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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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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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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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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혈랑血狼 (8)

DUMMY

뺨을 스치는 바람. 혼미하게나마 드는 정신. 기절하듯 쓰러졌던 바이린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의식을 되찾은 그녀가 처음으로 목도한 것은 시원하게 깨져있는 유리창이었다.

“일어났나.”

뒤로 넘긴 중발에 매서운 눈빛이 인상적인 사내. 운전대를 잡고 있던 복면의 괴한은 시선을 옆으로 흘깃거리더니 내뱉었다. 이북의 쌀쌀한 날씨가 여과없이 스며드는 가운데, 그는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다, 당신은······?”

“누가 업어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자더군.”

괴한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빈말로도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태도였다. 바이린은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자신을 깔보듯 내려다보는 눈빛을 마주하고 움츠러들었다. 명백한 경멸의 의사를 담은 눈빛이었다.

“건하 씨는 어디에 있는 거죠?”

“그 삼류 무인 말인가?”

바이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끄덕거렸다. 정신이 들고 나니 저만 믿으라는 듯이 굴던 사내가 없어진 상황이다. 제가 처한 위기는 고사하고 그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건지 걱정스러웠다.

“죽일 필요도 없었지. 제깟 놈이 뭘 어쩌겠어.”

다행히 괴한은 그런 염려를 짐작했는지 피식거리며 답해주었다. 허나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바이린이 확인 차 질문을 내던졌다.

“당신은 누구죠?”

서늘한 공기가 차안을 가득 메웠다. 바깥에서부터 흘러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바이린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눈앞의 사내는 무인이었고, 이 한기는 그가 부린 조화였다.

“······절 데리러 오신 분이군요.”

“중국 정부에서 당신을 원해. 신의안과 죽련방을 중재하는 것도 당신만한 물건이 없지.”

물건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에도 바이린은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형형하게 빛나는 괴한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하기만 하다면 사람 따윈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바이린이 조금 기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지.”

괴한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돈이라면 저도 드릴 수 있어요.”

“탈세하는 데 썼다는 그 돈?”

“그건 모함이에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괴한에겐 그랬다. 바이린은 곧 상대가 자신과 거래할 의사가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로등이 환히 켜진 밤의 도로에서, 그녀는 머지않아 자신이 도착할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다.

구 7번 국도, 라선국제공항 방면. 괴한은 지금 자신을 공항으로 데려가는 중이었다. 어째서 도착지가 같은 것인지는 이어지는 그의 말로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중국의 대大가희께서 은닉자산이 쏠쏠하단 얘기는 들었어. 탐나지 않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말이야,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 난 불확실한 몇백억보다 확실한 수십을 선호해.”

“당신에게 그만한 돈을 지불할 곳이 있단 말인가요?”

“제 몸의 가치는 스스로 알아야지. 중국 정부에서 신의안과 죽련방에 내건 당신의 현상금이 얼마인데? 자그마치 백억이야.”

“그깟 돈 때문에······!”

괴한이 운전을 하다말고 시선을 돌렸다.

“그깟 돈이라고?”

소름이 끼치도록 흉흉한 시선이었다. 또 다시 서늘한 기운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바이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숨을 죽였다.

“사치와 허영 속을 살아가는 여인이 할 말은 아니군.”

“······저, 전 한 번도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다고 자부해요.”

그건 사실이었다. 바이린이 중화권에서 사랑받는 여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겸손과 배려를 미덕으로 삼는 성품 덕이었다. 아무리 뒷배를 지녔다지만 그런 심성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가희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도 스스로에게 떳떳하신가?”

“적어도 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당신보단 그래요.”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지. 이번 일만 끝난다면 신의안과 죽련방에서도 나를 대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중국 정부와의 연줄은 덤이고. 그에 비하면 당신 돈 수백억은 종이쪼가리만도 못해.”

괴한이 차를 서행으로 몰았다. 어느덧 공항의 국제선 진입로까지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속세와 작별할 준비는 되었나?”

“공항에 온 건 실수에요. CIA측에서 제 망명을 기다리고 있는 걸요.”

“괜한 허세 부리지 말지. 그 친구들은 이 일이 외교문제로 빚어지는 걸 원치 않아. 기내에 당신이 탑승한다면 또 모를까, 공항 내부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을 거야.”

바이린이 입을 다물었다. 괴한은 자신의 형편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피차 그러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은데.”

“건하 씨가 구하러 올 거예요!”

“그 삼류 쓰레기가? 어림도 없는 소리야. 그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벌써 의뢰 따윈 옛적에 포기하고 돌아갔을 걸.”

“아뇨, 전 그를 믿어요.”

제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도 저를 감싸준 사람이다. 그런 남자를 믿지 않고서 달리 누구를 믿겠는가. 바이린이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염세적인 사고관을 지녔으면서도, 포기를 모르던 사내였어요.”

바이린은 인간의 선의를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설령 건하가 자신을 구하러 오지 못한다고 해도 원망할 생각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가 보여준 모습은 제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희망에 가득 찬 사람이 절망하는 것만큼 각별한 구경거리가 없긴 하지.”

“오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요. 오려고 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그만이에요.”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그런 사실만 있으면 그만인지는 제쳐두고서라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어.”

“돈을 받았으니까요.”

바이린이 굳은 신뢰를 드러내었다. 괴한이 겨우 그게 다냐며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괴한의 차량 뒤로 바이크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이린!”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칼. 등에는 한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옷이 나부끼고 있었다. 텅 빈 도로를 거침없이 주파해온 건하가 전속력으로 추격을 실시했다.

“······끈질긴 놈이군.”

괴한의 차량은 BMW 사의 I8모델. 건하가 타고 있는 다정의 애마는 두가티 사의 파니갈레 V4 스파치알레 모델. 공교롭게도 두 차량 모두 은도금이 되어있었다. 본래 제원대로라면 속력에서는 I8이 훨씬 우위여야 했지만, 도로 상의 여러 제약 탓에 두 차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만 갔다.

“어차피 헛짓거리야, 쫓아올 수는 있어도 멈춰 세울 수는 없어!”

초조해진 괴한이 복면을 동여매고 소리쳤다. 벌써 그 외침을 들을 정도로 가까워진 건하 역시 가소롭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지!”

국제선 진입로에서의 치열한 경주가 벌어졌다. 두 차량의 계기판은 어느덧 시속 300km를 넘어가고 있었다. 바이린은 깨진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강풍에 눈을 뜨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진입로는 말 그대로 진입로이니만큼 그리 긴 도로가 아니다. 이는 곧 지금의 경주가 필연적으로 치킨게임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 네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괴한이 차량의 속력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건하도 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계기판은 이미 끝자리에 달한 지 오래였다. 이런 속도라면 앞에 차량 한 대만 서행하고 있어도 참사 확정이었다.

“바이린, 지금 당장 벨트를 풀어!”

두 사람의 차가 공항 터미널 앞에 당도했다. 말이 당도했다 뿐이지, 사실상 전력으로 주파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건하의 외침을 들은 바이린이 즉각 제 안전띠를 풀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녀의 행동에는 일말의 주저함조차 배지 않았다.

“무슨 짓이야! 죽고 싶나, 바이린? 당장 다시 안전띠 매!”

“제가 당신 말에 따를 것 같나요?”

“이 망할 연놈들이 기어이······!”

터미널의 절반 정도를 지나친 순간, 다행히 아직까진 앞을 가로막는 차들이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터미널 앞의 진입로에는 주차된 차량 말고 그 흔한 보행객 하나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반드시 구한다, 그러니까 믿어!”

건하가 기어를 있는 힘껏 당기며 외쳤다. 바이린은 풍압에 눌려 말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나마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지금이다!”

터미널의 끝자락에 다다르기 직전, 마침내 괴한의 차량을 추월한 건하가 바이크로 앞을 치고 들어갔다.

“이런 미친······!”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리던 두 차가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본래라면 차체가 가벼운 건하의 바이크만 튕겨나가야 할 테지만, 워낙에 속력이 높았던 탓에 괴한 또한 무사할 수 없었다.

“다 같이 죽기라도 하자는 거냐!”

“아니, 너만 죽는다.”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정거를 시도한 그가 어마어마한 관성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던 바이린은 아예 몸이 창문 밖으로 반쯤 붕 떠있을 정도였다. 건하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이크에서 뛰어올랐다.

“으윽······!”

누군가가 신음했다.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마찰음이 도로에 가득 울려 퍼졌다. 괴한의 차가 찰나의 순간 들리기 시작했고, 건하는 그와 함께 밖으로 튕겨져 나온 바이린을 몸으로 받았다.

“이, 이 삼류 버러지 새끼가 감히!”

텅! 관성을 이기지 못한 괴한의 차가 공중에 부양했다. 그 짧은 순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외친 그에게, 똑같이 허공을 부유하던 건하가 중지를 들어 보이며 내뱉었다.

“엿이나 드셔.”

비록 눈은 질끈 감고 있어도 귀는 열려있었던 바이린도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편으로는 저 또한 곧 바닥을 구르게 된다는 사실이 염려스러웠지만, 건하의 부드러운 착지는 그것을 곧 기우로 만들었다.

바이린을 제 품에 껴안은 채로 바닥을 등과 함께 맞댄 그가 그렇게 반 바퀴를 굴렀고, 그러고 난 뒤에는 곧장 그 원심력을 이용해 그녀를 뒤로 옮겨 맸다. 이윽고 마지막으로는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흡사 짐승과도 같은 모습으로 착지하니, 어지간한 무인이라면 거들떠도 안 본다는 신법이 펼쳐졌다.

“나려타곤, 쪽팔리긴 해도 이거만큼 안정적인 게 또 없거든?”

더욱이 사람 하나를 받아내야 할 때 그러했다. 건하가 바이린을 내려준 후 몸을 일으켰다. 저편에서는 이제 막 부양을 마치고 추락한 차가 굉음을 내뿜으며 터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폭발, 그 후로도 거세게 치솟는 불길. 아무리 방어가 견고한 무인이라도 저런 상황 속에서는 쉽게 몸을 보전하지 못한다. 건하가 내기를 두르고도 온통 쓸려버린 제 손을 털며 시선을 고정시켰다.

“으흑, 살았어!”

바이린이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그렁그렁하게 물든 제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저, 정말 무서웠, 히끅! 무서웠어요······.”

“그럴 만도 하지.”

“고마워요, 건하 씨. 진짜진짜 고마워요······.”

하염없이 통곡하는 바이린. 뒤늦게 몰려오는 공포심에 그녀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건하는 제게 달라붙어 질질 짜는 그녀를 위로하면서도, 곧 괴한의 차에 일은 불길이 잦아들자 미간을 찌푸렸다.

“바이린?”

“네, 네에.”

“······뒤로 잠시 빠져있어. 아직 안 끝났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찾아온 한기. 마침내 괴한의 차에 붙었던 불이 새카만 연기만 남긴 채로 꺼졌다. 그리고는 자욱이 피어오른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으니, 복면은 불타버렸지만 입고 있는 정장으로 미뤄보아 괴한이 분명했다.

“담력은 인정하마, 삼류.”

“그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다 싶더니만.”

건하는 먼지로 가득 찬 곳에서 걸어 나온 괴한을 보고 중얼거렸다. 워낙에 치열한 경주를 함께한 탓에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명 얼굴과 마찬가지로 건하가 알던 이의 것이었다.

“그래, 한 번 본 얼굴을 잊지 않는 것도 무인의 소양이지.”

복면을 벗은 괴한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내뱉었다.

“나를 잊진 않았겠지?”

“어떻게 잊겠냐,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건하가 가증스럽다는 듯 노려보며 대꾸했다.

“너였구나.”

괴한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첸 샤오밍의 무인.

“······이종학.”

이종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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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막간 II 19.02.16 75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4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2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8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43 3 15쪽
15 황금의 논리 (4) 19.02.08 138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2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40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5 3 15쪽
11 막간 19.02.04 164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6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53 5 12쪽
» 혈랑血狼 (8) 19.02.03 162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4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73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81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209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5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23 4 20쪽
1 혈랑血狼 (1) +1 19.02.01 90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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