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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작품등록일 :
2019.01.29 17:01
최근연재일 :
2019.04.06 18: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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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수 :
6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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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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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겜판물이라고 해서 현실을 신경쓰지 않을 순 없지

유저들 간의 만남은 불가사의. 무엇보다 게임은 수수께끼 같은데, 너희 함께라서 정말 다행이다.




DUMMY

엑세스 스피어가 해제되고 기오의 의식이 VR에서 현실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눈이었다. 시야에는 집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천장이네.”


최근 고전 소설로 VR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유저나 AI와 융합되어 변해버린 등장인물이 나오는 책을 봤던 기오는 속으로나마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루시드 판타지아에서는 한낮이었지만 창가에서 비치는 아침 햇살이 대략적인 시간을 알려주었다. 취침시간을 전부 게임에 소모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걸 알아챘다.


“아침? 잠깐, 나 설마 지각한 거야?!”


책상으로 달려가 시계를 잡아들었다. 시계는 오전 6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휴.”


다행히 지각은 면한 기오는 벽에 걸어둔 달력을 바라보았다. 오늘, 7월 10일에 ‘밥 하기’라고 작게 쓰여 있었다.


“아차.”


홀수 날은 유희가 밥을 하지만 짝수 날은 기오가 밥을 하기 로 서로가 합의한 룰에 의해 오늘 식사 당번은 기오였다. 2층에서 내려간 기오가 주방에서 이런저런 요리를 하는 동안 일어난 유희가 주방에 도착했다.


“썩은 아침.”

“그래, 썩은 아침.”


창작물이었다면 당연히 닭살 돋는 대사를 했겠지만 현실남매의 대화를 한 둘. 미리 꺼내놓은 반찬을 덜어내고 찌개를 마무리지은 기오는 밥솥을 열어 밥을 푸려고 했다.


“...이런 토발.”


밥솥 속 텅 빈 밥통이 그를 맞이했다.


“밥 없어? 그럼 나 먼저 씻을게.”


시간 절약을 위해 유희가 씻으러 간 사이 기오는 재빨리 머그컵에 생쌀과 물을 부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약 7분 정도 지난 뒤, 잘 지어진 머그컵 밥을 꺼내 자리에 두고 식탁에 반찬들과 함께 두자 다 씻었는지 교복 차림의 유희가 나타났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오빠 밥은 머그컵으로 하는 밥이 더 맛있는 것 같아.”

“시끄러. 밥이나 먹자.”


본인도 의문이었기에 아무 말도 못한 기오는 수저를 집었다.


“그나저나 게임은 재미있었어? 하루종일 하던데.”

“재미있기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시간만 날렸다.”

“둘러싸일 정도라면 꽤 대도시에서 시작했나보네.”

“그런 가봐.”


직접 준비하면서 한 게 아닌지라 기오는 처음 시작한 왕국과 도시를 잊어먹었다.


“뭐, 대도시에서 시작했으면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래. 그나저나 너도 루시드 판타지아 했었어?”

“응. 나도 꽤 해서 상당히 높은 레벨이야.”


유희는 머그컵에 남은 밥풀을 한데모아 먹은 뒤 수저와 함께 싱크대에 뒀다.


“나 먼저 가볼게.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으니 오빠도 빨리 가봐.”

“알았다.”




꿈. 그것은 분명 보통의 인간으로는 제대로 인지하는 것조차 용이하지 않은 무의식의 무아. 하지만 기오는 꿈을 인지하고 있었다. 왜인지, 어째서인지는 본인도 모른다. 그래도 상상의 나라 네버랜드로 떠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장점이기에 고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끔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어도 매우 생생한 4D 영화를 보는 것 같기에 좋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기오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새까만 공간에서 이전 학교에서 있던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기오는 다른 녀석과는 달랐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할까, 그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말한다.


유치원생 때 유행하던 RTS에서 일부 유저가 만들어내 프로들이 사용하는 전술 대신 자신만의 전술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판에서는 지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항상 이겼다. 덕분에 기오는 항상 주변인들이 대가로 주는 음식과 학용품등으로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다.


초등학생 시절 인기를 끌던 TCG에서도 모두가 하는 시너지가 좋은 카드들로 뭉쳐 만든 덱 대신 카드군이나 종족을 통일한 실전성 낮은 굿 스터프 덱을 사용했다. 팩을 깔 때마다 나오는 시너지 좋은 카드들을 모두 비싼 값에 팔고 사용했기에 돈을 쓰기는커녕 이득을 봤으며 매장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많았다.


고등학생 때 나온 매 판마다 캐릭터를 고르는 게임에서도 강한 캐릭터 대신 재미있는 캐릭터, 심지어 여러 캐릭터 육성 게임에서도 높은 난이도에 짜릿함을 제공하는 캐릭터를 고른다. 이런 류의 캐릭터는 PVP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았기에 이벤트 매치에서 자주 이겨 게임 내에서는 유명해지기도 했다.


남들과는 카타르시스를 얻는 방향이 다른 그는 주변에서 괴짜나 변태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노가다에 질린 친구들과는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기오의 플레이를 보며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기오와 친구들은 친하게 지냈다. 문제는 그런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녀석들과 만났을 때였다.


갑작스럽게 한 사람의 이탈로 한 명 부족한 채 PC방에 온 그들. 기오가 잠시 선불 충전을 하러 간 사이 옆에서 같은 게임을 하던 한 남학생이 영입을 시도했다. 일반적인 플레이가 아닐 것이라고 경고를 했지만 무시한 남학생의 손에 이끌려 이들은 파티를 맺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사건의 발단은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오가 한주를 고를 때였다.


한주는 근미래 SF 세계관에 활과 화살을 사용하는 구시대적 딜러였다. 오죽하면 한주가 있는 팀은 무조건 진다고 생각해 게임을 나가는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기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주를 골랐다. 그는 다른 한 명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몰랐기에 저지른 일이었다.


무슨 짓거리냐고 따지려는 차에 게임은 시작했다. 기오는 저격수를 고른 캐릭터의 저격을 방해하거나 힐러에게 한 발 쏴 힐을 방해하고, 연계를 방해하는 등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플레이를 했다. 한주부터 죽이고 보자는 상대팀은 기오에게 돌격했고, 그렇게 딜러 한 명이 상대팀 모두의 어그로를 끈다는 희한한 상황에 남학생이 벙찐 사이 익숙하다는 듯 다른 멤버들이 재빨리 승리 조건을 채우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승리. 등급 결정전이었기에 남학생은 등급이 올랐다. 그는 기오에게 다가가 따졌다.


“야, 한주! 너 왜 한주 골랐어!”

“우리 파티원이 여기 있었나, 그런데 한주 고르면 안 된다는 법 있어?”

“아무리 그래도 다른 거 골라야지, 한주가 뭐냐?”

“오히려 한주가 더 쉬운 캐릭터인데.”

“응?”


남학생은 기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일 약한 캐릭터인 한주가 어째서 쉬운 캐릭터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요즘 한주를 픽하는 녀석은 없으니까. 기술이 뭔지, 사정거리와 효과가 어떤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설령 안다고 해도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 다른 사람들이 잘 고르는 캐릭터는 감으로 피할 수 있지만 한주의 기술을 그리 잘 피하는 건 높은 동체시력과 컨트롤이 아니라면 힘들다.


비주류 캐릭터와 스킬의 활용은 언제나 상대방의 예측과 대비를 부수는 강력한 요소였다.


“연계는...”

“처음 본 양반들끼리 연계는 무슨, 한 것도 없는 주제에 버스만 탄 양반이 말 많네.”


실제로 남학생의 처치, 명중률, 헤드 샷 수 모두 기오에게 밀렸다. 유일하게 잘한 건 적은 죽음 수였는데, 모든 어그로를 기오가 끈 시점에서 죽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에 내세우지는 못했다.


“이 자식이!”


기오의 팩트폭격에 열받은 남학생은 그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텁.


우연히 비번이라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형사가 나타나기 전까지.


“누구야?”

“근처 경찰서 강력반에서 일하는 경사다. 폭력 현장을 발견했으니 널 24시간동안 구금해야겠다.”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경찰서로 따라와!

순식간에 종결된 싸움. 기오와 친구들은 더러운 기분을 숨기지 못한 채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오후, 하교하려던 기오는 남학생의 패거리들에게 근처 건설 중인 공사장으로 끌려갔다. 기오를 밟으려는 그 때 건설 인부 한 명이 그들을 발견했다. 경찰이 오기 전에 도망가려는 그들은 떨어지는 건설 자재들에 깔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 다음날. 물을 마시던 기오는 갑작스럽게 사례가 들려 물을 바닥에 뿜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남학생은 집에서 들고 온 과도로 기오를 죽이려고 했다. 그는 기오가 뿜은 물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손에서 떨어진 칼은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졌다.



남학생의 머리 위로, 칼날이 밑을 향하게.



순식간에 발생한 살인사건. 당연히 기오는 무죄였지만 남학생의 부모는 막대한 재력으로 기오를 매장시키려고 했다. 우연히도 그의 아버지는 불법도박이 밝혀졌고 어머니는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사람들은 모두 기오가 뒤에서 일을 벌였다고 생각해 그를 멀리했다. 그저 ‘운이 좋을 뿐인’ 기오는 자신을 괴물 취급하는 주변에 있다간 정신이 나갈 거라고 판단, 전학을 택했다.


이렇듯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대로 유기오는 그 이름대로 성장했다.

유기오는,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대로 살기로 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포기와 다를 바 없었다.

재생을 끝낸 자각몽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기오의 의식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인생의 7할은 운발이다.


작가의말

이런 토발: 토발(나이트런) 참조.

3천자 가까이 설명했다 싶이 기오는 제 정신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전 시간대인 AIMG가 어느 세계인지 아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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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직 퀘스트 ─ 신의 황금 상인 19.03.21 124 1 7쪽
18 돈은 많을수록 좋다 19.03.14 119 2 7쪽
17 직업 정하는 건 미래 정하는 것 보다 힘들어 19.03.12 143 2 7쪽
16 자신이 알고 있는 게 항상 정답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19.03.09 144 2 7쪽
15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파악하지 말자. 19.03.07 146 3 8쪽
14 세계는 당신의 뜻으로 움직인다. +2 19.03.05 154 3 7쪽
13 (엄청난) 행운은 GM을 춤추게(반어법) 만든다. 19.03.02 163 2 9쪽
12 (승리를 가져오는) 운명의 룰렛을 돌려줘! 19.02.26 167 2 8쪽
11 수많은 모험가들이 여행자금을 벌기 위해 오는 유구한 전통이 있는 곳 19.02.24 170 2 7쪽
10 운발X망겜 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19.02.23 168 2 8쪽
9 역시 현실에서 아는사람끼리 게임해야 편하지 19.02.22 190 2 8쪽
» 겜판물이라고 해서 현실을 신경쓰지 않을 순 없지 19.02.20 206 2 10쪽
7 운 스탯이 너무 높다. +1 19.02.17 238 2 7쪽
6 시작부터 운이 타고난 뉴비는 고렙들의 환영을 받는다. 19.02.11 256 2 7쪽
5 튜토리얼이 (정신적으로) 너무 어렵다 19.02.08 272 4 7쪽
4 Q. 유기오(YU-GI-OH!)의 영원한 주인공은? 19.02.05 338 4 7쪽
3 바로 이렇게 +4 19.02.03 377 4 5쪽
2 현실에서도 운은 좋다. +4 19.02.01 404 5 9쪽
1 프롤로그 +2 19.01.29 454 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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