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Keb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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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빌런
작품등록일 :
2019.02.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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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크레타의 왕자

DUMMY

크레타 섬의 북쪽,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이라클리온의 항구로 사람들의 이목이 중심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수많은 어선이나 배들이 지나다녔을 항구앞 바다에는 인근에서 긁어모은 제국 해군 소속의 배 몇 척만이 떠있는 채로 항구로 다른 배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고, 육상의 부두시설 역시 험상궂은 병사들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항구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라클리온의 주민들 역시 항구로 모여든다. 그동안 제국에서 소문이 널리 퍼졌던 섬의 새로운 총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섬의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예정에도 없던 총독이 도착하는 게 무엇인가 중대한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은 뻔했으니까.


거기에 크레타는 물론이고 전 제국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제나 소식을 쫓는 사람들, 기자들이 이라클리온 섬의 항구로 모여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중에는 코스탄티니예 에서 온 선후배 기자들도 끼어있었다.


“분위기가 꽤 살벌하네요.”


“이 동네 분위기가 언제나 그렇지 뭐.”


어딘지 흉흉한 항구의 분위기를 살피며 말하는 오우즈 에게 이스마일이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는 아닌 것이 이 곳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닌 듯싶었다.


“듣긴 했는데, 상상 이상이네요.”


“원래부터 그리스 민족주의의 광풍이 불던 곳이니까, 거기에 6년 전에 할레파 조약이 폐기된 이후에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지. 그리스인들 반란도 여러 차례 일어났으니까.”


쯧, 가볍게 혀를 차면서 이스마일이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그리스인들 등살을 못 이겨서 섬을 떠나서 아나톨리아로 이주해온 무슬림들이 십만이 넘는다던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민들도 딱 나뉘어 있는 게 보이네요. 저쪽이 그리스인들인가 보죠?”


“딱 봐도 그렇지?”


오우즈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그 말처럼 섬의 주민으로 보이는 인파들이 둘로 나눠진 채로 수평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무리의 주민들은 딱 봐도 집에서 제일 좋은 옷들을 꺼내 온 것 같은 모습에 우리가 이 섬에 도착하는 사람을 환영한다고 보여주고 싶은 게 딱 보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반대 무리는 그것과 대조되도록 별다른 준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곳을 보고 있었다.


두 기자가 한 말처럼 누가 무슬림이고 그리스인인지를 구분하는 건 쉬웠다.


“뭐, 당연한 건가요.”


“그렇지. 어떤 그리스인이 본토에서 오는 총독을 반기겠어, 그것도 심지어 제국의 황자라는데 말이야.”


“그래도 기대는 하지 않을까요? 무려 최연소 총독이잖아요.”


“최연소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야 생각을 해 보겠지. 고작해야 14살짜리 애한테 뭘 바라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이스마일의 말에 오우즈 역시 별다른 할 말은 없었는지 하하 웃어 보인다.


“뭐, 그렇긴 하네요. 설마하니 그 나이에 총독으로 임명을 받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요?”


“뭐긴 뭐야. 작년에 앙카라에서 했던 말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현실이 되어 버린 거지.”


“그러게요. 설마하니 그때 첫 선을 보인 오르한 황자를 이렇게 파격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내보일 줄이야.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최근은 물론이고 이 나라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렇지.”


그리고 이스마일은 홀로 “황제가 꽤나 황자를 마음에 들어 하나 보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물론 그는 거기에 대해 별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황제폐하의 선택이 별로 좋은 생각인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 아무리 본인 아드님을 아끼고 싶더라도 이런 곳에 보내는 건 무리수니까.”


“오르한 황자정도면 그때도 꽤 대단하지 않았나요?”


“대단했지. 고작 13살에 불과한 애가 그렇게 수많은 기자들을 일일이 응대할 정도면. 하지만 그걸 생각해 보더라도 크레타는 무리야.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황제들과 노련한 정치인들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이제 거기서 한 살을 더 먹은 소년이 뭔가를 해낸다고?”


“그건 그러네요.”


거기에는 반박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오우즈는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꼬이고 꼬인 섬의 문제를 고작해야 14살의 소년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스마일은 나름의 해석을 내놓는다.


“아마 오르한 황자는 일종의 얼굴마담이라고 봐야겠지. 황제가 이 곳의 상황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여기 주민이나 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보여주는 메시지 말이야. 그리고 아마 실무는 함께 온 관료가 처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마도 병력도 꽤 많이 파견하겠네요.”


“그렇겠지. 최근에도 섬 치안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데, 이번에 아주 작심하고 반란은 때려잡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아닐까. 또 피바람이 불겠군.”


이스마일은 입맛이 쓰다는 듯 쩝 하고 침을 삼킨다.


“그 황자님도 불쌍하게 되었단 말이지. 나름 정치인으로써 데뷔라고 봐야하는데 이런 곳에서 첫 선을 보이다니 말이야.”


“그래도 이정도면 황제가 사실상 다음 황제로써 지목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다음 황제로써 즉위하려면 꽃길만 걷게 하면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더 나을 텐데 어째서 이런 가시밭길에 밀어 넣는 거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반전이라거나 그런 게 있는 게 아닐까요?”


“있으면 좋겠네. 그러면 우리도 기사 쓸게 풍요로워 지는 거잖아?”


거기에 오우즈가 그것도 그러네요! 라고 말하며 웃어버린다.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는 후배의 모습에 이스마일 역시 피식 웃는다.


그렇게 두 기자가 웃는 사이, 지평선의 너머에서는 배 한척이 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오스만 제국의 군함이 정박하자 배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는 그리스계 주민들의 표정은 ‘역시나’였다. 오르한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총독은 병사들과 함께 우리를 박해하러 왔구나. 또 얼마나 힘든 시기가 지나갈까.


그리고 그들과 동일한 생각을 한 무슬림 주민들은 환호를 터트리고 있었다. 수적으로 소수이기에 약자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증원되는 제국의 병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우군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게 먼저 내린 병사들과 미리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은 험상궂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특히 그리스인들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제국의 VIP인 총독을 향해 암살기도를 하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그 걱정이 과도했기 때문일까, 심지어는 거동이 수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몇몇 그리스인들은 군인들에게 체포되기까지 하였다.


그런 광경 속에서 그리스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의 고요한 소란이 지나가고 있을 때. 마침내 배에서 오늘의 주인공이 내리고 있었다.


크레타 섬의 총독으로써 정복을 차려입고 있는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소년. 어딘지 유약해 보인다는 것이 그를 처음 본 주민들 대부분의 첫인상이었다.


뚜벅뚜벅, 유독 덩치가 큰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소년, 아니 새로운 총독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있는 눈으로 항구의 모습을 살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상황. 그 속에서 크레타의 땅에 발을 디딘 총독은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현장 지휘관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전한다. 그 말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지휘관. 그리고 그는 자신을 지켜보던 부사관들 에게 급히 무엇인가 말을 외친다.


오스만어를 모르는 그리스인들은 그저 무엇인가 이야기가 오간다는 사실만을 안채로 멀뚱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디 그것이 무엇인가 이상한 지시가 아니기를 빌며.


그리고 총독의 지시가 병력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일어난 광경은 주민들의 눈을 의심하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조금 전 경호를 위해서란 이유로 병사들에게 끌려갔던 주민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뒤이어서 총독의 주위를 촘촘하게 지키고 있던 병사들의 진 역시 조금 느슨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 상황을 연출한 총독은 놀랍게도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에 놀랐기 때문일까. 총독의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주민들의 발걸음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선다.


불쾌한 광경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본 총독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한걸음 더 다가선다.


그리고 주민들과 자신 사이에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걸음을 멈춘 총독은 그 음울해 보이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표정을 지으며 모두에게 외쳤다.


“안녕하신가요? 크레타 주민 여러분?”


통역조차 받지 않은 채로 외치는 목소리.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총독의 목소리는 분명히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총독의 입에서 나온 것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그리스어였으니까.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그들이 어느 종교를 믿는지에 관계없이 놀란 표정을 지은채로 총독을 지켜보고 있었고, 또 다른 의미로 그를 지켜보던 기자들은 분주하게 이 사실을 기사로 쓰기 위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반응을 즐기듯 지켜보고 있던 총독은 잠시 후 또 어울리지 않는 유쾌함을 담은채로 입을 열었다.


“다들 궁금한 게 많으시죠? 여기서 인터뷰 시간을 해 볼까요?”


오스만 제국이 크레타를 점령한 이후, 가장 이질적인 총독의 첫 걸음이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메인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크레타편이 시작했습니다.

오르한의 정치인으로써의 첫 데뷔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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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얼굴마담? +11 19.02.23 2,350 89 14쪽
» 21. 크레타의 왕자 +11 19.02.23 2,652 93 10쪽
20 20. 이 나라를 해체하겠습니다. +8 19.02.22 2,409 8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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