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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아닌 것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고그린
작품등록일 :
2019.02.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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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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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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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6)

DUMMY

우진이 만들어놓은 증거는 영상이었다.


경찰서에서 들은 것처럼 사건 현장인 여관 뒷마당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런데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박철우형사와 범인이 대치하는 동안 마당 구석 평상에서 이어폰을 꽂고 잠들어 있던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범인이 칼을 꺼내는 것을 본 우진은 평상 위에 놓인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을 켰다.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영상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경찰서에서 신고자인 그가 여관의 장기 투숙객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찍혔는지 모르는 거죠?”


“녹화 버튼 누르자마자 쓰러졌거든요. 깨어나서는 바로 아빠한테 가느라 확인해볼 생각을 못했어요.”


“그 사람이 아직 가지고 있을까요?”


강우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길 바래야죠.”


핸드폰에 모르는 영상이 찍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주일을 지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잠시 생각하던 강우는 자신부터가 핸드폰 사진첩에 접속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특이 케이스겠지만.


마침내 도착한 부곡장은 생각만큼 작은 여관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부곡장까지 가는 길에 간간히 군인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에서 5km쯤 떨어진 군부대의 군인들이 여관의 주요 투숙객인 것 같았다.


강우는 건물 앞에서 우진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들이 찾는 남자가 어느 방에 묵는지 알아낸 후 방으로 바로 가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우진이 난감한 얼굴을 하고선 건물 밖으로 나왔다.


“형. 다 뒤져봐도 그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비어 있는 방에는 누가 묵고 있는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기 투숙을 하고 있다던 남자가 그새 사라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강우는 여관의 낡은 유리문을 열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TV를 보고 있었다.


“혼자?”


남자는 강우를 흘깃 보더니 물었다.


“아, 그게 아니라.. 누구를 좀 찾으러 왔는데요.”


“누구를~ 찾으러~ 오셨을까~”


여관 주인이 타령하듯 혼잣말을 하며 투숙객 명부를 펼쳐 들었다. 도와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유도 묻지 않고 명부를 꺼내 들자 당황스러웠다.


“여기 세 개 방이 어제 오늘 들어 왔으니까 찾아 봐요.”


명부를 대충 펼쳐 준 남자가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주인은 강우가 먼저 체크인한 일행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방을 찾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 얼마 전에 뒷마당에서 사건 하나 있었잖아요.”


여관 주인이 고개를 돌려 강우를 쳐다보았다. 눈빛에 의심이 서려 있었다.


“그때 신고하신 분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 숙박하시는 분이라고 들었는데요.”


“그 양반은 왜 찾으시나. 진술할 거 다 했는데 그 날. 경찰도 아닌 것 같고?”


주인이 쉽게 알려주려 들지 않았다.


“아저씨 허술해 보이는데 의외로 빡빡하시다.”


우진이 중얼거렸다. 강우는 우진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귀신이라한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 그게 별건 아니고요.”


강우가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을 뗐다.


“여기 군부대에 친구 면회 왔다가 들었는데요. 여기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말을 늘어뜨렸다. 그럴싸한 핑계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왜 나에게는 순발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답답했다. 우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근데 제가 소설가 지망생이거든요. 스릴러 소설을 쓰는데.. 살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나 지금 뭐라는 거야······. 강우가 스스로 놀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수습이 되지 않았다.


“근데 막 그날 칼을 휘둘렀다고 하니까······. 그 장면을 목격한 심정이 어떤지 듣고 싶기도 하고······. 묘사할 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 네······. 그래서······.”


망했다. 낙담한 우진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난 또 뭐라고.”


별 일 아니라는 듯 TV 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리는 주인.


“여기 터가 좀 예술적으로 뭐가 있나 봐.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와. 뭐 무슨 나무 깎는 사람도 한 번 왔었다. 학생이 찾는 그 양반도 인터넷에 만환가 뭐시긴가 그린다던데.”


뭔가 풀릴 것 같은 예감. 강우와 우진의 눈이 마주쳤다.


“웹툰이요?”


“그래, 그거. 나는 두 달 동안 방 잡고 할 일 없이 놀길래 웬 한량이 기어들어왔나 했는데, 그림 그린다 하더라고. 뻑하면 카운터 앞에 와가지고.. 바로 거기, 학생 서 있는 거기서 나한테 아무 얘기나 좀 해달라 하더라고 어찌나 귀찮게 하던지. 예술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게 중요한 갑지? 남 얘기 듣는 게.”


생각지도 못하게 경계를 풀어 버린 주인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네, 뭐. 그렇죠. 그런데 혹시 그 분 아직 여기 계신가요?”


“지금 없어. 무슨 축젠가 뭔가 참가해야 한다고 죽을 상을 하고 갔어.”


잠깐 기대를 품었던 강우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3시간 걸려 찾아온 곳에 정말로 남자가 없다는 것 아닌가.


“근데 다시 온댔어.”


“아, 이 아저씨 진짜 사람 들었다 놨다 하시네!”


우진이 얼굴을 활짝 피면서 소리쳤다.


“다시 온다고요?”


“그래. 축제도 오래전부터 잡혀 있었다고 억지로 갔어. 끝나자마자 내려온다고 하면서.”


강우는 핸드폰을 꺼내 만화 축제를 검색했다.


한국 만화/웹툰 축제가 3일간 개최된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강우는 뉴스에서 축제 기간 동안 7명의 웹툰 작가가 사인회와 토크쇼 등을 연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일곱 명의 작가 이름을 차례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차누’라는 웹툰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클릭했을 때였다.


“형, 이 사람이에요!”


액정을 쳐다 보고 있던 우진이 외쳤다. 찾았다.


강우도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기사 속에는 마치 괴짜 만화 캐릭터 같은 모습을 한 차누 작가가 웃고 있었다.


“학생. 서울 갈 거면 얼른 나가야 할 텐데. 막차 끊겨~ 나야 손님 받으면 좋지만서도.”


주인이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어느새 여덟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 그거 사건 현장 제대로 보지도 못했대. 영화 한 편 보는 게 더 도움될 것 같고만.”


강우가 머뭇대자 주인이 중얼거렸다. 우진은 초승달 같은 두 눈을 끔벅거리며 강우를 쳐다보았다.


형, 그 남자 만나고 갈 거죠?


그의 두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친구 면회가 내일이라서요······.”


강우는 체념한 듯 숙박을 결정했다. 주인이 그런 거냐며 203호라고 적힌 키를 건넸다.


다시 올 바에야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나았다. 속은 조금 쓰렸다. 3시간 걸려 찾아왔는데 학교에서 30분 거리 서울에 그가 있었다니······.


강우는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을 지나 203호 문을 열었다. 더블 침대와 책상, 작은 TV가 눈에 들어왔다. 여관이 이렇게 생겼구나. 고시원 방이 이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생전에도 못 들어와 본 여관을 귀신 돼서 남자랑 들어오네.”


우진이 장난스레 투덜댔다.


“우진 씨 아직 안 죽었잖아요.”


“형, 말 편하게 하세요. 어제 그 누나는 나 몇 살인지 알기도 전에 반말하던데.”


그러고보니 어제 교문 앞에서 헤어진 후 지금까지 수연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고시원 방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오늘 밤 돌아가지 않는다고 알릴 방법이 없었다.


강우는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웹툰 작가 ‘차누’를 검색했다.


그는 미스터리 스릴러 웹툰인 ‘보통 날’이라는 작품을 4년째 연재 중이었다. 사인회를 진행할 정도로 제법 인기 있는 작가였고, 작품은 지난해 완결이 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그런데 석 달 전 그가 돌연 휴재 공지를 올렸다.


[건강상의 이유로 휴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날’을 아껴주신 독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짧은 공지 글에는 아쉬운 댓글이 가득했다. 4년을 쉼 없이 달려 온 ‘보통 날’이 완결을 향해 달려가던 중이었기에 더더욱.


“아프다는 얘기는 못 듣지 않았어요?”


우진이 어느새 강우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확실히 여관 주인에게는 그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주인에게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조용히 요양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런데 여기가 요양하며 지낼 만한 곳이던가.


“뭐, 암튼 난 영상만 찾으면 되니까.”


우진이 깍지 낀 손을 베개 삼아 베고 누웠다. 강우도 똑바로 누워 천장을 쳐다보았다. 오전엔 경찰서에 있다가 지금은 이렇게 여관에 누워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우진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돼요?”


강우가 물었다.


“귀신이 돼서도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 줄은 몰랐어요. 칼 맞은 것도 억울한데, 아빠도 유치장 신세고. 뭐 이래.”


“나도요. 죽었다가 살아났는데도······ 뭐 이래.”


강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진은 강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며칠 전엔 정말 ‘살았다’ 싶었어요. 핸드폰 건드려서 저 삼일 동안 쓰러져 있었잖아요. 정신이 드는 순간 너무 불안한 거예요.”


“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 봐요?”


“네. 그런데 아버지 다니던 경찰서 갔다가 유치장에 계신 거 보고 어찌나 안심되던지. 저처럼 병원에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그게 나으니까.”


우진이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그럴 거예요.”


강우가 이번에는 우진에게도 분명히 들릴 말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우진 씨가 어떤 모습으로 있든 병원에서 정신 잃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으실 거예요.”


“뭐야, 이 형.”


우진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탄성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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