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하늘에 뜨는 별, 天南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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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y
작품등록일 :
2019.01.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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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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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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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4화 누구의 편이십니까?

DUMMY

그네에서 내려온 아이가 어딘가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가 뒤를 돌아 세계를 바라보았다.


세계는 이끌리듯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삐걱.


아이의 손짓에 세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널따란 마당을 둘러싼 나무들이 보였다.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버드나무, 가을에는 은행나무, 겨울에는 동백나무...


사시사철 끊임없이 마당가 정원은 풍요로웠다.


아이가 다시 손짓했다.


세계는 홀린 듯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별채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루를 반질반질하게 윤나도록 닦고 있는 또 다른 여자아이가 보였다.


여자아이가 고개를 돌려 세계를 바라보았다.


“세계 아씨!”


어린 말녀가 방긋 웃으며 그녀를 불렀다.


말녀야...


말녀를 부르려 했지만, 소리가 입안을 맴돌며 내뱉어지지 않았다.


말녀야......말녀야......


세계가 있는 힘껏 말녀를 부르려 애썼지만, 입속에 머무른 말을 끝내 뱉어지지 않았다.


아이는 그런 세계를 두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말녀를 바라보던 세계가, 잠시 망설이다 아이의 뒤를 쫓아갔다.


울창한 숲 아래 자리한 뒷마당은 여름의 더위에도 서늘했다.


뒷마당의 정자에서는 글을 읽은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자로 올라갔다.


“이 녀석.”


하얀 심의와 복건을 두른 남자는 서책 읽기를 멈추고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다.


아이는 폴짝폴짝 뛰어 남자의 무릎 위에 풀썩 앉았다.


“세계야. 책을 읽어줄까?”


다정한 눈빛. 다사로운 목소리...


아버지!


세계는 아버지란 한마디를 내뱉으려 했지만, 역시 입안에 머무른 소리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아버지......당신이 저 아이, 이세계의 아버지인가요?


그럼......여기 서 있는 저는 누구인가요?


세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힘껏 소리를 내뱉기 위해 용을 썼다.


“아, 아버지!”


입안에 맴돌던 말을 겨우 내뱉어 부르자, 눈앞에 있던 아버지와 어린 세계가 사라졌다.


반질반질 윤이 나던 마루도, 싱그럽게 빛나던 나무도 모두 색이 바랬다.


눈앞에는 그저 주인을 잃어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폐가가 보일 뿐이었다.






***





너럭바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설화정도, 냇가도......그리고 저 어드매 폐가가 되어버린 집이 있겠지.


새계가 새벽녘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소맷부리로 땀을 닦던 설화가 생각에 잠긴 그녀를 힐끗 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것이냐?”


“......실은 오늘 새벽, 집에 다녀왔습니다.”


“집?”


“네. 아버지와 살던 집...말입니다.”


“송원 어르신과 살던 집 말이더냐.”


“네.”


설화가 안쓰러운 눈으로 세계를 응시했다.


“환영처럼 한 여자아이가 나타났습니다. 그 아이가 이끄는 대로 가보니,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났습니다. 그 집에 살았던 기억이......추억이......”


“......”


“저는 분명 제7세계에서 왔는데, 어떻게 그 기억이 떠올랐을까요? 저는 분명 남자였고, 지금보다도 훨씬 먼 미래에서 살았는데 말이지요.”


“......”


“한참을 담벼락을 돌며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네가 내린 해답은 무엇이더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정답은 하나였습니다.”


세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그 아이라는 것. 내가 바로 이 익자 태자라는 사람의 여식이라는 것. 그것이 아니고선 그렇게 많은 기억이 그토록 선명하게 떠오를 수 없습니다.”


설화가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세계는 눈을 감고 눈물을 삼켰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반짝이는 두 눈이 설화를 향했다.


“그렇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그 먼 미래의 기억은 무엇일까요?”


세계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던 설화가 되물었다.


“너는 세계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


“세계에서 세(世)는 시간을 뜻하고, 계(界)는 공간을 뜻하지.”


“시간과 공간......”


“너와 내가 알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일까?”


“글쎄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설화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자문 제일 첫머리가 무어라 적혀있는지 아느냐?”


천자문이라면 세 살짜리 꼬맹이도 아는 것.


뜬금없이 그것을 물어보는 설화가 의아하다는 듯 세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답했다.


“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이라 쓰여 있습니다.”


“그것의 뜻은 무엇이냐?”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칠다는 뜻입니다.”


“거기에서의 우주 역시, 공간을 뜻하는 우(宇)와 시간을 뜻하는 주(宙)가 합쳐진 말이지.”


세계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행수 어른께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그리 넓고 거친 우주에 공간과 시간은 하나만 존재할까? 만약 여러 개가 존재한다면 어찌 존재하는 것일까?”


설화의 선문답이 이어졌다.


해답을 찾고자 시작했던 대화로 세계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져 갔다.


그때였다.


토독. 토도독. 토도도독......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꽤 쏟아질 것 같구나.”


설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세계도 잠시 복잡한 생각을 접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의 반쪽은 분명 쨍하게 맑은데, 반쪽은 짙은 먹장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먹장구름이 맑은 하늘을 향해 요동치며 달려가고 있었다.


하늘마저 요상했다.


“아무래도 잠시 비를 피해야겠구나.”


설화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서 조금만 가면 작은 오두막집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죠.”


세계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납치했었던 자객, 휼이 서 있었다.


“아니 당신은......”


세계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휼은 앞장서서 걸어갔다.


*


수풀을 헤치며 산속으로 들어가자 작은 오두막이 눈에 보였다.


세 사람이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오도 가도 못하게 생겼네요.”


세계가 창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며 이어 말했다.


“것보다......이리 비가 오면 내일 합방도 취소되는 것이 아닙니까?”


“아마 지나가는 비일 것이다. 어제 그리 환한 달님이 떴는데, 그럴 리 없을 게다.”


그리고 자꾸 합방이 미뤄지면 아니 된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은 헛된 것이 아니다.


그간 영상대감이 했던 말. 그의 행동을 보자면......


아마도 영상대감은 이번 합방마저 취소되면 일을 진행시킬 것이다.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던 세계가 설화를 보며 문득 물었다.


“행수 어른은 누구의 편이십니까?”


“누구의 편?”


설화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설화의 반응에 세계가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이어 말했다.


“설화정에 영상대감과 그 일패가 드나든 걸 보았습니다. 헌데, 이번에는 빈궁마마를 돕고 계시질 않습니까.”


예민한 부분이라 생각했지만,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자.


처음 생각처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지만, 모든 것이 의문스럽기만 했다.


“빈궁마마를 돕고자 하는 건......내 의지가 아니다. 웃전의 명이 있었을 뿐.”


“허면, 행수 어른께서는 영상대감의 편이십니까?”


“지금껏 너는 내 이야기를 무엇으로 들었느냐.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겠느냐?”


“그럼 대의를 위해 움직이시는 것입니까?”


“나 같은 한낱 기생이 대의에 어떤 힘을 더하겠느냐.”


세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저 한낱 기생이 아니다. 분명 무언가 있다.


그것이 무얼 위한 것인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행수 어른이 범인(凡人)이 아님은 틀림없다.


사 팀장에 관해서도, 세계에 대해서도, 이리 깊게 이해할 정도라면 필시......


“행수 어른께서도 세계의 혼돈을 겪으셨습니까?”


“네가 내린 결론이 그거더냐?”


“네.”


“미안하구나. 이번에도 네가 틀렸다. 나는 사 팀장도, 세계를 건너온 것도 아니다. 다만......”


“다만......”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비가 그친 것 같으니, 어서 궁으로 향하자꾸나.”


급히 말을 삼킨 설화가 문을 나섰다.





***




탁!


서안을 내리치는 소리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오 내관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밤을 새웠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초롱초롱한 눈을 한 은이 보였다.


“소, 송구하옵니다, 저하. 저도 모르게.....잠깐 눈을 감는다는 것이 그만......”


“오 내관. 내, 결정을 하였다.”


“무엇을 말씀이옵니까.”


“빈궁에게 줄 선물.”


“정말이시옵니까?”


오 내관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서안 위를 둘러보았다.


간밤 쉬지 않고 읽은 책들이 어지럽게 쌓인 위로 반듯하게 놓인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옵니까?”


“오 내관, 지금 당장 윤성헌을 불러오거라.”


“지금...말씀이옵니까?”


“그래.”


“윤 교리는 왜......”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쉰 은이 입을 열었다.


“확인을 해야지.”


“무엇을 말씀이옵니까?”


“이 책을 빈궁이 읽었는지 말이다.”


“아......”


“그리 멍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움직이거라. 어서.”


“네. 네네.”


은의 재촉에 오 내관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




“윤 교리님. 조금 더 빨리 가시겠습니까.”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헌데, 궁에서 이리 뛰어도 되겠습니까? 본디 선비는 느리게 걸으며 뒤축이...”


“저하의 명이니 괜찮습니다. 어서요.”


성헌의 말을 뚝 잘라먹은 오 내관은 도리어 재촉을 더했다.


“헌데, 무슨 일인지는 알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헉헉, 무엇이겠습니까? 휴- 저하께서 이리 아침 일찍, 헉헉. 급히 윤 교리님을 부른 연유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오 내관이 겨우 말을 뱉었다.


“또 빈궁마마의 일입니까.”


“네. 차, 찾으셨다고.”


“무얼 말씀이십니까?”


“허, 헉...서, 선......”


“숨이 많이 가쁘신 것 같으니, 말씀은 이따 도착하셔서 하시지요.”


“허, 헉...네.”


오 내관은 숨을 헐떡이며 자선당을 향해 달음박질을 계속했다.


*


문 앞에 선 오 내관이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얼마나 다그쳤으면 오 내관님이 이리 다급하게 날 찾아왔을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헌이 안쓰럽게 오 내관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오 내관이 은에게 고했다.


“저하. 윤 교리가 도착하였나이다.”


성헌은 재빨리 두 손을 모으고, 단정한 발걸음으로 방안으로 들어섰다.


“저하. 그간 평안하셨나이까.”


성헌이 행검한 자태로 은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제도 보았지 않느냐. 우리 사이에 그런 인사는 그만하고. 어서 이리 오너라.”


은의 말에 성헌이 가까이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은의 앞에 놓인 서안 위에는 많은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리 많은 서책을 보시는 것이옵니까?”


“네가 그러지 않았느냐. 빈궁이 좋아할 선물이 서책일 거라고. 하여 내 어제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


빈궁마마를 위해 이리 많은 서책을?


정녕 두 분의 관계가 이리도 좋아지신 것인가.


성헌의 눈에 의아함과 동시에 기쁨이 떠올랐다.


“이 사실을 알면 빈궁마마께옵서 정녕 기꺼워하실 것이옵니다.”


“아니 된다. 이 사실을 빈궁이 알면 결단코 아니 될 것이다. 허니, 네 입을 단단히 여며 묶어둬야 할 것이다.”


은이 펄쩍 뛰며 성헌을 다그쳤다.


내가 밤새 서책을 읽은 것은 비밀이어야 한다.


이는 남자의 자존심이다.


여인의 마음 하나 읽지 못해 쩔쩔매는 일은 두 번이면 족하다.


이번에는 기필코, 여인의 마음에 드는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입을 앙다문 은이 쌓인 서책 위로 책 한 권을 올려놓았다.


“이것은 회남자(淮南子)가 아니 옵니까.”


“역시 너는 알고 있구나.”


성헌이 대답 대신 머리를 조아렸다.


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은이 물었다.


“허면, 이 책을 읽기도 하였느냐?”


“소신, 한때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관심을 두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회남자를 읽어보았나이다.”


성헌의 말을 들은 은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소신이 그 책을 접한 것은 빈궁마마께옵서 궁에 들어가신 이후입니다.”


“정녕 이냐?”


“네, 확신할 순 없사오나 빈궁마마께옵서는 회남자를 읽지 않으셨을 것이옵니다.”


은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되었다. 그럼 되었다.”




***




먹장구름이 요동치던 하늘이 어느새 연한 쪽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두막을 나온 세 사람은 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맑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걷다 보니 복잡한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세계가 이상함을 느끼곤 뒤를 돌아다보았다.


“사라졌습니다.”


“무엇이 말이냐.”


“아까 그 자 말입니다.”


“휼 말이더냐.”


“방금까지 분명 제 뒤를 좇아오고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어딘가에서 우릴 보고 있을 테니.”


“뭡니까? 그럼 혹......그자가 자유자재로 시간과 공간을 건너다니는 겁니까?”


세계의 말에 설화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허리를 접은 그녀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정녕 너는, 정녕 저는......재미진 아이구나. 어쩜 나를 이리 매번 웃게 하느냐.”


“웃지 마십시오. 저는 진지합니다.”


뾰로통한 세계의 말에도 한참이나 설화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말씀을 해주지 않으니 그렇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비밀이고, 모든 것을 함구만 하십니다.”


볼멘 세계의 말에 웃음을 겨우 멈춘 설화가 입을 열었다.


“휼은......어딘가에 숨어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다.”


“숨어요? 왜요?”


“그 아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궁 가까이 가면 말이다. 보아라. 벌써 궁에 다 오질 알았느냐.”


세계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멀리 궁이 보이기 시작했다.


*


무사히 궁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쓰개치마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내 뒤를 꼭 붙어오너라. 고개를 절대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설화가 세계에게 다짐을 하고, 종종걸음을 옮겼다.


세계는 고개를 숙이고 설화의 치맛단만을 바라보며 뒤를 따랐다.


치맛단이 사각거리는 소리만 작게 날뿐, 발소리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걸음을 옮기는 자태만 보아도, 가히 한양 최고의 기생다웠다.


그런데, 앞서 걷던 설화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세계의 손을 홱, 낚아채 나무 뒤로 숨어들었다.


무슨 일인지 상황을 살피던, 세계의 눈에 긴 행렬이 들어왔다.


행렬의 맨 앞. 흑룡포를 입은 저 사람은......


“세자 저하시다.”


설화가 속삭였다.


그간 보아오던 저하의 모습이 아니다.


도포와 흑립에서 곤룡포와 익선관으로 옷차림만 바뀌었을 뿐인데......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달랐다.


누가 보아도 저분은 이 나라의 국본임이 틀림없었다.


은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예서 좀 기다려야겠구나. 저하께서 중희당으로 향하시는 것 같으니......”


설화의 말에 세계가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된다. 오늘 찾아뵙겠다 빈궁마마께 약조하지 않았느냐.”


“아마 두 분의 대화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저의 도움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 말대로 하시지요. 내일이 합궁일이니, 내일 다시 찾아뵈어도 될 것입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설화가 세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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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화 들어봤습니다. 그 이름. 21.04.02 15 0 13쪽
59 58화 후회라는 건 그냥 일찍 해버리는 게 나아. 20.10.30 17 0 13쪽
58 57화 곧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20.09.12 14 0 13쪽
57 56화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20.05.16 41 0 14쪽
56 55화 개똥 같은 소리 20.02.21 29 0 13쪽
55 54화 네가 해다오 20.01.13 27 0 13쪽
54 53화 그녀를 곁에 둘 각자의 방법 19.12.31 27 0 12쪽
53 52화 그게 그토록 궁금하셨나요? 19.12.24 24 0 13쪽
52 51화 없던 병이 더 생기겠군. 19.12.06 30 0 14쪽
51 50화 천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 19.11.24 33 0 16쪽
50 49화 이대로는 아니 되옵니다. 19.11.17 28 0 14쪽
49 48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19.11.10 35 0 12쪽
48 47화 그들의 속내 19.11.01 31 0 13쪽
47 46화 그 아이의 정체를 모르실 것 같은가? 19.10.27 37 0 14쪽
46 45화 모든 것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19.09.28 45 0 14쪽
45 44화 저를 궁으로 보내주십시오. 19.09.20 43 0 12쪽
44 43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 19.08.29 36 0 15쪽
43 42화 마마신의 저주 19.08.15 43 0 13쪽
42 41화 불안의 시작 19.08.11 40 0 12쪽
41 40화 붉은 입술 19.07.27 63 0 13쪽
40 39화 안개 속의 자두 19.07.20 53 0 17쪽
39 38화 합궁, 내 꼭 해주지. 19.07.12 77 0 13쪽
38 37화 역시 말렸어야 했다. 19.07.06 48 0 14쪽
37 36화 더 강력한 명분 19.06.28 47 0 12쪽
36 35화 선물이 향하는 곳 19.06.22 60 0 13쪽
» 34화 누구의 편이십니까? 19.06.16 54 0 16쪽
34 33화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정답은 하나 19.06.01 67 0 12쪽
33 32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19.05.26 57 0 12쪽
32 31화 익숙함이라는 것은 때론 무서운 것 19.05.17 7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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