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Licaiel
작품등록일 :
2019.01.22 02:10
최근연재일 :
2019.07.16 22: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7,314
추천수 :
107
글자수 :
273,521

작성
19.06.04 00:30
조회
62
추천
0
글자
11쪽

37.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1)

DUMMY

"지루해.. 이벨린, 넌 심심하지도 않아?"

"네. 전 그냥 이렇게 가만히 바람을 쐐면서 멍 때리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너도 참 특이하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우린 숙취로 쓰러진 제프와 어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쳐서 쉬고 있는 요르티, 객실 안에서 책만 읽고 있는 크라이스를 두고 갑판에 올라와 있었다.


"맞다, 어제 어땠어?"

"파티요? 전 별로였죠. 그렇게 물어보는걸 보니까 메릴은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당연하지! 그렇게 멋진 남자들이랑 언제 춤춰보겠어? 물론 귀족들처럼 따로 춤을 배운 적이 없어서 고생 좀 했지만."


귀족들은 춤 연습도 하는건가. 난 난간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요르티랑 제프는 어디있었던거죠?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걸요."

"요르티는 나랑 계속 같이 다녔는데? 나보다 인기가 더 많더라고.. 제프는 모르겠어."

"그런가요."

"생각보다 반응이 없네? 넌 다른 여자들 보고 아무런 생각도 안들었단 말야?"

"딱히요. 별로 관심도 없고.. 어처피 계속 어울리지도 못할 것 아녜요?"


내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하자,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정말 이벨린 맞지?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아요."


어제 마신 음료가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건지 조금 붕 뜬 기분이었지만 어제보단 덜했다. 내가 미소를 지어보이자, 메릴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먼저 다가온 사람은?"

"워낙 구석에 박혀있어서 잠깐 특이한 복장의 사람이 있었다까지만 기억할걸요. 아, 딱 한명 있었네요."


어제의 일을 상기하며 그녀를 쳐다보자, 메릴은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 집사 같은 사람이 데려가서 몇마디 안나눴지만요. 딱히 그런 생각도 안들었고요."

"으음.. 솔직히 너 정도라면 몇명쯤은 먼저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구석에서 바다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남자라도 그러고 있는 사람한텐 먼저 다가오기 힘들었을걸요? 책까지 읽고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네요."


그냥 크라이스처럼 객실에서 책이라도 읽거나, 어제 저녁에 앉아있었던 곳에서 쉬었다면 더 좋았으려나. 그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난 복도 끝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뭐라도 있어?"

"아뇨, 저기 이쪽으로 걸어오는 여자 보이죠? 제가 말한 그 사람이에요."

"어디? 오호, 생각보다 능력있는데?"

"더이상 마주치기 싫으니까 숨겨주세요."

"이미 들킨 것 같은데? 백색과 붉은색의 조합이라면 눈에 띄는게 당연하잖아?"


메릴의 말대로였다. 프레니아는 어제와 다른 검정색 드레스를 입은채로 곧장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벨린 경!"

"경?"

"젠장."


난 잔뜩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또 뵙는군요. 리나칼 양."

"어제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자리를 피하게 되었지만 어제 마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난 적당하게 둘러대달라는 뜻으로 메릴을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입을 움직여 좋은 시간 보내라고 한 뒤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괘, 괜찮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는 것 같으니 최대한 빠르게 끝내면 되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여기는 담소를 나누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으니 조용한 곳으로 가도록하죠. 이벨린 경?"


그녀는 일부러 내 이름과 경이라는 호칭에 힘을 주어 말했고, 난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자, 들어오세요."

"여긴 리나칼 양의 객실이 아닙니까? 차라리 식당가에서 이야기를 나누심이 어떠십니까?"

"괜찮아요. 안에는 오펜도 있으니까요."


하필이면 객실이라니.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는건 여기서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난 발을 마주쳐 신발을 털어낸 다음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 여기에 앉으세요. 오펜, 얼그레이(홍차)를."

"알겠습니다."


그녀는 객실 안에 있던 테이블 앞에 놓여져 있는 두개의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에 앉았고, 난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기 있습니다."

"라이테드 산 홍차에요. 향이 좋죠?"

"그렇군요."


라이테드라면 이미 페토르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분명 홍차로 유명한 지역이었지. 난 눈치를 살피다 그녀가 차를 마시는 방식대로 차를 맛본뒤 찻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저를 따로 부르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아, 그렇죠. 이벨린 클로버 남작."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여자가 어떻게 클로버 가가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거지?


"어떻게 아신 겁니까?"

"클로버 가에 대해서 말인가요? 오펜에게 부탁하면 쉬운 일이죠."


지그시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그를 쳐다보자, 그는 리나칼의 집사가 이런 것도 못해서 어쩝니까? 라며 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이벨린 클로버, 아니 이벨린 씨. 제 호위를 하도록하세요."

"..초면부터 그런 명령조로 말씀하시다니, 시원시원하시군요. 제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미 나에게 경이라는 호칭을 붙인 것부터 클로버 가보다 지위가 높다는 소리다. 잘못했다간 귀족을 사칭했다는 죄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제피로트. 제프, 크라이스, 요르티, 메릴. 메릴 양은 방금까지 당신 곁에 있었던 여성이죠?"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만. 혹시 리나칼 양을 노리는 자들입니까?"

"계속 시치미를 떼시는건가요?"

"제가 리나칼 양 앞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미 다 식어 향이 날아간 홍차를 마시며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녀는 심기가 불편한지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할 이야기가 이것 뿐이라면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잠깐, 누가 일어서도 된다고 했나요?"

"..검을 가지고 있었던건가."


그녀의 말과 동시에 내 목엔 레이피어의 끝이 겨누어져 있었다.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더 이야기 할 것이 있으십니까."

"다시 한번 말하죠.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제 호위를 하도록 하세요."

"호위라면 당신의 집사로도 충분할텐데, 굳이 저 같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은?"

"평민 주제에 말이 많군요."


들켰다는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호위를 부탁, 실례. 하명하실 정도라면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저 위치에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알고 계실텐데요. 구면도 아니고, 초면인 사람을 자신의 호위로 세운다는건 말이 되지 않군요."

"그 사람의 뭔가를 잡고 있다면 말이 달라지죠. 첫번째, 제피로트 용병단, 둘째, 클로버 가."

"전 분명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을텐데요? 그리고 클로버 가라는 것은 그저 제가 지어낸 가문에 불과합니다. 정말로 있었을 줄은 몰랐군요."

"직접 끌고와서 묻기 전에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을겁니다."

"저 둘을 해치기 전에 제가 당신을 해치면 해결되는 일이기도 하죠."


마지막 말은 도박과도 같았다. 내가 말을 마치는 순간, 내 뺨을 차가운 검날이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물론, 선수는 당신이 가지고 있겠지만요."

"지은 죄가 많은데도 두렵지 않은 겁니까? 벌써.."

"알죠. 귀족 아래에서 기는 평민이니 더 잘압니다. 그래도 제가 처한 상황이 상황인만큼 한번쯤 일어서는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비웠고, 난 한숨 돌릴겸 잔을 채워 입으로 가져갔다.


"꽤나 말주변이 좋군요."

"칭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걸요. 호위를 하라는 부탁은 수락하겠습니다. 보수는 뭐죠?"

"벼랑 끝까지 가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방금 말했던 둘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요. 당신이 제게 행한 행위도 용서해드리겠습니다."

"그건 기본 옵션이죠. 자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면 충분한 보수는 있는게 좋지 않을까요?"


난 뭔가에 홀린 듯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나를 째려보았지만, 난 물러서지 않고 마주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절 이 자리에서 죽이고 다른 자들을 찾아보심이 어떠십니까? 물론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이상 약점을 잡힌 자를 편하게 다루시거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자를 찾아보는 선택지 중에서 당신이 고를 선택지는 하나뿐이겠지만요."


프레니아는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큭.. 좋아요. 그럼 충분한 돈을.."

"필요없습니다.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주시죠. 예를 들면.. 제 옷깃에 달려있는 문양 같은 것이요."

"으윽..! 감히 평민 따위가!"


그녀가 강하게 테이블을 내리치자, 찻잔이 엎어지며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난 조용히 프레니아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조건이 있습니다. 달이 하늘 위에 걸릴때, 무기를 챙겨 갑판으로 나오시죠. 오펜과 결투를 벌여 이긴다면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죠."

"결투라.. 보시피 저는 평범한 평민입니다만, 알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인 뒤 살기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오펜의 눈을 마주본뒤 그대로 객실에서 나왔다.


"..한밤중에 갑판이라."


아직도 뭔가에 홀린 듯이 마음은 평온했다. 평상시라면 제대로 말도 못하고 목숨을 구걸했을텐데. 악마에게라도 홀린건가? 나는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힘없이 침대에 쓰러졌다.


****


"으윽... 머리가.."


내가 일어난 것은 달이 뜬 이후였다. 난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애써 고통을 참으며 침대 위에서 몸을 뒤틀다 프레니아와의 약속이 기억나 검과 방패를 챙겼다.


"..가야지."


내가 말린 일인 이상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내 선에서 끝내야만 했다. 더이상 귀족과는 관련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틀려먹은 모양이다.


"왔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억, 허억.."


사라지지 않는 두통에 비틀거리며 갑판에 올라가자, 두 사람이 먼저 올라와 있었다. 난 등에 매고 있던 검과 방패를 손에 들었다.


"..비겁하군요. 레이피어 하나를 상대로 방패와 검을 준비하다니."

"미개한 평민이라서 말이죠. 어쩔 수 없잖아요?"


오펜을 노려보자, 두통이 조금은 사라졌다. 방패와 장검을 상대로 찌르기에 특화된 레이피어는 불리할텐데도 오펜의 얼굴에는 한치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하죠."


그녀의 말을 시작으로, 내 검과 오펜의 레이피어가 맞부딪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54. 한겨울에 피어오르는 불꽃 (2) NEW 21시간 전 3 0 11쪽
54 53. 한겨울에 피어오르는 불꽃 (1) 19.07.14 11 0 10쪽
53 52. 휴일 (3) 19.07.11 17 0 9쪽
52 51. 휴일 (2) 19.07.08 18 0 14쪽
51 50. 휴일 (1) 19.07.06 24 2 10쪽
50 49. 신기루 (5) 19.07.02 22 1 13쪽
49 48. 신기루 (4) 19.06.30 22 1 11쪽
48 47. 신기루 (3) 19.06.28 25 1 9쪽
47 46. 신기루 (2) 19.06.26 35 1 15쪽
46 45. 신기루 (1) 19.06.24 25 0 10쪽
45 44. 이후 19.06.21 31 0 10쪽
44 43. 후유증 19.06.18 34 0 10쪽
43 42.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6) 19.06.16 43 0 11쪽
42 41.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5) 19.06.12 44 0 15쪽
41 40.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4) 19.06.09 59 0 11쪽
40 39.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3) 19.06.08 51 0 10쪽
39 38.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2) 19.06.06 54 0 10쪽
» 37. 바다 위의 배는 완벽한 밀실이다 (1) 19.06.04 62 0 11쪽
37 36. 악마의 도구 (4) 19.06.02 56 0 11쪽
36 35. 악마의 도구 (3) 19.05.30 52 0 13쪽
35 34. 악마의 도구 (2) 19.05.27 63 0 10쪽
34 33. 악마의 도구 (1) 19.05.25 72 1 9쪽
33 32.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은 많다. (2) +1 19.05.22 70 1 10쪽
32 31.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은 많다. (1) 19.05.20 81 0 16쪽
31 30. 변화 19.05.16 86 0 10쪽
30 29. 제피로트 용병단 (3) 19.05.12 84 0 10쪽
29 28. 제피로트 용병단 (2) 19.05.08 81 2 10쪽
28 27. 제피로트 용병단 (1) 19.05.04 90 1 9쪽
27 26. 던전 앤 아르고노트 (2) 19.04.30 93 0 10쪽
26 25. 던전 앤 아르고노트 (1) 19.04.26 97 0 1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Licaiel'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