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게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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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1.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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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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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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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토끼 전사(3)

DUMMY

"[힘의 토끼 전사]다!"


한용기가 그렇게 외친 것은 그가 발견한 토끼 전사의 모습이, 누가봐도 힘이 쎄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일반 토끼 전사보다 덩치가 1.5배나 큰데다가 온몸이 근육으로 덮인 이 몬스터는, 다른 토끼 전사들과 달리 두터운 대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리젠을 기다리고 있던 반가운 필드 보스.

하지만 김철남의 표정은 심각했다.

[힘의 토끼 전사] 때문은 아니었다. 그 옆에 위치한 또다른 몬스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짧은 귀 토끼 전사]


혹독한 수련 끝에 귀가 닳아서 짧아졌다는 이 토끼 전사의 정체는 바로 버그 몬스터.

그 위험성이 필드 보스인 [힘의 토끼 전사]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몬스터다.

한마리씩 상대한다면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두마리가 동시에 등장했고, 이 두 몬스터는 이미 한용기와 김철남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김철남은 비상용으로 준비해둔 [소형 HP 포션] 2개를 꺼냈다. 그리고 피눈물을 삼키는 심정으로 포션을 들이켰다.

탱커용 어그로 스킬이 없는 한용기로서는 두 마리의 어그로를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다.

아직 방어구가 없는 김철남은, 까딱 몬스터의 접근을 허용했다간 순식간에 골로 가는 수가 있다.

포션 2개를 마신 김철남의 HP는 현재 63% 정도.

[HP 폭탄]에 모든 HP를 담는다면 한마리 정도는 처치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귀 토끼 전사]부터 처리해야 돼. 저 놈의 리프 어택은 아주 위험하니까.'


보통 [리프 어택] 스킬은 높이 뛰어올라 표적의 머리 부근을 공격한다. 하지만 저 버그 몬스터는 같은 스킬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몸을 기울여 정수리가 앞을 향한 상태에서, 수평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다.

마치 대쉬기를 사용해 돌진하는 것처럼 말이다.

방어구가 없는 김철남의 경우, 그렇게 한 번 접근을 허용하면 끝장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김철남은 우선 [외톨이 걸음] 스킬을 사용하고 리빙 소드를 [자율 방어] 모드로 곁에 배치시켰다. 이 모드를 유지하는 동안 리빙 소드는 김철남을 보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었다.

짧은 귀 토끼 전사의 무서운 점은, 그런 대쉬기 같은 수평 점프를 쿨타임 없이 4번 연달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물리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아... 진짜 *될거 같은데.'


김철남이 그렇게 우려하는 사이, [힘의 토끼 전사]가 한용기에게 뛰어들었다.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일반 토끼 전사보다 조금 빠른 움직임. 그리고 그 공격력은 일반 토끼 전사보다 훨씬 강력하다.

[짧은 귀 토끼 전사]는 약간 뒤에서 돌진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다행히 [외톨이 걸음]의 효과 덕분인지 아직 김철남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김철남은 골치가 아팠다.

어설프게 폭탄을 던졌다간 가볍게 회피당하고 어그로만 끌게 될 수 있었다.

한방에 모든 HP를 담아서, 확실한 타이밍에 폭탄을 명중시켜야 한다.

첫번째 리프 어택을 힘겹게 회피한 한용기에게, [힘의 토끼 전사]가 두번째 리프 어택을 시전했다.

한용기의 머리 부근으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보스 몬스터. [짧은 귀 토끼 전사]가 돌진한 것은 그때였다.

힘의 토끼 전사의 리프 어택이 끝나는 순간, 콤보를 넣듯 연이어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한용기가 높이 점프했다.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힘의 토끼 전사보다 높은 위치까지 솟아올랐다. 점프하는 와중에 공격을 한번 허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점프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그 밑에는 힘의 토끼 전사와 돌진을 끝마친 짧은 귀 토끼 전사가 위치해 있었다.

한용기가 바닥을 바라보며 스킬을 시전했다.


"몸통 박치기!"


한용기의 어깨가 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같은 선상에 있던 힘의 토끼 전사와 짧은 귀 토끼 전사가 동시에 스킬을 맞았다.

일타 이피.

한용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두 마리 몬스터를 양 팔로 끌어안았다.


"철남아! 폭탄 던져!"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철남이 HP 폭탄에 모든 HP를 담아 집어던졌다.


-콰앙!


한용기의 품에 묶인 두 몬스터가 피하지 못하고 HP 폭탄에 맞았다. 파티 설정이 되어있는 한용기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좋았어!"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한용기가 재빨리 일어나며 외쳤다. HP가 상대적으로 적은 짧은 귀 토끼 전사가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하지만 힘의 토끼 전사는 아직 살아있었다.

김철남이 곁에 있던 리빙 소드를 잡더니, 힘껏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휠윈드!"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리빙 소드가 그 원심력을 유지한 채 [힘의 토끼 전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리빙 소드와 한용기의 합공.

이미 HP가 상당히 소모되어 있던 힘의 토끼 전사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했다.


[체력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HP 폭탄의 랭크가 'E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데미지가 소폭 상승하고 추가 기능이 부여됩니다.]

[플라스틱 리빙 소드의 힘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플라스틱 리빙 소드의 민첩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전투 양상이었다면, 아무리 극초반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이렇게 간단히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패널티만큼 공격력이 막강한 [HP 폭탄]에 직격당하고도 한동안 버텨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용기의 센스있는 스킬 운용이 손쉬운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었다.

아무튼 보스 몬스터답게 경험치가 많은지, 그동안 성장하지 않았던 김철남의 스탯이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생성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플라스틱 리빙 소드의 스탯은 2개나 상승했다.


'몬스터보다 성장치가 구데기라니...'


김철남은 생각했다.

플레이어처럼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으로 성장하는 것은 버그 몬스터만의 특징이다.

이렇게 버그 몬스터를 잘 키운다면 자신의 스탯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내 스탯은 압도적인 템빨과 스킬빨로 극복하면 되니까.'


미래에서 회귀한 김철남에게는 그런 아이템과 스킬들의 정보가 썩어넘치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가뜩이나 덜 외운거 까먹기 전에 공략집을 정리해둬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용기가 소리쳤다.


"득템이다! 장신구 아이템이야! 이거 뭐지?!"


[힘의 토끼 전사]가 소멸한 자리에 퀘스트 아이템인 [토끼의 간]과 함께 반지 아이템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

[힘의 반지 Lv.1]


옵션 : 힘 +3

#


얼핏 옵션을 보면 별거 없어 보이지만, 아이템 이름 뒤에 붙은 Lv.1 표시가 중요하다.

몇몇 아이템들은 저렇게 이름 뒤에 레벨 표시가 붙어있다. 저런 아이템들은 [아이템 강화 스크롤]을 통해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다.

한용기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더니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약한 보스라 그런가 별로 좋은 템이 아니네."

"어디 봐봐."


김철남이 모르는 척 한용기에게 아이템을 건네받았다.


"으음, 그러네. 힘 +3이면 장신구치고 너무 낮다. 네 [오크 노가다꾼의 목장갑]보다도 훨씬 낮은데?"


한용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그냥 내가 낀다?"

"그래, 너 껴."


김철남이 씨익 미소지었다.

당장 [퀘스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강화 스크롤 1,2]까지만 사서 강화해도 추가 힘이 30이 넘는다.

한용기가 끼고 있는 [오크 노가다꾼의 목장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해해라, 용기야. 내가 빨리 성장해야 너도 도와주고 세상도 구하고 하지 않겠냐?'


김철남은 그렇게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하며 움직였다.

힘의 토끼 전사와 짧은 귀 토끼 전사가 소멸한 자리에 다가가 [데이터]를 챙겼다.


[데이터 조각(힘의 토끼 전사)x5을 획득하시겠습니까?]

[오염된 데이터 조각(짧은 귀 토끼 전사)x5을 획득 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토끼의 간 챙겼지? 히든 퀘스트 클리어하러 가자."


NPC 파울은 여전히 곯아떨어져 있었다.

한용기가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르신, 이제 일어나시죠. 토끼의 간을 구해왔습니다."

"음냐, 토끼의 간? 그건 내가 찾던 아이템인데?"

"여기 어르신의 퀘스트를 받고 저희가 구해왔습니다."

"토끼의 간을 구해다주면 우리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보 [히드라새끼 담금주]를 주겠네!"


정신을 차린 NPC 파울이 이제서야 퀘스트 내용과 그 보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받으시죠."

"[히드라새끼 담금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가문의 위대하신 선조께서 히드라 둥지가 빈 틈에 그 새끼를 훔쳐와 용맹하게 담근 술로써,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전설의 명주일세!"

"네, 그렇군요."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으니 가보이고 전설의 명주이고 다 무슨 소용이겠나? 토끼의 간을 구해준다면 그것을 주겠네. 아니! 그것은 토끼의 간이 아닌가?"

"맞습니다, 어르신."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일세. 여기 보상 아이템을 받게나."


NPC 파울은 그렇게 말하며 한용기에게 [히드라새끼 담금주]를 건넸다. 그리곤 토끼의 간을 건네받더니, 질겅질겅 씹어먹으며 약수터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토끼의 간 -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 아이템 '히드라새끼 담금주'를 획득하셨습니다.]


"......"

"히드라면 전설급 레이드 보스잖아. 아이템 정보나 확인해봐."


#

[히드라새끼 담금주]

어떤 이름 모를 가문의 용맹스런 주당이 후세를 위해 남긴 전설의 명주. 오랜 시간 숙성되어 깊은 맛을 가졌다.


남은 용량 : 9/9


한잔을 마실 경우 독 내성 +1

두잔을 마실 경우 독 내성 +2

세잔을 마실 경우 독 내성 +4

...

여덟잔을 마실 경우 독 내성 +128

아홉잔을 마실 경우 타액이 독성을 띄게 됩니다.

#


히든 아이템인 것은 확실했다.

타액이 독성을 띄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위력일지 모르겠으나, 독 내성이 128이면 거의 면역이나 다름없는 수준.

전적으로 운이 좋아야 수주할 수 있는 히든 퀘스트의 보상은 이처럼 구간에 상관없이 훌륭한 경우가 많았다.


"너 술 못 마시지? 이건 내가 다 마신다?"

"응? 팔아서 나누면 되잖아. 비쌀거 같은데."

"야 임마, 진짜 이럴거야? 너 지금 들고 있는 칼 누가 사줬어?"

"너가 조금 보태주긴 했지..."

"조금? 너 진짜 말 서운하게 한다. 지금 액수가 중요한거야? 퍼센테지가 중요한거지, 퍼센테지. 퍼센테지 몰라? 그 돈은 내 전재산 100%였어."


그 말에 한용기가 충격을 받았다.


"듣고 보니 그렇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날 위해 전재산을 투자해줬는데 이런 작은거에 욕심을 부리다니..."


그렇게 말하며 금새 반성하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이놈은 너무 착한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해.'


김철남의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크흠... 역시 그냥 팔아서 나눌까? 아니야, 나중에 많이 벌어서 그만큼 도와주면 되잖아. 나한테 필요없는 히든 아이템이나 스킬 정보도 많이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이후의 사냥은 조금 느린 템포로 진행되었다.

김철남의 HP가 다 떨어져 폭탄 지원을 거의 못한 데다 [플라스틱 리빙 소드]의 HP도 넉넉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용기에게 쩔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의 사냥.

저녁에 버스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야 다음 버그 몬스터인 [플라스틱 리빙 아머]를 만들 만큼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김철남과 한용기는 부랴부랴 정류장으로 내려갔고, 가까스로 버스에 탑승했다.

그렇게 두 친구의 첫사냥이 마무리되었다.

아주 성공적이고 뿌듯한 사냥이었다.

둘은 즐거운 마음으로, 찜질방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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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찜질방 사건(2) +2 19.02.01 21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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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토끼 전사(2) 19.01.29 24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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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퀘스트 타워(1) 19.01.25 314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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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물류센터(1) +2 19.01.23 57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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