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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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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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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랑血狼 (5)

DUMMY

라진지구, 청라고속도로 입구. 현재 시각 9시 30분. 청진시 미군기지로 향하고 있던 타니구치는 제 앞에 정체된 차량을 보고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딱히 막힐 시간도 아닐뿐더러 주말마저 아니었는데, 열 몇 대는 되는 차량이 앞에 늘어져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마리아, 혹시 무슨 사고라도 벌어졌습니까?”

마리아 오를로프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귀에 낀 이어폰으로 지역 교통방송을 청취하던 그녀는 곧 진행자가 시답잖은 후크송이나 틀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아니, 한물 간 노래나 틀고 있는데.”

어둠이 깊게 드리운 밤은 주변의 은밀한 야행도 쉽게 눈감아줄 터였다. 타니구치가 잠시 눈을 감았다. 시동 걸린 엔진이 우는소리부터 저 멀리 있는 전등이 깜빡이는 소리까지. 극도로 예민해진 그의 청각이 반경 몇십 미터를 생생하게 잡아냈다.

“······차 돌리세요.”

이윽고 눈을 뜬 그가 말했다.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고 있던 마리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아뇨, 아직은.”

당장 이렇다 할만한 징조는 없었다. 허나 무인으로서의 감은 지금 바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타니구치는 미신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무인의 존재도 따지고 보면 미신이나 다름없었다.

“차도 이렇게 막히는데 지금 진입하지 않으면 미군기지에는 제때 도착 못해.”

“상관없습니다.”

“행여 목적지라도 아는 놈이 있으면 우리가 미끼란 걸 금방 알아버릴 텐데?”

마리아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뱉었다. 일개 운전사인 그녀 입장에서는 일에 변수가 생기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무인도 아닌 여자가 라선 암흑가에 몸을 담고 살아갈 수 있던 것은 순전히 운전 실력과 일을 끝까지 수행하는 책임감 때문이었으니까.

“어차피 바이린 양은 종학 군의 차에 탑승하고 있을 겁니다. 라진항과 라선국제공항은 선봉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요. 어느 쪽이 두 사람의 목적지든 간에, 우린 그저 시간만 벌면 됩니다.”

“신참 한 명 더 있다며.”

“그 친구는 아마 우리 같은 미끼일 거예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그녀가 운전대를 바로 잡았다. 타니구치는 품에 넣어둔 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콜트M1911, 무인으로서도 쉽게 막기 힘든 45구경 탄환이었다.

“······알았어, 차 돌릴게.”

이유야 어찌되었건 타니구치는 믿음직한 무인이었다. 마리아는 그가 총까지 꺼내는 모습을 보고 곧장 차를 돌렸다. 그의 장기는 두 자루의 톤파를 이용한 근접전이었다. 자연히 이런 도로 한복판에서의 싸움은 불리했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거리가 벌려졌을 때는 총기와 같은 도구의 힘을 빌렸다.

“어디로 가면 돼?”

타니구치가 말없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가 안력을 잔뜩 돋우며 짙은 유리창 너머를 내다보았다.

“······마리아?”

“왜?”

“고개 숙이고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마세요.”

“뭐? 무슨······.”

파바바박!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꺄악!”

연사력으로 미루어보아 기관단총이 분명했다. 사격음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보아선 소음기를 착용한 모양이었다. 몇 발은 유리에 맞았지만 방탄이 잘 되어있는 덕에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적은 선회하는 차량을 멈추기 위해 일부러 차체에다 대고 총을 갈긴 것이었다.

“제가 당하면 그때 경찰에 신고하세요. 당신이 바이린이 아니라는 걸 알면 해코지는 안 할 겁니다.”

“너, 너는 어쩌고!”

“전 무인입니다.”

언제든 죽을 각오는 되어있었다. 타니구치가 조심스레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주변을 가득 메운 차들은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적들을 내보냈다. 모두가 하나같이 정장을 잘 차려입은 사내들이었다. 죄다 얼굴에 복면을 쓴 것이 목적은 안 봐도 뻔했다.

“타니구치 마사히로?”

복면을 쓴 괴한들 가운데 피로 젖은 옷을 입은 사내가 말했다. 늘어진 중발과 매서운 눈빛을 가진 자였다. 손에 들고 있는 기관단총으로 보아 차량을 멈춰 세운 것도 그인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바이린을 내놓아야겠다.”

타니구치가 미간을 찡그렸다. 상대는 제 이름은 물론이고 바이린의 존재까지도 전부 간파하고 있었다. 그녀가 목적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깊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여배우 말입니까? 그런 유명인을 왜 애꿎은 제게서 찾는 건지 모르겠군요.”

“피차 다 알 거 아는 사이에 피곤하게 굴지 말지. 선봉지구 쪽 중식당 마천루에 온 것은 바이린이 아니었어.”

“······당신 누굽니까.”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을 둘러싼 제 부하들에게 이르기를, 차 안을 뒤져보라고 말할 뿐이었다.

“샅샅이 뒤져.”

“종학 군을 어떻게 했습니까!”

“······타니구치, 넌 다 좋은데 멍청한 게 흠이야.”

괴한 하나가 타니구치가 등지고 있는 차 방면으로 다가갔다. 다른 나머지는 도로 주변을 통제하거나 혹시 모를 저항에 대비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신의안입니까?”

타니구치가 다시 물었다. 사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련방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씨알도 안 먹힐 으름장이었다. 사내가 피식 웃었다. 입을 가린 복면 너머로도 조소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조소가 일그러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이린은 여기 없습니다.”

“뭐?”

마침 잠긴 문을 강제로 연 괴한이 안에 숨어있는 게 마리아뿐이란 걸 확인하곤 고개를 저었다.

“······어디다 숨겼어.”

“왜 하필 제가 숨겼다고 생각합니까?”

“선봉지구 쪽은 확실히 아니었으니까.”

“전 모릅니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타니구치가 씩 웃었다. 고문을 하던 협박을 하던 상관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애당초 자신의 역할은 바이린이 안전하게 떠날 시간을 벌기 위한 미끼였다. 사내 역시 그 사실을 떠올리곤 더 이상의 질문이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후, 그래. 그럼 이쪽은 꽝이었단 말이지.”

“그런 것 같군요.”

“첸 샤오밍도 참 알다가 모를 사내군. 오랜 시간 후원해온 제 무인들을 놔두고 애꿎은 외부인에게 의매를 맡기다니.”

사내가 내막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가 제 총을 들어 겨누며 말했다.

“그럼 결국 라선국제공항인가?”

“······!”

“아니, 어쩌면 이 또한 기만책일수도 있겠군.”

파바바박! 사내가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니구치의 슬골을 향해서였다.

“컥!”

기관단총의 총알이 그의 무릎을 향해 빗발쳤다. 아무리 총알조차 막아내는 실력이라고 해도 지금 같은 연사에는 장사가 없었다. 서너 발이 튕겨나가고 남은 두어 발이 무릎에 깊숙이 박혔다.

“죽련방에겐 네가 살아있는 편이 좀 더 홍곤의 항명을 증명하기 쉬울 테지?”

“당신, 감히······!”

“놈들에게 연락 넣어둬. 도로 통제하고 있는 녀석들도 철수하고 잽싸게 빠진다.”

사내가 주변에 놓인 차량 가운데 제일 빠른 것에 탑승하며 말을 덧붙였다.

“나는 곧장 공항으로 간다. 이 자식은 데려다놨다가 죽련방 놈들 오면 넘겨버려.”

복면을 쓴 괴한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그길로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 남겨진 타니구치는 피가 솟구치는 무릎을 부여잡았다. 무인을 상대로 고작 무릎 하나 망가트렸다고 방심하긴 일렀다.

“······신의안 친구들.”

타니구치가 우뚝 섰다. 멀쩡한 다리 하나로만이었다. 그가 앞서 숨겨둔 권총을 앞으로 꺼내며 힘겹게 내뱉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야겠습니다.”

탕! 제 사정거리 밖에 있는 적을 맞춘 그가 곧바로 제일 가까이 서있던 녀석에게 총을 던졌다. 난데없는 저항에 당황한 놈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사이, 그가 제 허리춤에 차놓은 두 자루의 톤파를 꺼내들었다.

“······막아!”

그의 절기는 봉법을 위시로 한 타격술.

“개 패기 좋은 날이군!”

이른바 타구봉법이었다.






선봉지구의 초고층건물 KC타워에는 ‘마천루’라는 이름을 가진 중식당이 있다. 건물의 100층에 위치한 식당은 저명한 주방장과 멋들어진 중화풍 실내장식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라선의 미식가들은 때때로 이곳 마천루에서 썩 훌륭한 식사를 해결하곤 한다. 당연히 어지간한 중산층들은 한평생 이곳의 요리를 먹어볼 일이 없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라선의 특성상, 식당을 비롯한 건물 일체는 소위 말하는 ‘가진 자’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삼합회 죽련방의 홍곤 첸 샤오밍은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엄연히 라선을 주름잡는 한 방幇의 대표였고, 식당으로서든 건물로서든 충분히 마천루를 드나들 자격을 지닌 이였다.

어디 그뿐일까? 샤오밍은 마음만 먹는다면 식당 전체를 전세 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암흑가의 인물치고는 검소한 성격에 면벽하고 수행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그가 그러는 일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마천루의 직원들은 그 샤오밍이 직접 누군가의 예약을 청탁하였을 때 귀를 의심했다.

웬만한 인물은 드나들 수조차 없는 라선의 초고층건물. 예약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재력과 권력을 과시해야하는 식당. 건물의 내외에는 시공사인 KC그룹 소속의 무인들이 경비도 서고 있었다. 어딘가의 간부급 인사나 2품 중급 이상 되는 무인이라면 또 모를까, 말단이라면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첸 샤오밍은 중식당 마천루를 세 군데의 접선 장소 중 하나로 택했다. 온갖 유명 인사들이 들르는 곳이니만큼 처음엔 바이린을 이곳에 보내 도망가게 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해봤을 정도였다. 결국엔 허를 찌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초면이나 다름없는 건하의 편에 보냈지만, 어쨌거나 마천루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장소였다.

하여 그는 생각했다. 바이린을 보내지 않더라도, 종학은 바이린의 역할을 대신해줄 여인과 함께 미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고.

“으헉, 허억······!”

원래는 그랬다. 그랬을 것이다.

“이, 이게 무슨······!”

허나 라선의 그 어떤 장소도 무인으로부터 안전하진 못했다. 갓 식당에 전출된 젊은 직원은 공포에 휩싸인 신음을 내뱉었다. 연로한 지배인의 꾸지람을 듣고 뒤늦게 화장실을 청소하려던 그는 지금 참혹한 광경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었다.

“지, 지배인님!”

타일은 깨져있었고 주변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직원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애타게 부르짖었다. 충격적인 광경에 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지배인, 지배인님!”

하루의 영업을 마치고 뒷정리만을 남겨둔 지배인이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실을 청소하러 갔던 직원으로부터 난데없는 고성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중식당 마천루의 접대를 총괄하던 연로한 지배인이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소리를 지르······!”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젊은 직원이 힘겹게 쥐어짜낸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 아까 왔던 그 여자······.”

경악한 채로 굳은 표정. 진홍색으로 물든 얼음 결정들. 복부에 커다랗게 난 천공과 제빙기에 넣고 찍어낸 듯이 조각나있는 커다란 얼음들. 지배인이 몰려오는 구역질을 참아내며 내뱉었다.

“경찰, 경찰 부르세요.”

얼어붙은 채로 머리만 토막난 여인의 시신이 눈앞에 있었다.

“······당장!”

“예,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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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막간 II 19.02.16 75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4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2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8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43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9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2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40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5 3 15쪽
11 막간 19.02.04 165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6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53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62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4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73 5 14쪽
» 혈랑血狼 (5) +2 19.02.01 182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209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5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23 4 20쪽
1 혈랑血狼 (1) +1 19.02.01 90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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