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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격호추룡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HS0822
작품등록일 :
2019.02.01 11:12
최근연재일 :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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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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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논리 (4)

DUMMY

첫 패는 시시했다. 게임을 어떻게 진행했느냐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바실리나 건하나 모두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단 것이다. 둘은 흡사 진짜 일기토를 벌이는 것처럼 상대를 탐색하기에 이르렀다.

“벽안비도라는 이름으로 보아 본래는 비도를 던졌던 모양인데?”

“비도보다는 일종의 다트라고 할 수 있죠. 사실은 지금도 곧잘 던지곤 합니다.”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아무도 안 보게 해서.”

텍사스 홀덤에는 빅 블라인드와 스몰 블라인드라는 이름의 참가비가 있다. 애꿎은 이삭 좀 주워 먹겠답시고 기를 다 쏟았다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뜻이다.

“폴드.”

건하가 카드를 내려놓았다. 베팅에 응하지 않은 사람은 패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상대 역시 그것을 들춰보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율이다. 바실리가 엷게 미소 지으며 칩을 가져왔다.

“잃어만 주실 건가보군요.”

“네 희망사항이겠지.”

“전 곧잘 제 희망을 현실로 승화시키곤 하는 사람이니, 이번에도 그래볼까 합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뒤지게 처맞기 전에는.”

둘 다 입담은 제법이었는지라 승부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카드보다 대화에 더 신경을 기울였다. 바실리는 좀처럼 제 손기술을 선보이지 않았으나, 건하가 계속해서 카드를 내려놓자 신경을 긁어줄 요량으로 내기를 돋웠다.

“그럼 어디 한 대 맞아볼까요?”

카드 분배. 의무 베팅. 잠깐의 신경전. 그리고 한 장을 버린 후 플랍. 바닥에 깔린 세장은 2♡, 9♧, 5◇ 카드. 다시 의례적인 베팅과 카드 한 장 버리기, 그렇게 두 번을 반복하여 깔린 턴과 리버 두 장은 3♤, K♡ 카드.

속임수 없이 실화로 치면 십중팔구는 지는 것이 건하의 실력이다. 어쩌다보니 리버까지 오게 됐지만 그가 손에 쥔 카드는 꼴랑 2♤와 9◇, 투페어였다.

“때릴 준비 되셨습니까?”

“아직 아닌 것 같은데.”

바실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아직도 이렇다 할 손기술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건하가 카드를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저 역시 아직은 실력을 보일 때가 아니다.

“폴드.”

패자가 제 패를 공개할 의무가 없듯이, 승자 역시 제 패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간혹 승자든 패자든 고의로 제 패를 공개하는 경우가 노름판에선 빈번하다. 바로 상대를 농락하기 위해서다.

“저런, 뭐였기에 마지막에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서십니까?”

“투페어였어.”

건하의 답에 바실리는 조용히 덮었어야 할 제 카드를 뒤집었다. 아주 잠깐 제 손끝을 미세하게 떤 이후였다.

“이야, 고맙습니다. 전 K탑이었어요.”

아니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방금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릴 이유가 없었다. 도통 기술을 쓰지 않아 주목하지 않았지만, 카드를 수거하는 딜러의 손이 조급해진 것으로 보아 높은 패를 일부러 바꿔치기한 게 분명했다.

“역시 잃어만 주실 모양이군요?”

나는 낮은 패였다. 너는 등신천치다. 바실리는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도발도 어디까지나 카드를 바꾸지 않았을 때나 먹히는 것이다. 건하가 익살맞게 떠드는 바실리를 보며 피식거렸다.

“재롱 참 귀엽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패나 얼른 돌려, 애송아.”

바실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가 장난은 여기까지라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껏 차분한 태도로 패를 나눠주던 딜러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낼 심산인 모양이었다.

“베팅해주십시오.”

“콜.”

“올인.”

시종일관 유쾌하게 떠들더니만, 바실리는 건하의 한마디가 어지간히 불쾌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몇 번의 공방이 오간 끝에 건하에게 남은 칩은 약 1억 2천만 원어치, 그가 자신 있으면 어디 응해보라는 듯 입을 열었다.

“애송이에게 덤벼보시죠.”

“싫어, 폴드.”

그렇게 몇 번의 승부가 더 흐지부지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들도 이젠 지루했는지 슬그머니 이탈하는 사람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실리는 계속해서 올인을 외쳤고, 건하는 폴드를 외쳤다.

“언제까지 죽기만 할 겁니까?”

“잃어만 줬으면 한다며?”

“마음대로 하십시오. 평생 그렇게 찌그러져 살고 싶으시다면야.”

아무래도 애를 취급하듯 대한 게 어지간히도 한이 서린 모양이었다. 건하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칩을 집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승부에 응해주지 않는다면 섭섭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덤벼볼까?”

바실리의 손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인 타짜와 다를 게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그들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며, 걸릴 염려마저 없다는 점이다. 증거야 남지만 딜러와 연계하는데 그걸 어찌 잡아낼 수 있단 말인가. 도박장에서 고용한 꾼만큼 무서운 게 없는 법이다. 따라서 그의 가장 큰 장기는 특유의 손기술이 아닌, 딜러와의 연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패 돌리겠습니다.”

바실리가 주변의 분위기를 살폈다. 딜러는 그에게 교묘하게 겹친 카드 몇 장을 넘겨주었다. 건하에겐 공정한 게임처럼 단 두 장의 카드만을 부여하고서였다.

“베팅해주십시오.”

“콜.”

골칫덩이 확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승부는 누가 더 절초를 선보이느냐다. 바실리가 다시 칩을 걸었다. 건하 또한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격에 나서려는 듯이 받아넘겼다.

“콜, 일단 좀 보자고.”

딜러가 카드를 한 장 버렸다. 이제 시작이었다. 건하와 바실리의 눈이 빛났다. 리버까지 바닥에 깔린 패는 절묘했다. 4♧, K♤, 3♧, 8♤, K◇. 이론상으로 나올 수 있는 최강의 패는 K포카드. 그러나 한 장은 이미 건하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는 패는 A♤와 K♧, 트리플이었다. 바실리의 패는? 카드를 몇 장씩 가져가는 그의 특성상 저와 마찬가지로 A, A 또는 A, K를 맞쥐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마저도 8이나 4로 바꿀 테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실리가 물었다. 그는 언제든지 K풀을 완성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건하는 제 패를 보고 얼마간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네가 올인하면 나도 올인해줄게.”

“하시죠.”

승부가 결승점에 다다랐다. 건하가 외쳤고, 바실리 또한 지지 않고 곧바로 받아쳤다.

“올인.”

“콜.”

패를 공개하는 순서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는 가장 먼저 베팅한 사람이다. 때문에 바실리는 여태껏 자신이 먼저 패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상대를 놀리거나 여러 수작을 부려왔다. 그렇게 제 패를 후순위로 공개해야지만 카드를 바꿔칠 수 있는 노릇이니까.

“K8 수티드입니다.”

허나 지금은 바닥에 깔린 패와 조합했을 때 제 패가 가장 높은 패다. 바실리가 예의 그 시원한 미소와 함께 카드를 내려놓았다. 역시나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최악의 상황이 곧 무승부이므로 애써 후순위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건하도 패를 내밀었다. 그가 쥐고 있던 A카드가 어느새 8로 바뀌어있었다. 운 좋게 버려진 카드들 중 구할 수 있던 것이었다. 바실리가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모든 무늬에는 그에 따른 차등을 두지만, 텍사스 홀덤에서 족보가 같을 땐 그것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 즉, 지금 같은 경우엔 판돈을 다시 나눠가진단 말이다.

“판돈을 다시 물리는 건 무의미한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넥스트 카드 드로우로 결정하자.”

곧 남은 카드들 중에 한 장을 뽑아 겨루자는 말. 바실리는 물론 고민하는 척하다 그에 응했다. 어차피 자신은 카드를 몇 장씩이나 골라서 바닥과 공개된 패 외의 가장 높은 것을 가져올 수 있었다.

‘바실리 타라소프, 넌 아마 A를 두 장 가지고 있었을 거야.’

딜러가 카드를 뽑아 건넸다. 바실리의 카드는 물론 여러 장이 겹쳐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카드더미에 버려둔 것이 A라는 것을 알기에 앞서 제가 던져둔 두 장 중 하나를 몰래 바꿔쳤다. 절묘하기 짝이 없는 손놀림이었다.

“뭘 뽑으셨습니까?”

“글쎄.”

덱에 남은 카드 중 A는 한 장. 바실리가 카드를 오픈했다.

“저는 A입니다.”

세 장의 A는 모두 제 손을 통해 빠져있었다. 스페이드 A가 남아있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확률이었다. 끈질기게 따라오는 상대였으니만큼 이쯤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게 맞았다. 바실리가 어디 네 패를 내보이라는 듯이 턱짓했다.

“······바실리?”

한데 반응이 뭔가 좀 이상했다. 건하는 고개를 숙인 채로 웃음을 참고 있었고, 승부에 개입하지 말아야 할 딜러가 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구경꾼들도 웅성거림은 물론이었다.

“푸흡, 푸흐흐······.”

“뭐죠? 왜 웃는 겁니까!”

“이봐, 다시 잘 봐. 그게 정말 A야?”

바실리가 그제야 제가 내려놓은 카드를 확인했다. 뽑은 카드는 2♧. 무늬로 보나 숫자로 보나 최약 중의 최약. 그가 떨리는 손으로 제 카드를 집어 들었다. 건하가 비로소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어, 어떻게······?”

분명히 A를 던져놓은 곳에 카드를 다시 바꿔쳤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제 손에 이런 쓰레기가 들어와있단 말인가?

― 네가 치는 걸 카드라고 한다면 나도 제법 칠 줄 알거든.

뒤늦게 뇌리를 스치는 생각. 바실리가 전율했다.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당신, 제가 내려놓은 카드를······!”

“워워, 그렇게 다 말해줘도 괜찮겠어?”

괜찮을 리가 없다. 중앙 테이블은 지금 바실리의 패배로 이제껏 주변을 배회하던 구경꾼들이 잔뜩 몰린 시점이었다. 그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소리쳤다.

“감히······!”

“그러게 말했잖아, 카드는 너만 칠 줄 아는 게 아니라고.”

건하가 제가 뽑은 카드를 내보였다. 스페이드 A! 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그 카드는 52장 가운데 가장 빼어난 정점. 그제야 바실리를 보조하던 딜러가 진상을 깨달았다. 자신들 또한 버림패에서 맘대로 카드를 주워오는데, 그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온 하늘에 꽃비가 가득하도다.”

“······큭!”

“만천화우라고 하지, 아마?”

암기술의 달인만이 쓰는 절초. 바실리 타라소프의 무공은 다름 아닌 그것이었다. 건하가 칩들을 정리해 제 앞으로 가져오며 말을 이었다.

“아마 넌 몇 장의 카드를 손에 쥐든 간에 그렇게 버리거나 주울 수 있었을 거야. 비도를 수십, 수백 개를 던질 수 있는 무공인데 그보다 가벼운 카드쯤이야 껌 아니겠어?”

그랬다. 그것이 바실리가 믿고 있던 구석이었다. 상대는 고작 두 장의 카드로 싸우지만, 자신은 남은 모든 카드를 가지고 싸운다는 이점. 그것이야말로 바실리 타라소프가 지닌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그렇지만 무공이란 건 어느 한 명만 쓰는 게 아냐.”

그 말인즉 조작은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소리였다. 허나 건하가 선보인 투척과 포획술은 분명 바실리가 쓰던 그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제 무공을 고스란히 따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애초부터 만천화우를 사용할 줄 알았던 겁니까.”

“그럴 리가.”

무공은 자신이 키워낸 내공과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 발휘된다. 건하가 씩 웃었다. 내공은 아까 악수할 때 살짝 훔쳐냈고, 운용하는 방식이라면 계속 승부를 미루면서 봐온 것이었다.

“보고 따라했을 뿐이야.”

얄미웠지만 별 수 없었다. 바실리가 한숨을 내쉬며 제 패배를 시인했다.

“졌습니다.”

판돈은 아직 남았지만 이길 자신이 없었으니 그야말로 완패였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원하는 층을 말씀하시죠.”

“15층이면 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검소하시군요.”

그럴 리가 있나. 1억 5천을 넣어 2억 4천을 벌었다. 정말로 검소한 사람은 이런 일확천금을 꿈꾸며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과찬이야.”

바실리는 완전히 질렸는지 혀를 내둘렀다. 그가 예의 연로한 시중꾼을 불러 안내해드리라는 듯이 손짓했다.

“15층으로 향하는 승강기는 이쪽입니다.”

“환전은?”

“입금하신 계좌로 받아보실 수 있게 처리하겠습니다.”

깔끔한 일처리가 실로 마음에 들었다. 시중꾼은 연로한 나이만큼이나 지혜로운 남자였다. 건하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제 앞에 놓고 있던 칩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져주면서였다.

“팁이야, 받아.”

“······너무 과분한 액수인 것 같습니다만.”

“생판 남에게 걱정을 끼쳤는데, 그냥 넘어갈 수 있나.”

그렇게까지 말하니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시중꾼이 공손한 태도로 칩을 받아들었다. 같은 칩을 바실리에게도 건네며 용건을 마친 건하는 두 사람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등을 돌렸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친구들.”

어쩐지 바실리마저 공손히 인사하더니만, 그 칩이 천만 원짜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 박건하 님의 현재 계좌 잔액은 ₩220,109,3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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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고 19.02.17 76 2 14쪽
22 막간 II 19.02.16 75 3 18쪽
21 황금의 논리 (完) 19.02.15 92 3 27쪽
20 황금의 논리 (9) 19.02.14 99 3 16쪽
19 황금의 논리 (8) 19.02.13 104 3 14쪽
18 황금의 논리 (7) 19.02.12 112 2 16쪽
17 황금의 논리 (6) 19.02.11 118 1 16쪽
16 황금의 논리 (5) +2 19.02.09 143 3 15쪽
» 황금의 논리 (4) 19.02.08 139 4 13쪽
14 황금의 논리 (3) +2 19.02.07 142 3 14쪽
13 황금의 논리 (2) 19.02.06 140 3 13쪽
12 황금의 논리 (1) 19.02.05 155 3 15쪽
11 막간 19.02.04 164 4 15쪽
10 혈랑血狼 (完) 19.02.03 156 5 14쪽
9 혈랑血狼 (9) 19.02.03 153 5 12쪽
8 혈랑血狼 (8) 19.02.03 162 5 13쪽
7 혈랑血狼 (7) 19.02.02 164 5 20쪽
6 혈랑血狼 (6) 19.02.02 173 5 14쪽
5 혈랑血狼 (5) +2 19.02.01 181 3 12쪽
4 혈랑血狼 (4) 19.02.01 209 4 13쪽
3 혈랑血狼 (3) 19.02.01 225 5 16쪽
2 혈랑血狼 (2) +2 19.02.01 323 4 20쪽
1 혈랑血狼 (1) +1 19.02.01 90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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