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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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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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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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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가짜 국왕?

DUMMY

#13.





몇 달 만에 나는 유적에서 나와서 밖으로 향했다. 근 두 달 동안 수련을 하면서 일리아스와 관련된 비밀을 파헤쳤다. 어느 정도 때가 됐음을 느끼자 작별을 고하고 되돌아가기로 했다.


되돌아오는 길은 빠르게 오고 싶었기 때문에 마침 마을로 향하는 중인 말 상인에게 값을 치르고 말 세 필을 샀다.


“이······. 신기한 생물은 뭐지?”


헤그가 말을 바라보면서 움찔했다.


“뭐야, 너희 차원에는 말이 없어?”

“없다. 말이라고 부르는 탑승물인가.”


그러고보니 에슬라니안 차원에서 도마뱀 비슷한 것은 타고 다니던데 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말타기를 하루 만에 익혔다. 너도 할 수 있겠지?”

“내가? 흥. 당연하지. 난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살짝 도발하자 곧장 받아준다. 이 녀석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 말대로 반나절 정도 교육 시키자 금방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길로 남쪽으로 계속 내려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떨어졌다. 팽그램 대륙은 행성 남반구에 위치했기 때문에 남쪽으로 가면 추워진다.


우리는 순례자들이 입는 옷차림을 했다.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눌러쓴 다음 말 위에 이것저것 짐을 실었다. 마을에 들리지 않고 그대로 남하했다. 트롤의 수렁을 그대로 지나쳤지만, 슬슬 가을이 되기 시작하자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루님. 곧 수도에 도착합니다.”

“수도에 가서 좀 몸을 녹여야겠군.”


생각보다 강행군이었기 때문에 몸이 노곤하다. 여행은 체력을 꽤 소모하는 일이다. 바로 왕궁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수도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에 가까운 밤이었다.


우리는 왕궁에 들어가기 전에 수도의 여관에서 머물기로 했다.


“좀 쉬다 가시게요?”

“술도 좀 먹고.”

“술? 술이야 좋지.”


헤그가 술이라는 말에 반색했다. 나도 조금 끌리긴 한다. 몇 달 동안 와인은 고사하고 맥주도 입에 대본 적이 없다. 방을 잡은 다음 1층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과 함께 흑맥주를 조금 시켰다.


“루님. 그나저나 확실한 계획은 아직 못 들었습니다.”

“맞아. 나도 이곳에 온다는 말만 들었지.”

“음······. 그러니까.”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큰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잔뜩 취한 금발의 남자가 막 누군가를 걷어차고 있었다. 주인장은 왜 안 말리는 거지?


“네놈, 내가, 누군지, 아냐!”

“죄, 죄송합니다, 컥, 나, 나리.”


말을 쉴 때마다 쓰러진 사람을 발로 막 걷어차는 그 남자는 귀족으로 보였다. 어 그런데 저놈, 왜 나랑 비슷하게 생겼지.


“루님과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


헥터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내가 바로! 이 나라의, 국왕 폐하시다! 감히 내 옷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아이고 죄송합니다, 나리.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국왕을 사칭하는 가짜 놈이 나타났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리고 그놈을 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국왕 폐하가 왜 이렇게 허름한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건데?”

“난들 아리? 몇 달 전부터 저 국왕이라는 작자가 이 근처 여관이나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잖아.”

“쉿, 저놈 듣겠다.”


가짜 국왕은 주변에서 수군거리건 말건 쓰러진 남자를 마구 걷어차면서 씩씩댔다.


“제, 제발, 컥! 살려주십시오.”

“살려줘? 아니, 죽어!”


가짜 국왕이 이번에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나는 더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놈의 발목을 걷어찬 다음 검을 빼앗았다.


“거기까지.”

“뭐? 넌 뭐냐? 감히 국왕인 내 몸에 손을 대?”


지금 나는 순례자처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가짜 왕은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두건을 들어 올렸다.


“이 나라에는 왕이 두 명이나 있나 보군.”

“뭐, 뭐?”

“내가 바로 솔리스의 국왕이다.”


가짜 국왕은 나랑 똑같은 얼굴을 보고 안색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놈도 자기가 가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 내 말을 듣자마자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가짜였어?”

“저런 쳐죽일 놈을 봤나! 국왕 폐하를 사칭하다니!”

“헤그, 저놈을 포박해라. 왕궁으로 끌고 가지.”


헤그가 먹던 고기를 한 점 뜯고는 손바닥을 털었다. 얼떨떨해하는 가짜 국왕의 앞으로 가서 그의 등 뒤를 밧줄로 묶었다. 나는 그동안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갔다.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저 무례한 자에게 당한 것에 대해서 사례를 해주마. 어찌 되었건 내 이름으로 속여 말했으니.”

“가, 감사합니다. 폐, 폐하.”


역시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부터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여관 주변의 모든 사람을 둘러보면서 크게 외쳤다.


“이 가짜 국왕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자들은 모두 왕성으로 오라. 그동안 가짜 국왕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겠다.”


그렇게 외치고는 곧바로 왕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다들 지금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서로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 소문이 과거의 내 소문들을 덮어줄 수는 없지만, 이미지라는 것은 한 번에 확 바뀌는 것이 아니니 이제부터 바꿔가면 된다.


늦은 밤 왕성으로 향하는 도중 헥터가 물었다.


“여관에서 더 안 묵고요?”

“곧장 왕성으로 가지. 가짜 국왕이 왜 수도 주변에서 얼씬거리고 있는지 알아야겠거든.”

“근데 이놈 뭐야? 진짜 똑같이 생겼네.”


헤그의 의문은 나도 궁금하던 참이다.


“폐, 폐하. 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포박을 좀 풀어주십시오.”


가짜 국왕의 말에 헤그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그가 포박을 풀자 가짜 국왕이 말했다.


“저, 전 엘슨 시종장님이 고용한 배우입니다.”

“배우?”

“예, 폐하가 없는 동안 폐하의 자리를 대신하라면서······.”

“그건 왕성에 가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


우리는 금세 왕성에 도착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라 왕성 입구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을 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런 건 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엘슨이 마중 나와 있었다.


“폐하. 오셨습니까.”

“엘슨?”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폐하. 얼른 백양궁으로 드시지요.”


백양궁은 내가 머무는 거처였다. 나는 엘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들 머물 곳도 마련해줘. 내 수행원들이다.”

“예, 폐하.”

“그리고 저 가짜 놈에 관해서도 설명해봐.”

“예.”


오랜만에 내가 머무는 궁으로 돌아오자 편한 기분이 들었다. 내 방으로 가서 와인 한잔을 따서 목을 축였다. 곧이어 엘슨이 들어왔다.


“그래, 저놈은 뭐야?”

“본래는 저도 계획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카리어스 대공에게서 권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대공께서는 제게 폐하께서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셔도 상관없지만, 표면상으로는 그렇지 않게 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저는 그 조언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폐하와 꼭 닮은 가짜 배우를 고용했죠.”

“저놈이 밖에 나가서 뭐 하고 다녔는지 알아?”

“예, 폐하가 매일 하시던 일입니다.”

“······.”


엘슨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력도 나쁘지 않고, 주인을 보좌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좀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주인의 도덕적 타락에 관해서는 너무 관대했다. 거기다 지체 높은 귀족이라 평민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내겐 이미지적인 변신이 필요했다. 제대로 된 왕이 되기 위해서는 고된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대외적인 부분이다. 민심은 때론 권력보다 더 좋은 힘을 발휘한다.


“흠.”


나는 책사의 필요성을 느꼈다. 겉으로 드러난 내 행동에서 진의를 읽고 따라줄 사람. 목표를 말하면 몇 수 앞의 비전을 제시할 만한 인물.


“그놈 처형해. 그리고 저놈에게 당한 사람들에 대해서 전부 보상해줘.”

“보상 말입니까? 굳이 천민들에게 그런 것이 필요하겠습니까?”

“해줘. 공정하게. 만약 거짓으로 보상을 원하는 자가 있으면 알아서 처리하고.”

“예. 폐하.”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자리를 비울 때가 많을 텐데 가짜 국왕 놈을 쓰면 되겠다.


“아냐, 그놈 처형하지 마라.”

“그럼 어떻게 하죠?”

“나중에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를 대비해서 그를 키워둬야겠다. 왕성에서 돈 주고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어.”

“예. 폐하.”


그러고보니 삼안족 꼬마. 이카젠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


“아, 그 꼬마는 어떻게 됐지?”


꼬마라는 말에 갸웃하던 엘슨이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 천민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매일 개인 시간을 주면서 남은 시간 동안에는 하인들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가끔 제가 손을 보기도 하죠.”

“그래. 내일 봐야겠다.”

“예, 폐하.”

“그리고 내일 아침에 카리어스 대공을 불러.”

“대공, 말씀입니까?”


엘슨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예전의 루는 카리어스 대공을 피해 다니기 바빴거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와 긴히 얘기할 일이 있다.”


그리고 손짓하자 엘슨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예, 폐하. 그럼 전 물러가겠습니다.”


엘슨이 나가고 난 뒤 나는 여장을 풀었다. 시종들이 와서 도우려는 것을 다 내보냈다.


로브를 벗고 품에 있던 영혼의 검을 꺼냈다. 이 검은 단검 형태였는데 굽은 칼등을 가지고 있었다. 칼집에서 뽑자 제논이 조용히 말했다.


[일리아스 오염도 10%]

[그렇게 심하진 않네?]

[그래, 의외로군. 일리아스로 가는 포탈이 항시 열려있다고 들었는데 오염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혹시 변동이 있으면 말해줘.]

[알았다.]


제논이 나와 함께 이곳 차원으로 넘어온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그를 생명의 샘이라는 곳으로 데려다주기로 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 나름의 우려였다.


***


나는 스승님과의 수련을 끝낸 뒤 에슬라니안 차원으로 돌아와서 제논에게 갔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떠나면 제논은 영원히 조각상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와 대화하던 도중 지나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플래툰 차원은 그래도 한때는 내가 태어났던 세계였다. 이곳이 일리아스에 오염되면 문제가 생긴다.]

[일리아스 오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일리아스 판은 거대한 차원의 집합체다. 그리고 지금도 점점 그 차원의 개수를 늘려가고 있지.]


일리아스 판은 거대한 차원의 집합체이지만 지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그래서 이 지도의 외곽부에 차원이 하나씩 있다.


[이곳 에슬라니안 차원도 예전에는 일리아스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이들도 우리 차원과 똑같은 차원이었지.]

[그런데?]

[이들도 피레스크 왕국처럼 일리아스를 드나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계속 일리아스와 차원을 오가면서 점점 차원의 간격이 흐릿해졌다. 이걸 ‘오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일리아스 오염에 심하게 노출된 에슬라니안 차원은 그대로 일리아스 판에 흡수되어서 최외곽지역이 되었다.


[플래툰 차원도 일리아스 판을 오갈 수 있는 기술이 남아있다면 오염도가 심각할 거다.]

[오염도는 어떻게 막는데?]

[그건······.]



***


작가의말

좋은하루!


흠. 연재시각을 언제 올릴지 고민중이에요! 요 며칠간은 언제 올라와도 매일 하루에 한편은 올릴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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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생명의 샘 +7 19.03.12 313 18 12쪽
33 #33 프로미테 +7 19.03.11 311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45 21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66 22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62 27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79 23 12쪽
28 #28 반란사건 +3 19.02.28 427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431 23 13쪽
26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433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39 25 13쪽
24 #24 벌레의 왕 +9 19.02.24 482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503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521 26 11쪽
21 #21 어둠 +8 19.02.21 539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617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67 32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91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69 37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79 45 12쪽
15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839 45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64 45 12쪽
» #13 가짜 국왕? +7 19.02.13 902 43 12쪽
12 #12 귀환 +5 19.02.12 927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74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1,002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81 49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64 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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