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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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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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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랑血狼 (1)

DUMMY

격호추룡擊虎追龍



― 위구르 조약 ―

제1조 (목적) 본 조약은 무인武人의 등록 및 통제, 그 처벌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방지하고, 국제 평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의) 무인武人이란 밝혀지지 않은 원인을 계기로 통상적인 자연인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띄게 된 초인超人을 일컫는다.




폭풍우 치는 날이었다.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고,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저 멀리 하늘에선 벼락도 쳐대고 있었다. 라선국제공항의 심사관 김선호는 굳은 얼굴로 날씨를 살폈다. 오늘 같은 날씨에도 베테랑 조종사들은 벌써 몇 번인가의 경착륙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런 악천후라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기장이라도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심사관님, 바깥에서 3품 무인이 한 명 대기 중입니다.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에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짐이랄 건 일체 가지고 있지 않았고, 복장은 다소 눈에 띄는 점이 없진 않으나 평범한 편이었다.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든 그가 대꾸했다.

“들여보내세요.”

담당자가 그리하겠다는 답을 남겼다. 한편으로는 공항의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었다는 소식도 막 올라왔다. 관자놀이를 꾹꾹 짓누른 김선호가 한숨을 내셨다. 당장이야 할 일이 없어 한가할지 모르지만, 결항 뒤에 몰려오는 무인들은 흡사 개떼와도 같아 꽤나 신경이 곤두섰다.

“실례합니다.”

잠시 후 대기하고 있던 사내가 입장했다. 살갑게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무인치고 성격은 좋은 모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선호가 그를 심사대 맞은편으로 안내했다. 화면에서 본 것처럼 등에 한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웃옷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인상도 서글서글한 것이 제법 훤칠했다.

“앉으시죠.”

청년이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으로 돌아간 김선호가 화면에 떠오르는 입국신고서를 살피며 창구에 손을 내밀었다.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은요?”

“여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청년이 주머니 속에서 여권을 꺼내 내밀었다. 스캐너 위로 위조여부를 검사한 김선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약력을 살폈다. 청년의 이름은 박건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고 무인으로서의 등급은 3품이었다.

“입국 목적은?”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요, 여기 오는 무인들은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그 가운데 막나가는 것들을 걸러내는 것이 바로 제 임무였다. 라선특별시는 통일 이후 이북에서 가장 번영한 땅이었고, 그에 속한 라선국제공항은 하루에도 십만여 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무인이 맞긴 합니까?”

“삼류지만 일단은요. 문제라도 있습니까?”

건하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렇게 딱 잘라 묻는다면 문제는 없다. 여권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진짜였고, 태도도 건실하니 빌미 삼을 것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흠.”

제아무리 삼류라고 불리는 3품 무인이라도 사람 모가지 정도는 손쉽게 비틀어버릴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혹시 모를 무인들의 난동 사태에 대비해 모든 공항은 지금 같은 특수한 장소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물론 심사관 역시 같은 무인임은 당연하다.

5급 공무원 김선호는 왕년의 2품 무인이기도 했다. 몇 해 전 라선으로 부임한 그는 무력보다는 통찰력에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었는데, 이 나라에서 그만큼 상대의 기량을 알아보는데 출중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단전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무인은 맞는데, 일체의 내력도 느껴지질 않는군요.”

“그게 문제가 됩니까?”

“이상하니까요.”

확실히, 이 박건하라는 청년은 내공이랄 게 일체 느껴지지 않았다. 싱긋 웃는 낯에 험한 말을 내뱉기도 뭐한 노릇이지만,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일류의 무인이 제 행적을 숨기기 위해 산공독을 복용하고 삼류로 위장하는 경우. 김선호가 끄덕였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용량을 조절하지 못해 내력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산공독 복용 사실이 있습니까?”

“그런 사실 없습니다.”

“여권은 진짜입니까?”

“문제가 있다면 있다고 말씀하시죠.”

특별히 훈련이라도 받은 게 아닌 이상에야,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숨길 순 없다. 화면으로 열람한 청년의 약력은 그가 2년 전 각성한 무인이라는 것과 일체의 전과가 없는 모범시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김선호의 촉이 발했다. 분명 이 정도로 기록이 깨끗한 놈이라면 어딘가 켕기는 구석이 있을 거라고.

“위조로군요.”

“······눈썰미가 제법 좋으시네. 심사관 선생.”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정이었건만, 아니나 다를까. 박건하가 피식 웃었다. 순박한 청년은 오간데 없고 닳고 닳은 무인이 그곳에 있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단전에 좁쌀만큼의 내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반인으로 위장했다면 모를까 무인이 그래서야 티가 나는 게 당연하다. 김선호가 책상에 올려둔 여권을 돌려주었다.

“어디까지가 진짜입니까?”

“이름과 나이까지만.”

“진짜 등급은?”

모든 무인의 등급은 한 품品당 세 단계로 나뉜다. 소위 삼류라고 불리는 3품은 그렇다쳐도, 얼마 안 되는 2품이나 손에 꼽을만한 1품은 입국 자체가 정부 주요 부처에 보고될 만큼 주요사항이었다.

“삼류라는 것도 사실이야.”

거짓말이었다. 그랬다면 구태여 여권을 위조하여 번거롭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을 터다. 김선호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조용히 돌아가시겠습니까, 구금되어 감방에 가시겠습니까?”

“글쎄, 원래는 선택의 여지도 없을 텐데.”

“공무원이라는 게 원체 바쁜 직업입니다. 한바탕 붙고 싶은 게 아니라면 서로 좋은 쪽으로 갔으면 하는군요.”

“미안하지만 오늘 안으로 입국을 해야 하는 몸이라서.”

이유야 어찌되었건 라선에 들어오려는 무인들은 차고 넘쳤다. 힘없는 민초들이야 남쪽의 안정된 땅에서 살기를 바라지만, 힘 있는 무인은 북쪽의 혼란스러운 땅에서 기회를 갈구하니까. 안 그래도 범죄의 온상인 도시인데 그런 악조건까지 겹치니 복마전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 안됐군요. 어디 다른 밀항 루트라도 알아보시죠.”

김선호가 딱 잘라 말했다. 암흑가에 의해 좌우되긴 해도 작금의 라선은 표면적으로나마 평화를 이룩하고 있었다. 거기에 기량을 알 수 없는 무인을 들였다간 또 무슨 파란을 일으킬지 모른다. 기득권과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니라면 들이지 않는 것이 옳았다.

“그리 야박하게 굴지 말지. 둘 다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뒷배라도 있습니까?”

“그런 거 없어.”

건하가 씩 웃었다. 묘하게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럼 돌아가시죠.”

“그렇게는 또 안 되겠고.”

무인들이 무뢰한으로 거듭나는 것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어디서 소개라도 받고 조직에 입성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런 상태로는 결코 들일 수 없었다.

“고용주가 없으면 돌아가셔야겠습니다.”

“그 말인즉 있으면 들어가도 된단 소리 아닌가?”

“고용주가 있으십니까?”

“누군가 곧 소개해주겠지.”

실로 의기양양한 태도였다. 누가 보면 직업소개소라도 찾아온 줄 알 정도였다. 김선호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내력을 알 수 없으니 실력 또한 가늠할 방법이 없었지만, 알량한 힘 믿고 깝죽대는 무인들이 그러하듯 배짱 하나만큼은 봐줄만했다.

“제가 소개해줄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연줄 닿는 곳이 있을 것 같은데?”

“무슨 근거로 그런 유언비어를 꺼내십니까?”

“감이지. 무인으로서의 감.”

김선호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쯤 되었으니 막 가자기라도 하잔 말인가? 하지만 눈앞의 청년은 여전히 제 선택에 의구심 하나 없는 표정이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그 성정 하나만큼은 높이 사줄만했다.

“당신 같은 막무가내를 고용해줄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없었다면 애초부터 이렇게 얘기를 길게 끌지 않았겠지.”

“······화술은 제법이군요.”

얘기를 끌어가는 솜씨도 제법이겠다, 이 정도면 중개를 알선해줄만한 실력은 되었다. 고개를 주억인 김선호가 탁상 어딘가에 처박아두었던 수첩을 하나 꺼내들었다.

“짐작한대로 제게는 나름대로의 커넥션이 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게 원체 박봉인데다가, 무인을 별 탈 없이 지내게 하는 데엔 조직만한 게 또 없거든요.”

“눈에 띄는 짓을 하면 곧장 뿌릴 뽑아버리니까?”

“뭐, 그렇습니다. 어디서 얘기를 듣고 오신건지는 몰라도 소개료는 톡톡히 받아먹으니 알아두시죠.”

건하가 알고 있다는 듯 고갯짓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어디선가 이야기를 들은 게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하기는 라선국제공항에서 무인을 심사하는 심사관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다가, 이런 악천후 속에서라면 방문객도 별로 없어 자리를 만들기 편했으리라.

“알다시피 3품 무인은 그리 좋은 자리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세간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여긴 라선이니까요. 박건하 씨의 진짜 품계를 말해준다면 좀 더 그에 맞는 자리를 준비할 수 있을 텐데요.”

“말했다시피, 나는 삼류무인이라서.”

넌지시 권유함에도 건하는 여전히 제 품계를 밝힐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긴 3품이라면 모를까, 2품만 되어도 대략적인 인상에 등급만 취합해 봐도 별호를 추측해낼 수 있으니 당연했다.

“좋습니다. 레드 마피아는 어떠십니까?”

“초장부터 세게 나오시네. 근데 그 친구들 외국인 싫어하지 않나?”

“선호하는 편은 아니죠. 그럼 야쿠자는?”

“어디냐에 따라서 다르겠지. 야마구치구미는 사절이야.”

야마구치구미는 일본 야쿠자들 가운데 가장 세력이 강한 조직이었다. 그런 자리를 거절한다는 것은 세는 적절하되 돋보일 수 있을 만큼의 크기를 원한다는 이야기였다. 김선호가 떠보듯이 물었다.

“한국계를 원하십니까?”

“굳이 국적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은걸.”

“그럼 결국 삼합회군요.”

“그렇게 되겠지.”

라선 바닥을 주름잡는 조직들이야 다 거기서 거기였다. 러시아 연해주를 통해서 들어온 레드 마피아, 현해탄을 건너온 야쿠자, 38선 이남을 타고 올라온 깡패. 마지막으로 중국 각지에서부터 내려온 삼합회.

“죽련방竹聯幇을 소개해드리죠.”

“좋지.”

“소개비는 한화 1천, 선불로.”

“······5백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김선호가 힐끗 시선을 옮겼다. 분명 그와 같은 심사관들이 쓸 만한 무인들을 소개해주고 받아먹는 알선료는 그쯤 되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렇게 정해진 금액은 깎거나 부풀려지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눈앞에 선 청년은 끝까지 제 품계를 속이고 내력을 숨기는 이였다.

“당신이 퇴짜 맞을 경우를 대비해야죠. 소개하는 것도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국가의 그늘 뒤에 숨을 양반이 말이 많으시네.”

“싫다면 돌아가시면 그만입니다.”

“퉤, 더럽고 치사한 양반 같으니.”

건하가 손을 내밀었다. 계좌번호나 내놓으라는 이야기였다. 심사관이 한층 풀어진 표정으로 책상에 놓인 포스트잇을 떼어 끼적였다.

“입금은 금일 자정 전까지, 연락처도 함께 적어줄 테니 나가는 대로 곧장 전화하시면 될 겁니다. 만에 하나 도망이라도 간다면 그 길로 불법체류자가 되니 알아두시고요.”

“들키지만 않았으면 그냥 내가 따로 알아보는 거였어.”

“그래요, 불법체류자 양반. 칭찬 고맙고 여기 통행증 드리죠.”

꽝! 여권에 도장을 찍은 심사관이 무인들 전용 통행증을 함께 부착시켰다. 그럴 일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때때로 실시되는 불심검문에 무인들은 이 통행증이 없으면 꽤나 골치 썩는 일이 생기곤 했다.

“두고 봅시다. 이 은혜 잊지 않을 테니까.”

“그러시죠. 나중에라도 혹시 누구 밀입국시킬 일 있으면 연락하시고요. 싸게 해드릴 테니까요.”

“바가지 씌우시려고?”

“조롱박도 쓰기 힘든 시대입니다. 바가지면 감지덕지죠. 역시 두당 1천이니 알아두세요.”

“거 되게 비싸네.”

입을 삐쭉 내민 채로 투덜거린 건하가 여권을 받아들었다.

“아무튼 수고하쇼.”

그것으로 심사는 끝이었다. 폐쇄된 입구를 개방한 김선호가 나가도 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퇴장하는 건하를 바라보다, 문득 잊은 것을 떠올리곤 그를 불러 세웠다.

“아, 박건하 씨?”

라선국제공항의 모든 입국심사관들에겐 한 가지 전통이 있다. 나름대로 유서 깊게 전해지는 그들의 전통이란 바로 인사였다. 모든 무인들은 앞선 이들이 그랬듯 누구나 미숙할 때가 있는 법이었으니.

“왜?”

“강호무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이북의 라선, 기회와 목숨이 오가는 곳.

“엿이나 드셔.”

무인들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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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고 19.02.17 71 2 14쪽
22 막간 II 19.02.16 73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3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1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7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37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5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0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38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3 3 15쪽
11 막간 19.02.04 159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4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46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56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0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67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79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197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0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16 4 20쪽
» 혈랑血狼 (1) +1 19.02.01 88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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