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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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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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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랑血狼 (2)

DUMMY

라선국제공항 출입국사무소를 벗어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라고속도로다. 청진과 라선을 잇는 이 고속도로는 기존 북한의 7번 국도를 대체하기 위해 건설된 통일의 산물이었으며, 작금에 이르러선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물류의 동맥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심사를 마치고 풀려난 건하는 그길로 곧장 공항의 정문을 나섰다. 별다른 짐이 없었으니 보행은 간편했다. 몸에 지닌 것도 여권과 지갑, 그리고 애지중지하는 전화기가 전부였다. 복장 역시 실로 간소해, 한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웃옷을 빼면 지극히 평범한 차림이었다.

― 박건하 님의 현재 계좌 잔액은 ₩109,300원입니다.

김선호에게 천만 원을 송금하고 난 뒤의 계좌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북 도시들의 물가가 이남보다는 싼 편에 속한다지만 이런 푼돈만 가지고는 사흘도 넘길 수 없었다. 국내에 딱히 숨겨둔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당장은 형편이 궁하게 된 셈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쩐다.”

오랫동안 이 나라를 떠나있던 몸이었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한량처럼 살던 것이 불과 엊그제까지의 일이다. 당연히 라선 바닥의 생리는 알 리 만무했고, 그나마 주워들은 것 또한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건하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직을 소개받기는 했으나 꼭 그곳에 들어가야 한단 법은 없었다. 김선호에게 송금한 돈은 소개비라기보단 보증금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다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출이 커진 탓에 여지가 줄었을 뿐.

별 수 없이 여권을 꺼내든 건하가 그에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떼었다. 무인의 돈벌이 수단은 쉽고 간편한 대신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어쨌거나 돈을 번다는 점에서 외주냐 고용이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전화를 집어든 그가 번호를 눌러나갔다.

― 죽련방이오.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차갑고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어찌나 뻣뻣했는지 얼굴을 보지 않고도 고지식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내가 묵묵히 답을 기다렸다.

“일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 이름이?

“박건하.”

죽련방은 대만을 중심으로 한 범세계적 조직 중 하나였다. 특히나 백랑白狼이라 불린 선대 두목의 죽음 이후, 현재는 그 후임을 자처하는 이들에 의해 크게 번성하고 있는 조직이었다. 자연히 대만 내에서의 입지는 말할 것도 없었고, 라선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도 유력한 집단이었다.

― 무인이시오?

“삼류지만 일단은.”

무엇보다 그들은 잔인하기로 둘째가기라면 서러운 이들이었다. 건하가 수많은 삼합회들 가운데 죽련방을 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무인이란 가장 잔인하고 흉악한 이들 가운데 할 일이 생기는 법이니까.

― 김선호가 보냈군.

라선국제공항 심사관 김선호, 건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에는 이게 통화라는 걸 깨닫고 육성으로 답했다.

“그래.”

― 삼류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품계는 3품일 것이고, 세부 등급은 어떻게 되시오.

무인들의 등급은 통상적으로 3개의 품으로 나뉘었다. 1품은 극히 드물고 2품은 흔치 않은 정도이며 3품은 대부분의 무인들이 속했다. 개중에는 1품을 초월하거나 분류가 불가한 이들에 한하여 0품이라는 특별 등급을 부여했지만, 대개는 그렇게 세 단계로 나뉘었다.

헌데 무인들의 실력이란 유동적이었고 품계 역시 그 대상의 업적이나 위험성에 따라 변경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정부에선 품에서 더 나아간 분류를 추가했고, 그것이 상급부터 하급까지 나뉘는 세부 등급이었다.

요컨대 모든 무인은 한 품마다 세 급씩 총 9단계로 경지를 나눌 수 있었고, 세부 등급을 묻는단 것은 그러한 제 품계 가운데 어느 지점에 위치해있느냔 물음이었다.

“삼류 중의 삼류지, 3품 하급이야.”

3품 무인 박건하의 경우엔 하급이었다. 그는 말하자면 모든 무인들 가운데 맨 밑에 위치한 자였다. 물론 당사자는 그 사실을 밝히는데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실제로 무인들 대다수는 3품 하급에 속해있었으니까.

― 신참인 모양이군. 알겠소. 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들었소?

“아니, 하지만 무슨 일이든 대충 가리지 않고 잘 해.”

―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돈만 잘 준다면야.”

― 명확해서 좋군. 좋소. 자세한 건 얼굴을 보고 얘기하도록 하지. 지금 있는 곳을 말하면 차를 보내겠소.

건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름 모를 거리였다면 설명하는데 애를 좀 먹었겠지만, 다행히 여긴 아직 라선국제공항 안이었다. 이윽고 제 앞에 달린 표지판을 발견한 그가 답했다.

“라진국제공항, 국제선 1번 출입구.”

― 15분 내로 도착할 거요. 다시 이 번호로 연락하겠소.

“그러시지.”

차량이 도착하기까지는 정확히 15분이 걸렸다.






“죽련방 홍곤, 첸 샤오밍이오.”

천소명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명함을 들이민 샤오밍이 말했다. 얼핏 봐도 180은 넘는 키에, 균형 잡힌 체격으로 보아 전형적인 육체파임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홍곤, 즉 행동대장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첫 인상은 직급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홍곤이면 제법 직급이 높을 텐데, 한국말 잘 하시는데?”

“이 바닥에서 말 하나 제대로 못하는 놈이 살아남을 순 없으니까.”

“것도 그렇네. 그래서 내가 할 일이란 건 뭐지? 보아하니 우리 첸 홍곤께서도 제법 고매하신 무인 같은데 말이야.”

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각성한 무인들은 약 1만여 명, 기거하는 무인들의 경우는 그 열배인 10만여 명이었다. 그 말인즉 인구가 1억이 좀 못 되는 나라에서 천 명 중 한 명은 무인이라는 이야기였으니, 당연히 죽련방쯤 되는 유력 집단의 행동대장이라면 무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2품 중급이지.”

“대단하시네, 그런데 나 같은 삼류는 왜?”

“실은 나도 내가 직접 나서길 바라는 일이오.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

부둣가 창고의 사무실에는 간소하기 짝이 없는 가구만 갖춰져 있었다. 상석에 앉아있던 샤오밍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서두를 떼었다.

“위험한 일이오. 정말로 괜찮겠소?”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일을 가려서 쓰나.”

“듣는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소. 거절은 곧 죽음이오.”

샤오밍이 점잖게 엄포를 놓았다. 그는 제 뒤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그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주의시켰다. 한 사람은 건하와 엇비슷한 체격이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샤오밍 못지않게 기골이 장대했다. 또한 둘은 전신에 두르고 있는 내기로 보아 무인이 분명했다.

“그래도 괜찮단 말이오?”

“말했다시피, 돈만 잘 준다면 문제없어.”

건하가 끄덕였다. 연기를 한껏 빨아들인 샤오밍은 그것을 내뿜으며 답했다.

“좋소.”

태도만 놓고 본다면 치기 어린 행위에 지나지 않으나, 여기 모인 모두는 무인이었다. 샤오밍 역시 제 직업의 특성상 껄렁하면서도 실력 하나는 확실한 이들을 많이 만나보았기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쉬운 건 제 쪽인데다, 일은 시켜봐야 아는 법이었으니까.

마침내 그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양안관계에 대해서 아시오?”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일컫는 말 아닌가?”

“맞소.”

샤오밍이 재떨이를 끌어오며 말을 이었다.

“죽련방은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통일을 지지하는 정당을 두었을 정도로 중국 정부에 호의적이오. 그러나 홍콩이나 마카오가 그러하듯, 대만 내에서는 중국 정부와 그들의 압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많소.”

건하는 말없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는 내가 암흑가에 입문하게 된 때로 거슬러가오. 알다시피 중화권에는 정계나 암흑가의 유력인사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이들이 많소. 그리고 그건 연예계 또한 예외가 아니지.”

“그래서?”

“나는 과거 상해 민항구 출신의 고아였소. 어렸을 적 부모를 잃고, 나를 거둬주신 대부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 일종의 외성인이었지.”

샤오밍이 담배를 털며 말했다.

“대부께서는 이런 암흑가와는 관계없는 일반인이셨소. 내가 갓 성인이 되는 날 지병으로 사망하셨지만, 어쨌거나 나와는 달리 떳떳하신 분이셨지. 그분에게는 금지옥엽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내게는 의매나 다름없는 아이였소.”

“그런데? 그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그랬다. 샤오밍이 바로 맞췄다는 듯이 내뱉었다.

“그렇소. 그 의매가 바로 바이린이오.”

백림白林,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샤오밍은 응당 건하가 그 이름을 알고 있을 거란 듯이 굴었다. 건하가 머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잘 모르는 이름인데.”

“그녀는 중화권에서 유명한 여배우입니다, 친구.”

어색한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부연을 대신한 것은 다름 아닌 샤오밍의 뒤에 서있던 사내였다. 기골이 장대한 거구에 머리를 빡빡 깎은 쪽의 무인이었다.

“어째 낯익은 이름이긴 한데, 원체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최근 이쪽에서는 떠들썩한 배우입니다. 홍곤께서 말씀하시는 바로 그 양안관계 때문에.”

샤오밍이 설명에 감사하며 말을 받았다.

“중국은 여러 소수민족들을 통합해 나라를 이룬 만큼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조를 유지하오. 본토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대만 내에서도 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소.”

“헌데?”

“대만에는 중국과의 통일을 바라는 자들을 크게 묶어 ‘범람연맹’이라고 일컫고, 독립을 바라는 자들을 ‘범록연맹’이라고 일컫소. 나를 거둬주신 대부께서는 대만의 독립을 바라는 범록연맹 지지자셨지. 그러니 그의 딸인 내 의매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게요.”

한국 국적자인 건하에게 있어 대만의 독립이란 이슈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무인들에게 있어 정치란 비즈니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샤오밍이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그 아이가 공식적으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단 견해를 밝히고 난 뒤부터요. 당신네 한국인들은 모르겠지만 중국은 자신들이 규정하는 영토에 대한 독립 의사를 절대 용납지 않소.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는 중화권 활동 당시의 탈세를 빌미로 중화민국에 내 의매에 대한 송환을 요구했지.”

샤오밍은 실제로 탈세가 있었는지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언급치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밝히기 싫어서겠지만, 어쨌거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용도가 바람직하지 않게 이용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보였다.

“범람연맹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친중親中인 것은 아니오. 단지 제 정체성과 관련된 견해와 그에 따라 성향이 갈리는 것뿐. 범람이 중국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단 전제하에 통일이 되어도 좋다는 입장이라면, 범록은 대만이라는 국가 자체를 중국과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소. 어쨌거나 본토 입장에서 골칫거리인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당장에 거슬리는 쪽은 범록인 셈이지.”

“그런데 하필 그 범록을 당신 의매가 지지했다?”

“단순히 지지했다 하는 수준이 아니오. 중국에서는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 규칙이라는 것이 있소.”

여전히 차분한 태도였지만, 샤오밍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절망감이 어려있었다.

“하나는 타국과의 군사동맹 체결. 둘은 대만 내에서의 내란 발발. 셋은 대량살상무기의 보유. 넷은 하나의 중국 원칙 거부. 그리고 마지막 다섯이······.”

“독립 선언이겠군.”

“그렇소.”

그가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화민국 정부에는 내 동생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없었소. 수백억 대의 탈세 사실을 들이미는데 어찌 외교적으로 해결을 본단 말이오. 불통不統, 불독不獨, 불무不武가 기조인 나라요. 의매는 그길로 곧장 중국에 잡혀들어갈 위기에 처했소.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그녀를 몰래 빼돌려 라선에 입국시켰지.”

그렇다면 이미 한숨은 돌렸다고 볼 수 있었다. 라선은 분명한 한국의 영토였고, 대만에 비하면 비교적 중국의 외교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였으니까.

“그만하면 급한 불은 끈 것 아닌가?”

확실히 그랬을 터다. 헌데 샤오밍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얘기를 이어나갔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소.”

“왜?”

“우리 죽련방의 이권은 극우세력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소.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두었지만, 방에서는 이미 바이린의 행방을 눈치 챈 상태요. 아마 지금쯤 중국 정부도 그 사실을 전달받았겠지.”

진짜 문제는 바로 거기서부터였다. 첸 샤오밍은 죽련방의 홍곤이었고, 그는 조직으로부터 하달된 명령에 따라 바이린을 추적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가족에 대한 의리와 조직에 대한 충성, 양립할 수 없는 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게 된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소.”

의매냐, 조직이냐.

“······내가 한 행동은 방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오.”

첸 샤오밍은 가족에 대한 의리를 택했다.

“허나 이 이상 개입했다간 노출될 수 있기에 결정을 해야 했소. 결국 의매와 긴히 논의해본 결과 나온 답은 하나더군.”

“그게 뭐지?”

“망명. 중국 언론에선 이미 그녀를 두고 탈세 후의 잠적이니 뭐니 떠들어대고 있소. 신문은 광고를 필요로 하고, ‘하나의 중국’에는 돈이 아주 많으니까. 그녀는 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 무대 위에 서야하오.”

건하가 이제야 감이 좀 잡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삼합회 죽련방의 홍곤, 첸 샤오밍의 의뢰란 다름 아닌 요인 경호였다.

“요컨대 당신 의뢰는 죽련방으로부터 의매를 지켜달란 것이군.”

“죽련방뿐만이 아니오. 이미 라선의 삼합회들은 그녀가 이 도시에 있다는 사실과 내부의 협력자 또한 추정하고 있소. 때문에 난 그녀와 접촉을 삼가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 망명을 위한 준비는 마쳤으나, 라선 내에 있는 개떼 같은 무인들이 행방을 찾고 있었으니까.”

위험한 일이란 건 그래서였다. 샤오밍이 꽁초만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지졌다. 그리고는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얼굴을 기대며 물었다.

“의매를 지키며 단신으로 접선 지점까지 호위해주시오. 할 수 있겠소?”

이미 거절은 곧 죽음이란 으름장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고도 의사를 묻는다는 것은 애초에 을러둔 것이 협박에 불과하단 소리였다. 허나 건하는 그 사실을 간파해놓고도 일을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나 혼자 하는 일인가?”

“당신만이 아닙니다, 친구.”

샤오밍이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물음에 답한 것은 예의 그 빡빡머리였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대만 내의 유력 조직 두 군데를 포섭한 상태요. 다른 조직들 또한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당장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신의안과 우리 죽련방 둘뿐이지. 때문에 도주로는 총 세 개가 필요하오.”

“미끼는 둘, 진짜는 하나다?”

“신의안이야 연줄을 통해 넌지시 알려주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고, 죽련방 내부의 여론을 움직이는 것쯤은 어렵지 않소. 라선의 죽련방 통솔자는 나 첸 샤오밍이니까.”

암흑가의 실력자라고 할 수 있는 샤오밍이 라선국제공항의 김선호를 통한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죽련방이 아닌 제 개인의 의뢰를 맡아줄 사람이었으니까.

“이쪽이 바로 당신과 같은 역할을 맡아줄 무인들이오.”

샤오밍이 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을 소개시켰다.

“타니구치입니다. 친구.”

한쪽은 몇 번인가 대화를 거들어준 사내, 빡빡 깍은 머리와 거구의 체격이 인상적인 일본계 무인 타니구치.

“이종학.”

다른 한쪽은 계속해서 침묵을 고수하던 사내, 늘어진 중발과 매서운 눈빛이 인상적인 한국계 무인 이종학.

“모두 나와 깊은 친교를 맺은 무인들이오.”

라선특별시는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는 도시였다. 그런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항상 일자무식으로 조직의 힘을 끌어다가 쓸 수만은 없는 법이다. 때로는 위장도 필요하고, 가끔은 조직을 등진 힘이 필요하기도 한 법이었으니까.

타니구치와 이종학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샤오밍의 후원을 받는 무인이었다. 친교를 맺었다고 함은 그들이 유사시 죽련방과도 대적할 수 있다는 말의 함축이나 다름없었다. 속뜻을 알아들은 건하가 제법이라는 듯이 눈을 흘겼다. 제아무리 무인이라지만 삼합회처럼 무시무시한 조직에 맞설 각오가 된 자는 흔치 않으니까.

“진짜도 그렇겠지만, 미끼는 정말 목숨이 오가는 일이겠군.”

“그렇소. 허나 수락한다면 그에 맞는 보수를 제공할 거요.”

개요는 이쯤에서 갈무리였다. 남은 것은 제일 궁금했던 급여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이 일은 죽련방이 아닌 나 첸 샤오밍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이오.”

“그 말인즉, 일을 수행하고 나면 대大죽련방의 홍곤과 지음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도 되나?”

“대부께서는 내 아버지의 간형제干兄弟로서 그 의무를 다하셨소. 그분이 없는 지금, 의매를 지켜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나의 역할이오. 만약 당신이 이 일을 성공시킨다면 나는 당신께 무인으로서의 예를 다할 것이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난 말뿐인 건 원치 않아.”

“원하는 것을 말하시오.”

샤오밍이 담담하게 말했다. 건하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은밀한 내막에 자신이 조직을 등졌다는 것을 밝혀놓고도 원하는 것을 말하라 함은 사실상의 백지수표 지급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터무니없는 액수를 부르면 차라리 입막음하기를 택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파격적인 것임은 변함없었다.

“나는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편이야. 내가 라선에 온 것은 순전히 발붙이고 일할 곳을 찾기 위해서였어.”

“수행해야할 일의 특성상 입단은 곤란하오.”

그거야 당연한 노릇이었다. 제 약점을 쥐었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수하로 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소개해줄 수는 있겠지. 거기에 이 두 사람이 받는 정도의 대우라면 만족할 것 같은데?”

“당신이 이 두 사람만큼의 기개와 실력이 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소?”

“삼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되지. 딱 받은 만큼만 일한다.”

타니구치가 말을 끊고 나섰다.

“저희는 그간 홍곤께 받은 은혜를 생각해 이번 일을 무상으로 수행하길 결정하였습니다.”

그건 또 뜻밖이었다. 각성한 무인치고 돈벌이 마다할 사람 없건만, 아무래도 이 삼합회 홍곤은 제법 인망이 넓은 모양이었다. 샤오밍이 그렇다고 덧붙이며 날로 먹을 생각은 없다는 듯 제시했다.

“일을 성사시킨다면 홍곤의 위명을 걸고 자리를 알아봐드리지. 거기에 미화로 5만불을 추가 지급하겠소.”

“나쁘지 않네, 선금은?”

“끽해야 한두 시간짜리 일이오. 3품 하급 무인에게 5만불짜리 의뢰를 선금 주고 하는 멍청이는 없소이다. 약조는 필히 지킬 터이니, 선금은 신뢰로 대신해주길 바라오.”

맞는 말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지급이 보장되어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건하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이 곧장 대꾸했다.

“당신은 지금 3품 하급 무인의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당신 의매의 목숨을 구할 확률을 사는 거야. 그렇지 않나?”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화술이었다. 샤오밍이 동감했다. 아무래도 이 삼류무인은 실력과 무관하게 상대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좋소. 다만 당신을 소개받은 비용을 김선호에게 입금해야한다는 사실을 양해 바라오. 1만불을 선금으로 내어놓겠소.”

“좋아, 계좌 적어줄게.”

샤오밍이 한 발 물러섰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뭐부터 하면 되지?”

건하가 씩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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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3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1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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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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