요하신가봐요."

"주말에 예술의전당에 가야되요."

다행히 인내심이 불어터진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매니저는 마감세일 상품을 골라주는 아줌마처럼 직설적으로 돌변했다.

"오페라극장 가세요? 전시관? 트레인부페?...음악분수 가세요?"

반색하면서도 당황해하는 아저씨손님을 보니 예술의전당에 자주 가 보지 않은 것 같았다. 중년 남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음악분수에서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눈치 챈 매니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음악분수에서 회색 유모차 끌면 정말 멋있죠. 회색 석재건물에 톤온톤으로 가거나, 초록색 우면산 배경으로도 깔끔하고요. 2층이라서 아래에서 사진 찍으면 서초동 하늘 배경으로 사진 잘 나와요. 하늘색하고 회색도 깔끔하고. 역시 회색이 좋으실 것 같아요."

능숙한 매니저의 안내에 아저씨손님은 의지가 되었는지 무방비상태로 본심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뭘 입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전시회 들어가려면 슈트 입어야 하지 않나요?"

"고객님, 거긴 인공(인천공항)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아니면, 가족놀이 테마파크라고 보시면 되요. 고객님이 제일 자신 있고 입어서 편안한 옷을 입으시면 되요."

아저씨손님은 그래도 어려워했다. 아마 그가 자신있는 스타일이 여러가지라서 하나를 손꼽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아니면 역시 사모님이라는 변수인가. 매니저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고객님, 혹시 미국 셀렙 중 피디디라고 아세요? 제이로랑 사귀고. 파티광에다가 쥬얼리 광이고요, 쓰리피스 슈트 입고 캐럿 다이아 귀걸이하고요. 기자가 파티에서 제일 중요한 스타일 포인트가 뭐냐고 물었대요. 혹시 아세요?"

매니저는 아저씨손님의 낯을 살펴 호기심을 느끼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옆에 있는 미녀가 최고의 악세사리라고 했대요."

아저씨손님은 눈썹을 치켜떴지만 이내 소리내어 아하하하 웃었다. 매니저는 아저씨손님의 호응에 부응해 짙은 남색의 부가부 유모차를 당기며 말했다.

"그래서, 프러시안 블루가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다이아(몬드) 아래 벨벳판이 깔리는 것처럼요. 사모님을 제일 돋보이게 해주실 거에요."

아저씨손님이 잠시 매니저와 눈을 마주쳤다. 매니저는 조금 당황했다. 주눅든 아까 모습과 달리 갑자기 사장님, 아니 사모님이라도 된 것처럼 갸륵히 보는, 무언가 헤아리려 하는 다정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동정에 가까운, 약간 하대하는 느낌이라서 불편했다. 그는 곧 깊은 주름의 눈웃음으로 표정을 감추고 에코백 안에 나온 옷을 꺼내어 시선을 분산했다. 오래 입어 헤어지고 닳아진 청바지는 청색보다 회색에 가까워서 채도가 높은 남색보다는 회색에 어울렸다. 아저씨손님은 청바지의 주인을 떠올리는지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회색이 더 좋겠어요. (그 사람이)불자라서."

"자수정도 회색이 더 어울리죠."

아저씨손님은 매니저를 힐끗 보고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언가 불편한 미소였다. 갸륵하달까? 서비스업은 고객을 왕으로 모시고 그의 시중을 드는(서비스를 하는)것이 직업이었지만, 정신까지 하녀이거나, 죄인이거나, 무언가 고객의 동정을 받을 일은 또 아니었다.

'돈 많으면 다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서비스업이라고, 저렇게까지 불쌍한 눈으로 볼 이유가 있나? 내 페이가 우스워? 지가 뭘 안다고?!'

매니저는 왠지 화를 내고 떼를 쓰는 고객보다도 동정하는 듯한 손님에게 더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꼭 동정을 받아서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양심이 거리끼는 수치심이었다. 사실 그녀는 과장된 서비스에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렇게까지 아저씨손님에게 자신을 헌신해서 맞춰줄 필요는 없었는데...남자를 앞에 두고 미녀가 악세사리니 여자를 도구로 보는 걸쭉한 아저씨들의 농담을 나누려 했던 것이 여자로서 못할 짓을 한 것처럼 부끄러웠다.


반면 매니저의 번민도 모른채, 1박2일간의 사까마까 고민 끝에 결정을 한 원재호는 후련한 기분으로 집에 달려 왔다. 구매한 유모차를 분해해 차에 실어 숨긴 재호는 계단을 달려와 막 운동을 하고 온 척 가장하고 집에 들어왔다.

"나 왔어."

그는 반응없는 분위기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벽에 붙이고 현관을 흘깃거렸다. 자신이 나간 후 변함 없이 그대로인 정황을 파악했지만 신발장을 열어 숨겨둔 신발이 없는 지 살펴보았다. 숨죽여 비밀을 탐색하던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톡톡 치는 손길에 흠칫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혼자 또 애인의 부정을 의심하고 뒷조사하는 나쁜 짓을 정통으로 들켰다.

재호는 짐짓 미안해서 진정하라는 듯, 또는 항복하듯이 양손바닥을 펼쳤다.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어깨로 받쳐 듣고 있던 현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양 손으로 재호의 손을 깍지끼고 잼잼 하듯이 맞잡았다.

현수와의 화해로 너무 기쁜 재호가 힘껏 양 손을 잡고 흔들자 현수의 어깨와 귀 사이에 겨우 끼어있던 스마트폰이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화면에 통화하고 있던 상대가 드러났다. [크립토]로 저장된 장혜원이었고, 통화시간은 무려 21분에 달하고 있었으며, 간간히 흑 하고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 화면 하나만 봐도 기가 빨리는 표정이 된 재호는 현수와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현수는 어깨를 으쓱 했지만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재호는 폰을 주어들어 현수에게 쥐어주고 현수를 그대로 들어 올려 힘내라고 들썩들썩 흔들며 거실로 데려가 긴 소파에 눕혔다. 다행히 소파에 누운 현수는 수화기를 멀리 치우고 소리 죽여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짜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재호는 현수의 발치에 앉아 다리와 발을 주물렀다. 현수는 전율해서 몸을 움츠리다가 전화기 버튼을 잘 못 눌러 수신음이 최대로 증폭되어 장혜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수야, 이런 말 해서 진짜 나도 이상한데...현수야?! 바빠?]

"어어, 말해, 말해. 아니, 고양이가..."

재호는 현수를 걷어찼지만 졸지에 고양이가 된 재호는 주인의 몸에 몸을 문지르고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그 덕에 [친구]라는 이름의 [고객서비스]에 지친 현수의 짜증도 사라졌다. 고객서비스의 단점은 감정적인 모멸감보다도 지루함이였다. 공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한 서비스, 그저 장혜원의 신세한탄을 들어야 할 뿐, 1도 직언을 할 수 없는 [착한 친구 현수]의 입장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도 심심했다.

지겨워 미칠 지경인 현수는 재호가 통화를 방해할까봐 견제한 것도 잊고 이내 스스로 재호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졸지에 고양이가 되었지만 인간의 체면을 벗어 기쁜 재호는 발로 채인 굴욕도 아랑곳않고 좋다구나 발을 잡고 물어 현수를 즐겁게 했다.

재호는 남색 배스가운 안에 감긴 현수의 발을 찾아 쥐었다. 현수는 하지 말라고 그 발로 손바닥을 걷어찼다. 하지만 고양이 킥처럼 애교가 있어서 때리는 건지, 만지는 건지 알 수 없는 솜방망이와 같았다. 이런 몸짓은 당연히 반응해줘야지, 모른 척 놔두면 이유를 모르고 삐지게 만들었다.

재호는 현수가 '응, 응, 듣고 있어.'하고 응대하자 현수의 발바닥을 귀에 대고 전화받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흉내를 냈다. 현수는 수화기를 멀리하고 입을 틀어막고 웃었다. 재호는 웃지도 않고 발바닥으로 급조된 전화기를 쳐다보고 이번에는 화를 내는 것처럼 장난을 쳤다. 웃음을 겨우 참던 현수는 재호가 입모양으로 [크립토]하면서 발바닥 전화기를 찰싹 때리자 더 이상 못 참고 아하하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혜원의 심각한 통화에 웃으며 딴짓하는 게 들킬까봐서 현수는 질겁하고 스스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웃음보는 멈출 줄 몰라서 현수는 이내 입을 막은 채로 어깨를 흔들고 웃었다. 지루한 수업 시간 중에 실없는 수다가 재미있는 것처럼, 지루한 친구의 일방적인 하소연에 [의무방어전]에 지쳤던 현수는 좀처럼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재호는 발 전화기를 만졌다가 더 웃으면 애가 기절할 것 같아서 내려놓았다. 남색 가운 아래 삐죽 나온 흰 발이 마음을 뺏았다. 흔한 남자 발로 아름답진 않았지만 만지면 좋아하니까 소중한 장난감이었다.

'남색 벨벳 위에 다이아 같은 여체라...어떻게 그 아줌마 속에 그렇게 로맨틱한 환상이 있었을까?'

아줌마는 제3의 성으로 정작 여자보다도, 남자보다도 더 천대를 받았다. 그들의 성욕은 있으나마나한 것으로 무시당하기 일수였고, 나이든 아줌마가 젊은사람처럼 쾌락을 추구하면 [나이값을 못한다]고 비난한 받았다. 재호는 자신도 모르게 느슨한 배를 집어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사람들이 내 머릿속 환상을 볼 수 있다면 질겁하겠지.'

생각만으로도 끈적하게 달라지는 손길 때문에, 손에 잡힌 현수의 다리가 경직되었다. 현수가 재호의 애무에 불편해 하는 것 처럼 보이자 재호는 뭔가 울컥 화가 났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섭섭한지 차마 말로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둘은 시선을 피했다.

어두운 바깥에 비해 환한 집 안 조명 때문에 거실 유리창이 거울처럼 비쳐보였다. 재호는 습관적으로 손으로 머리를 빗어올리다가 현수를 힐끗 보았다. 재호를 빤히 바라보는 현수의 얼굴은 누운 상태에서도 굴욕 하나 없이 아름다웠다. 잊으려 해도 방금 거울같은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은 눕기는 커녕 꼿꼿이 세우고 있어도 주름이 져 있었다.

'이 녀석하고 유모차 끌고 다니면 난 진짜 애기 할아버지로 보일거야.'

재호는 한숨을 참지 못했다.

'이 녀석도 느끼면 어쩌지? 날 부끄러워하면...아...역시 유모차 색깔은 남색으로 해야 했나? 그래도 남자애라고 파란색으로 하면 좀 촌스럽잖아. 아무리 그래도 빨간색은 아니야. 등산복 색깔이잖아. 역시 도시는 회색이지. 아...그런데 회색은 진짜 늙어 보이는데. 역시 검정으로 할 걸 그랬어. 아니야, 나일론 검정은 진짜 아니야. 장례식도 아니고. 아...뭐 입지? 장례식이면 슈트 입으면 되는데. 진짜 뭐 입지? 그렇다고 데님은 진짜 아닌데. 젊어 보이려는 할아버지 같잖아. 그렇다고 공원에서 슈트 입으면 진짜 촌스럽고. 저지 입기는 좀 고상하고. 아...겨울이면 코트 하나로 끝나는데...여름은 부내나는 게 없어. 돈 없으면 아저씨는 바로 개저씨야. 아줌마 아래라고!'


역시 넥스트맘 매니저의 고민, 그 [아저씨손님]이 매니저를 우습게 보거나 또는 동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재호가 동정하는 대상은 재호 스스로 뿐이었다. 심지어 남에게 선물할 유모차를 고르는 데에도 자신 생각만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착각하곤 했다. 그 역시 사람들이 각자 스스로의 생각만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호감이 가는 대상은 내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역할을 바꾸곤 했다. 그 대상에게 나 역시 호감을 받는 대상이 되고 싶기 때문에. 멋진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그것은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인간관계는 늘 어려웠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은 늘 불안을 자아냈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재호에게 현수가 또 애교 있는 킥을 날렸다. 손바닥으로 막는 척 하자 발로 손을 밀어내더니 발끝으로 귀를 살짝 쓰다듬었다. 귓가처럼 달아오른 재호가 쳐다보자 모른 척 고개를 돌렸지만 정작 닿지도 않은 현수의 귀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린 게...갈수록 물이 올라...'

재호는 현수의 발을 꽉 잡아당겼고 현수도 힘을 주어 달아나려 했지만 둘 다 얼굴에 장난끼 도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팽팽한 줄다리기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맥없이 풀렸다. 재호가 손을 놓자마자 현수도 벌떡 일어나 폰도 놓고 방으로 달려갔다.

맥이 빠진 재호는 던져진 폰에서 마치 비명을 지르듯이 [현수야!]하는 앙칼지게 소리치는 전화 속 상대에 대고, 그러나 실제로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소리지를 힘이 있으면 와서 애 좀 봐라. XX"

재호는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냉정을 참고 폰을 들어 수화기에 대고 명랑한 목소리를 지어내 말했다.

"장박사, 현수 지금 현재 깨서 보러 갔어. 나중에 전화해요."

[아! 이사님?! 언제...]

"내일 서초(예술의전당)에서 봐요."

혜원이 뭐라 더 말하려 하는 걸 재호는 전화를 끊는 것으로 막았다. 현수가 들어갔는데도 결국 아기 울음보가 터지자 홧김에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하지만 소파에 던진 스마트폰이 충격으로 한 바퀴 굴러 바닥으로 떨어지자, 재호는 지레 겁을 먹고 현수가 들었을까봐 방쪽의 눈치를 보았다. 현수가 아기를 달래는 나직한 목소리에 재호는 겨우 안도하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부서진 데가 없는 지 살폈다. 어느새 잠금화면으로 바뀐 스마트폰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로 [크립토]와 [김민재]가 모두 있었다. 현수는 이미 그들의 보모, 그들의 가족이었다.

거절 못하는 상냥한 성격, 누구와도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사교적인 성격, 이따금 욱해서 막말도 하지만 성격 자체가 착한 현수는 속된 말로 보면 사실 [호구]였다. 착한 현수가 좋아서 독점 관계를 맺은 재호는 가끔은 현수가 재호에게만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수가 고생하면 재호는 현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고생을 같이 나누어 지려고 할 뿐만 아니라, 현수가 만약 앞으로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 해도 또 누군가에게 호구로 이용당할 처지가 눈에 보여 몇 배로 마음에 아팠다.

아기는 더 했다. 나이든 재호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더 부러운 재산이었다. 시간이라는 것, 젊음이라는 것이 무기였다. 태어나자마자 현수의 품에 안겨서 앞으로 현수의 아기처럼 모든 걸 의탁할 김현재라는 존재가 얄미웠다. 슬프지만 재호가 죽은 후에도 현재는 한창 나이일 것이다. 현수와 현재의 나이차이는 무려 31세였지만 재호의 눈에 현수는 50세가 넘어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어린 현재조차도 위험해보였다.

재호는 현재가 깊게 못 자고 칭얼댈 때마다 영원히 자라고 확 패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기의 숨소리 변화 하나에도 놀라 벌떡 일어나는 현수가 있는 한, 어림도 없었다. 현수가 이렇게 헌신적인 줄 미처 몰랐다. 재호보다도 더 아기에게 집중하는 현수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현수는 대체 왜 그러지? 지 자식도 아니고, 지 여자도 아니고? 뭐야? 애를 그렇게 좋아했나? 아저씨 취향이라니 뻥이였나? 역시 그랬겠지...그럼 나한테 왜 그랬지? 정말 돈 때문인가? 아니야...그럼, 이렇게 오래 안 갔지...그냥, 거절을 못하는 거야. 현수는 역시 남자인거야. 성실하고...전형적인 한남이었던거야. 경찰이니까. 그냥 선보고 애 생겨도 저렇게 잘 지낼 사람인거지...'

현수가 사실은 일반적인 한국남자였다는 생각에 닿으면 현수에게 그 반대, 이반의 삶을 나누어 사는 재호의 입장에서는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 불안은 불안을 넘어 공포였다.

'나한테만 호구일 수는 없을까? 내가 너 때문에, 진짜...'

현수는 하룻밤 속아서 아기 아버지가 되어도 정 없는 여식을 위해 평생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현수에게만 호구이고 싶은 재호는 현수의 발목을 잡는 경쟁자들이 미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이, 그들과 현수의 관계를 의심하는 마음이었다. 아니라고 부정하려 했지만 마치 물이 하수구로 새어 빠져나가듯이 생각은 자꾸 나쁜 곳, 추잡한 곳으로만 빠져들려 했다. 이렇게 힘들게 하는 데도 현수에 대한 마음을 단념하지 못하는 게 짜증스러웠다.

어떤 일들은 너무나 변수가 많아서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몰랐다. 현수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현수를 메어두는 일이 아니라 재호를 현수에 메어두는 일이었다. 이렇게까지 현수에 대한 집착이 깊은 지, 반대로 현수에 대한 믿음이 얕은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예상대로 진짜 부모인 김민재와 장혜원은 도무지 헌신적인 [모성애]라곤 없어서, 처음에 한달에 한 번 말하던 [주말 아기보기]는 2주에 한 번 정도로 가까워졌다. 주말 내내 아기를 보느라 거의 날을 새우는 현수는 주말은 물론 이후 평일까지도 녹초가 되어 재호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자 버렸다. 그래서 현수는 재호와 거의 놀지 못할 뿐 아니라 어쩌다 놀아도 피로로 좀처럼 집중하지 못해서 예전같지 않았다. 그럼 재호는 또 다시 애정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했다.

재호의 번민을 예민하게 느끼고 다정하게 받아주던 현수는 그 정성을 아기에게 쏟아붓고 지쳐 재호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재호는 그런 현수를 배려해서 대놓고 항의하지 못했다.

재호는 자신이 선택한 삶이지만 함정에 빠진 것처럼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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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r Baby Love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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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Fantasia12(전체完)혜원과 민재는 환상으로 현실을 버티고 살아가다. 19.02.01 110 0 22쪽
45 Fantasia11-현수와 재호는 현재에 맞추어 같이 살아가다. 19.02.01 58 0 23쪽
44 Fantasia10-현수는 관사에서 재호를 다시 보고 현재를 택한다. 19.02.01 45 0 25쪽
43 Fantasia9-현수는 재호와의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한다. 19.02.01 45 0 25쪽
42 Fantasia8-현수는 재호를 위해 현실을 마주 본다. 19.02.01 47 0 22쪽
41 Fantasia7-현수와 재호는 화해하고 애정의 깊이를 실감한다. 19.01.31 85 0 25쪽
40 Fantasia6-민재는 현수와 재호를 보고 현재에 매력을 느낀다. 19.01.31 47 0 25쪽
39 Fantasia5-혜원은 환상으로 현실의 고통을 이겨낸다. 19.01.31 42 0 24쪽
38 Fantasia4-혜원과 민재는 현실에 치인다. 19.01.31 80 0 14쪽
37 Fantasia3-현수는 싸움을 반성하다가 재호를 다시 보다. 19.01.31 47 0 15쪽
36 Fantasia2-현수는 육아스트레스로 재호와 다투고 현실을 보다. 19.01.30 67 0 14쪽
» Fantasia1-재호는 육아 스트레스로 현실을 직면한다. 19.01.30 61 0 26쪽
34 Love11-현수는 미혼모의 그림자를 이기고 우울증을 회복하다. 19.01.30 57 0 28쪽
33 Love10-재호는 소아과 던전에서 현수에게 압도되다. 19.01.30 46 0 16쪽
32 Love9-재호는 현수의 투병(우울증)을 견디고 관계에 자신감을 가진다. 19.01.29 40 0 14쪽
31 Love8-혜원은 부모를 포기하면서 민재를 받아들이다. 19.01.29 44 0 15쪽
30 Love7-현수와 재호는 민재의 본가, 상계동에서 서로를 재발견하다. 19.01.29 39 0 25쪽
29 Love6-현수와 재호는 혜원이네의 가정사정에 개입하다. 19.01.29 40 0 11쪽
28 Love5-현재네는 위기를 마주하고 현재커플이 알게된다. 19.01.28 73 0 24쪽
27 Love4-혜원모자 앞에 할배할매몬이 나타나다. 19.01.28 59 0 21쪽
26 Love3-현수와 재호는 베트남에서 구혼(舊婚)여행을 보내다. 19.01.28 67 0 35쪽
25 Love2-혜원은 미련을 버리고 모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다. 19.01.28 58 0 21쪽
24 Love1-민재는 혜원 덕분에 면접 스트레스를 견딘다. 19.01.26 40 0 24쪽
23 Baby11-혜원과 재호는 가짜결혼식을 버티고 관객을 관전한다. 19.01.26 58 0 18쪽
22 Baby10-민재는 태명을 정하고, 현수는 재호와 생계를 나눈다. 19.01.26 48 0 13쪽
21 Baby9-민재는 고시원을 나와 현재를 직면한다. 19.01.26 46 0 14쪽
20 Baby8-재호가 혜원이엄마한테 한판승하고 현수와 더 굳힌다. 19.01.25 72 0 13쪽
19 Baby7-현수는 혜원이엄마한테 혼나고 재호가 등판한다. 19.01.25 45 0 14쪽
18 Baby6-현수가 혜원에게 한판승하다. 19.01.25 44 0 16쪽
17 Baby5-현수는 혜원이네에 쳐들어가다. 19.01.25 46 0 14쪽
16 Baby4-현수는 재호로부터 도망가나 업과 연을 받아들인다. 19.01.24 88 0 17쪽
15 Baby3-재호는 현수와 밀회를 들켜서 한국식 위장결혼을 꾸민다. 19.01.24 66 0 18쪽
14 Baby2-민재는 첫사랑의 환상을 버리고 현재 평민생활을 택하다. 19.01.24 66 0 14쪽
13 Baby1-민정이 지치고 재호와 민재는 도루의 유혹을 받는다. 19.01.24 68 0 18쪽
12 Sugar12-현수와 재호는 혜원과 민재를 응원한다. 19.01.23 61 0 12쪽
11 Sugar11-현수는 민재의 치정에 공감하다. 19.01.23 77 0 15쪽
10 Sugar10-재호는 혜원의 치정에 공감하다. 19.01.23 116 0 12쪽
9 Sugar9-혜원은 아기를 빌미로 엄마와 재결합하다. 19.01.23 83 0 13쪽
8 Sugar8-민정은 민재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19.01.22 94 0 17쪽
7 Sugar7-헛똑똑이 혜원은 뻐꾸기 작전에 실패한다. 19.01.22 112 0 16쪽
6 Sugar6-헛똑똑이 혜원은 낡은 수를 쓰다. 19.01.22 119 2 11쪽
5 Sugar5-혜원에게 속은 재호는 산부인과의 폭력에 압도된다. 19.01.22 118 2 9쪽
4 Sugar4-혜원은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산부인과에서 곤욕을 치르다. 19.01.21 158 2 12쪽
3 Sugar3-혜원은 사후피임약에 쓰러지고 민정이 민재를 먼저 만난다. 19.01.21 173 2 16쪽
2 Sugar2-혜원과 민재는 피임에 대해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1 19.01.21 262 2 18쪽
1 Sugar1-혜원과 민재는 비밀리 연애를 한다. 19.01.21 695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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