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화, 필살!
"......"
'어라?
헉 소리를 낸게 민망할만큼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
손가락도 팔다리도 잘 움직였다. 아주 잘.
조금 전에 에반이 가진 시간의 힘을 몸소 체험해봐서 그랬는지 경고랍시고 말로 해서 안되니 폭력을 써서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들겠다는 소리만으로도 헉 하고 겁 먹었던게 뻘쭘하다.
창피했지만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에반이 여전히 날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려보면 어쩔건데?' 라고 생각하고 말고 싶었지만.
"으...아, 음."
서둘러 눈을 피했다.
사람 좋게 생겨선 맨날 싱글싱글 잘도 웃고 다녔던 사람이 눈에 힘을 빡 주니까 눈도 못 마주치겠다.
'무, 무서워! 눈매가...눈매가 더럽게 무서워! 아랑이랑 똑같은 눈인데 저건 왜 저렇게 살벌해?! 눈에 보이지않는데 입에 칼이라도 물고있는것 같잖아!!'
허어어어엉- 속으로 왁왁 비명을 질렀다.
잔뜩 쫄아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이잇! 뒤로 간다고 뭐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생각! 생각을 하자, 초아야. 고통을 주면 알아들을거라잖아! 저대로 냅두면 또 꼼짝없이 당한다구!'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본능인건지 오기같은 배짱인건지. 뭐든간에 이를 악 물고 억지로 발목에 힘을 주어 뒤로 물러서는 다리를 세웠다.
'분명 아까처럼 시간을 멈춰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겠지. 그 뒤에는 두들겨패기라도 할건가.'
바보도 아니고. 같은 수법에 두번이나 걸려들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단지 좀. 단지 좀 무서울 뿐.
어정쩡하게 버티듯 서있는 나를 보고 에반이 눈살을 찌푸렸다.
'눈! 눈! 아니 왜 이렇게 무섭냐구. 호야는! 호야는 두고 가지 그랬어. 큐!'
에반이 슬쩍 손을 올렸다.
"!!"
그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입꼬리가 달달 떨렸지만 에반에게 보란듯이 웃어주었다.
에반은 그런 나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그래! 내, 내가! 이 날을 위해!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피나게 연습한게 있다고!'
이를 악물고 웃는 나를 보며 에반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신비로운 빛이 감돌았다.
이에 질세라 나도 숨을 훅 들이마시고 입을 열였다.
"파멸자에게! 마나가 감지 되지않도록! 결계! 그리고 에반의 힘이 나한테 통하지않게 실드를 강화!"
머리 속으로 바라는걸 그리며 입술을 빠르게 움직였다.
다다다다- 총알탄처럼 튀어나온 말에 에반의 손이 움찔 거렸다.
파앗-! 하얀 빛이 내 몸에서 뿜어져나와 천막 안에 투명한 결계를 구현시켰고 내 몸에 둘러진 실드를 더 두껍게 강화시켰다.
"허...허업..."
허억, 헉. 너무 빨리 말한 나머지 숨이 차서 목을 잡고 숨을 골랐다.
'어,어떠냐? 필살 빨리 말하기! 이젠 당신 힘은 나한테 통하지않는다구!'
에반은 환청이라도 들은것 마냥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건...마법 주문같은건가?"
'마법?! 주문~?!'
쿨럭! 에반의 말에 숨을 들이키다가 사레 들렸다.
진심인가? 진심으로 내뱉은 소리인지 에반은 놀람 반, 진지함 반인 표정을 지었다.
'말이 좀 빠르긴 했어도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였는데.'
지난 날, 입이 틀어막혀 구현을 못 했을 때부터 급습을 당한다면 힘들겠지만 적이 공격을 해오는걸 알아차렸을 때 남들보다 빠르게 구현해 방어할 방법을 생각했다.
나온 방법은 단순했다. 그냥 빨리 말하는 것. 그때부터.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을 얼마나 연습했더라. 나중엔 판소리가가 득음을 해 각혈하듯이 내 혀가 득음을 했더란다.
모양은 좀 빠지고 상대방이 이상하게 볼 수 있어도.
에반이 시간을 멈추는 힘으로 날 구속시키기 전에 구현을 했으니. 뭐든...됐다.
"뭘 한건지는 모르겠지만.......숨차면 좀 기다려줄테니 호흡 먼저 가다듬게나."
"......힙."
헥헥 대는게 듣기 안쓰러웠는지 에반이 측은히 말했다.
나는 손등으로 빨게진 얼굴을 가리고 숨을 가다듬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이상하게 주변이 싸하게 조용하다. 분명 방금까지 발소리같이 소란스러운게 들렸는데 말이다.
-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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