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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모험가도 첫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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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caiel
작품등록일 :
2019.01.22 02:10
최근연재일 :
2019.11.2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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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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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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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7. 이벨린 (1)

DUMMY

"···의뢰는 다 처리했습니다."

"허어, 설마 단 두명이서 그 골치 아픈 조직을 없애버릴줄은 몰랐는데. 보수에 대한건 이미 처리했으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아니면·· 없어졌던 기록이라도 복원해서 당장 2등급 모험가로 올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이벨린은 자신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보며 팔짱을 끼더니 발로 바닥을 탁 쳤다.


"당신네 아래로 들어가는건 이제 질렸어. 그때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해준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그런 일도 있었죠. 그때는 백작의 신분이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가 조금 우위였던 것 같군요."

"그러고보니 당신들에겐 모험가라는 좋은 패가 있었군. 사실을 은폐시키는 대가로 날 이용한 것은 좋았어. 그럼 여기서 한가지 더 거래를 해보도록 하지."


그는 아까부터 자신이 손바닥 안에서 굴리고 있는 초록빛 보석을 쳐다보고 있던 남자의 눈을 살짝 쳐다보다 그것을 높게 튕겼다. 남자의 고개가 보석을 향해 살짝 치켜올라가자, 이벨린은 그것을 공중에서 낚아채며 말했다.


"아까부터 이걸 보고 있던데, 관심이 가는건가?"

"하하, 이거 얕보면 안되겠군요. 얼마에 파실 생각 입니까?"


남자가 자신의 손을 주무르며 미소를 짓자, 이벨린은 소파에 몸을 파묻더니 손가락으로 보석을 튕겨 남자에게 던졌다.


"그 보석을 환산하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는 이미 알아보고 왔다. 여기에 판매하는 것보다 서쪽에 있는 나라에서 팔면 더욱 돈이 되겠더군. 보석의 50퍼센트 정도의 값어치만 받겠다. 단, 내가 한달 동안 네 놈의 의뢰를 처리한 만큼의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하,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신 것 아닙니까? 당신은 의뢰서에 사인도 하지 않고 의뢰를 수행했고, 거기서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당장 그 보석을 뺴앗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의뢰서는 내가 다 가지고 있으니 걱정 말도록. 원한다면 지금 보여줄 수도 있는데?"


이벨린이 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벨린 클로버 백작이 가지고 있다는 마도서였다. 몇 장을 찢어내도 페이지가 생겨나고, 거기에 쓰여진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몇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떠돌고 있던 물건이 바로 그의 눈 앞에 있었다.


"지금 이 안에 뭐가 기록되어 있을지 딱히 말해주지 않아도 알겠지?"

"큭, 그렇다고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증거는 필요없다. 내가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의뢰를 해왔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이곳의 모험가들이니까. 당연히 이 조건에는 내가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숨겨줘야 하겠지만."


남자의 표정이 흐트러졌다. 명백하게 동요하는 표정에 이벨린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왜 그들이 사람들을 죽여서라도 그 보석을 원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크으윽!"


그는 주먹을 강하게 쥐는 그를 흘깃 보고는 문을 열어젖혔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준비가 되면 부르도록."


*****


저택에 도착한 나와 그 애는 아슬렌이라는 여성과 벤치에 마주 앉아 있었다.


"말도 안하고 나갔다 온건 죄송해요. 워낙 이벨린 그 자식이 제멋대로인지라···."

"후훗, 이벨린 씨를 그렇게 부르시는 분은 처음 뵙네요. 괜찮아요. 워낙 그런 분이시라··."


그러고보니 왜 아슬렌 씨는 나이가 더 많아보이는데도 이벨린을 저렇게 부르는거지? 이벨린 얘기를 할때만 저렇게 표정이 밝아지는 것도 조금 이상하고··· 설마?


"아, 혹시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슬렌 씨는 혹시 이벨린과 무슨 관계인지 물어도 될까요?"

"아, 네?! 그, 그게···."


처음으로 동요하는 표정을 보였다. 반쯤은 확신해도 될 것 같은데.


"무슨 대화를 그렇게 즐겁게 하고 있는 겁니까?"

"넉살좋게 이런 미녀랑 같이 대화를 하고 있다니, 조금 부럽네."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두 남자가 나타났다. 한 명은 은색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였고, 한명은 갑옷을 걸친 검은색 머리칼에 검은 눈을 가진 쾌활한 인상의 남자였다.


"아,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의뢰는 잘 끝난건가요?"

"생각보다는요. 말 먼저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오늘 밤에는 시간되죠?"

"당연하죠. 시간은 항상 있다구요."


왠지 달달한 느낌을 풍기는 두 남녀를 보며 나와 제로브, 그리고 소년까지 남자 셋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물러났다.


"밤공기가 차가우니 그만 들어가죠."

"으으, 나만 짜증나는거냐? 안그래도 몸도 아픈데 화가 나려 그러네."

"동감이다."

"····."


앞서 걸어가는 둘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간 우리는 나중에 식당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그런데 왜 네가 나랑 같은 방인거냐?"

"····?"

"하아, 내가 말을 말지. 너 제로브랑 친한거 아니었어?"

"····."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가락으로 내 손에 들려있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오케이, 인정. 너도 나랑 같은 파구나?"


그때, 갑자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내가 고양이를 소년에게 넘겨준 뒤 문을 열고 나가자, 문 앞에는 갑옷을 벗은 제로브가 있었다.


"야, 따라와봐."

"갑자기 무슨 일인데? 안그래도 힘들러서 푹 쉬고 싶구만."

"젊은 두 남녀의 밀회, 보고 싶어지지 않아?"


솔직히 관심이 가기는 했다. 난 내 등 뒤에 고양이를 안고 서 있는 소년을 흘깃 본 다음 고개를 내저었다.


"너 혼자 가.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쟤 때문에 그래? 몇분 안걸려. 너 혼자 있을 수 있지? 봐, 고개 끄덕이잖아."

"하아, 책임은 니가 져라?"


살짝 미소를 짓자, 나와 제로브는 손을 마주쳤다.


"이쪽이야. 가장 위층의 가장 끝 방."

"목소리부터 줄여. 떨어트릴만한 건 없지?"

"당연하지. 걱정이나 마셔."


계단을 올라가자, 살짝 닫힌 문 사이로 이벨린과 아슬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제로브는 신발까지 벗어던진채로 방문 가까이 접근했고, 그러자 둘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히 들려왔다.


"이벨린 씨, 갑자기 그런 말씀은···."

"저도 절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어째서 제가 이러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몇날 며칠을 고민해봤지만 한가지 결론 밖엔 나오지 않더군요.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우기는 하겠지만 일이 끝나면 계속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안될까요?"


오기 잘했다. 입을 꾹 다문 제로브와 내 눈빛이 교차하자,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벨린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으으··· 아무리 그래도 전··· 그런 짓을 했는데도요?"

"괜찮아요. 고의는 아니었으니까요. 끔찍한 기억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요?"

"그럼··· 알겠어요. 받아들일게요."


아슬렌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그 순간, 우린 고개를 푹 숙였다.


'크아아악! 망할 놈 같으니!'

'이벨린, 죽여버리겠어. 야, 들을건 다 들은 것 같으니까 돌아가자.'


같이 머리를 싸매며 그러고 있으니,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다.


"둘이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할 말이 있다면 노크 후에 들어오면 될텐데요."

"아, 그게··· 배가 고파서 그런데 밥은 언제쯤인지 궁금해서."

"그 고생을 하고 나니까 배가 고프더리나까?"


이벨린의 등 뒤에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붓을 들고 있는 아슬렌이 보였다.


"그런데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벽에 걸 제 초상화를 직접 그려준다길래 잠시 모델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아슬렌의 마법으로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도 해봤지만 영 아닌 것 같더군요."

"아, 그 얘기였어?"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자, 이벨린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무슨 얘기 말입니까?"

"아무것도 아냐. 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림도 반쯤 완성된 것 같으니 저희도 최대한 빨리 내려가겠습니다."


뭐야, 대화가 좀 그랬지만 그런 이야기였어? 고개를 돌려 제로브를 쳐다보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후련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우, 눈치채서 다행이네요."

"설마 했지만 정말 그러실 줄이야. 이벨린 씨 말대로네요."

"그러고보니, 아까 전 대답 진심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응. 이벨린."


왠지 속이 쓰린건 기분 탓이겠지?



그 뒤 식당에서 다시 모인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후작가의 식사보다는 못했지만 충분히 훌륭한 식사에 제로브와 소년은 눈이 커진채로 음식을 입에 집어넣고 있었지만, 내장을 다친건지 난 아쉽게도 먹고 싶은대로 먹을 수 없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다쳤다고 들었어요."

"하아, 속을 다친건지 계속 구역질이··· 우웁!"

"이런 맛있는 것도 못 먹다니, 불쌍하네."

"조용히 해라. 그러고보니 우린 언제 출발할 예정이야? 마침 이 주위에 내가 잠깐 들려야 할 곳이 있거든."


내가 물배라도 채우자라는 심정으로 물을 들이키자, 이벨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몸으로 괜찮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 저녁엔 이거라도 한번 훑어보시면서 생각해보시죠."

"이게 뭐야?"


그가 내민 것은 표지가 다 찢어져 가는 수첩이었다. 수첩을 받아들어 펼쳐보니 거기엔 온갖 마물에 대한 지식이 상세하게 쓰여져 있었다.


"이건 뭐야? 마물 도감?"

"바보 같이 모험가가 멋지다는 이유로만 모험가가 되겠다고 하려다 크게 다친 적이 있어서 말이죠. 길드에서 준 도감도 있었지만 그 뒤로 저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해가면서 직접 쓴 겁니다.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친거라면 슬라임에게 당했다는건가? 도대체 언제부터 썼길래 이 수첩을 다 쓰고도 남아서 마지막 표지에까지 적혀 있는거지? 난 표지가 뜯어지지 않게 조심히 그릇 옆에 놓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나도 용사라면서 크게 노력한 것도 없었네."

"부끄러워 할 것도 아닙니다. 저도 모험가가 되야겠다고만 했지 정작 한 것은 검술을 배우는 것 뿐이었거든요. 지금까지 주위 사람들이 모두 쾌활했던 것 때문인지 분위기가 너무 가벼웠던 것도 있었던 것 같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는 왠지 자신처럼은 되지 말라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있어 왠지 보는 사람을 씁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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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 마지막을 향해 걷는 길 (2) 19.11.12 68 1 10쪽
100 99. 마지막을 향해 걷는 길 (1) 19.11.09 68 1 12쪽
99 98.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들 (4) 19.11.07 63 1 10쪽
98 97.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들 (3) +1 19.11.03 68 1 9쪽
97 96.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들 (2) 19.10.31 74 1 10쪽
96 95.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들 (1) 19.10.29 78 1 10쪽
95 94. 되찾은 평온 19.10.25 85 1 10쪽
94 93. 갈등 19.10.23 76 1 10쪽
93 92. 불타오르는 설산 (4) 19.10.20 79 1 10쪽
92 91. 불타오르는 설산 (3) 19.10.17 77 1 10쪽
91 90. 불타오르는 설산 (2) 19.10.13 70 1 11쪽
90 89. 불타오르는 설산 (1) 19.10.11 81 1 10쪽
89 88. 유적 19.10.09 84 2 11쪽
88 87. 반가운 얼굴들 (2) 19.10.07 91 1 10쪽
87 86. 반가운 얼굴들 (1) 19.10.04 89 1 9쪽
86 85. 흑마법사와 용사 시너지 19.10.01 98 1 12쪽
85 84. 티타임 19.09.28 93 1 11쪽
84 83. 봉인과 흑마법사 (End) 19.09.25 84 1 11쪽
83 82. 봉인과 흑마법사 (3) 19.09.22 94 1 13쪽
82 81. 봉인과 흑마법사 (2) 19.09.19 99 1 13쪽
81 80. 봉인과 흑마법사 (1) 19.09.16 102 1 10쪽
80 79. 이벨린 (3) 19.09.14 100 1 10쪽
79 78. 이벨린 (2) 19.09.11 113 1 10쪽
» 77. 이벨린 (1) 19.09.09 116 1 11쪽
77 76. 라이테드 살인사건 (End) 19.09.06 114 2 9쪽
76 75. 라이테드 살인사건 (6) 19.09.04 105 2 11쪽
75 74. 라이테드 살인사건 (5) 19.09.02 1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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