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Licaiel
작품등록일 :
2019.01.22 02:10
최근연재일 :
2019.06.26 01:1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172
추천수 :
91
글자수 :
234,870

작성
19.03.14 01:44
조회
101
추천
4
글자
12쪽

14. 부당한 계약 (1)

DUMMY

"예? 방패가 없어요?"

"그렇다니까. 북부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검이고 방패고 다 나라에 팔려나갔어. 다시 들어오려면 한달 정도는 걸릴걸?"


날이 밝자마자 대장간에 찾아간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도시 안에 있는 대장간이란 대장간은 모두 들려봤는데도 모두 같은 대답을 하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방패가 없다니, 왼손에 뭔가 없으면 좀 허전한데."


일단 직접 싸워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방패가 없으면 불편할 것 같았다. 어제 받은 보수로 돈은 충분했으니 오늘은 의뢰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난 땔감으로 써버린 밧줄과 랜턴에 쓸 핵을 구하기 위해 상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 하아."


상점에 들어서니 장부를 들고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는 페니시아가 있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돌아보더니 날 알아보고는 금방 눈살을 찌푸렸다.


"왜 날 볼때마다 그런 표정을 짓는거죠? 손님이 오면 좋아해야하는게 아닌가요?"

"손님이 손님 같아야 손님이지. 또 뭐가 필요한데요?"


아무래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인걸. 난 말없이 물건 사이로 손을 뻗어 밧줄과 핵으로 보이는 보라색 구슬들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고른 물품들을 살펴보더니 핵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올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모험가가 핵을 왜 여기서 구하는건가요. 짐승형이나 인간형 마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핵을 구할 수 있을텐데요. 이건 일반 서민들 용인데 말이죠."

"그럼 밧줄만-"

"아니, 아니. 사지 말라는 말은 아니고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거죠. 자, 여기 있어요."

"고마워요."


물건을 챙긴 뒤 나가려던 난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다시 상점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뭐 놓고 갔어요?"

"아뇨. 5등급 모험가가 되면 뭐가 좋은지 묻고 싶어서요."

"그걸 왜 저 같은 상인한테 물어보는건데요? 길드에 직접 물어봐야지."

"길드에서 이 의뢰서를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죠."


내가 주머니에서 의뢰서를 꺼내 펼쳐 테이블에 내려놓자, 페니시아는 그런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의뢰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 요즘 한창 떠돌아 다니던 소문의 당사자가 설마 당신이었어요? 7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 의뢰를 7등급 모험가가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곧바로 5등급으로 껑충 뛰어오른다던데."

"그런 소문도 있었어요?"

"원래 상인들의 입과 귀는 남들보다 더 좋은 편이죠. 설마했지만 정말일 줄이야."


여기서 조용히 돌아다니긴 이미 그른 것 같은데. 분명 지금 길드에 들어가면 남들의 시선이란 시선은 다 받겠지.


"그건 그렇다치고 5등급이 되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요."


내가 의뢰서를 다시 주머니에 넣자, 페니시아는 내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하아,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젠 한쪽 눈만 가린 이상한 남자의 상담까지 해줘야 하는거야.."


머리카락이 벌써 그렇게나 자랐나? 바닷물 때문에 의안을 빼놔서 왼쪽 눈을 계속 감고 있던지라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한탄하는 듯한 그녀의 말에 손수건으로 감싸두고 있던 의안이 생각난 난 머리카락을 넘기며 가방에서 손수건에 감싸진 의안을 꺼냈다.


"그게 뭐죠?"

"보면 알아요. 정보료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놀라지나 말고요."


난 물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눈꺼풀을 들어올린 후 천천히 물을 흘려넣으며 의안을 집어넣었다. 의안이 자리를 차지하자, 물이 얼굴 한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히익.."

"이것도 슬슬 귀찮네. 눈을 감고 있어야하나."


난 물기를 닦은 손수건을 집어넣으며 아까부터 입을 다물고 있는 페니시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왼쪽 눈을 깜박거리자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다 그렇게 된거에요?"

"슬라임에게 당해서 깨끗하게 녹아버렸죠."

"네?"

"슬라임이요 슬라임. 말캉말캉하고 기어다니거나 통통 튀어다니는 부정형 마물이요."

"슬라임이라면 납이나 철등급의.."


지금도 생각해보면 슬라임은 결코 약한 마물은 아니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약해서였기도 했지만, 직접 당해본 나로서는 슬라임은 상대하기가 쉬울 뿐이지 약한 마물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난 한쪽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아요. 고작 그딴 마물에게 당해서 눈을 잃다니, 수치 중에도 그런 수치가 없잖아요? 그래도 전 눈 하나와 마물의 강함은 등급으로만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맞바꿨죠."

"아, 그러려던 말은.."

"이미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그럼 이제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건 어때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순간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5등급의 모험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특권은, 구두계약의 파기라고 할 수 있죠."

"구두계약?"

"간단히 말하면 의뢰를 맡긴 사람과 의뢰를 맡은 사람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맺은 계약을 정해둔 위약금만을 지불하고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인거죠. 8,7,6등급의 모험가의 경우엔 말에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서 이런 권한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5등급부터는 조금 말이 달라지죠."

"의뢰를 수행하는데 계약이 필요한건가요?"

"그것도 설명을 해줘야 하는건가요."


페니시아는 답답하다는듯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길드의 의뢰는 의뢰인이나 길드에서 직접 의뢰서를 작성해 공개적으로 보수와 함께 걸어두고, 그것을 수행한 사람에게 보수를 지불하는 방식이잖아요? 이 방법은 보수가 적은 대신 언제든지, 자유롭게 수행하고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나 계약형 의뢰는 조금 달라요."

"계약서나 조건을 내걸고 의뢰인이 부탁한 일을 수행하고, 계약에 명시된 보수를 받는 방식이군요."


아주 가끔씩이지만 대장간 아저씨가 물건을 팔거나 재료로 사용할 금속들을 구입할 때 계약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던터라 대충은 알고 있었다.


"잘 아는 것 같으니까 더 설명은 안 할게요. 5등급 모험가는 구두계약에 한해서만 의뢰를 포기하지 않고 계약 자체를 파기할 수 있어요. 물론 위약금은 많이 내야하겠지만, 의뢰를 수행하지 못해서 줘야하는 보상금이 있다면 파기가 의뢰인이나, 수행하는 모험가나 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죠."

"음.. 그런가요."

"그래서인지 주로 용병일을 하는 모험가들은 대부분 5등급 이상이죠. 그것보다 낮으면 노예와 비슷한 취급을 받거든요. 뭐, 일단 여기까지만 하죠. 손님이 온 것 같으니까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길드로 향했다.


"나 때문에 소란스러워지는건 질색이지만.. 어쩔 수 없지."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기는 싫었지만 왠지 한번 더 대화를 나눠봐야만 할 것 같았다. 나야 페토르 씨와 같이 지내서인지 등급에 대한 욕심은 그렇게 크지 않고, 어처피 난 장비를 살 돈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난 최대한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숨기며 길드로 들어섰다.


"어? 저 사람, 이번에 5등급으로 올라갔다는 사람아냐?"

"은발에 푸른색 눈, 맞지?"

"..후드라도 뒤집어 쓰고 다녀야하나."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선이 곧장 나에게 모여들었다. 그들은 나에겐 다가오지 않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른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여기 있었군."


그들을 찾아 길드 안을 둘러보고 있던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은 또 누구야?"

"동료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죠."

"좋은 곳이 있다. 따라와."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은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들은 거리를 빠져나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허름한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아무리 그래도 이 안쪽까지 들어가는건 조금 그렇겠지. 생각은 해본건가?"

"이유라도 먼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모험가 등급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5등급으로 한번에 올라갈 수 있는 의뢰서를 막 넘겨줄 순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냥 줄 수는 없는건가?"


어제와는 다르게 그들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난 주머니에서 구겨진 의뢰서를 꺼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두 분 혹시 누군가에게 고용된 용병이신가요?"

"용병이라.. 지금은 노예와 다를 바가 없지. 되도록이면 빨리 결정해주면 좋겠군."

"하아, 나도 왜 내가 이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죠. "


머리 속에서는 분명 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확히 그게 뭔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난 한숨을 쉬며 의뢰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자, 가져가요. 생각해보니까 어처피 5등급 의뢰서를 손에 넣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운이었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냥 주는게 마음이 편하니까요."

"둘 다 이런 곳에 있었나?"


그가 의뢰서를 받아드는 순간, 무장을 한 남자들이 골목 끝에서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내 앞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아는 사람들인지, 창을 들고 있던 남자는 의뢰서를 숨기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카르텐 백작 님께서 기다리신다. 요즘 둘이서 5등급 의뢰서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는 모양인데, 당장 내놔라."

"너도 내가 왜 의뢰서를 왜 필요로 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텐데."

"네가 예전부터 의뢰서로 용병들의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역시 또 이상한 일에 말려들었잖아. 백작까지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상 이만 자리를 피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슬금슬금 그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려는 순간, 내 앞에도 저들의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다가왔다.


"오호라, 이번에 5등급이 된다는 그 모험가잖아? 보아하니 아직 7등급인 모양인데."

"도대체.."


다섯, 여섯? 우리를 가로막은 남자들은 모두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팔찌를 차고 있었는데, 모두 백작의 하인인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무기를 빼든채 내 옆에 서 있는 두 남자의 손목을 쳐다보았다.


"똑같은 팔찌.."

"계약을 파기해도 어처피 빠져나가기 힘들다는건 잘 알잖아? 그냥 의뢰서만 넘기고 천천히 따라와. 그럼 저 놈은 안건드릴테니까."

"제길.. 어쩔 수 없군."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창을 꼬나잡았다. 그걸 본 다른 한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느때라도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당장 비켜라!"

"당장 제압해! 목숨만 붙여놔라!"


순식간에 골목은 난투장으로 바뀌었다. 난 이때를 틈타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들은 나를 쉽게 놔줄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어딜 도망치려는거냐!"

"큭! 난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난 나에게 휘둘러진 메이스를 방패로 막으려다 방패가 없는 것을 깨닫곤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복부를 힘껏 때렸다.


"어억!"

"왠지 느낌이 안좋더라니!"


난 무기를 떨어뜨리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는 그를 힘껏 벽쪽으로 밀어붙이곤 물러섰다. 빠져나가려면 지금이 가장 좋았겠지만, 이 인원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두 사람을 버리고 가자니 양심이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다시는 이런 일에 휘말리나 봐라!"


난 검집 채로 검을 들고 나에게 철퇴를 휘두르려는 거한에게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46. 신기루 (2) NEW 16시간 전 6 0 15쪽
46 45. 신기루 (1) 19.06.24 9 0 10쪽
45 44. 이후 19.06.21 13 0 10쪽
44 43. 후유증 19.06.18 13 0 10쪽
43 42.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6) 19.06.16 17 0 11쪽
42 41.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5) 19.06.12 19 0 15쪽
41 40.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4) 19.06.09 24 0 11쪽
40 39.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3) 19.06.08 26 0 10쪽
39 38.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2) 19.06.06 26 0 10쪽
38 37.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1) 19.06.04 33 0 11쪽
37 36. 악마의 도구 (4) 19.06.02 30 0 11쪽
36 35. 악마의 도구 (3) 19.05.30 29 0 13쪽
35 34. 악마의 도구 (2) 19.05.27 36 0 10쪽
34 33. 악마의 도구 (1) 19.05.25 46 1 9쪽
33 32.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은 많다. (2) +1 19.05.22 43 1 10쪽
32 31.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은 많다. (1) 19.05.20 46 0 16쪽
31 30. 변화 19.05.16 54 0 10쪽
30 29. 제피로트 용병단 (3) 19.05.12 49 0 10쪽
29 28. 제피로트 용병단 (2) 19.05.08 46 2 10쪽
28 27. 제피로트 용병단 (1) 19.05.04 55 1 9쪽
27 26. 던전 앤 아르고노트 (2) 19.04.30 64 0 10쪽
26 25. 던전 앤 아르고노트 (1) 19.04.26 64 0 11쪽
25 24. 용병들과 모험가 한 명 (4) 19.04.21 67 0 11쪽
24 23. 용병들과 모험가 한 명 (3) 19.04.16 64 1 10쪽
23 22. 용병들과 모험가 한 명. (2) 19.04.13 74 2 12쪽
22 21. 용병들과 모험가 한 명 (1) 19.04.11 73 1 11쪽
21 20. 다가오는 겨울 (4) 19.04.07 75 2 9쪽
20 19. 다가오는 겨울 (3) 19.04.05 76 2 9쪽
19 18. 다가오는 겨울 (2) 19.04.01 84 2 9쪽
18 17. 다가오는 겨울 (1) 19.03.28 85 2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Licaiel'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