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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아닌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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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그린
작품등록일 :
2019.02.01 11:41
최근연재일 :
2019.04.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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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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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글자수 :
21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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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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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모델(2)

DUMMY

최근 패션 및 매거진 업계 핫이슈는 ‘스포츠아 화보 괴담’이었다. 스포츠아의 f/w 시즌 화보 촬영에 얽힌 사람들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시발점은 모델 박우진의 피습 사건이었다.


스포츠아 화보를 찍게 된 박우진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나름 알려진 모델이었다. 모델아카데미 3개월 경력만으로 대형 매니지먼트의 오디션에 덜컥 합격한 것과 계약하자마자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패션위크 무대에 설 뻔했다가 어느 빽 좋은 모델에게 밀려버린 것이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후 그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가 ‘스포츠아’였다. 그것도 잘 나가는 브랜드인 BAEMJ 배민주 디자이너의 옷을 입을 수 있는 보물 같은 기회였다.


무조건 디자이너의 눈에 띄겠다는 각오로 임한 화보 촬영은 순조로웠다. 현장에서 배민주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며, 1년 간 연을 끊다시피 지낸 아버지에게 화보가 실린 매거진을 내미는 자신의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모른다.


모두가 만족했던 촬영. 그래서 비극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더욱 지독하게 받아들였다.


호프집에서 단기아르바이트를 하던 박우진이 괴한의 칼에 찔려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은 삽시간에 번졌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스포츠아는 당연히 모델 교체 후 재촬영을 결정했다. 칼 맞은 모델이 찍은 화보를 공개할 순 없었다.


거기까지는 그냥 운 나쁜 무명 모델의 비극이라 여겨질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박우진 대신 스포츠아 들어간 윤비훈 얘기 들었어? 다리 부러졌대.”


“야, 더 대박인 거 몰라? 다리 부러지기 전에 윤비훈이 이번 화보 안 찍겠다고 계약 파기해달라고 엄청나게 얘기했대.”


“아, 들었어. 스포츠아가 급하니까 계약서 쓰자 마자 촬영 바로 잡았는데, 현장 완전 난리 나고 촬영도 못했다며?”


“말도 마라. 조명이 계속 꺼지더니, 결국엔 이유도 없이 조명 유리가 깨졌다잖아.”


“그러고서 포토도 안 하겠다고 해서 교체됐대. 재촬영 준비하면서 불길한 일이 계속 일어나서.”


“으, 소름. 괴담이 따로없네.”


박우진의 사고 이후 스포츠아 화보에 대한 각종 소문이 모델들, 패션지 에디터, 촬영 스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소문대로 모델 교체 후 다시 잡은 촬영장이 발칵 뒤집힌 것이 불씨였다.


확실히 현장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긴 했다. 촬영을 시작하려고만 하면 조명 몇 대가 꺼지더니, 결국 메인 LED 조명의 유리가 깨져버린 것이다.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유리가 깨지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다. 그냥 저절로 깨져버렸다. 그것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난장판이 된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스포츠아는 또 한 번 손해를 감수하고 촬영을 미루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박우진 대신 들어온 신인모델 윤비훈은 자꾸만 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누가 자꾸 내 얼굴을 깔아 뭉개는 것처럼 숨이 막혀서 잠에서 깨고, 가만 있던 물컵이 엎질러지고, 길에 서 있는데 차가 와서 들이박을 뻔 하고.. 진짜 환장하겠다니까요!”


그는 재촬영 일정이 잡힌 후 소속 에이전시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 같은 하소연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계약을 한 이상 계약금을 물어낼 재력이 없는 이상 촬영을 하지 않을 방도는 없었다.


그런데 점입가경으로 서핑을 하던 중 그의 다리가 부러졌고, 스포츠아는 또 다시 모델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버렸다. 이후의 이야기는 뻔하다.


불타오른 괴담은 활활 타오르면서 가지를 뻗어 나갔다. 포토그래퍼를 필두로 다수의 현장 스텝이 교체되었다느니, 배민주 디자이너가 매일 밤 악령의 울음소리에 시달린다느니, 몇 번의 죽음 고비를 넘긴 윤비훈이 반미치광이가 되었다느니······.


때문에 이후 모델 섭외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 배민주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녀가 급하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아무나 섭외하자는 생각에서 강우 학생한테 부탁을 한 건 절대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알아줘서 고맙다는 듯 배민주 대표가 살짝 웃었다.


“어쨌든 모델 건은 조금 더 생각해줘요. 그냥 재미있는 경험 한다 치고.”


강우는 여전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딸 도와준 고마운 학생한테 너무 질척대는 것 같아서 인제 와서 좀 미안하네요.”


“아, 아니에요. 좋게 봐주신 건 감사드려..”


그제서야 표정을 조금 풀고 대답하던 강우가 말끝을 흐렸다. 맞은 편에 있는 수연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배민주 대표가 한창 스포츠아 괴담에 대해 설명할 때부터 일순간 말이 없었다. 강우도 이야기를 듣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무심코 시선을 돌린 곳에서 수연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 있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 하나요?”


그 사실을 알리 없는 배민주 대표가 강우에게 물었다.


“네. 여섯시 반부터요.”


강우는 계속 수연이 신경 쓰였지만 어쩔 수 없이 배민주 대표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잠시 미팅만 끝내고 태워다 줄게요.”


“아닙니다.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


“지하철 두 번이나 환승해야 되죠? 어차피 내가 그 쪽 가야 해서 그래요. 유정이가 실기 도구 때문에 짐이 좀 무겁다고 좀 와 달라네요.”


“그래도 괜히 저 때문에 불편하실 필요는..”


“강우 학생이 불편한 거 아니면 조금만 기다려 줘요. 금방 끝나거든요.”


배민주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몇 개의 파일을 챙겨 들고 대표실을 나갔다. 강우는 어정쩡하게 따라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제가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라고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으니까.


그녀가 나간 대표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수연은 여전히 그의 맞은 편에서 어딘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강우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연은 강우의 뒤쪽에 있는 책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벽에 딱 붙은 흰 색 책장. 강우는 수연이 왜 갑자기 그것을 노려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어 보기 위해 그녀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기려는 순간.


“너구나?”


그의 뒤에서 수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통수에 꽂히듯 날카롭게 들려왔다. 그녀에게서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놀란 강우는 그제야 흰 색 책장을 감싸고 있는 이상한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수연이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자 책장을 감싸고 있던 빛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그곳에 스며들어 있던 빛 뭉치가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빛은 곧 사람의 영혼 형태가 되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책장에 귀신이 숨어든 것이었다.


귀신은 키가 큰 젊은 남자였다. 강우는 그가 바로 칼에 찔렸다는 박우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흰색 빛이라니? 강우는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박우진을 보며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강우와 시선이 마주치자 오히려 박우진이 화들짝 놀랐다.


저 사람 어떻게 내가 보이는 거야?!


한쪽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강우를 내려다보는 박우진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 뭐야?”


어느 새 박우진에게 바짝 다가간 수연이 물었다. 박우진의 시선을 수연에게 옮겼다.


“귀신인데요.”


다짜고짜 뭐냐는 물음이 황당할 만도 한데, 그는 풀 죽은 목소리로 잘도 대답했다.


강우는 오늘의 황당한 사태를 만든 장본인, 박우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영혼인 상태로도 꽤 괜찮은 키와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를 대체할 모델로 자신을 지목한 배민주 대표가 황당할 지경이었다.


“강우도 괴롭힐 거야? 그래서 숨어 있었니?”


수연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비로소 그녀가 날카롭게 굴고 있는 이유를 깨달은 강우.


스포츠아 화보를 찍게 된 새 모델에게 못되게 군것처럼, 배민주 대표의 제의를 받은 강우를 힘들게 할까 봐 걱정한 것이다. 박우진이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진짜지?”


수연이 거의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박우진이 이번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강우가 모델을 하겠다고 해도?”


그 말에 강우가 피식 웃었다. 박우진이 그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강우를 보았다.


“전 어차피 할 생각이..”


“이지가 알아볼 수도 있잖아.”


“······?”


“이지가 정말로 너 자체는 기억하는데, 돌아올 방법을 잊어버린 거라면.. 화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얼굴이 알려지면 어디선가 보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거니까.”


수연의 이야기는 강우가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는 건가······.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때 박우진이 흔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부탁만 들어준다면, 얼마든지 모델을 하셔도 좋아요.”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관심,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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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쌍둥이(2) 19.02.27 266 5 12쪽
26 쌍둥이(1) 19.02.26 29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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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모델(6) 19.02.18 291 4 10쪽
21 모델(5) 19.02.17 324 6 11쪽
20 모델(4) 19.02.16 340 7 10쪽
19 모델(3) 19.02.15 32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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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모델(1) 19.02.12 361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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