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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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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최근연재일 :
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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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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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 어둠

DUMMY

#21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곧 오후가 되자 약속한 대로 준이 찾아왔다. 준과 이카젠은 요새 밖으로 나가서 놀기로 했다.


“어디가는 건데?”

“요새 밖에 작은 폭포가 있어. 거기에서 이런 걸 주웠거든?”


준은 품속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알록달록 거리는 보석처럼 생긴 돌이었다.


“너도 하나 가져가라고.”

“좋아.”


요새 밖을 나가면서 병사들은 별로 제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품하면서 저녁 전까지 돌아오라고 했다. 너무 쉽게 통과하는 것 같다고 이카젠이 말하자 준이 보충해줬다.


“아직 전시가 아니거든. 보통 적들이 쳐들어오면 감시탑에서 종을 쳐서 신호를 보내오니까.”

“그렇구나.”

“이쪽이야.”


이카젠은 멀리서부터 적이 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으니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준과 함께 폭포가 있다는 곳까지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선객이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어?”


준과 이카젠은 폭포 위에 있는 것을 봤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얀 사슴이었다. 머리에 난 뿔이 마치 얼음꽃처럼 자라있었다. 둘은 넋 놓고 그 사슴을 바라봤다.


사슴이 한 발자국 움직이자 비로소 그들은 환상에서 빠져 나왔다.알고 보니 사슴의 덩치가 상당했다. 사슴은 조용히 그들에게 말을 했다.


“너흰 빛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군. 너희 주인에게 가서 내가 왔다고 전해라.”




***




“진짜 흰색 사슴이잖아.”


그냥 사슴이라기에는 덩치가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머리 위에 달린 투명한 크리스탈 뿔은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두 꼬마가 정신 나간 것처럼 와서 허둥지둥 설명하는 게 이해가 갔다. 갑자기 폭포 위에서 저런 게 나타나면 나라도 놀랄 테니까.


“나는 사슴뿔 예언자.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왔다. 빛의 존재여.”

“도움? 내게 말인가?”

“그렇다.”


[저자에게서 미약하지만, 일리아스 오염이 느껴진다.]

[뭐?]

[일리아스 차원을 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나, 어딘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제논의 감지는 정확하다. 일단 이야기를 조금 나눠봐야겠다.


“사슴뿔 예언자는 크루아가 족의 수호자라고 들었다. 그런데 로븐홀 요새 총사령관인 내게 무슨 볼일이 있지?”

“그대가 적의 수장인 것은 모른다. 다만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당신인 것은 알고 있었지.”


사슴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사슴의 형상이 흐릿해지면서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전신에 칭칭 묶은 천. 호리호리한 몸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원형 가면. 어깨에는 망토가 걸려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형의 존재가 있다. 죽음을 숭배하고 스스로의 잘못된 광기에 물들어 선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악한 존재···. 그가 크토아산으로 향하고 있다.”

“이형의 존재?”


내 물음에 끼어든 것은 제논이었다.


[일리아스 판 너머에서 온 것처럼 들리는 군.]

[어떻게 처음 듣고 그렇게 확신하는데?]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일리아스 오염에 대해서 확신이 가지 않았지만 이제 알겠다. 저자는 스스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군.]


“이대로 있다간 전부 죽는다.”

“왜지?”

“얼어붙은 시체의 왕은 크토아 산을 죽음으로 물들이고 모든 인간들을 없애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솔리스 왕국의 차례가 되겠지.”


솔직히 말해서, 뜬금 없다.


“갑작스럽군. 그 존재가 왜, 어디서 나타난 건데?”


그건 예언자에게도 동일한 의문인 것 같았다.


“나는 미래를 예언할 뿐, 과거를 보지는 못한다. 어째서 그가 나타났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중요하지.”


나는 팔짱을 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예언자의 말을 듣고 움직이느냐? 보통이라면 적의 말을 듣고 넘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음. 당장 해야겠군.


“좋아. 내 정예들을 데리고 남하하겠다. 병력을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겨울에 남하하는 것은 다른 자들이 못 견디니까.”

“그대의 협력에 감사한다. 나는 당장 돌아가 그자의 군대를 막아야겠다.”


예언자는 사슴의 형태가 되어서 홀연 듯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서서 고민했다. 일단 제논과 대화해 볼 필요가 있었다.


[네 생각은 어때?]

[어딘가에 일리아스 판과 열린 포탈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왕성 지하에 있는 것과 똑같은 자연적인 포탈. 넘어갈 수 있다면 넘어오는 것도 가능하겠지.]

[내 생각도 비슷해. 왜 하필 내가 남쪽으로 내려간 이 때 그런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일까?]

[우연인지 운명인지 왜 그런 것을 따지지? 네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더라도 예언자가 말한 시체의 왕이라는 존재가 나타났을 것이다.]

[맞는 말이야.]


일단 일리아스 차원 너머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준비를 해야했다. 그대로 요새로 돌아갔다. 당장 처음 만난 것은 헥터와 헤그였다.


“마침 둘 다 있군. 남쪽으로 내려갈 준비를 해.”

“예? 폐하?”

“아니, 여기도 추운데 왜 또 남쪽으로 내려가냐고! 겨울엔 안 간다며?”

“잔말할 틈이 없어. 얼른 준비해.”

“폐하, 몇 명이나 내려갑니까?”

“많아야 다섯.”


그 다음에 간 것은 이번에 내게 충성을 맹세한 비다르였다. 그는 자기 막사에서 동료 전사들과 검을 닦으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비다르.”

“예, 폐하.”


그는 일어나서 주먹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이게 크루아가족 특유의 충성의 표현이다. 아무튼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남하해야할 일이 생겼다. 최소 인원으로 내려간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비다르는 듣자마자 곧바로 대답했다. 그는 전사라기보다는 군인에 가까웠다.


“부하들을 책임질 신뢰할만한 전사가 있나?”

“여기 있습니다. 제 부하이자 연인인 렌돌멜입니다.”


비다르의 옆에는 저번에 사로 잡혔던 전사 중에 한 명이 있었다. 턱수염이 그윽하고 근육이 울긋불긋한 전사였다. 당당하게 소개하는 것을 보니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색을 즐겨하건 할머니를 좋아하건 내가 알 바 아니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


“그에게 부대를 맡기고 따라올 준비를 해라.”

“예, 폐하.”


그리고······. 이번에는 이카젠을 데려가야겠다. 일리아스에서 넘어온 무언가를 상대할 때 그의 초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




“행복하게 살아야 해.”


채 닷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그 부모가 했던 말이었다. 제드는 항상 그 말을 기억했다. 그게 그들의 유언이었으니까.


크루아가족이 사는 크토아 산은 얼어붙은 대지와 추위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먹을 것조차 없는 고독한 곳. 혹한이 계속되면 이곳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하게 된다.


지독한 제비뽑기가 있었다. 생과 사를 결정짓는 제비뽑기다. 무엇이든 먹어치워 정말 견디지 못할 때 그들은 제비뽑기를 한다.


빨간색을 고르면 죽는다. 제드는 눈앞에서 부모님이 죽는 모습을 보았고 그 장면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명확하게 남아있었다.


부모님이 죽은 이유는 행복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제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희생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부터 제드는 행복을 추구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무조건 적이며, 망연한 행복이다.


인간은 모두 행복해야 한다. 한 사람도 불행하면 안 된다. 인간은 모두 가치 있는 존재이기에······.


그래서 제드는 혹한이 닥쳐오는 어느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더 이상 배를 곪지 않아도 되고, 누굴 죽일까, 언제 죽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날,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갈라지고 대지가 부서진다. 제드는 바위 틈으로 떨어지면서 죽음을 체감했다. 그런데 그는 아무리 떨어져도 죽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 신이 나타났다.


형체는 흉측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빛을 뿜어내는 신과 대화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모든 인간은 추악하다. 제 이기심에 다른 자들을 죽이고 제 욕심에 다른 자들을 강간하지.]


[그러니, 추악함을 사랑하면 된다.]


제드는 그를 찬양했다. 그리고 자신의 남은 모든 삶을 그를 위해 쓰기로 했다. 그는 추악함을 사랑하는 행복의 전도사가 된 것이다.




차가운 망자들의 군대 앞에서 그는 굳게 닫힌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안녕하십니까? 좋―은 말씀 전하려고 왔습니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제드는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다.


“여러분께 복음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분을 믿으십시오. 더는 고통 받지 않아도 됩니다. 불행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고요.”


제드의 몸은 붉은색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얀 얼굴을 빼고는 나머지 부위는 그야말로 피로 목욕을 했다고 믿을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똑똑똑.


딸깍. 끼이이이익.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나고 참나무로 만든 문이 천천히 열렸다.




***




베가새턴이 들어온 것은 루의 일방적인 통보 뒤였다. 미티아스 백작은 그 결정에 이를 갈고 있었다. 옆에서 책사 라불린이 그에게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뭐? 제멋대로 어디 갈 데가 있어? 정찰? 개소리하고 있네.”

“아니요,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그래, 기회가 맞지.”


베가새턴은 라불린의 맞장구를 치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미티아스 백작은 입에 웃음을 걸어재끼면서 말했다.


“오, 베가새턴 경이 아닌가? 어서 들어오게나.”

“조금 전에 왕이 정찰을 나가신다고 들었소.”

“그렇다네.”

“그대가 말한 기회가 지금이 아니겠소?”

“마, 마침 저도 그 말씀을 미티아스 백작님께 드리던 참이었습니다.”

“어디 천한 것이 내게 말을 붙이는가?”


베가새턴이 그 기세를 쏘아 보내자 라불린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다가 숨이 막히는지 자신의 목을 붙잡고 컥컥거리고 있었다. 그걸 미티아스 백작이 제지했다.


“자, 그만하시구려. 라불린은 그래도 쓸만한 놈이니.”

“미티아스 백작의 은혜에 감사해라. 천것.”

“가, 감사합니다.”


라불린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베가새턴이 말했다.


“요새에 기사가 몇이나 있소?”

“익스퍼트급 기사라면······ 서른 명 정도라네. 전부 숙련된 창기병이기도 하지.”

“중급 이상은?”

“스무 명이네.”

“상급은?”

“일곱뿐이지.”

“상급 일곱만 데리고 가겠소.”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는가?”

“잔챙이는 쓸모가 없소이다. 사령관. 그대도 왕이 사로잡아온 전사들의 면면을 보았을 터. 왕의 실력은 단순한 익스퍼트를 넘었소. 그의 부하들도 상당히 강한걸로 알고 있지.”

“좋아, 추적대를 구성하게.”


베가새턴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라불린이 들어왔다. 그는 아직도 아픈지 목을 쥐면서 백작에게 말했다.


“훌륭한 판단이십니다.”

“그런데 아직도 사슴뿔 예언자에게 서신이 없느냐?”

“얼마 전에 서신을 보냈습니다만, 완전히 무시당했습니다.”

“야만인 놈들, 그렇게 식량을 받아 쳐먹을 때는 언제고 필요할 때는 말을 안 듣는군.”

“하지만 약간 의문인 것이······.”

“뭐냐?”

“서신을 보냈던 파발조차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남쪽 지리에 훤한 병사를 보냈는데요.”


미티아스 백작은 살짝 고민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베가새턴이 가고 난 다음, 우리도 출정한다. 나머지 모든 익스퍼트급 기사를 소집하게.”

“뒤를 치시렵니까?”

“베가새턴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야만인 놈들에게 보낸 파발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군.”

“준비하신대로 하겠습니다.”


미티아스 백작은 오랜만에 자신의 철퇴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국왕 놈이 총사령관으로 부임해서 이런저런 깽판을 치지 않았으면 아직도 평소처럼 편하게 있었을 것을.



***


작가의말

오늘도 텅 빈 집 문을 두드리는 행복 전도사 김제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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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프로미테 +7 19.03.11 304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33 21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58 22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55 27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71 23 12쪽
28 #28 반란사건 +3 19.02.28 420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423 23 13쪽
26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427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33 25 13쪽
24 #24 벌레의 왕 +9 19.02.24 472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494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513 26 11쪽
» #21 어둠 +8 19.02.21 528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607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58 32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82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62 37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70 45 12쪽
15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832 45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55 45 12쪽
13 #13 가짜 국왕? +7 19.02.13 892 43 12쪽
12 #12 귀환 +5 19.02.12 920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67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995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71 48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53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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