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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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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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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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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벌레의 왕

DUMMY

#24.




3회의 검격. 제대로 된 일격은 2회 들어갔다. 가슴팍 한가운데, 골반 위쪽에 깊게 검상을 남겼다. 그런데도 유효타가 아니었다. 마치 부서진 집처럼 허물어지면서 네크로맨서의 몸이 사라진다.


[허물이군.]

[넌 일리아스 오염을 감지할 수 있었지. 저놈의 진체가 뭔지 알겠어?]

[이놈은 다른 시체를 타고 움직인다. 허물을 벗듯이 다른 시체를 타고 움직이지.]

[시체를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흠.]


중요한 것은 시체를 타고 움직일 만한 각을 주지 않으면 된다. 나는 새로 나타난 제드에게 다가갔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인지검을 사용해서 곧바로 머리를 베어버렸다.


[몸을 옮겼어?]

[아니, 죽었다.]


정말로 죽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제드의 목숨이 아니다.


[포탈을 닫는 방법은?]

[지금 상황에서는 최후의 방법, 디바이스를 파괴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예 카오틱 월드 내부로 디바이스를 집어넣어라.]

[뭐?]

[디바이스에는 자폭 버튼이 있다. 이 자폭으로 고유의 파장이 흩어지면 포탈이 완전히 소멸할 거다.]

[좋아, 이걸로 충분하기를 바라야지.]


디바이스의 모든 버튼을 한 번에 누르는 것으로 자폭을 시행할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달려서 열려있는 카오틱 월드에 디바이스를 집어던졌다.


그때 얼핏 그 존재의 편린이 비쳤다. 포탈 너머에서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 존재······.


[벌레의 왕의 권능이 사용되고 있다. 감염되는 중이다. 당장 오러를 끝까지 끌어올려.]


제논의 조언에 따라서 전신의 모든 오러를 끌어올렸다. 최상급의 오러를 전신에 유지하자 저항할 수 있었다. 그때 디바이스가 폭발하면서 포탈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때 저편 너머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정말 가까이 있는 듯했으며 엄청나게 멀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수백의 목소리가 중첩된 것 같은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누가 이 통로를 닫으라고 했지?]

[적의 공격! 피해······.]


모든 선택지를 주고 선택지의 결괏값이 똑같다면 어떤 것을 고르던 똑같다.


[죽음]

[죽음]

[죽음]


······이제 나는 3인칭 시점으로 모든 것을 본다.


벌레의 왕이 쏘아낸 무시무시한 에너지 광선이 발사되었다. 일직선 위에 있던 모든 것은 그대로 잿더미가 되었다. 그 뒤, 그가 강림한다.


카오틱 월드가 퍼지면서 세상이 감염되기 시작했다. 찬란한 햇살은 살인광선이 되었고 대기는 독을 머금었고 숨 쉬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대지는 황폐해지고 식물은 자라지 못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서 벌레의 왕이 선언한 것만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종국에 모든 살아 숨 쉬는 것은 벌레로 바뀐다.


그러나 무한한 순환의 달팽이처럼 내 회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헉!”


벌떡 일어섰다. 언제나 죽는 것은 엿 같은 경험이었다. 밖에서는 눈발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부하들이 보였다.


[너, 회귀했군.]


제논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간 있었던 일을 그에게 설명해줬다.


[벌레의 왕? 그럼 우리가 있는 이 포탈이 바로 벌레의 왕과 이어지는 통로군.]

[맞아. 그놈은 우리 세계를 완전히 파멸시킬 생각이야.]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초월자의 소환이지.]

[예전에 네 말로는 우리가 모르는 편법으로 소환한다고 하던데.]

[그런 거대한 존재가 이렇게 순식간에 소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심차원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몇몇 존재만 그런 방식으로 강림할 수 있지. 벌레의 왕이 한 것은 심각한 편법이야.]


그의 말에 따르면 초월자들은 너무 존재가 커다라므로 차원과 차원을 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했다. 준비에도 공을 들여야 하고 시간도 걸린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소환했잖아?]

[네 이야기를 전부 들으면서 힌트를 얻었다. 중요한 포인트는 네크로맨서야. 흑요석으로 만든 제단이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은 부가적인 이유에 불과해.]

[네크로맨서 제드 말이지? 그놈이 제단을 만들기 전에 먼저 죽이면 될까?]

[아니, 네크로맨서를 죽인 것이 잘못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네크로맨서 제드가 바로 강림의식의 주체자인데 그를 죽인 것이 잘못되었다니?


[그놈이 너무 쉽게 죽었지?]

[······맞아.]

[어떤 의식은 시전자가 죽어야지만 완성되는 의식도 있다. 아마도 제드라는 놈은 자신의 목숨을 벌레의 왕에게 바친 거다. 놈의 영혼은 벌레의 왕에게 저당 잡혀 있다. 그러니 그놈이 죽으면 안 돼. 그 순간 의식이 완성되니.]


사슴뿔의 예언자를 죽일 정도로 강한 놈인데, 안 죽이고 생포하기는 어려웠다. 내 인지검은 살상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제압은 쉽지 않았다.


[흑요석 제단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이미 지금 순간에도 강림의식을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이야. 이 눈발을 헤치고 달려간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깃들어 있는 이 영혼의 검을 사용하는 거다.]


제논이 깃들어 있는 영혼의 검은 수많은 기능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검에 영혼을 가둘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제논처럼 영혼의 검에 가두되. 위치를 바꾼다.


[영혼의 검에는 나 말고도 수백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나만 활성화되어있지. 다른 영혼처럼 잠재워버리면 된다. 이 검의 주인은 나니까, 너는 그냥 찌르기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래.]


언제 눈보라가 그치는지 알고 있는 나는 아직도 거센 눈발을 보면서 일행들에게 준비하게 시켰다. 그리고 처음 출발 시점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했다.



***



“미래가, 바뀌었다.”


사슴뿔의 예언자는 감탄성을 흘렸다. 여태 보던 미래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래는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다. 죽음도 섞여 있었으나 희망도 섞여 있었다.


“대전사! 우리에게 희망이 생겼소.”

“예언자님?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올 외지인들을 경계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대전사 불리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친 눈보라 속에서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



***



적진에 들어서자마자 경계의 소리가 들렸다.


“솔리겐 놈들이다!”

“겨우 다섯 명뿐이야?”

“어? 저 사람, 비다르가 아니냐?”

“방패부수기의 비다르다!”

“문을 열어라!”


소란이 일자 나와본 불리겐이 나서서 전사들에게 외쳤다.


“여기까진 순조롭군요.”

“그래.”


천천히 걸어서 목책 안쪽으로 들어섰다. 비다르를 맞이하러 나온 불리겐이 외쳤다.


“비다르!”

“아버지!”


불리겐은 엄청나게 반가워하면서 비다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재회의 몇 마디를 나누고는 날 바라봤다.


“이분은 누구냐?”

“솔리겐의 총사령관입니다.”

“뭐?”


불리겐의 표정이 어안 벙벙해졌다.


“일단 내 막사 안으로 들어오시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





불리겐은 나에 대해 별로 탐탁찮아했지만 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예언자도 그렇고 비다르도 그렇고 날 옹호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낸 전략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것도 그였다.


“적의 수장이 후방에 있다고 적진을 그대로 꿰뚫어버린다고? 미친 생각이군. 그 사이에 전사가 얼마나 죽을지 생각해본 적 없나?”


미친 생각이니 당장 하는 게 좋은거 아니야?


나는 논리적으로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그럴 시간도 없다. 하지만 예언자가 날 거들었다.


“대전사여, 그의 말이 옳다. 네크로맨서가 적진의 제일 후방에 있다면 그대로 돌파하는 것이 낫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버지. 시체들을 부리는 사악한 네크로맨서를 처치한다면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신 정예 전사들을 데리고 가지요.”

“후, 하는 수 없군.”


한참 대화하는 도중에 눈보라가 멈췄다.


전사들은 고요한 눈 밑에서 올라오는 시체들의 소리를 들었다. 퍼석, 퍼석, 눈을 파헤치면서 기어 올라오는 시체들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준비해.”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전사 한 무리 그리고 남은 전사 무리는 돌격을 준비했다. 최선두에는 흰 사슴으로 변한 예언자와 내가 있었다. 먼저 돌격을 시작한 것은 시체들 무리였다.


“돌격!”


예언자가 마치 전차처럼 적진을 밀어버렸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면서 아직 죽지 않은 시체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뒤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예언자! 포탈 근처에 다가가지 마라.”


흰 사슴은 내 충고를 듣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대답은 없었지만 잘 전달 됐으면 좋겠는데.


[이제 우리 차례군.]

[그래. 이제부터 16단계까지 올릴 거다.]


주문 사용자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마법을 쓰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 제드가 조금만 더 빠르게 움직이면 예언자가 죽는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내게 고통을 다오.’


전신에 격통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온갖 환청, 환통이 느껴졌다. 부정적인 감정이 머릿속을 휘몰아친다. 그리고 고통의 끝에 오는 것은 환희였다.


사용자를 버서커 비슷하게 만드는 엿같은 갑옷.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쏘아졌다. 먼저 뛰쳐나간 흰 사슴보다 빠르게 달리기 시작해서 지나간 모든 자리를 피의 강물로 만들었다. 물론 시체의 피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간 끝에 제드가 보였다. 그는 이제 막 흑요석 제단을 완성하고 그 앞에서 절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제단의 중심에서 포탈이 일렁이고 있었다. 막 완성된 참이군.


내가 쏜살처럼 달려나가면서 살기를 뿌리자 그가 놀라서 옆으로 넘어졌다.


“우아아아! 뭐죠?”

“뒤져!”

“어?”


왼손으로 영혼의 검을 뽑아서 그대로 내리쳤다. 제드는 예의 그 끔찍하게 생긴 마검을 들어서 막아내려고 했지만 인지검까지 사용했으니 저항은 소용없었다.


인지검을 막아내려면 무아지경에 들어야하는데 생각을 많이 하는 마법사가 그런 경지에 들어설 리가 없었다.


단검이 목에 푹 박히자 제드는 그대로 절명했다. 아예 목뼈까지 통째로 들어 냈으니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됐냐?]

[······.]


제논에게서 대답이 없지만 나는 그가 잘 해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는 한움큼 피를 뱉어냈다.


“커헉!”


16단계의 고통과 인지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 대가로 강력한 적을 어떤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방에 처리했지만 전신의 내장이 꼬이는 것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부작용도 무슨 시너지가 있냐? 드럽게 아프네.’


그때 옆에 있던 시체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피를 뱉으면서도 엑소디아를 어떻게든 움켜쥐었다. 하지만 들 힘도 없었다.


제논이 최대한 빨리 제드의 영혼을 흡수해야한다. 아직 시체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윽!”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모를 무시무시한 전격이 한순간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리고 내 옆에서 달려들던 시체 전사 하나가 그대로 감전해서 타버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이카젠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칭찬해줘야겠는데.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갑옷도 해제하고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포탈은 그대로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존재가 느껴졌다.


[제논! 뭐하는 거냐고!]

[······.]


“하.”


그리고 그 존재가 손가락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저거 였군. 저번에 죽었던 게. 어차피 몸하나 꼼짝할 수 없으니 이대로 죽음을 맞이한 다음 새 시나리오를 짜야하나 생각하던 그때, 거대한 흰 사슴이 달려와서 날 그대로 밀쳐냈다.


예언자다. 전차에 얻어맞은 격통이 추가로 몰아쳤다. 나는 멀리 떨어질 수 있었지만 예언자는 그대로 벌레의 왕이 쏘아낸 광선에 얻어 맞았다. 하반신이 완전히 소멸되었다.


“예언자!”

“살아남아라······.”


흰 사슴이 죽는 것과 동시에 포탈이 닫히기 시작했다.


[성공했다! 영혼의 갈무리가 막 끝났다.]

[······.]


주변의 시체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시체의 머리는 그대로 떨어지고 몸통은 작은 벌레들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쉬는 줄 알았습니까? 

어리석은 human은 속았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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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프로미테 +7 19.03.11 262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03 20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29 21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29 26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36 23 12쪽
28 #28 반란사건 +3 19.02.28 388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384 23 13쪽
26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397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07 24 13쪽
» #24 벌레의 왕 +9 19.02.24 440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456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474 26 11쪽
21 #21 어둠 +8 19.02.21 490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558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19 31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38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21 36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35 44 12쪽
15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790 44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13 44 12쪽
13 #13 가짜 국왕? +7 19.02.13 849 42 12쪽
12 #12 귀환 +5 19.02.12 882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14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952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31 47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00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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