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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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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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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혈랑血狼 (4)

DUMMY

일곱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차량 주변을 에우고 다가왔다. 벨보이의 손목을 낚아챈 건하는 그길로 곧장 놈을 메쳤다. 쿵, 내력 하나 들이지 않은 순수한 체술이었음에도 바닥에 던져진 벨보이는 피를 토하며 몸을 움찔거렸다.

“보니까 다들 무인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가지?”

“······.”

“그러다 너희들 죽어.”

벨보이를 비롯한 일곱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모두 어딘가의 말단 조직원인 게 분명했다. 아무리 라선을 주름잡는 조직이라도 무인을 말단으로 둘만큼 그 존재가 흔하진 않았으니까. 설령 건하와 같은 3품 하급의 무인이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두 번 안 말한다.”

마침내 겁을 먹은 놈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벨보이를 좋은 본보기로 제공한 게 효과적인 모양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운전석에 탑승한 건하가 악셀을 밟았다.

“괜찮나, 바이린?”

“흐윽, 네. 괘, 괜찮아요······.”

“안전띠 메고 머리 드러나지 않도록 고개 숙이고 있어.”

“아, 알겠어요.”

부르릉, 세단 특유의 가벼운 차체가 갓 열을 올린 엔진과 함께 출발했다. 후사경으로 보이는 모습엔 벨보이를 제외한 다른 조직원들이 재빨리 차량을 대기시켜 쫓아오기 시작했다. 두어 명은 타이어에다 대고 총질을 해대는 것으로 보아, 도로로 나서게 하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조금 흔들릴 거야. 꽉 잡아!”

빠아앙!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경적을 길게 울린 건하가 운전대를 잡았다. 주변에 있는 차량이 스치거나 말거나 거친 주행이었다. 어차피 사람들도 갑작스런 발포에 놀라 도로에서 달아난 지 오래였다.

덜컹, 덜컹, 덜컹! 잘 포장된 아스팔트 위를 달림에도 주변 차량들을 긁으며 나아간 탓에 차체가 많이 흔들렸다. 고개를 숙인 채로 눈을 질끈 감은 바이린이 벌벌 떨었다.

“놈이 달아난다, 어서 쫓아!”

뒤늦게 차량을 추적한 조직원들은 총알을 마구 퍼부었다. 급하게 구한 물건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유리창에는 제대로 된 방탄 기능이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고슴도치마냥 총알을 맞아야 했던 건하가 푸념했다.

“젠장, 따가워 죽겠네······.”

공항에서 관측당한 것처럼 그의 단전에는 내공이랄 게 전무했다. 때문에 강기는커녕 제대로 된 호신기 하나 펼치지 못하는 게 그의 현실이었다. 실탄을 막아내든 콩알탄을 막아내든 일단 내기가 있어야 장막을 펼칠 수 있으니까.

“괘, 괜찮으세요?”

바이린은 탄환이 살갗에 박힌 건하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저기서 피가 잔뜩 흐르는 게 관통상이 아니라도 실혈로 금방 죽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뵈는 게 없는 것 마냥 운전을 한 덕인지 더는 쫓아오는 녀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존나 아파.”

“일단 근처 병원으로······.”

바이린이 제 처지도 뒤로하고 말했다. 건하가 웃음을 픽 터트리면서 나무랐다.

“이 판국에 무슨 남을 챙기고 앉았어? 됐으니까 고개나 마저 숙여.”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 운전은 거뜬하지만 싸움질이라도 하게 되는 날엔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건하가 이를 꽉 깨물며 내뱉었다.

“목숨 간수나 잘하라고. 이거 제대로 된 방탄차량도 아니라서 저격이라도 들어오면 답도 없으니까.”

“저, 정말 괜찮은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 아까 그놈들이 병신이 아닌 이상 다른 데 연락해서 쫓아올 거라 참는 거지.”

어차피 뮬산처럼 눈에 띄는 차량으로 은밀함 움직임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었다. 한적한 도로의 신호를 가뿐히 무시하고 달린 건하가 그길로 곧장 공항을 향했다.

“그나저나 그렇게 새가슴으로 일은 또 어떻게 벌인 거야? 잘도 독립을 공개 지지하셨네.”

바이린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제 정치적인 견해를 외압에 침범 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어디까지나 인권을 수호하려는 것이었다고요.”

“그렇게까지는 안 물어봤는데. 배우라 그런지 드라마랑 현실 구분을 잘 못하네. 인권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없어진지 꽤 됐어.”

건하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그가 아는 한 세상은 누구 하나가 어떻게 해볼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영웅이니 위인이니 하는 말은 듣기엔 좋을지 몰라도 결국 현실감각을 떨어트리는 쥐약이었다.

“전 사람의 선의를 믿어요!”

“선의가 아니라 악의라고 해야지. 이제 보니 당신 한국말 영 꽝이네.”

“······무인들은 원래 다 그렇게 사람을 괄시하나요?”

“딱히 그런 건 아냐. 정의니 뭐니 하는 헛소리 앞에서만 그래.”

머리에 달라붙은 피딱지를 긁어낸 건하가 안심하라는 듯이 덧붙였다.

“안심해. 그래도 목적지까지는 최대한 안전하게 데려다줄 테니까.”

“당신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말인가요?”

바이린이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건하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답했다.

“굳이 그렇게 묻는다면, 어.”

“어째서죠?”

무인은 공익을 위해 헌신해야한다. 그것이 표면적으로나마 무인이 된 이들이 하는 선서의 내용이다. 바이린은 입을 꾹 다문 채로 건하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녀는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왜냐고?”

허나 기대와 달리 그가 내뱉은 답은 냉철했다.

“돈을 받았으니까.”






첸 샤오밍은 제 소유의 펜트하우스에 들어섰다. 여느 때와 같이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그는 자택의 현관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 새까만 정장을 갖추어 입은 한 쌍의 여인들은 샤오밍을 보고 그를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대교와 소교. 대만 암흑가에서 죽련쌍교라는 별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의로 맺어진 무인 자매는 죽련방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거니와, 샤오밍과 같은 2품 중급의 무인이었기 때문이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교가 말했다. 샤오밍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걸음을 내디뎠다.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필요 없었다. 소교가 어서 안으로 들라는 듯 현관의 문을 열고 손짓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였다.

어두운 실내에는 비상구의 불빛만이 들어와있을 뿐이었다. 서늘한 복도를 지난 샤오밍이 거실로 이어지는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죽련방 내부에서 대교와 소교를 호위로 부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곳에는 라선의 야경이 선사하는 매력에 듬뿍 빠진 한 남자가 있었다.

“첸, 그간 별고 없었나.”

샤오밍이 가까스로 동요를 멈추며 대답했다.

“······예, 백지선.”

죽련방 서열 3위 간부의 등장이었다.

“다행이군.”

리 셴싱은 땅딸막한 키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중년이었다. 뭉툭한 엽궐련을 입에 문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촌부였지만, 저래 보여도 그는 대만 암흑가를 주름잡는 거물 중 하나였다. 삼합회 죽련방의 홍곤이요, 라선지부장이기도 한 샤오밍을 충분히 하대할만한 인물인 것이다.

“라선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샤오밍이 물었다. 셴싱은 가벼운 말 한마디로 이유를 대신했다.

“산주께서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야.”

그렇게 말한 그가 궐련의 연기를 잔뜩 빨아들였다.

“사해방이나 신의안 놈들을 봐. 산주께서 다른 계열 조직 놈들과 달리 홍곤인 자네를 라선에 부임시킨 것은, 그만한 신임이 있었기 때문이야.”

“과찬이십니다.”

“나도 자네 덕을 많이 봤어. 이 도시는 추위도 추위지만 별 기인이사들이 다 모이니까 말이야. 젊을 때라면 또 모를까, 혈기라도 어린 게 아니고서는 역시 좀 힘에 부친단 말이지.”

라선에 부임한 삼합회 지부장들은 대다수가 향주香主에 준하는 지위였다. 개중에는 더 나아가 아예 부산주副山主를 지부장으로 앉히는 조직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라선특별시는 동아시아에서 어마어마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자넨 죽련방의 홍곤으로서 늘 최선을 다했어. 기라성 같은 괴물들을 옆에 두고도 전혀 움츠러드는 법이 없었지. 그 덕에 많은 일을 덜 수 있었던 점, 감사하네.”

“······아닙니다.”

첸 샤오밍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무인이었다. 아직 장년에 불과한 그는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셴싱은 개인적으로 이 젊은 후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말마따나 그가 있어 제 일을 많이 덜 수도 있었고, 고생할 일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늘 성공만 할 수는 없는 법이야. 가끔은 실패도 하고 그래야 자만하지 않고 정진하지. 가희를 잡아오라는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네.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 어렵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네.”

셴싱이 샤오밍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가 라선을 방문한 것은 오랫동안 방을 위해 수고한 제 후배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말이네, 첸.”

“예, 백지선.”

“신의안은 왜 진세화의 광견을 움직였을까?”

샤오밍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셴싱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윤다정이라, 확실히 광견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친구긴 하지. 헌데 그런 위험한 인물을 신의안에서 무슨 일로 움직였을까?”

“······짐작 가시는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있었다. 셴싱이 말을 하는 사이 다 빠져나간 연기를 다시 보충했다.

“우리 같은 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야. 친구나 연인, 가족조차도 조직보다 우선될 수는 없어. 자네도 그건 잘 알 테지?”

“예, 알고 있습니다.”

“난 신의를 아는 사내를 싫어하지 않아. 같은 맥락에서 자네는 훌륭한 부하야. 거듭 말하지만 늘 감사하고 있어. 하지만 그런 모질지 못한 성격으로 조직에 위해를 끼친다면 얘기는 달라.”

셴싱이 무언가 감을 잡고 있는 듯이 샤오밍을 압박했다. 땅딸막한 키에 배불뚝이 몸으로도 그가 내뿜는 위압감은 대단했다. 숨통을 죄여진 샤오밍이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그로서도 등골이 다 서늘한 기분이었지만, 그것을 내색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 무엇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말은, 조직과 다른 무언가를 골라야할 때 스스럼없이 조직을 택해야한다는 거야. 설사 가족을 버려야한다 할지라도. 그것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었다. 삼합회 죽련방의 규율은 엄정하다. 샤오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에게 남은 연고란 없었다.

“자네나 나나 가족이 없는 몸이니, 선택하기는 쉬울 거라고 생각하네.”

“말씀대로입니다.”

“우린 조직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죽일 수 있는 거야. 그렇지?”

“예, 조직을 위해서라면.”

“결코 원망하지 않는 거야. 맞나?”

“그렇습니다.”

샤오밍이 곧장 답했다. 셴싱은 그제야 원하는 답을 얻었다는 듯이 흡족해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내가 자네 동생을 죽이더라도 자네는 할 말 없는 거야.”

“······!”

의매도 동생은 동생이다. 셴싱은 이미 샤오밍과 바이린의 관계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가 예리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알겠나?”

“······예.”

샤오밍이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답했다. 셴싱은 훌륭하단 듯이 고개를 주억였다.

“자네다운 태도라 다행이군. 긴장 풀게. 누군가 내게 익명의 투서를 보냈거든. 거기에 자네에 대한 얘기가 쓰여 있었고 말이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자네가 바이린을 감싸고 망명을 돕는다던가? 아무튼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네. 하지만 역시 터무니없는 모함이던 모양이야. 의심해서 미안하게 됐군.”

셴싱이 웃음을 터트렸다. 샤오밍은 무감정한 얼굴을 가장하며 받아쳤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산주께서는 이번 중국 본토에 개장하려는 대규모 마약 플랜트 사업을 위해서라도 당국의 호감을 사려고 하시네. 바이린을 압송시킬 수만 있다면 라선에서의 판도도 우리에게 크게 기울겠지. 그렇게만 되면 흑사패룡이나 파천맹호처럼 무지막지한 괴물들과 싸울 필요도 없어져.”

요지는 간단했다. 바이린은 중국으로 압송되어야했고, 그 주체는 다름 아닌 죽련방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게. 광견이 움직인 것으로 보아 일이 쉽게 돌아갈 것 같지는 않네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셴싱이 고개를 까딱이며 손짓했다.

“부디 그러길 바라네. 허나 무리하진 말도록.”

이젠 그만 물러가볼 테니, 마중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였다.

“자네에겐 앞으로 기대가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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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막간 II 19.02.16 74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4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2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7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42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8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1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38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4 3 15쪽
11 막간 19.02.04 161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6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47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61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2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71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81 3 12쪽
» 혈랑血狼 (4) 19.02.01 207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2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21 4 20쪽
1 혈랑血狼 (1) +1 19.02.01 89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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