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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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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aiel
작품등록일 :
2019.01.22 02:10
최근연재일 :
2019.06.1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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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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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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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일단은 치료부터

DUMMY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에 눈을 살며시 뜨자, 어제 잠들기 전에 보았던 동굴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누가봐도 동굴이구만.."


어젠 느끼지 못했던 근육통과 왼쪽 눈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자, 동굴 입구 쪽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핫! 이제서야 일어난겐가?"

"아, 페토르 씨.."


밝은 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본 그의 모습은 다시봐도 전혀 말투와 어울리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을 쳐다보며 왼쪽 눈을 매만지자, 내가 자는 동안에 처치를 해둔건지 거칠거칠하면서도 부드러운 손수건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페토르 씨가 해두신 건가요?"

"얕은 지식으로도 그 정도의 응급처치 쯤은 이 노인네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지만 말일세! 푸하하!"

"노인네라고 하시기엔 젊어보이시는데요."


누가봐도 카에드와 비슷하거나 많아도 삼십대의 나이대로 보이는데 자신을 노인네라고 자칭하는 사람은 페토르가 처음이다. 내가 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날 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두 조각으로 나뉘어진 구슬을 나에게 내밀었다.


"원래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는 안되는거라네. 아참, 슬라임의 핵은 미리 챙겨뒀네. 원래는 팔려고 놔둔 것이네만, 이번만큼은 자네에게 양보해야겠구먼."

"이건.."


평소에는 점액질로 덮여있어 잘 몰랐는데, 자세히보니 슬라임의 핵은 보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붉으스름한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핵을 들고 머뭇거리자, 페토르는 내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받게나. 마음 같아서는 비가 그칠 때까지 여기서 머물고 싶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말이지. 자네의 눈에 대한 것도 있고."

"정말 저와 같이 다니시겠다는 건가요?"

"그건 자네의 선택에 달린 일이지. 생각은 해봤는가?"


비록 페토르에 의해서 땅에 묻혔다가 나오긴 했지만,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고서도 별 당황하는 기색없이 내 물건과 먹을 것을 내주던 사람이 누구던가.


"한동안이라면.. 같이 다니죠. 철 등급이라는 점액 슬라임에 당해버린 새내기에게 무슨 흥미가 생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례하겠습니다."

"하하, 말에 조금 날이 서 있는 것 같네만. 뭐, 출발하도록 하세."


한편으로는 고작 슬라임이라는 철 등급 마물에게 속절없이 당해버린 자괴감과 한쪽 눈을 잃어 답답한 심정을 어딘가에 풀고 싶었지만 그 감정을 여기에 터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난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아, 이벨린 씨? 어제는.."

"여기 있어요. 점액 슬라임의 핵."


난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카운터에 슬라임의 핵을 내려놓았다. 여직원은 내 눈치를 조금 살피더니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며 말없이 300베리스를 꺼내주었다.


"나중에 또 올게요."

"저.."


난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곧장 길드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어처피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은 듣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꽤나 몸이 쑤실텐데 힘이 넘치는군."

"말한신대로 보수도 받아왔어요. 그럼 이제 뭘 할거죠?"

"말에 조금 날이 서 있는 것 같네만.. 뭐, 일단 자네 눈부터 해결하는게 좋지 않겠나? 따라오게."


의료원이라면 아무 곳이나 가도 될텐데. 그는 길드 바로 옆에 있는 곳을 지나쳐 구석진 골목으로 향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시는거에요? 의료원이라면 이미 지나쳤잖아요."

"자네 눈은 전문의에게 가야하지 않겠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따라오게나."


점점 더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걸어가는 그를 따라가며 의심이 가긴 했지만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그는 그 뒤로 말 없이 골목 모퉁이를 몇번 돌더니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나와 페토르는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나무문을 대충 닫아놓고 건물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이, 루시나! 요즘 환자들은 좀 오나?"

"뭐야, 페토르 아냐? 그 옆은 손님인가봐?"


환자를 돌보는 곳이긴 한건지 생각보다 안쪽은 깨끗했다. 방 여러개를 연결한건지 방은 다른 곳보다 두세배는 넓어보였다. 방 끝에는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코 끝에 걸친채 환자로 보이는 남자의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눈을 다쳤어. 응급처치까지는 했다만, 의안이 필요해."

"의안? 의안을 써야 할 정도면 멀쩡하게 걸어다니는게 신기하네. 왜 다친건데?"

"..슬라임."

"페토르 씨!"


급하게 그의 입을 막으며 소리쳤지만 방 이곳저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페토르를 노려보자 그는 왜 그러나? 사실인데. 이렇게 말하며 루시나에게 걸어갔다.


"하아..."

"푸흐흡! 스, 슬라임한테.. 눈을 다쳤다니! 푸하하!"

"조용히 하시죠."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사람들이라 그런지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화가 나지 않았다.


"하아아.."

"뭐 어떤가? 여기엔 늑대에게 팔이 물려 온 사람도 있는데 말일세."

"저도 차라리 늑대 때문에 눈을 잃었다고 하면 이렇지는 않겠죠.."


그러고보니 늑대는 무슨 등급에 속하는거지? 슬라임보단 강할테니 철 등급은 아닐텐고.. 길드 직원의 말로는 맹수들은 대부분 납등급에 속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거기서도 뭔가 갈리는건가?


"뭐, 가끔씩은 슬라임에게 당해서 뼈만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봐, 이쪽으로 와서 손수건 좀 벗어볼래?"

"아, 네."


그녀가 시킨대로 하니 루시나는 내가 앉은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더니 내 눈꺼풀을 들어올리더니 내 손가락만한 집게를 꺼냈다.


"그게 뭐죠?"

"핀셋이라는거야. 아플지도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

"설마 그걸로 지금.. 아악!"


진짜 저걸로 찌르다니. 의사 맞아? 루시나는 핀셋이라고 하는 작은 집게로 내 눈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었다.


"으아악! 뭘 꺼낸거에요! 아무 것도 안보여!"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그렇지. 네 눈알 대신 자리를 메꾸고 있던 슬라임을 꺼낸 것 뿐이야. 의안 가져올게."

"아오오.. 죽겠네.."

"뭘 그것 가지고 호들갑인가? 여기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넨.."

"그 정도는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요. 그래도 전 모험가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구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이런 꼴이 된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나와 페토르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한 손에 구슬이 든 유리병을 든 루시나가 들어왔다.


"그게 뭐죠?"

"의안이지. 이번에도 좀 아플거야. 페토르, 좀 잡아줄래?"

"그러지."


루시나가 장갑을 낀 손으로 꺼낸 의안은 뭔가 애매한 모습이었다. 슬라임의 핵보다 작은 구슬 같았는데,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투박하고 무거워 보였다.


"이런걸 지금 제 왼쪽 눈에다 넣겠다구요?"

"어쩔 수 없어. 눈 한쪽이 비어있으면 얼굴 모양이 틀어지거든. 무거워서 조금 자세가 삐뚤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어?"


눈동자 색도 푸른색인 내 눈 색과 다른 노란색이라는 것도 조금 그렇지만, 그런 것까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럼 넣는다?"

"이거라도 물고 있게나."

"읍..으으읍!"


엄청나게 아플 것 같다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의안을 넣는 것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그냥 조금 왼쪽이 더 무거워진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느낌이 이상한데.."

"치료 비용은 여기 이 송곳니 두 개랑 가죽으로 대신 받을게."

"네? 정말 그 정도면 되는건가요?"

"페토르를 봐서 싼 값에 해주는거야. 어처피 내가 운영하는 이 의료원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기도 하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돈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니.. 이런 사람도 다 있구나. 눈을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낡아빠지게만 보였던 의료원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페토르가 왜 길드 옆이 아닌 이런 구석진 곳까지 나를 데려왔는지 알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럼, 다시는 오지 말라고."

"이럴 때는 다시 보자고 해야하는게 아닌가요?"


내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며 묻자, 루시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내 옆에 서 있던 페토르를 쳐다보았다.


"의원들에겐 손님을 다시 보는게 좋은 일만은 아니거든. 그리고 페토르, 몇번이나 더 할 생각이야?"

"글쎄, 난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네만?"

"하긴. 거기 꼬마. 이 녀석하고 다니는 동안 잘 배워두는게 좋을거야. 시답잖은 녀석이긴 해도 내가 생각하는 모험가상으로는 독보적이거든. 그럼 난 들어갈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페토르 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건 잘 알겠네요."


아직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미심쩍지만 나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오지는 않았다는건 확실했다. 루시나가 의료원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자, 페토르는 내 어깨를 덥썩 잡으며 말했다.


"조금 실망이구만. 난 자네가 날 믿어주는 줄 알았다만."

"처음 보는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난 자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할 수 있는건 다 해줬다고 생각했다만.. 요즘 사람들이란 너무 의심이 많구먼. 눈은 좀 괜찮은가?"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이 조금 무겁고, 왼쪽의 시야가 가려지고, 외견 상으로도 왼쪽 눈의 색이 달라서 어색하다는 점만 빼면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아직은 몇몇 빼곤 딱히 느껴지는 부분이 없네요."

"지금은 괜찮더라도 언젠간 그게 크게 다가올걸세."

"저도 알아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언젠간 익숙해지겠죠."


이 정도라면 옆에서 날아오는 공도 못 피하겠는데. 왼쪽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보던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카에드와 헤어진지 이틀만에 이꼴이 되다니. 그가 지금의 날 보면 먼저 뭐라고 할지 벌써 예상이 갔다.


"꼬맹이라는 말은 꼭 들어가겠군. 페토르 씨, 이제 가죠."

"자네가 의안에 익숙해지기 조금 기다렸네만. 일단 따라와 보게."

"예."


또다른 볼 일이 있는건가? 아니면 다른 마을로 향하는건가? 그는 또다시 말없이 걷기만 했다. 그는 이동하면서 딱 여섯마디를 했는데, 그 중 세마디는 란트의 입구에서였다.


"아차, 자넨 지금 검이 없지? 당분간 내 검을 쓰도록 하세나."

"네? 페토르 씨는 괜찮으신건가요?"

"난 단검도 있고 이 주위의 마물들에겐 쉽게 당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게."

"네.."


자신이 매고 있던 검을 나에게 넘겨준 그는 단검을 꺼내 허리에 차더니 또다시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똑같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어느새 눈 앞에 펼쳐진 익숙한 장소에 눈을 크게 떴다.


"페토르 씨? 여긴.."

"하하, 아무래도 놀란 것 같군. 이 숲은 이렇게 돌아서도 올 수가 있다네. 일단 복수부터 해야하지 않겠나?"

"아니, 그렇다고 이건.."


내 예상을 모두 비껴간 그의 행동은 카에드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난데없이 복수라니, 그것도 지능이 없다고 알려진 슬라임에게? 내가 벙찐채 입을 다물자, 페토르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치며 눈 앞의 슬라임을 가리켰다.


"자, 열마리 정도면 충분하겠나? 자네의 눈알 값으로 충분할 정도로 사냥하도록 하세!"

"도대체 무슨 소릴.."

"오늘 아침부터 그런 감정이 자네의 모든 행동에서 느껴졌네만. 슬라임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잖나? 이왕 란트를 떠날거면 악감정은 모두 풀고 가자는 의미일세. 하하하!"


여기서 내가 해야 할 행동은 아무래도 정해진 것 같았다. 난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낀 다음 검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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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3) 19.06.08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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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은 많다. (2) +1 19.05.22 4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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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던전 앤 아르고노트 (1) 19.04.26 6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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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용병들과 모험가 한 명 (1) 19.04.11 66 1 11쪽
21 20. 다가오는 겨울 (4) 19.04.07 66 1 9쪽
20 19. 다가오는 겨울 (3) 19.04.05 70 2 9쪽
19 18. 다가오는 겨울 (2) 19.04.01 76 2 9쪽
18 17. 다가오는 겨울 (1) 19.03.28 78 2 12쪽
17 16. 추격. 19.03.25 10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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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부당한 계약 (1) 19.03.14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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