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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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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최근연재일 :
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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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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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로븐홀 요새

DUMMY

#15




“여기서 휴식한다.”

“휴식!”


제대로 된 부사관도 없었기 때문에 헤그가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의 차원에서, 나름 부족의 젊은 전사들을 관리하던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 다루는 것은 잘했다.


병사들이 보급품에서 음식을 꺼내 식사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막사가 여러 군데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헥터가 고개를 저었다. 병사들 뒤쪽에는 병사들의 수 배는 되는 보급품이 있었다. 마차만 수십 대가 넘는다.


“솔직히 이건 조롱입니다. 이렇게 적은 병사에 산더미 같은 보급품이라니요. 폐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내 의견? 당연히······.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신하들이 바보도 아니고 망나니로 유명한 왕에게 백 명의 병사와 보급품을 내준 것만으로도 상당한 처사였다. 미리 카리어스 대공의 협력을 얻어낸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내가 따로 쓸만한 근위기사단은 애초에 왕실을 수호하는 병력이 아니다. 이미 카리어스 대공의 사병이 된 지 오래였다.


“국왕의 친정군이 아니라 보급품을 전달하는 부대라는 거지.”

“보급 부대라니······.”


나는 헥터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래서?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어?”

“아뇨. 어차피 제가 선택한 일이니.”

“잘됐네. 생각이 좀 필요해졌어. 나가봐.”

“예.”


내가 로븐홀의 사령관이라고 생각하자. 중앙에서 왔던 군이 보급 빵빵한 농민군이라. 무슨 생각을 할지는 뻔했다. 보급품은 흡수하고 농민군은 내 밑의 편제로 넣지 않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쓰레기 같은 부대로 적 야만인 무리를 격파하고 나면 확실히 명분이 선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루비를 꺼내다가 세공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스승님께 인지검을 배운 뒤로는 정신이 매일 깨어있었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도 충분했다.


하룻밤 야영을 끝낸 부대는 곧바로 계속 남하해서 대평야 지대로 향했다. 대로로 향하면 로븐홀의 군영까지 도착할 수 있다. 가는 도중 주변을 둘러보면서 헥터가 감탄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밀입니다. 평야가 황금처럼 물들어 있습니다.”

“이러니 크루아가 인들이 눈이 뒤집힐 수밖에.”


나도 감탄했다. 기후가 조금 추운 편에 속했지만, 땅이 좋아서인지 로븐홀의 북쪽은 어마어마한 대곡창 지대였다. 이러니 먹을 것 없는 남쪽 야만인들의 눈이 뒤집히는 수밖에 없다.


로븐홀 군영에 들어서자 사령관이 마중을 나왔다. 살이 푸짐한 귀족이었는데 키가 커서 그게 전부 덩치가 되어있었다. 인상은 상당히 사나웠다.


“충! 로븐홀 요새 사령관 미티아스 백작입니다.”

“수고가 많군. 이번에 총사령관으로 부임했다.”

“예. 폐하.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예상외로 사람다운 대접에 고개를 갸웃했다. 문전박대당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갑자기 수도에서 온 놈이 총사령관이라고 왔으니까.


안에 들어오자마자 미티아스 백작의 안색이 변했다. 그럼 그렇지. 깔보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피식하고 비웃었다. 하지만 말투만큼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폐하. 용케 이곳까지 친정하셨습니다.”

“남쪽의 야만인들을 정벌하러 왔다.”

“아이고. 폐하께서 오셨으니 이제 야만인들은 모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피곤하실 테니 어서 막사에 돌아가서 쉬시지요.”

“좋아. 막사에 돌아가서 여장을 풀기로 하지.”

“아이고 그럼요.”


감이 왔다. 나를 살살 구슬려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20대 초반에 상처라고는 하나도 없고 피부조차 하얗다. 수도에서 내 평판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수도에 연줄이 있는 귀족에게서 이번 사건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지도 모르지.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떼를 써서 남쪽으로 친정한 것처럼 보이니.


“그럼 나도 그 장단에 맞춰주기로 할까.”


원래 강한 적보다 무능한 아군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철저하게 무능한 총사령관의 연기를 하면서 이것저것 빼먹어야겠다.



***



미티아스 백작의 옆에 있던 책사 라불린이 그에게 말했다.


“폐하는 어떻습니까?”

“완전 애송이 도련님이더군. 우리가 저런 새파란 귀족놈들 한두 번 상대해봐? 조금만 구슬리면 되지.”


미티아스 백작은 자신의 코 밑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부사관이 들고 온 이번 보급품의 숫자를 계산했다.


“호오. 상당한 양이군. 역시 국왕폐하의 친정이라 이건가. 병사는 쓰레기 같은 놈들을 데려왔지만, 이 정도 보급품은 반년 어치는 되겠어.”

“이것도 흑상들이 오면 팔아버릴까요?”

“당연하지. 크흐흐. 이번에 상인 놈들이 오면 짭짤하겠군.”


미티아스 백작은 전쟁 상인들과 계약을 맺고 보급품을 빼돌리고 있었다. 그런 전쟁 상인들은 흑상이라고 부른다.


사실 변경백들이라면 조금씩 이런 부패한 부분이 있었으나 미티아스 백작은 심한 편이었다. 보급도 넉넉하고 그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에 대곡창 지대가 있었으니까 빼돌리기도 쉬운 것도 한몫했다.


“아 그리고 백작님.”

“뭐지?”

“수도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재상 마틴 님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

“재상께서?”


미티아스는 라불린의 손에서 서신을 받아 열었다. 그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흠.”

“무슨 말씀입니까?”

“국왕을 처리하라는군.”

“예, 예? 그건 반역······입니다.”

“우리 손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제일 위험한 곳으로 국왕을 보내라는군.”


서신에는 가장 위험한 곳으로 보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밑에 추신도 적혀 있었다.


[그대가 크루아가의 야만인들과 거래를 하는 것도 알고 있소.]


미티아스의 안색이 사색처럼 변했다. 그냥 따르기에는 리스크가 큰 주문이었지만 안 따르기에도 뭐하다.


“이 일은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



***



“끝났다.”


쓰던 나이프를 내려놨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루비를 반지에 끼워 넣었다. 다이아몬드는 미리 끼워놨었다. 이로써 두 개의 반지가 완성되었다. 루비 안쪽에서 일렁거리는 붉은 오라가 보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네.”


다이아몬드를 세공할 때 생각하면 두 배는 빨리 완성한 것 같다. 동이 터 오르자 나는 주변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갔다. 가볍게 연병장을 돌고 요새 성벽 위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요새에 틈은 없다.’


이 요새가 받는 지원은 엄청났다. 심지어 만약을 대비한 공성 병기도 있었다. 성벽 안에서 무슨 공성 병기냐 할 텐데 외부에서 충차나 공성탑이 건조되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야만인들이 그럴 리 없지만 그만큼 이곳은 중요한 요새였다.


거기다 요새뿐만이 아니다.


로븐홀 남부는 한때 곡창지대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황무지였다. 잦은 크루아가 족의 습격 때문에 농지가 여러 번 황폐해지자 아예 경작을 포기했다.


황무지여도 쓸모가 있었다. 일단 평야 지역이기 때문에 기마병을 운용하기가 수월했다. 역대 로븐홀 요새의 사령관들은 상당한 노력으로 이 황무지를 그들에게 유리한 격전지로 바꿨다.


크루아가 족이 아무리 흉포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들은 보병이다. 말을 먹일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


그래서 기마병의 돌진에는 감당할 수 없었다.


간격을 두고 간이 망루를 설치해서 신호를 보내게 했다. 그러니 크루아가 족이 다가오면 단번에 쓸려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가끔 허를 찌르는 기습을 통해서 공격해오는 부족이 몇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었다.


“방어체계는 대충 파악했다.”


이제 사람들을 둘러볼 시간이었다. 요새 내부의 군영은 활기차고 역동적이었다. 새로운 장비를 제작하고 훈련을 한다. 보급고에 가봐도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솔리스 왕국의 군대가 제일 자랑하는 것은 바로 보급 능력이죠.”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40대의 갈색 머리의 남자였는데 딱 봐도 군인처럼 생겼다.


“누구냐?”

“안녕하십니까 총사령관님. 저는 이곳 로븐홀 요새 부사령관 제임스 루터입니다.”

“어제는 못 봤는데.”

“제가 오늘 복귀했습니다. 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총사령관님.”

“총사령관은 너무 기니까 루라고 불러라.”

“예. 루님. 실례지만 부하도 데리고 다니지 않고 군영을 돌아다니시면 위험합니다. 암살 위협도 있고요.”

“난 혼자가 편하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날 죽일 수 있는 강자는 없는 것 같군.”


그 이후로 조금 더 대화를 해봤다. 제임스 루터는 향사로, 이 군대에만 30년이 넘게 있었다고 한다. 10대 때부터 전투해온 셈. 승진을 거듭해서 그 자리까지 갔다. 미티아스처럼 부패한 귀족이 사령관이어도 요새가 제대로 돌아가는 이유는 그 같은 능력 있는 지휘관 때문일 것이다.


‘어딜 가나 윗대가리들이 쓸모가 없네.’


아무리 봐도 신분제 위주의 인사 고용은 비효율적이다.


혼잣말하면서 생각하다가 문득 한 무리의 병사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를 봤다. 궁병처럼 보였는데 흔히 보이는 쇠뇌가 아니라 다른 것을 들고 있었다.


“루터. 저게 뭐지?”

“아, 저것은······. 우리 요새에서 개발한 다연발 쇠뇌입니다. 일명 수노기라고 하죠. 15초에 1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쇠뇌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저 무기를 들고 있는 병사가 많지는 않군.”

“흠. 그것이······.”


꺼려진다는 듯이 말을 흐리자 내가 물었다.


“뭐냐?”

“그걸 만든 개발자가 천민이었기 때문에, 미티아스 사령관께서는 더 양산을 금지했습니다. 저는 수노기로 이뤄진 부대를 운용하려고 했으나 만들어진 게 워낙 적어서 일단 가진 것만으로 쓰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누구지? 직접 봐야겠다.”

“대장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준이라는 자입니다.”

“가보지.”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요새 내부의 대장간은 활성화되어있었다. 이곳에서 상주하는 대장장이 수가 30명이 넘는다. 거기다 옆에 목공 작업소가 있어서 목수들도 대량으로 배치되어있었다.


‘흠. 피레스크 왕국에서는 공병만 있으면 됐는데. 이곳은 전문 직업인들을 쓰는군.’


공병은 만능인데 말이지······. 공병 아카데미라도 만들어볼까.


우리가 와도 대장간은 멈추지 않았다. 다들 루터 부사령관을 보면서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음. 바람직한 직업 태도로군.


“저자가 준입니다.”


이마에 띠를 둘러매고 이리저리 짐을 나르는 허름한 일꾼 한 명이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이가 매우 어려서 10대 후반으로 보였다.


“준, 이리와 봐라.”

“아! 부사령관님!”


들고 가던 짐을 두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준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분은 이번에 부임하신 총사령관이시다. 그리고 이 나라의 국왕 폐하이기도 하다. 예를 갖춰라.”

“폐, 폐하. 천것이 인사드리옵니다.”


준이 절까지 하려고 하자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만두게 했다.


“너에게 온 것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서다. 저 수노기라는 쇠뇌는 네가 개발했느냐? 다른 사람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예, 폐하. 소인이 할 일이 없어 마침 소일거리로 쇠뇌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했습니다.”

“어떻게?”

“그, 그냥 감으로 했습니다. 쇠뇌에서 여러 발 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폐하.”


어이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놈 공학에 소질이 있네.]

[동감이야. 피레스크 왕국에서도 감으로 신무기를 만들었다는 놈은 못 봤어.]


“죽을죄가 아니지. 오히려 잘했다.”

“가, 감사합니다.”

“나는 능력 있는 자가 좋다. 그 재능이 그저 신분 때문에 묻혀 있는 것은 크나큰 손실인바. 이놈은 이제부터 내가 데리고 간다.”

“그러십시오. 총사령관님.”

“아, 그리고 수노기를 100개 이상 만들어라. 탄환도 넉넉하게.”

“예.”


고개를 돌려서 부사령관 루터를 바라봤다.


“크루아가의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쓸만한 부사관이 있나?”

“음······. 있습니다.”

“내게 소개해주게. 내 막사에서 기다리고 있지.”

“예, 루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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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프로미테 +7 19.03.11 304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33 21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58 22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55 27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71 23 12쪽
28 #28 반란사건 +3 19.02.28 419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423 23 13쪽
26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427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32 25 13쪽
24 #24 벌레의 왕 +9 19.02.24 472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494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513 26 11쪽
21 #21 어둠 +8 19.02.21 526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607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58 32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82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61 37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70 45 12쪽
»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832 45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55 45 12쪽
13 #13 가짜 국왕? +7 19.02.13 892 43 12쪽
12 #12 귀환 +5 19.02.12 920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67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995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71 48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53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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