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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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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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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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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혈랑血狼 (7)

DUMMY

무인 윤다정은 라선의 미친개로 유명한 여자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흔히들 ‘진세화의 광견’이라고 불렀다. 모난 성격에 따르는 것이라곤 여탐정인 진세화 뿐인데다, 하는 짓도 꼭 개새끼마냥 악독하고 지랄맞았기 때문이었다.

여담이지만, 라선은 무인들의 도시였다. 강호에는 이름 석 자보다 성명별호가 더 알기 쉽게 통용되는 편이다. 무인의 별호란 비단 지칭할 용도뿐만이 아니라, 그 자가 사용하는 무공에 대한 단서도 되곤 하니까.

다정의 별명은 어디까지나 라선의 미친개, 진세화의 광견이었다. 그러나 모든 별명이 곧 별호인 것은 아니다. 내기를 실은 탄환으로 수많은 무인을 굴복시킨 그녀의 별호는 유성탄流星彈, 거기에 기다란 환도를 같이 쓴다고 하여 환검環劍이라고도 불렸다.

탕! 다정이 건하의 미간을 노리고 총을 격발시켰다. 44구경 매그넘 탄환은 그 자체만으로도 피해 없이 받아내기 힘든 물리력을 지닌다. 다정은 거기에 제 내기를 실어 여러 부가효과까지 만들어냈다.

“흡······!”

건하는 숨을 멈추고 총구가 향하는 곳에 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온몸에 두른 내기를 잠시 한 곳에 집중시켜 방어하는 전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라면 시퍼렇게 멍들었을 피격점은 약간의 그을음만 남았을 뿐, 내상까지 가는 일이 없었다.

“제법인데? 내공을 운용하는 것도 자유롭고, 실력도 썩 괜찮아.”

“고맙지만 누구한테 평가받는 건 질색이라서.”

“아, 그거 동감이야. 그런데 피차 서로의 사정은 헤아려줄 필요 없지 않겠어?”

다정이 빙긋이 웃었다. 호의에서 비롯된 웃음은 아니었다.

“나 이래 뵈도 유성탄이라고 불리는 무인이야.”

“뭐, 비적이라도 되냐?”

“아니, 환검. 검은 수리중이라 두고 왔지만, 총 하나만 있으면 싸우는 덴 문제없어.”

만전을 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 다정이 내력을 속속들이 퍼트렸다.

“그럼 간다.”

다정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번에는 내기를 실은 탄환이었다. 이전과 같이 내력을 집중시킨 건하가 총구의 방향을 쫓아 손을 내밀었다. 한편으로는 응조공의 공격 범위 안까지 미치도록 걸음을 내딛으면서였다.

푸욱. 그런데 이번에는 소리가 좀 이상했다. 건하가 뜨거운 통증을 느끼며 제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이전과 같이 손바닥에 멈춘 탄환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무슨?”

내기로 총탄을 달구는 신기神技, 그러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연사가 문제였다. 어디서 특수 제작한 물건이라도 되는지, 시뻘겋게 달군 탄환을 다정의 총은 잘도 뱉어냈다.

“그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지.”

다정이 탄창을 갈아끼우며 말했다. 아직 여분의 탄환이 남았음에도 그러한 행동을 취한 이유는 간단했다. 네 실력을 온전히 드러내보라는 뜻, 일종의 도전장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은 없어.”

한 번만 더 실망시켰다가는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는 말.

“······젠장, 라선에는 다 너 같은 것들만 있냐?”

“설마! 나 같은 인재가 어디 흔하겠어? 그보다 분발 좀 해.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본성을 안 드러내네. 재미없게스리.”

“너 같은 것들 아주 잘 알지. 모든 게 흥미본위지? 싸움질할 때 도는 엔돌핀에 환장하는 새끼들.”

건하의 두 손에 핏줄이 뭉툭뭉툭 불거졌다. 제 응조격이 닿는 범위는 어림잡아 두, 세 걸음. 다정과 건하의 사이에 있는 거리는 총 서른 걸음쯤 되었다.

“돈은 너만 받은 게 아냐.”

“아, 좋아. 어디 한 번 덤벼봐!”

“오냐, 소원대로 해주마!”

문답무용이었다. 건하가 몸을 날렸다. 대번에 세 걸음을 좁힌 그가 뒤이어 격발되는 총탄에 대비했다. 한편으로는 다시 뛸 준비를 하면서였다.

탕! 처음과 달리 이번에 노리는 곳은 무릎. 접근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 건하가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총탄은 자연히 빗겨갔고, 남은 걸음은 스물하고도 다섯이었다.

건하가 거리를 좁히는 동안 다정이라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취할 움직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그녀가 탄환을 재빨리 보충하고 겨드랑이를 힘껏 조였다. 패닝, 곧 연사였다.

“배때지에 힘 꽉 줘라.”

“이 씨발······.”

토러스 레이징 불, 다정이 애용하는 모델 444는 리볼버치고는 연사에 적합하지 않은 총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반동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발 쏠 때만 해도 다시 조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마당에, 그것을 억누르고 여러 발을 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타타타탕!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허나 다정은 무인이었다. 그것도 아주 솜씨 좋고 실력 뛰어난. 건하가 허공에서 착지하기도 전에 네 발의 총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첫 한 발은 어찌 피해 없이 막아냈지만, 그 뒤로는 무력하게 맞고 쓰러질 뿐이었다.

“크아악······!”

건하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앞으로 한 바퀴를 굴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고, 단순히 고통 때문에 중심이 휘청대서였다. 하지만 덕분에 남은 걸음은 스물 한 걸음이 됐다.

“내가 다음은 없다고 했지?”

흉부에 두 발, 복부에 두 발. 총 네 발의 총탄이 몸을 두들기고 떨어졌다. 전면에 내기를 둘렀는데도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건하가 잠시 흠칫했다. 다정은 말했다시피 봐주지 않는다는 듯 곧장 탄창에 남은 두 발을 마저 쏘았다.

타탕! 노리는 곳은 양쪽 어깨. 손바닥으로 막자니 손가락이 우그러질 터였고, 어깨로 받아내자니 역시 두 팔을 못 쓰게 될 것 같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갈등에 빠진 건하가 눈을 빛냈다. 급격한 혈류가 동공을 확장시켰고, 빠릿하게 도는 뇌가 주변의 시간을 느릿하게 보여주었다.

‘옆으로 쳐낸다.’

두 발은 자로 딱 재기라도 한 듯이 각을 이루며 분사되고 있었다. 건하가 핏줄이 불거진 손에 내력을 돋우며 합장하듯 손을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궤도를 바꾼 총탄이 무방비한 목을 향하게 되는 도박수였다.

짜아악! 허나 그 도박수는 대성공이었다. 두 개의 총탄이 정확히 두 손바닥 사이에 들어온 순간, 건하가 주저 없이 합장하며 그 힘을 상쇄시켰다. 어지간히 강한 물리력을 가진 물건이니만큼 남은 회전력이 손의 살갗을 헤집었지만, 그래도 성공은 성공이었다.

“뭔······.”

다정이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제 내공을 담은 관통탄을 저런 식으로 막아내는 녀석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당황한 그녀가 잠시 빈틈을 드러냈고, 건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남은 걸음은 스물하고도 한 걸음. 당황한 그녀가 잠시 넋을 놓는 사이 줄인 걸음이 세 걸음, 건하가 다가오는 상황을 눈치채기까지 또 두 걸음, 생각을 뒤로하고 몸을 움직이기까지 다섯 걸음.

남은 걸음은 열 걸음 안팎. 다정이 뒤늦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격발은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네 발에 두 발, 여섯 발의 탄환을 모두 허비한 순간이었다.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식으로 파훼당한 경험이 없는 총격이기에 정신을 놓고 있던 것이 맹점이었다.

“이런 제기랄······!”

다정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허리춤에 찬 혁대에서 탄환을 끄집어냈다. 그 사이 건하는 또 다시 네댓 걸음을 내딛었다. 남은 걸음 역시 그 정도 되었다. 총을 장전함과 동시에 바로 격발할 준비를 마친 다정이 방아쇠를 곧장 당겼다.

“늦었어!”

총탄이 격발되는 그 순간에도 건하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손바닥을 우묵하게 해 만든 그의 응조공이 바로 앞에서 다정을 덮쳤다.

“이 썅······!”

지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격발된 총탄이 건하의 왼쪽 어깨를 노렸다. 다정은 동시에 제 오른쪽 팔에서의 감촉을 느끼고 온몸에 내기를 둘렀다.

타앙! 총탄은 건하의 왼쪽 어깨뼈를 으스러트리고 빗겨나갔다. 건하의 응조공은 다정의 오른팔을 쥐어뜯었다. 정확히는 쥐어뜯어야하는 그 순간, 형形을 금나수로 변환시키며 팔을 붙잡았다.

“······왜 손속을 봐줬지?”

그 뒤로는 교착상태였다. 지근거리에서 바로 눈을 마주하고 선 상태로, 다정이 건하를 보며 물었다. 왜 응조공을 마지막에 금나수로 바꾸었냐는 물음이었다.

“너 같은 미친년이 오른팔 하나 내줬다고 날 놔주기나 하겠냐?”

건하가 다정의 오른팔을 붙잡은 그대로 말했다. 정곡이었다. 라선의 미친개, 진세화의 광견은 결코 한 번 문 상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허나 다정은 아직도 찜찜한 구석이 있는 지 다시 캐물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몇 시냐?”

건하가 대뜸 생뚱맞은 물음을 던졌다. 다정은 별달리 불쾌한 기색 없이 총을 허리에 차고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제 전화기를 꺼내기 위함이었다.

“10시 22분.”

“젠장, 얼마 안 남았네. 나 그만 가봐야 해.”

“마무리도 안하고 가는 사내새끼가 어디 있어? 너 고자야?”

“지랄 좀 하지 마, 미친년아. 너 졌어. 인정하지? 그러니까 쫓아오지 마.”

다정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은 분명 제 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른팔을 뜯기면 뜯겼지,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맺는 싸움은 그녀로서는 딱 질색이었다.

“왜 봐준 건지 대답하면 놓아줄게.”

“······난 진짜 너 같이 끈질긴 여자가 싫어.”

한숨을 내쉰 건하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녀와 같은 무인을 말 한 마디에 내쫓을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낫다. 어쩔 수 없다고 여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급하게 정차한 차량. 미끄러지듯 기울어진 차가 대각선의 검댕 자국을 남기며 멈춰 섰다. 싸우느라 바이린을 잠시 눕혀놓은 그 갓길 바로 옆에다였다.

“뭐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네 동료 아냐?”

“나 여기 오늘 처음 왔어.”

타니구치와 이종학을 동료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이곳에 올리는 없는 사람들이었다. 차를 멈춘 운전자가 문을 열고 내려섰다. 피로 젖은 정장과 복면을 쓴 괴한이었다.

건하는 다정의 손을 붙잡은 채로 괴한을 향해 다가갔다. 자연히 이끌린 다정은 어정쩡한 걸음으로 그를 뒤쫓았다. 꽤 격렬한 싸움이었던 탓에 두 사람과 바이린은 제법 거리가 있었고, 덕분에 괴한은 어렵잖게 바이린을 둘러메고 차량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나도 오늘 의뢰는 혼자 받았는데.”

“······이런 망할, 그럼 제삼자란 소리잖아!”

조금 늦게 반응한 건하가 다정의 손을 놓았다. 괴한이 차에 탑승했고, 건하는 곧장 바닥을 디디며 차로 다가갔다. 전면부의 유리창을 깨버리든 문짝을 박살내서 꺼내버리든, 여기서 그냥 놓고만 볼 수는 없었다.

시동을 켜놓고 있던 상태이기에 차가 출발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먹을 꾹 쥔 채로 보닛 위로 몸을 던진 건하가 곧장 전면의 유리를 부숴버렸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파편들이 튀었고, 무의식적으로 말이 내뱉어졌다.

“멈춰!”

“이미 늦은 것 같군.”

텅! 운전대를 잡은 괴한이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압도적인 차량의 추진력에 그대로 들리고 만 건하가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괴한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도로를 주파했고,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이라곤 바이린에게 덮어주었던 코트자락 뿐이었다.

“이런, 죽 쒀서 개줬네?”

어느 새 다가온 다정이 내뱉었다. 건하가 이를 바득 갈았다.

“왜 봐준 거냐고 물었었지?”

“엉, 그랬지.”

“알려줄게, 네 것 좀 빌리자.”

“뭐래, 병신이?”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차가 떠나간 방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건하였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다투던 그와 친근하게 얘기를 나눈 다정이 손목을 잡혔다. 건하의 금나수였다.

“이것 때문에 그랬어.”

핑그르르, 일순 도는 현기증. 다정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제 몸에서 일어난 일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너 이 미친 무슨······!”

“저기 있는 바이크, 네 거지?”

다정이 비틀거렸다. 아주 살짝이었지만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빈틈이 틀림없었다. 그 짧은 사이 고리가 달린 열쇠를 꺼내 보인 건하가 저기 위쪽 갓길에 대어둔 바이크를 보며 물었다.

“뭐야, 언제 가져갔어!”

“금나수 쓸 때. 잠시 빌린다.”

“야!”

쫓아갈 새도 없었다. 건하가 갓길에 주차된 다정의 바이크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 아우토반 무제한 고속도로에서나 달릴법한 바이크가 쏜살같이 국제공항을 향해 달려나갔다. 결국 제가 죽인 무인의 시신 몇 구와 함께 덩그러니 놓인 다정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벤틀리는 불타고 있었다. 싸움은 어중간하게 끝났다. 경공술로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랬다간 내공의 소모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찌 따라잡는다고 해도 제 쪽이 크게 불리할 터였다. 다정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아씨, 궁금한 건 못 참는데.”

이대로는 제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뢰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은 석연찮은 구석부터 확인해야했다. 쫓아가는 것은 그 다음으로 해도 그만이다. 다정이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둔 전화기를 꺼냈다. 이럴 때 전화를 걸만한 곳은 정해져있었다.

“야아, 꼬맹아!”

― 다정이 누나?

전화 너머의 상대는 벨이 울리기도 채 전에 수신을 마쳤다. 이런 식의 연락에 익숙하고, 전담이기까지 한 인물이어서였다.

“나 말고 또 누가 있어 그럼.”

― 왜요?

“너 지금 인터넷 되냐?”

― 스마트폰 있으니까 되죠.

다정이 꼬불쳐둔 담배를 찾으며 내뱉었다. 지금 그녀가 통화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사무소의 직원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기계 다루는 것에는 정평이 나있는 꼬마 무인.

“그딴 거 말고, 키보드 칠 수 있는 걸로.”

― 누나,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요새 해커들은 스마트폰 쿼티 키보드로도 충분히 잘 한다니까요? 누나가 구식인 거예요. 하긴 뭐 윈도우를 깔 줄 알아, 드라이버를 설치할 줄 알아? 저번에도 이상한 야동 사이트 들어갔다 바이러스만 잔뜩 감염시키고.

“그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하여튼 싸가지 없는 꼬맹이 같으니라고. 됐고, 너 라선국제공항 전산망 해킹해서 이름 하나만 좀 찾아봐.”

― 댓바람부터 무슨 국제공항이에요?

“못해?”

― 아니, 걔들 보안망 얼마나 촘촘한데······.

“천하의 이하진이가 해킹을 못하는 전산망이 있어?”

― 에이 씨, 얼마 줄 건데요!

“꼬맹이가 벌써부터 돈 밝히고 지랄이야. 얼마 주면 되는데?”

― 배, 백만원 정도?

“백만원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뒤지게 쳐맞기 전에 용돈 십만원 줄 테니까 빼와.”

전화 속 너머의 상대 하진이 답했다. 이제 갓 열 네 살 된 소년에게 십만원의 용돈은 거금이었다.

― 바로 접속할게요. 이름이 뭔데요?

“박건하, 무인이고 남자였어.”

여분의 스마트폰을 두들기는 소리가 전파를 타고 넘어왔다. 다정은 그 사이에 담배를 찾아내곤 꺼내 폈다. 옅은 가로등 하나만 뜬 가운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과 달이 아름다웠다.

“경치 죽이네.”

― 찾았어요, 누나.

“벌써?”

5분도 채 되지 않아서일까. 하진이 알아낸 사실들을 읊었다.

― 오늘 아침 9시에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서 KDD-0075편 타고 상해 홍차오 경유해서 라선으로 들어왔네요. 무인이라 당연히 심사관이 배정되었고요. 담당자는 김선호라고 나와있어요.

“김선호? 천금안 김선호?”

― 네, 그런 별호네요. 5급 공무원이에요.

“그 새끼 유명한 에이전시 브로커인데?”

라선국제공항의 김선호는 무인을 소개하고 그 수수료를 챙겨 받는 것으로 유명한 작자였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공무원의 그런 뒷거래를 알 리가 없겠지만, 다정은 사무소의 소장인 세화를 통해 몇 번인가 주워들은 적이 있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박건하의 등급은 뭔데?”

― 3품 하급이요. 그런데 이거 가짜예요. 무인으로 각성한 건 분명 2년 전이라고 기재되어있는데, 그 사실이 기록된 날짜는 1주일 전이네요. 여권 발행일자도 외교부 조회해보니까 안 나오고요. 데이터베이스는 등록됐는데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란 거죠.

“이야, 씨발. 오랜만에 고수들을 다 보네?”

― 좀 더 파볼까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다정이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장 대꾸했다.

“당연하지. 얼마나 걸려?”

― 헤헤, 누나. 알잖아요.

“알았어, 내일 PC방 데려가줄게. 하루 종일 해.”

― 누나가 돈 다 내는 거죠? 약속했어요?

“사무실에 컴퓨터 좋은 거 다 가져다놓고 구태여 거길 가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네. 아무튼 빨리 파기나 해봐.”

― 업무용하고 게임용은 구분해야죠. 그리고 사실 아까 궁금해서 미리 파고 있었어요. 원래는 정보가 없어서 대조하고 시간이 좀 걸렸을 텐데, 위조한 여권이 라선에 들어오면서 처음 사용한 것인 모양이더라고요.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서 출발할 때 사용한 건 다른 여권이어서 그쪽 전산망에 들어가서 캤어요.

하진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내용 자체는 요점을 잘 정리한 채로였다.

― 이름 박건하, 국적은 대한민국에 나이까진 스물다섯인 걸로 같아요.

“그런데?”

― 본적은 라선광역시에요. 통일 직후 태어난 세대구요. 그런데 처음으로 무인 등록을 한 날짜가 15년 전이에요.

“15년 전? 열 살에 개화開化를 했다고?”

평범한 인간이 내공을 터득해 무인으로 거듭나는 이유는 불명이었다. 허나 모든 무인들에겐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범인凡人이 내공을 터득하게 되는 계기엔 모두 정신적으로 극한에 상황에 몰렸을 때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연히 열 살짜리가 무인으로 각성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해도 그보다 조금 나이 많은 또래일 터였다. 극한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정말 극한이어서, 단순히 목숨을 위협받거나 하는 일은 어림도 없었으니까.

― 네, 그런데 바로 그 무인 등록을 한 당일에 한국을 떠났네요. 그 뒤로 뭐 여기저기 싸돌아다닌 모양인데, 열여덟 살부터 스물네 살까진 기록이 완전히 없어요. 잠긴 것도 아니고 그냥 완전 말소라 이건 찾아낼 방법이 없네요.

“진짜 등급은? 그 새끼 단전에 내공이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내기며 뭐며 다 뿜어내던데?”

― 어, 그건 이상하네요. 무인이면 최소한의 내공은 있을 거고, 평범한 사람이면 아예 단전이 형성되지도 않잖아요.

“내 말이 씨발 그 말이야. 그놈 사용하는 무공이 뭔데?”

― 무공 내용도 말소되어있어요.

가끔 1품 무인들 가운데 그런 경우가 있었다. 대개 1품은 국가 차원의 관리를 받기 마련이고, 사용하는 무공을 숨길수록 좋은 무인들의 특성상 제 힘의 노출을 꺼려 그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기도 하니까.

“그럼 1품이라는 소린데?”

―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국내 1품 무인 목록 중엔 박건하라는 이름이 없어요.

하진이 잠깐의 시간을 두고 말을 덧붙였다.

― 어, 잠깐만요. 찾았어요!

“몇 품이야?”

― 0품이라고 나오는데요?

최고위의 무인은 어디까지나 1품 상급이다. 그 이상의 위계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은 없다. 그러니 0품으로 분류된 무인이 1품보다 위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명백한 오산이다. 그러나 다정은 여전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차라리 1품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것보단 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 이거 분류불가 코드인데?

0품이란 분류가 불가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임시 품계였기 때문이다.

“뭐 하는 새끼야, 이거······?”

다정이 전화기 든 손을 늘어트리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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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막간 II 19.02.16 73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3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1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7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37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5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0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38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3 3 15쪽
11 막간 19.02.04 159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4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46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56 5 13쪽
» 혈랑血狼 (7) 19.02.02 161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67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79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197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0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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