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Keb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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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빌런
작품등록일 :
2019.02.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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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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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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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08년 후에 만나요.

DUMMY

올림픽이 끝났다. 4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이어진 인류의 축제였던 만큼 그 폐회식에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개회식하고 똑같이 좌석들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한 번도 못 할 거 같은데, 이걸 두 번이나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일 거 아니야. 그 정도로 올림픽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고 봐야겠지?


물론 저 사람들만큼의 열정이 나한테 있을 리가 없는 나는 개회식 때와 마찬가지로 VIP들에게 내어진 좌석에서 나른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식이 어떻게 진행된다고 했더라.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올림픽과는 다르게 시상을 폐회식에서 몰아서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리스의 요르오스 국왕이 직접 메달을 수여한다든가.


겸사겸사 1등하고 2등한테만 메달을 준다거나, 1등에게 은메달을 준다거나 하는 것들도 다른 점이었지만 별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저 이 행사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그리스에서 10일이라는 시간을 안전하게 보낸 게 참 다행이라는 정도일까. 첫날에 달걀 맞은 걸 제외하면 딱히 내 신변에 대한 위협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분명히 그리스 쪽에서 이것저것 했겠지만,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고.


그렇게 내 나름대로 지난 10일간의 일정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을 즈음, 폐회식의 준비가 끝난 모양인지 슬슬 행사가 시작될 기미를 보인다.


저쪽에서는 악단이 행사의 시작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고, 단상의 쪽에서도 무엇인가 준비가 되는 모습에 나 역시 의자에 푹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킨다. 아무리 이 행사의 의의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더라도, 이 정도 예의라면 못 갖추어 줄 것도 없다.


그리고 폐회식의 시작을 알린 것은 무엇인가의 시 낭송이었다.


귀에 들어올 듯하면서도 들어오지 않는 이 언어. 그리스어인가? 하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이게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에 잡혀있던 나는 옆에서 이걸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테오도라에게 눈이 돌아간다.


“알아듣는 거야?”


“조금은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 말인데?”


“고어입니다.”


아.


그 말을 듣고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되살리는 행사라고 할지라도 고대 그리스어를 들이밀 줄 몰랐는데. 그리스어를 할 줄 앎에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정도였던 게 단박에 이해가 간다.


아무리 내세울 게 역사밖에 없는 나라라도 이건 좀.


그 와중에 테오도라는 고대 그리스어까지 할 줄 알았단 말이야? 보면 볼수록 내 생각보다 훨씬 지적인 모습들이 드러난다.


“총독님, 혹시 이상한 생각 하고 계십니까?”


“뭐?”


“아닙니다. 눈빛이 조금 게슴츠레하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럴 때만 쓸데없이 빠른 테오도라의 눈치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돌려서 단상으로 시선을 향하자 고대 그리스어인지 무엇인지로 만들어진 시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일지 모를 것이 끝난 모양인지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던 악기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며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연주되는 노래는 언젠가 들어보았던 멜로디, 그리스의 국가였다. 제목은 자유의 찬가라고 하던가.


그 제목에서 말하는 자유가 누구에 대한 자유인지 느낌이 확 와서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이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그리스인 이였던 만큼 너 나 할 것 없이 국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니. 고대 그리스의 유적을 기반으로 한 경기장이 그 소리로 가득하다.


그걸 따라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으니 내 처지도 꽤 난처하다고 봐야겠지.


옆에서 테오도라가 눈치를 슬슬 보고 있는 걸 보니까 이쪽도 부르고 싶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누구 옆에 있는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나 보다.


그렇게 짧지만, 나에게는 길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이 폐회식, 더 나아가서는 올림픽의 꽃이 시작한다. 그리스 국왕이 직접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할 시간이었다.


각 종목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한 선수들이 나와서 수여를 기다리는 모습을 나 역시 지켜본다. 그리스, 미국, 오스트리아,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들이 보인다.


다만, 이곳에서 메달을 받는 선수들의 면면은 시스템 양이 내게 알려줬던 원래의 올림픽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리스 대표들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대표단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결과가 원래와 같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겠지.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일을 벌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가 꽤 컸던 건지 아예 대회의 결과가 바뀔 정도가 되어버렸다.


원래대로라면 금메달(은메달)의 숫자는 미국이 가장 많더라도 메달의 숫자 자체는 그리스가 더 많은 결과로 끝났어야 할게. 그걸 룸들이 나눠 가져 버리니 은메달은 물론이고 총체적인 메달의 숫자에서도 미국이 그리스보다 앞서 버리는 결과가 난 것이다.


아직은 내가 알던 올림픽처럼 국가별로 메달순위를 계산하거나 이런 것은 없기에 별로 신경 쓰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가끔 보는 그리스 쪽 관계자들의 표정이 안 좋았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후대에는 이걸 어떻게 계산할까. 룸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으로 생각되고 있을까.


그것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겠지.


그리스한텐 조금 미안하지만 나도 살고 봐야 하니까 말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왠지 기시감이 들어서 표정을 찌푸리니 아니나 다를까. 10일 전에 이 자리에서 똑같이 마주쳤던 분이다.


“올림픽은 편안하셨습니까?”


저번에 당한 게 있는 만큼 이번에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오는 콘스탄티노스 왕세자.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이라고 하기는 어딘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거기에 표정을 찌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 역시 웃으며 그 인사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예, 덕분에 말입니다.”


여러 가지로 덕분에 편안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왜 저렇게 기분이 좋을까 머리를 굴려보니 보나 마나 뭔가 또 술수를 부리려는 게 확실해 보인다.


아니, 애초에 그건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여기서 한 짓이 한둘이 아닌 데, 그걸 다 보고서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지경이니까. 문제라면 이제부터 저쪽에서 무슨 술수를 준비했는지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고.


“만족스러웠다니 다행이군요.”


“그러는 왕세자님이야말로 이번 대회가 이처럼 성황리에 막을 내리니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결과도 만족스럽습니까?”


아까 생각하던 걸 입 밖으로 꺼내주자 왕세자의 표정이 일순간이나마 꿈틀하는 게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결과를 따질 게 있겠습니까? 세계인의 축제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되는 것이지요.”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정론이 제일 무난한 답변이다. 왕세자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고.


“그것도 그렇습니다.”


“거기에 더해 많은 사람이 4년 후에 열릴 다음 올림픽을 기대하니 더욱 기분이 좋군요.”


“많은 선수와 사람들이 다음 올림픽도 이곳에서 개최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이게 다 왕세자님과 그리스 분들이 대회를 잘 준비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선조들의 덕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짐짓 겸손을 떨고 있는 왕세자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본인도 선조들의 덕이라고 하면서 개막식 날 나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리스인 조상도 없는 주제에 고대 그리스인들을 선조라고 부르는 것도 정치인으로서의 뻔뻔함이 아닐까. 물론 왕세자 본인이야 그리스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서 이 말을 꺼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면 4년 후에도 여기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까?”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길 빕니다.”


“총독님도 부디 그동안별일 없으시길 빕니다.”


그렇게 겉으로는 덕담으로 보이는 것을 주고받는 와중이었지만, 나는 왕세자의 말끝이 묘하게 길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그냥 나랑 이 사람 관계 때문에 과민반응일 확률이 높다는 거야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신경 쓰이는 것이니까.


“제 걱정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는 예의 바른 모습을 연출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


“부디 왕세자님과 아테네에서 열리는 다음 올림픽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듯 저쪽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다음에 아테네에서 하는 올림픽까지 이쪽이나 나나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는 않았다.


이 사람한테는 안타까운 이야기겠지만, 아테네에서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2004년.


지금으로부터 108년 후의 일이니까.


작가의말

원래는 뒷 내용을 더 쓰고 있었는데, 왠지 그냥 쓸데없이 분량만 부풀리는것 같아서 날려버렸더니 평소보다 짧은 분량이 나와 버렸습니다.


이걸로 올림픽편은 끝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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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이봐요 미친놈씨. +13 19.04.18 1,609 75 14쪽
44 44. 개회식 +6 19.04.17 1,584 73 10쪽
43 43. 각본있는 드라마 +7 19.04.16 1,514 7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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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각자의 올림픽 +20 19.04.14 1,632 77 12쪽
40 40. 소녀들의 시간 +15 19.04.13 1,706 86 13쪽
39 39. 욕도 하다보면 정든다. +15 19.04.12 1,681 76 10쪽
38 38. 그리스인이 뭐죠? +28 19.04.11 1,735 85 12쪽
37 37. 기묘한 이야기 +6 19.04.10 1,713 85 11쪽
36 36. 콘스탄티노스 +5 19.04.09 1,773 81 11쪽
35 35. 돈만내면 뭐다? +13 19.04.07 1,987 91 11쪽
34 34. 아직 사랑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19 19.04.06 2,046 91 11쪽
33 33.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모르는 일이지. +12 19.03.27 2,078 82 10쪽
32 32. 영리하군. +9 19.03.24 1,914 67 11쪽
31 31. 궁지에 몰려가는 중 +1 19.03.24 1,912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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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부당거래(27화 리메이크) +19 19.03.01 2,189 61 14쪽
26 26. 그 소년 그 소녀 +10 19.02.26 2,152 62 13쪽
25 25. 테오도라 +9 19.02.25 2,197 76 13쪽
24 24. 속내 +6 19.02.24 2,251 76 12쪽
23 23. 겁이 없는 것인가, 정신이 나간것인가. +8 19.02.24 2,357 79 10쪽
22 22. 얼굴마담? +11 19.02.23 2,350 89 14쪽
21 21. 크레타의 왕자 +11 19.02.23 2,651 93 10쪽
20 20. 이 나라를 해체하겠습니다. +8 19.02.22 2,409 8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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