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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리아스 판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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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9.02.02 19:10
최근연재일 :
2019.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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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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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 반란사건

DUMMY

#28




***




잿더미로 불타는 그곳에 그의 형이 있었다. 거대한 바위에 깔려서 아래쪽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어서 간헐적으로 헐떡이는 숨을 내쉬는 그 모습이 눈에 선명했다.


“폐하!”

“아우님.”


카리어스 대공은 울부짖으면서 바위를 들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드래곤과의 싸움으로 모든 힘을 다 써버린 그는 바위를 들 수 없었다.


“난 이제 틀렸네. 사룡 카자흐는 죽었는가?”

“제 손으로 해치웠습니다. 폐하.”

“그거 참 다행이군.”

“여기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사제들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버텨주십시오.”


왕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 가벼웠던 눈꺼풀이 지금 깔려있는 바위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해야할 말이 남았다. 최대한 기력을 끌어올려서 말했다.


“내 아들을 부탁하네. 아우님. 한때 총명했던 그 아이가 다시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일세.”

“여부가 있겠습니까. 때려서라도 고쳐놓겠습니다.”

“아니야, 그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네. 그러니 아우님은 그냥 봐주기만 하면 되네. 방관자처럼 제 3자처럼 말이야. 멀리서 그 아이가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봐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아이가 잘못된다면, 그땐 아우님이 그 아이 대신에 이 나라의 왕이 되어주게.”


카리어스 대공은 오열하면서 외쳤다.


“왕위 따위, 아무런 관심 없습니다. 전 검술 수련하기도 바쁩니다. 폐하께서 돌아오셔야지요!”

“난 이미 틀렸어. 이 나라를 부탁하네.”

“폐하! 형님! 형님!”


그것이 왕의 전사였다. 한때 솔리스 왕국을 부흥으로 이끌었던 거인이 사룡과의 싸움으로 잠들었다.


그날 이후로 카리어스 대공은 검술 수련을 접었다. 그리고 왕국 내부를 원래되로 되돌리는 것에 바빴다. 섭정의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조카를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왕은 망나니가 되어있었다. 폭행, 사치, 여자를 품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도저히 클리브 왕가의 자손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그래서 카리어스 대공은 기대를 접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뭔데.]


수도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제논이 물었다.


[어째서 왕이 되려고 하지?]

[뭐?]

[지금은 500년 뒤의 미래다. 네가 살아왔던 피레스크 왕국은 이미 역사의 질곡에 잿가루가 되었고 네가 사랑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지. 이 백성들은 널 위한 백성들도 아니다. 심지어 널 싫어하는 자들도 많지.]

[······]

[넌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도 아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여기서 일어서려고 하는가.]


이 물음은 자문자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논은 미래의 나니까.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난 내 백성들을 지키지 못했어.]

[그건 내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행동이었다. 내가 해야할 말이지.]


제논은 내 이름이자, 내 이름이었다.


[네가 저질렀건, 너의 부하들이 저질렀건 그것도 전부 내가 감내해야한다. 왕이라는 자는 하지 않은 일 조차 감당할 수 있어야 하니까.]

[부채감인가.]

[내게 주어진 사실에 순응하려는 것뿐이야. 이번에야 말로 일리아스로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을 보살피겠다는 거다. 추가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지. 카리어스 대공의 위협, 대신들의 반란. 내가 왕위를 내려놓고 어딘가로 도망가도 끝까지 암살자를 보내서 추적할걸? 권좌에 가까이 간 이상 남는 것은 먹느냐 먹히느냐 뿐이야.]

[좋아. 네가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해 나도 헌신적으로 돕지.]


나는 제논의 유산이자 죄책감이었다. 그가 잘라낸 미련이기도 했다.


“폐하, 곧 수도에 도착합니다.”

“알았다.”


수도에 입성하기도 전부터 수도 방위 기사단이 우리들을 호위하기 시작했었다. 맨 앞에는 몇몇 귀족들이 있었다.


“아이구, 폐하. 어서 들어오시지요.”

“경축드리옵니다!”

“개선을 축하드리옵니다.”

“어서 개선식에 드십시오! 만 백성이 폐하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끄덕거리면서 받았다. 이들은 이번에 내가 한건 해내자 뭔가 빼먹을 것이 있는지 구경하러 오는 자들이다. 잔챙이다.


수도 클리브디오스에 도착하자마자 환영인파가 엄청났다. 성문을 넘는 순간부터 수많은 자들이 꽃을 흩뿌리고 있었다.


“국왕 폐하 만세!”

“야만족을 정벌하고 오신 국왕 폐하 만세!”


백성들은 어리석어 하나밖에 보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여태 내가 쌓아올린 망나니의 이미지를 이 한 방에 모두 해결한 것처럼 보였다.


뭐, 아직도 날 싫어하는 자들은 수면 아래에 가려서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행렬을 그대로 걸어가자 군악대가 음악을 울렸다.


음악과 꽃잎 사이를 지나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수도 방위 기사단은 클리브디오스 내부에서만 호위한다. 그리고 이제 곧 근위기사단이 호위를 맡을 차례였다.


번쩍거리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근위기사단이 나타났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놈들이었지만 일단 대중들에게는 이놈들이 내 직속 기사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국왕 폐하! 만세!”


근위기사단 단장은 그렇게 외치고는 말에서 내려 군례를 올렸다. 이제 막 호위를 교대하려는 참이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허수아비 왕! 죽어라!”


환영인파 사이에 섞여있던 한 암살자가 폭탄 꾸러미를 들어서 내게 집어던졌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나간 수도 방위 기사 한 명이 폭탄을 낚아채서 허공으로 집어던졌다.


쾅!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난 그 순간, 암살자들이 각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다. 전부 폭발 포션으로 만든 사제 폭탄이었다. 꽃다발 모양도 있었고 배낭처럼 생긴 것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폭탄이 던져지자 내 옆에 있던 모든 기사들이 순식간에 날 호위하는 형태로 진형을 짰다. 그들은 각자 오러를 이용해 허공에 있는 것들을 베어냈다.


그중에는 공중에서 폭발하는 것을 몸으로 막아내는 헌신적인 기사도 있었다. 폭탄 세례 이후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다.


“꺄아아아아악!”

“암살자다!”

“도, 도망쳐! 폭탄이야!”


아수라장이 된 그곳에서 암살자들이 도망치려고 하자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수도에서도 정예로 소문난 기사들이었으니 멀리 도망가진 못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폐하를 지켜라!”

“암살자들을 색출해라!”


아까 허공에서 폭탄이 폭발할 때 나는 준비해뒀던 가짜 피와 가짜 상처를 만들어냈다. 파편이 배를 관통하게끔 정교하게 보이는 가짜 상처였다.


“끄윽!”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다친 척 아픈 연기를 시작했다.

“폐하께서 상처를 입으셨다!”

“어서 성직자들을 불러라! 마법사도 불러! 폐하를 운송할 마차도!”


아수라장이 된 개선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백양궁 대신 클리브디오스에서 가장 유명한 대신전으로 호송되었다. 여신 트리스를 섬기는 여신교의 대신전이었다.


호위 도중 기사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외쳤다.


“폐하 정신차리십시오!”


기사들의 호위 사이로 준비된 사제들이 들이닥쳤다. 하나같이 두건을 깊게 눌러쓴 사제들이었다.


“기사님들은 모두 물러서십시오!”

“치료를 해야합니다!”

“폐하를 어서!”


기사들은 사제들에게 나를 넘겼다. 정신 없는 와중에 나는 들것에 실려서 대신전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제복을 입고 있었던 티소나이가 두건을 벗었다.


“여기까진 문제 없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외무 대신을 비롯한 소수의 대신들이 있었다.


“그대들은?”

“폐하, 외무 대신 기오르가 인사드립니다.”


그의 뒤로 총무 대신, 법무 대신 등등 예전에 한 번 국무회의에 참가했을 때 봤던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의 인사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재상과 대공에게 반기를 들 줄은 몰랐는데.”

“선대 폐하께서는 서약을 받으셨습니다.”

“서약?”

“국왕 폐하께서 총명을 되찾으실 때, 진심으로 폐하를 섬기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때라고 생각됩니다.”

“아버지께서······.”


루의 아버지는 루가 정신을 차리고 진정한 왕이 될 거라고 예측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왔다······.


“이분들이 제가 말씀 드렸던 조력자입니다.”

“그렇군.”


티소나이는 내게 계책을 일러주면서 왕궁 내부에 조력자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그때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도 역시 사제 차림새를 하고 뒷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수도 방위 기사단의 단장 콜리스 헬먼이었다.


“폐하, 신 헬먼.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

“반갑소, 헬먼 단장.”

“최대한 빨리 흉수를 추적하겠습니다.”


그는 과묵한 편인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밖으로 사라졌다. 이로써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전부 보인 것 같다. 티소나이가 옆에서 말했다.


“헬먼 단장님은 곧 암살자들의 배후를 재상 마틴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건 바로 명분과 상황이었다. 수많은 눈이 보고 있는 장면에서 암살자가 대놓고 암살을 시도했다. 누가 됐건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암살자들은 티소나이가 준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각자 보상을 약속받고 목숨을 내놨다. 막대한 돈이 가족들에게 지불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고문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배후를 재상 마틴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흠. 마틴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겠지.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

“마틴은 재판을 원할 것입니다.”


법무 대신이 나서면서 말했다.


“그는 제가 그의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법무 대신이?”

“유죄로 만들면 됩니다.”


티소나이의 계획에서 첫 번째 타겟은 재상 마틴이었다. 그를 처리하고 나면 그를 중심으로 뭉쳤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와해시킬 수 있었다. 설사 딴 마음이 있다고 해도 당장 드러내진 못할 것이다.


“카리어스 대공은 어떻게 합니까? 그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대공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티소나이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확답을 내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확신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았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티소나이는 예전부터 왕국의 전복 계획을 꿈꾸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그들을 모은 중심축이 되었던 것은 티소나이였다.


티소나이는 재상에게 복수를 결심한 뒤 수많은 비밀을 캤다. 수도의 귀족들과 왕가에 이어져 내려오는 일들이었다.


‘선대 왕의 유지’


그것이 티소나이가 그들을 한데 묶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선대 국왕은 죽기 전에 대신들을 불러다가 한 자리에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정보력인지 그녀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신들은 다시 사제복을 입고 대신전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궁금하군. 티소나이. 어떻게 저 숫자의 대신들을 한데 모았지?”

“단순히 선대 국왕 폐하의 유지만으로는 그들을 모을 수 없었죠. 각자 하나씩 지금 체제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마틴은 너무 오랫동안 재상의 자리에 있었다. 카리어스 대공이 섭정을 하기도 전부터 재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카리어스 대공의 뒷배를 믿고 많은 걸 홀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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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생명의 샘 +7 19.03.12 281 18 12쪽
33 #33 프로미테 +7 19.03.11 283 18 11쪽
32 #32 거인의 거래 +5 19.03.07 318 20 12쪽
31 #31 왕성 지하 재입장 +7 19.03.06 343 21 12쪽
30 #30 반란 종결 +8 19.03.05 342 26 13쪽
29 #29. 반역자 +4 19.03.04 354 23 12쪽
» #28 반란사건 +3 19.02.28 401 25 12쪽
27 #27 계획 +4 19.02.27 400 23 13쪽
26 #26 수도에서 온 책사 +5 19.02.26 412 28 12쪽
25 #25 결과와 부활 +4 19.02.25 420 24 13쪽
24 #24 벌레의 왕 +9 19.02.24 458 28 12쪽
23 #23 네크로맨서 +3 19.02.23 473 22 11쪽
22 #22 징조 +4 19.02.22 489 26 11쪽
21 #21 어둠 +8 19.02.21 505 25 12쪽
20 #20 음모 +9 19.02.20 581 36 12쪽
19 #19 로튼의 막골 전투 +10 19.02.19 634 31 12쪽
18 #18 로튼의 막골 전투 +6 19.02.18 656 37 12쪽
17 #17 거점 점거 +7 19.02.16 737 36 12쪽
16 #16 정찰이긴 한데, 위력정찰입니다만 +11 19.02.15 750 44 12쪽
15 #15 로븐홀 요새 +7 19.02.14 808 44 12쪽
14 #14 남하 +5 19.02.14 831 44 12쪽
13 #13 가짜 국왕? +7 19.02.13 867 42 12쪽
12 #12 귀환 +5 19.02.12 894 44 11쪽
11 #11 저 미친놈이 스승이라고? +8 19.02.11 935 47 12쪽
10 #10 아델 하이드 +4 19.02.09 971 47 12쪽
9 #9 검수집가 부족 +5 19.02.08 1,047 47 12쪽
8 #8 일리아스 +7 19.02.07 1,124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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