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194
추천수 :
82
글자수 :
160,435

작성
19.02.01 18:20
조회
223
추천
5
글자
16쪽

혈랑血狼 (3)

DUMMY

라선특별시에서 유별난 번화가를 꼽아보자면 사람들은 단연 라진지구와 선봉지구를 꼽는다. 그러나 그만큼 번성한 번화가에는 그것을 가능케 할 만큼의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고, 보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이들은 잡음을 멀리하기 위해 두 거리가 아닌 곳에 터를 잡곤 했다.

중앙공단에서 조금 떨어진 구시가지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통일 이후 난립한 아파트와 상가들이 즐비하고, 무분별한 재개발로 인해 다양한 건물이 혼재하는 공간. 좋게 말하자면 개성이 가득한 거리였고, 나쁘게 말하자면 이것저것 뒤섞인 지저분한 거리였다.

“양안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나?”

“난 이 나라 정국도 잘 모르는 년이야.”

그래도 라선 바닥이 다 그러하듯 구시가지의 땅덩어리도 제법 값은 나가는 편이었다. 유명 호텔 브랜드인 파크 하얏트나 리츠칼튼이 위치한 중심구역도 가까웠고, 여느 빈민가와는 달리 치안도 썩 괜찮았기 때문이다.

“점잔을 빼는 거야, 시치미를 떼는 거야?”

“정말로 모르는데.”

“······진 소장이라면 알고 있었을 텐데.”

세화 탐정사무소는 라선 구시가지의 대로에 위치해있었다. 총 2층으로 된 건물은 사무소의 소장인 진세화의 것이었고, 1층에는 염 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 타코벨이 입점해 있었다.

“근데 이 새끼가 왜 대낮부터 찾아와서 지네 나라 일로 꼽을 주지? 정 언니가 보고 싶거든 있을 때 오던가.”

“나도 생각 같아선 그러고 싶었어. 진 소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찾고 있는 사람이 있댄다. 데려오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라선에 들어왔다나.”

세화 탐정사무소의 무인 윤다정은 이름과는 달리 그리 다정한 여인은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선의 무인들은 그녀의 방종을 애써 모른척했는데, 이는 그녀가 10대 때 이미 2품으로 승격한 후기지수였기 때문이다.

“꼬마랑 노친네는?”

“꼬맹이는 아래에서 밥. 노친네는 뭐 어디 여자라도 후리러 갔겠지. 휴가라고 다들 아주 살판났더만.”

사무소의 의뢰인, 신의안의 초혜 류밍은 한숨을 내셨다. 직원이 셋 남짓한 탐정사무소는 성격 나쁜 이를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어린 나이에 무인으로 각성한 꼬마는 예의바른 편이었고, 늙은 사자라고 불리는 노친네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호탕했으니까.

허나 이 광견, 일신에 빼어난 무공을 갖춘 여인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직접 맞붙어본 상대가 아니고서는 인정하지 않는 전투광에게, 조직의 뒷배를 위시로 한 겁박은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 소장에게 연락해. 하다못해 그 박투 노친네라도 데려오던가.”

“언니 지금 바빠. 어지간히 중한 모양인지 전화도 잘 안 받던데.”

“젠장.”

“근데 언니야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인데 날 놔두고 노인네를 찾아? 내가 그 늙은이보다 못할 것 같아?”

다정이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까딱였다. 신의안의 초혜를 눈앞에 두고도 건들거릴 만큼 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류밍 또한 오랜 세월을 라선에 몸담아온 만큼 다정의 실력을 의심하진 않았다.

“깽판을 치기 위한 것이라면 미친개 윤다정은 분명 쓸만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건 섬세한 일이란 말이다. 네 실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넌 나가도 너무 나가잖나.”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다정은 그 미쳤다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날뛰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아, 그러셔. 그럼 뭐 언니 올 때까지 기다리시던가.”

“언제 오는데?”

“나야 모르지. 한 며칠 휴가 준 거 보면 그쯤 걸리지 않겠어?”

“망할, 그럼 너무 늦어!”

류밍이 탁상을 쿵 치며 소리쳤다. 다정은 놀래기는커녕 콧방귀나 끼며 무시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파는 법이라고, 급히 의뢰할 게 있으면 제 쪽에서 먼저 얘기를 꺼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란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무소에 있는 거라곤 나가도 너무 나가는 미친 개썅년밖에 없는데.”

“이런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년, 누가 지 속 좁은 거 몰라준달까 봐······.”

“내가 좀 명기이긴 한데, 이 씨발놈아. 너도 우리 노친네한테 성희롱 수업이라도 받았냐?”

“아니, 썅! 그런 뜻 아니었어!”

한국말 존나 어렵네! 류밍이 구시렁댔다. 말마따나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 쓸데없는 언쟁으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잠시 제 신세를 한탄한 그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말을 꺼냈다.

“······위에서 명령이 떨어졌어.”

“무슨 명령?”

“가희를 잡아오라더군.”

중화권에서 잘 나가는 스타들 중에 가희嘉熙라는 별명을 가진 연예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다정은 괄괄한 성격과는 달리 취미는 제법 얌전한 면이 있어서, 류밍이 말하는 가희가 곧 대만의 여배우 바이린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가희? 그 여배우 바이린 말이야?”

류밍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설명을 촉구했다.

“걔 무슨 탈세용의로 수배 뜨고 잠적했다며.”

“그래, 마침 라선에 계시댄다.”

“무슨 소리야, 걔가 뜬금없이 여길 왜 와?”

제 나라 정국도 잘 모르는 여자에게 양안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류밍은 그에 대해 말을 섞는 것도 귀찮았는지 애써 제 역할을 외면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년이 나대다가 정부에 찍혔어. 라선에 온 건 도피행이겠지. 자세한 건 설명하기 귀찮으니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어.”

“전에 무슨 독립 지지인가 뭔가 한 것 때문에?”

“얼씨구, 어디서 또 주워들은 건 있는 모양이군.”

다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빈정대는 꼴이 영 재수가 없었다. 그래도 험한 말로 나무라지 않은 것은 그 뒷얘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삼합회 내부에 연줄이 있는 모양이야.”

“바이린이? 뭐 그쪽 동네에서 그러는 일이 하루 이틀은 아니니 이상할 건 없지. 한데 라선에 들어온 삼합회가 몇 개인 줄 알고?”

라선특별시는 이북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이니만큼 크고 작은 조직들이 여럿 몰려있었다. 당장에 삼합회만 하더라도 대만계 4대방파가 전부 들어와 있었고, 홍콩과 마카오는 물론 중국 본토 조직까지 뿌리를 뻗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합회 내부에 연줄이 있건 말건, 그것을 유추하긴 어려울 것이란 다정의 지적은 꽤 정확했다. 류밍도 그러한 지적은 어느 정도 예상하였는지 나름대로 생각해둔 바가 있음을 내뱉었다.

“아마 우리나 죽련방 둘 중 하나일 거다. 그쪽에 심어둔 간자로부터 얻은 정보거든.”

“하여튼 새끼들 무간도 놀이 존나게 좋아해요.”

“됐고, 이가 없으면 잇몸이거든? 일 하나만 좀 해라.”

다정이 어깨를 으쓱였다. 휴가를 받았음에도 그녀가 사무실을 떠나지 않은 것은 이곳이 제 숙식처이기 때문도 있지만, 지금 같이 사무소를 찾는 이들의 의뢰를 혼자 꿀꺽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내용은?”

“오늘밤 9시에 바이린이 미국으로 망명한단다. CIA에서 직접 마중을 다 나오는 모양이야.”

“그래서, 그 여자가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좀 잡아와 달라? 어디에 숨어있는 줄 알고?”

“그거야 모르지.”

류밍이 당당하게 내뱉었다. 다정이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되물었다.

“장난하냐?”

“워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대신에 어디서 접선하는지는 알아냈단 말이다.”

“어디?”

외투 안을 뒤적인 류밍이 손뼉만 한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처음엔 지도인가 했더니만, 막상 보니 꼬깃꼬깃하게 접어진 메모지였다.

“이 세 군데 중 하나야.”

“라선국제공항, 라진항, 청진시 미군기지?”

“그래, 알아본 바론 그 세 군데 중 하나에서 만나기로 한 모양이야. 두 군데는 이미 손을 써놨는데, 일손이 부족한 탓에 한 군데는 어쩌질 못해서 말이야.”

그 한 군데가 바로 다정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류밍이 잘 좀 부탁한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라선의 광견이 좀 나서서 도와줘야겠어.”

“보수는?”

“선금 5억, 도합 10억.”

“화끈해서 좋네. 내가 가희를 잡아오면?”

“······오냐, 상여금 5억.”

총 15억 원짜리 건수였다. 간만에 구미가 당기는 일인 셈이었다.

“생사는?”

“불문.”

다정이 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며 씩 웃었다.

“오케이, 접수!”






― 결행은 오늘밤 9시요. 필요한 무장이 있다면 말씀하시오. 개인화기 선에서는 얼마든지 구해드리겠소.

― 타니구치 선생은 라진지구 파크 하얏트 호텔 1302호. 박건하 선생은 라진지구 리츠칼튼 호텔 1층 로비. 이종학 선생은 선봉지구 KC타워 100층, 중식당 ‘마천루’에서 본인 이름으로 예약된 좌석을 찾으면 되오.

첸 샤오밍은 삼합회의 거물답게 용의주도한 인물이었다. 그는 모든 도주 목적지는 해당한 장소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남기고 떠났다. 타니구치는 콜트M1911와 탄창 몇 개를 챙기고 나섰고, 이종학은 마이크로 우지와 수류탄 몇 개를 가지고 나섰다.

건하는 지금 라진지구의 리츠칼튼 호텔에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그룹의 브랜드답게 로비는 평소 그가 보지 못하던 별세계로 휘황찬란하게 이루어져있었다. 데스크 옆에 놓인 괘종시계를 흘깃거린 건하가 소파에 앉았다. 현재 시각은 8시 58분. 예정된 시각까지는 아직 2분여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저어, 박건하 씨?”

그로부터 얼마 후.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렷한 한국어였고, 엷고 가녀린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린 건하는 짙은 선글라스를 쓴 여인을 바라보았다. 제 호명에 반응하자 안도감을 내비친 그녀가 물었다.

“첸 오라버니가 보내신 분 맞나요?”

“맞아. 그럼 그쪽이 바이린?”

“네, 맞아요.”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바이린이 답했다. 베이지색 긴 코트에 신축성 좋은 바지, 그리고 그런 차림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가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우스운 것은 중화권 최고의 여배우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썩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물론 지금 같은 호위 의뢰에서는 그녀의 외모가 곧 독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스타라는 정체성은 본토보다는 덜할지 몰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건하가 여러모로 조심해야한단 사실을 주지시켰다.

“목숨이 걸린 일인데 그렇게 경동할 만큼 바보는 아니에요.”

바이린이 끄덕였다.

“컨시어지 데스크에 첸 오라버니가 알려주신 인상착의를 묻고 내려왔어요.”

그녀가 건하의 웃옷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한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그의 웃옷은 일본에서 유래된 ‘스카쟌’이라는 외투였다. 유래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얌전한 옷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은실로 새겨진 글자가 서슬 퍼런 뜻을 담고 있다는 점에선 인상착의를 확인하기 편했을 것이다.

“과연.”

“이제 어쩌면 좋죠?”

“홍곤 말로는 일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가보면 알 거라고 하던데.”

“아! 첸 오라버니가 건하 씨를 만나면 전해달라고 한 편지가 있어요.”

바이린이 품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듣기에 첸 샤오밍은 죽련방 내외의 시선 탓에 그녀와 접촉한지가 꽤 되었다고 들었다. 아마 이렇게 서한을 전달한 것은 그때문인 모양이었다.

“읽어보세요.”

“그러지.”

건하가 서한을 펼쳤다. 안에 담긴 내용은 한자가 아닌 한글과 가나로 되어있었다.

― 목적지는 라선국제공항. 10시 30분발 KD-0079편에 탑승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 공항 내부에서도 안심할 수 없으니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호위 바람. 관련한 호위를 위해서 위조된 임시 여권과 항공편, 차량 열쇠를 준비해두었으니 참고.

편지봉투 안에는 차의 열쇠 말고도 위조된 대한민국 여권과 KD-0079편의 퍼스트 클래스 티켓이 같이 첨부되어있었다. 위조여권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비싼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2매나 첨부한 것은 공항 내부에서도 방심하지 말고 탑승까지 안전하게 호위하라는 뜻이었다.

“망명담당자는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기내에서 대기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단 항공기 내부에 탑승하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만 호위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차량이 주차된 곳은 안 적혀있네. 어디 있는지 아나?”

“컨시어지에게 부탁해놨어요. 지금 문밖에 대기 중이에요.”

그렇게 말한 바이린이 회전문 바깥으로 보이는 차량을 가리켰다. 벤틀리 뮬산, 은빛을 띄는 세단 차량이었다. 기가 막힌 건하가 그녀를 보며 되물었다.

“······장난하는 거지?”

“무, 무슨 문제 있나요?”

있고말고. 우선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라선이 이북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라고는 해도 뮬산은 외형부터 크기까지 눈에 띄기 십상이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리츠칼튼이 위치한 라진지구는 라선국제공항까지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은 짧은 거리라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거추장스런 외제차는 감점요소가 분명했다.

“끙, 대안이 없으니 일단은 타야겠지.”

현재 시각은 9시 15분. 목적지까지는 차가 조금 막힌다고 하더라도 40여분이었다.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9시 5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비행기의 탑승 가능 시각이 30분 전부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시간은 충분했다.

‘도착하고 나서 기내에 탑승하기까지 시간을 버는 게 관건이군.’

만약 자신이 습격자라면 번거롭게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노릴 게 아니라, 도착하고 난 뒤 기내에 탑승하기까지의 무방비한 순간을 노릴 것이다. 대합실이야 노출되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고, 비즈니스나 퍼스트 라운지도 사람이 적은 만큼 그녀를 알아보기 쉬웠으니까.

“그전에 잠깐.”

건하가 한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제 외투를 벗었다. 애지중지하던 그것을 구태여 벗은 이유는 바이린에게 입히기 위해서였다. 그녀에게 코트를 받은 뒤 제 옷을 건넨 그가 말했다.

“당신 옷차림은 너무 눈에 띄니 이걸로 갈아입어.”

“······눈에 띄기는 이게 더 띄는 게 아닐까요?”

“짙은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값비싼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게 더 바이린다울까, 아니면 양아치나 입을 법한 요란한 스카쟌을 걸치고 있는 게 더 바이린다울까?”

“이해했어요.”

바이린의 코트는 폭이 조금 좁긴 했지만 건하가 걸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외투를 바꿔 입고 나니 방금 전까지 상류층 아가씨 같던 그녀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남녀가 그곳에 있었다.

“그럼 출발하자고.”

건하가 바이린의 손을 낚아챘다. 긴장한 채로 서있던 그녀가 여배우답게 몸을 밀착시켰다. 애정을 삼갈 줄 모르는 연인을 연기한다는 것을 눈치 챈 덕분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로비를 나선 두 사람이 주차된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주 분 되십니까?”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떠는 바이린. 건하가 재빨리 대꾸했다. 상대는 복장으로 미뤄보아 발렛 파킹을 돕는 벨보이가 분명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출입이 복잡하니 입구까지 발차를 도와드리겠습니다.”

확실히 벨보이의 말대로 대문 안팎에는 호텔을 찾는 손님들로 정신이 없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던 건하가 싱긋 미소 지으며 화답했다.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총이나 제대로 숨기고 말해, 병신아.”

“······!”

열쇠를 건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벨보이가 흠칫했다. 정복 안쪽이 불룩한 것을 보고 홀스터를 알아본 것이었다. 건하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문을 열고 소리쳤다.

“바이린! 차 안으로, 당장!”

“네, 넷!”

벨보이가 그 길로 곧장 품속에서 총을 뽑아들었다. 손바닥으로 총구 앞을 가로막은 건하가 그를 밀쳐내며 시간을 벌었다. 잽싸게 뒷좌석에 탑승한 바이린이 문을 잠그고 눈을 질끈 감았다.

“쏴봐, 등신아.”

탕! 주저 없이 발포된 총. 그와 함께 주변을 배회하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개중에는 벨보이와 마찬가지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적들도 몇 명인가 섞여있었다. 제 손바닥에 박힌 총알을 우그러트린 건하가 피식거리며 내뱉었다.

“이러면 수지 안 맞는 장산데.”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엿이나 드셔.”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격호추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알림 (190218 수정) 19.02.02 148 0 -
23 회고 19.02.17 76 2 14쪽
22 막간 II 19.02.16 75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4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2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7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42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8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1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38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5 3 15쪽
11 막간 19.02.04 162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6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48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61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2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71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81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209 4 13쪽
» 혈랑血狼 (3) 19.02.01 224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21 4 20쪽
1 혈랑血狼 (1) +1 19.02.01 900 4 1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HS0822'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