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게임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1002k
작품등록일 :
2019.01.23 14:03
최근연재일 :
2019.02.15 21:41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6,266
추천수 :
193
글자수 :
144,833

작성
19.02.03 10:22
조회
186
추천
8
글자
11쪽

14. 시간이 약이다(1)

DUMMY

김철남 일행은 [서울]행 시외버스 안에 앉아 있었다.

버스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에는 그들이 탄 버스 외에 다른 차가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한국] 지역에는 플레이어가 설립한 [버스 회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데아 온라인]이 시작되면서 기본 운행되기 시작한 소수의 NPC버스만이 달릴 뿐, 텅빈 도로 위는 적막했다.


'개인용 자동차도 아직 판매되지 않고 말이야.'


자동차의 경우, 김철남의 기억에 따르면 아마 몇개월 내에 공장이 설립되고 판매를 시작할 것이다.

그 한대한대의 가격이 엄청나지만, 그때쯤이면 김철남도 상당한 재력가가 되어 있을테니 문제 없었다.


"람보르기니를 사야겠어. 가장 멋진 스포츠카니까 말이야."

"람보르기니?"


옆 좌석에 앉아 있던 한용기가 그 말에 반응했다.


"혼잣말이야."

"너 요즘 혼잣말이 많이 늘었어. 어디 아픈거 아니야?"

"......"


한용기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김철남은 해줄 말이 없었다. 회귀 이전에 대부분의 인류가 죽어버려 대화 상대가 없었던 탓에 생긴 습관이라고 얘기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쨌든 지구가 게임으로 변하기 이전부터 김철남의 드림카였던 람보르기니.

[공략집] 정보를 활용해 골드를 모은다면 그 정도쯤 사는거야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김철남은 2주 동안 공략집의 정보들을 세밀하게 정리해놓은 터였다.

공략집을 열심히 외우지 않았던지라 얼마 기억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정리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자 회귀 이전의 기억들 하나하나가 선명히 떠올랐다.


'사실 적어놓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을 정도야. 혹시 나는 엄청난 천재였던 것이 아닐까.'


마치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천재마냥 모든 기억이 선명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억력은 회귀 이전까지의 것들에 국한되어 있는 듯, 현재의 김철남은 여전히 머리가 나빴다.


"혹시 이것도 [운영자]의 수작인가."

"뭐?"

"혼잣말이야."


[운영자]


버그로 가득한 게임 [노데아 온라인]을 지구에 설치하고, 업데이트와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는 정체불명의 존재.

[운영자]는 모든 인류가 사망하는 것으로 [노데아 온라인]이 서비스 종료될 위기에 처하자, 퀘스트를 생성해 그 클리어 보상으로 플레이어 한 명을 과거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퀘스트를 클리어해 과거로 돌아온 것이 바로 김철남.

이런 말도 안되는 이적을 부릴 수 있는 운영자라면, 혹시 과거로 돌려보낼 플레이어가 김철남 같은 모지리가 될 것을 우려해 회귀 이전의 기억들을 박제해둘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 이유야 추측할 뿐이지만, 어쨌든 김철남은 행복했다.


'나중에 개인 전용기도 하나 사야겠지. 모아야 할 아이템과 스킬들이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 말이야.'


아직은 초반이라 성장에 주력해야할 테지만 나중에는 세계 곳곳을 쌔빠지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진짜 너도 같이 [화이트 팔라딘] 길드에 가입하면 좋을텐데. 지금이라도 같이 가자."


한용기가 말했다.

한용기와 찜질방 사장님은 버스에서 내린 후 [화이트 팔라딘] 길드에 가기로 했다.

바로 [일반인 인권 위원회]에 소속된 길드. 이미 가입 신청도 넣어둔 상태였다.

둘 다 준수한 성장치를 가지고 있으니 환영받으며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조건인 인품에도 하자가 없고 말이다.


"난 바람처럼 살고 싶어. 어딘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김철남은 버스에서 내린 후 그들과 헤어지기로 했다. 아무래도 길드에 소속되면 공략집 정보를 바탕으로 활약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성장치 차이만 아니라면 한용기를 길드로 보내지 않고 계속 함께 다녔을테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


'금방 뒤통수 맞고 죽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는데...'


다행히 [화이트 팔라딘]의 길드장은 상당히 뛰어난 능력자다. 그 밑의 길드원들을 잘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한용기는 [일반인 인권 위원회]의 요직을 차지할 수 있을거야. 어디가서 객사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재능 하나는 차고 넘치는 놈이니까.'


그렇게 한용기가 자리를 잡아놓으면 앞으로 김철남의 계획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출세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인맥이니까. [일반인 인권 위원회]의 간부 정도라면 상당한 동아줄이 될 수 있겠지.'


"너 일반인 분들을 구하는데 있어서 내 역할이 지대했다는 걸 [화이트 팔라딘] 길드에 확실히 알려야한다?"

"그래, 그래. 알겠다니까. 이제 그만 말해도 돼. 벌써 스무번째 말하잖아."


김철남은 한용기의 대답을 들으며 건너칸에 앉은 찜질방 부녀를 바라봤다.

찜질방 사장님은 아직 강인범에게 절단된 왼손을 회복하지 못했다.

절단된 신체 부위를 잘 보관해뒀다면 [재생 본드] 정도의 저렴한 아이템으로도 회복할 수 있었을 테지만, 강인범은 악랄하게도 절단된 왼손을 완전히 짓뭉개놓았다.


"[도플갱어 씨앗]은 [고블린 공방] 제품이 제일 좋을거에요. 가격도 괜찮고."

"고맙네."


[도플갱어 씨앗]이란, 완전히 절단된 신체의 단면에 심으면 심은 대상의 해당 부위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자라나는 회복 아이템이다.

그런 기적적인 효과를 가진 만큼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손 회복되면 용기랑 둘이서 [리자드보이]나 잡으러 가봐요. [리자드보이] 잡기에는 사장님 스탯이 조금 딸리긴한데, 걔들은 화속성이 약점이거든요."


[리자드보이]는 [리자드맨]의 새끼다.

1레벨 초반 구간의 몬스터라 0.5레벨 정도인 찜질방 사장님에게는 버거운 몬스터지만, 뭐든 간에 속성 상성이 뚜렷히 드러나는 몬스터는 우위 상성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무력하다.

한용기야 보름 간의 사냥으로 놀랍게도 0.7 레벨까지 스탯이 오른 상태고. 운동신경이나 센스도 뛰어나 한용기 정도면 충분히 스탯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네는 멋진 청년이야.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를 정도네."

"뭘요.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꼭 절대로 잊지 않고 보답하시면 되죠."


찜질방 사장님 역시 본인의 말에 따르면 상당한 재능러가 분명하니, 앞으로 열심히 성장한다면 김철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버스는 뻥 뚫린 도로 위를 경주하듯 달려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럼 연락하자!"

"철남 오빠, 다음에 봐~"

"또 보세~"


한용기 등은 [화이트 팔라딘]의 길드 하우스가 위치한 [동대문구]를 향해 떠나갔다.

김철남은 떠나가는 한용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찜질방 사장님과 혜영이, 일반인 여성들의 모습이 줄줄이 멀어진다.

[친구 등록]을 해놓았으니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 테지만, 옛날에 죽어서 헤어졌던 친구와 다시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철남은 이제부터 해야할 일이 많으니.

먼저 데이터를 모아 버그 섹터의 기능을 확장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2주 간의 사냥동안 데이터 조각 1000개를 모두 모아 잠겨 있던 버그 섹터의 기능 하나를 해금할 수 있었다.


#

[버그 섹터]


@#$@^@#!~&÷₩++♡☆*.


보유 데이터 조각 : 2127

누적 데이터 : 2537/10000


보유 몬스터 : 택배박스 미믹(7호)x1, 택배박스 미믹(1호)x1, 플라스틱 리빙 소드x3, 플라스틱 리빙 아머x3, 짧은 귀 토끼 전사x2


- 시스템 개입/몬스터 제작 : 저장된 버그 데이터를 토대로 버그 몬스터를 제작합니다.


- 시스템 개입/필드 리젠 설정 :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리젠 설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일정 누적치에 도달하면 [섹터]를 확장해 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3가지 기능이 잠금되어 있습니다.

#


버그 몬스터의 경험치 실험 결과는 기대에 약간 못 미쳤다.

일단 현재 제작한 10마리의 몬스터를 동시에 소환하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김철남이 획득한 경험치를 똑같이 획득한다는 가설 역시 사실로 증명되었다.

문제는 버그 몬스터를 여러마리 소환했을 때.

1마리 소환했을 때 김철남이 얻는 경험치 100을 똑같이 얻는다면, 2마리를 소환했을 때는 그 경험치를 2마리가 50씩 나눠 먹었다.


"뭐, 이 정도만 해도 완전히 사기긴 하지."


버그 몬스터로 이루어진 군단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버그 몬스터들로 파티 구성만 잘 짠다면, 파티 단위로 사냥해야하는 몬스터를 김철남 혼자 잡을 수 있다.


'버그 몬스터들끼리 쪼개먹는거지, 내 경험치는 그대로이고 말야.'


말도 안되는 사기 능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해금된 버그 섹터의 능력이었다.


- 시스템 개입/필드 리젠 설정 :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리젠 설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김철남의 예상대로였다.

인류를 멸종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흑마법사왕]의 능력 중 하나.

필드 설정에 개입하는, 마치 게임의 [운영자]와 같은 권능.


'나머지 능력들도 어서 획득해야지.'


다음 능력을 획득하려면 데이터를 10000이나 모아야 한다. 그 다음 능력은 그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겠지.

남은 세 가지 능력 중에 김철남의 계획에 꼭 필요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서 획득할 필요가 있었다.


"닥사가 답이다."


김철남은 그렇게 읊조리며 서울역 근처의 [퀘스트 타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어떤 몬스터를 사냥해볼까.'


현재 시간은 정오 무렵.

일단 퀘스트를 받고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사냥터로 출발하면 될 듯하다.


"서울역 퀘스트 타워 근처에 괜찮은 [돌발바닥 곰고기] 맛집이 있었지."


[돌발바닥 곰고기]의 남자다운 육질을 떠올리는 김철남의 입가에 침이 고였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댓글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에서 게임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9.02.17 80 0 -
26 26. 고블린 꼬맹이(4) 19.02.15 72 2 16쪽
25 25. 고블린 꼬맹이(3) 19.02.14 97 3 13쪽
24 24. 고블린 꼬맹이(2) 19.02.13 104 4 15쪽
23 23. 고블린 꼬맹이(1) 19.02.12 109 3 11쪽
22 22. 오크 어린이(4) 19.02.11 115 4 14쪽
21 21. 오크 어린이(3) 19.02.10 140 4 13쪽
20 20. 오크 어린이(2) 19.02.09 122 3 15쪽
19 19. 오크 어린이(1) +4 19.02.08 146 5 15쪽
18 18. 시간이 약이다(5) +2 19.02.07 159 7 11쪽
17 17. 시간이 약이다(4) 19.02.06 148 5 12쪽
16 16. 시간이 약이다(3) +1 19.02.05 158 7 14쪽
15 15. 시간이 약이다(2) +2 19.02.04 190 6 12쪽
» 14. 시간이 약이다(1) 19.02.03 187 8 11쪽
13 13. 찜질방 사건(3) +1 19.02.02 252 9 14쪽
12 12. 찜질방 사건(2) +2 19.02.01 217 9 11쪽
11 11. 찜질방 사건(1) 19.01.31 217 7 12쪽
10 10. 토끼 전사(3) +1 19.01.30 223 9 13쪽
9 9. 토끼 전사(2) 19.01.29 245 8 12쪽
8 8. 토끼 전사(1) 19.01.28 267 8 12쪽
7 7. 퀘스트 타워(3) +1 19.01.27 305 9 13쪽
6 6. 퀘스트 타워(2) 19.01.26 298 10 12쪽
5 5. 퀘스트 타워(1) 19.01.25 314 10 11쪽
4 4. 물류센터(3) +3 19.01.24 416 11 12쪽
3 3. 물류센터(2) +1 19.01.23 491 12 12쪽
2 2. 물류센터(1) +2 19.01.23 577 17 13쪽
1 1. 프롤로그 +1 19.01.23 697 13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