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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인공이 모르는 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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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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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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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곱게 미친놈 - 3

DUMMY

나는 한숨을 토해내듯 되물었다.


“뭐라고?”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돼. 이 작은 영지에서 썩는다면, 자네가 말한대로 A나 A플러스가 한계겠지. 나는 그게 너무나 안타까웠어.”


노테인은 손바닥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네. 내가 S급으로 키워줄 테니 내 옆에서 여러 심부름과 수발을 들어달라고.”


그리고 번트는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말인가?


나는 번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노테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내가 대현자나 성녀와 같이...... 영웅급의 인재들을 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일에 바빠. 실제로 손발이 되어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했다네.”

“그게 번트 에임이라는 건가.”


노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웅놀이에 단단히 맛 들렸나보군.”

“자네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은 한참 전부터 인정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디 혓바닥은 신중하게 놀려주게.”

“나는 충분히 신중해. 그러니까 소꿉놀이라는 표현을 순화시킨 거라고.”


노테인과 번트의 얼굴이 사이좋게 일그러졌다.

나는 다시 한 번 번트의 인사기록부를 꼼꼼히 살피고 번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번트. 너는 S급이 되지 못해.”

“닥쳐라. 노테인님이 인정하신 거다. 그 이상의 모독은 용서하지 않겠어.”


그는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테이로드 메이슨. 너같이 어린 친구는 모르겠지. 나는 여기까지구나, 라고 직감했을 때 드는 상실감을.”

“......”

“앞으로 아무리 날뛰어도 이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절망을 말이다. 노테인님은 그 절망을 깨주셨다.”


나는 혀를 한 번 찼다.


그리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너 같은 사람은 많이 만나 왔어.”


그래. 정말 많이 만나 왔다.

나는 남들과 뭔가 달라, 나는 겨우 이 정도가 아니야, 나는 끝없이 성장할 수 있어.


그런 막연한 기대와 바람을 품고 사는 사람들.


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허황된 바람에 그칠 뿐이야. 이루지 못할 꿈은 꿈이 아니라 독이다.”

“......”

“왜 지금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것을 아끼지 않는 거냐. 번트.”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른 것보다, 인사팀장으로서 이 녀석의 리소스가 엉뚱한 곳에 쏟아 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돌아가서 아내의 옆에 누워 마저 자라.”

“......”

“그리고 내일 아침 아내에게 말해. 오늘 아침은 내가 차릴 테니까 조금 더 자라고. 점심에는 다 같이 시장에 나들이라도 가자고.”

“닥쳐.”

“지금 저 남자를 따라가면 두 번 다시 못할 말이다. 번트. 내 눈을 믿고, 나를 믿고 돌아가.”


콰앙.


갑자기 노테인이 옆의 나무를 손으로 가격했다.

콰직하고 한아름 되어보이던 나무가 순식간에 부러져 버렸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나무의 새들이 밤하늘로 날아갔다.


‘인간이냐. 진짜.’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노테인이 말했다.


“또 셀리아 때처럼 소중한 재능을 망치려 드는 건가. 요즘 세상에는 S급 모험가를 찾기도 쉽지 않아.”

“댁하고는 말이 안 통하는군.”

“후우. 피차 쓸데없는 일에 힘 빼지 말지. 번트는 이미 선택했어. 그걸 존중하지 않는다니 그게 자네가 말하는 그 왜, 인사담당자가 할 짓인가?”


인사가 뭔지도 모르는 자식이.

내가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노테인이 입을 뗐다.


“여하튼 자네에게 보여주려 했던 건 번트가 아니야. 번트, 준비는 됐나?”

“네. 노테인님.”


그는 스윽 몸을 물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씁쓸한 눈길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때 노테인이 말했다.


“내 아들이 세크리드의 돌을 깼지?”

“......그랬지.”

“사실 아들은 처음 세인에게 저주를 걸 생각이었다고 하더군.”


나는 노테인을 바라보았다.


“자기 여동생을 죽이려 했다고?”

“음.”

“그런데 왜 시행하지 않았지?”

“내기의 조건이었으니까. 서로의 길드원에게는 손을 대지 않을 것. 물론 카샤에게 손을 댔으니 조건을 어긴 셈이지만.”


그 사이 번트가 뭔가 감자 포대 같은 걸 들춰 업고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내 시선이 거기에 고정되었을 때 노테인이 다시 말했다.


“어쨌건 결과적으로는 포기했다고 하더군. 아무리 그래도 세인이 죽어버리면 내기 조건을 어긴 게 금방 들통 날 테니.”

“......”

“그래서 다음으로는 테이로드 메이슨, 자네에게 저주를 걸려 했다 하네.”


그래.


사실 나도 그 부분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샤는 A플러스 급으로서 헤그넛 길드 최중요 모험가지만, 길드에 정말 타격을 주기 위해선 나를 건드리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노테인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돌이 깨어지지 않았다더군. 조건이 틀렸던 거야.”

“무슨 말인지.”

“자네 본명, 테이로드가 아니지?”


나는 아슬아슬하게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래서 아들은 자네에게 저주를 걸 수 없었던 거야. 마지막으로 그가 선택한 게 카샤였던 셈이지.”

“......”

“나도 이쯤 되니 궁금해져서 자네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봤다네. 4년 전 켈크 도시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던데. 그 이전의 행적은 아무도 모르고 말이야.”


그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를 마주 보았다.


서로의 눈에 자신이 비칠 정도의 거리가 되어서야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자네는 대체 정체가 뭔가?”

“헤그넛 길드의 접수원.”

“후후. 내 정보에 걸리지도 않는 자가 일개 접수원이라니.”


쿵.


번트가 포대 자루를 내려놓았다.


노테인은 직접 그 묶은 자루를 풀고 말했다.


“그런 말은 이 녀석도 웃겠군.”


엇?

자루에서는 한 사람이 기어 나왔다.


그는 온몸이 밧줄로 묶여 있었고 입은 두건으로 막혀 있었다.


“읍! 으읍!”


폰 레베크. 데이커 길드의 길드장이다.


“뭐하자는 건가?”

“내 아들의 내기에 걸려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못 들었는데.”

“목숨이야.”


푸욱.


나는 천천히 내 눈을 비볐다.

한참 뒤에야 눈앞의 광경이 인식되었다.


노테인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폰 레베크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던 것이다!

그는 그걸 비틀었다. 우둑.


“내기에서 진 자는 걸린 것을 잃어버리지. 당연한 이치네.”


그 순간 나는 모든 게 이해되었다.


폰이 왜 그렇게 세인을 죽이려 들었는지를.

이기지 못하면 죽으니까.


단순히 경쟁 길드가 아니라, 정말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상황이니까.


폰은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았다.

그의 피가 바닥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나는 코로 연신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세인도 알고 있었어? 자신에게 걸린 게 목숨이라는 것을.”

“음? 아니. 아니야.”

“......”

“나는 데이커 길드에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인재들을 물려주었네. 헤그넛 길드에게는 그냥 허름한 건물만 세워주었을 뿐이지.”


폰의 피는 조금씩 내 발까지 흘러오고 있었다.

나는 발을 빼지 않았다.


“즉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세. 그래서 둘이 패배했을 때 잃는 것도 다르게 설정했네.”

“......”

“세인에게는 그 때까지 키워온 길드를 도로 가져가겠다고 말해두었지. 아마 그 애는 폰에게 걸린 것도 같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랬군.

그래서 어제 면담 때 데이커 길드에 대해 들은 게 있냐고 물어본 거였어.


데이커 길드의 길드장이 물러났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세인이 스스로를 파트장이라고 불렀던 것도 이해되는군.’


내기에서 진다면 뺏기게 될 길드니까.


그래서 내기에서 이기고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자 길드장이라는 직함을 단 것이다.


“왜 이런 짓을? 내기는 대체 왜 한 거지?”

“그야 인재를 찾기 위해서였네.”

“......”

“아무래도 대륙의 인재들을 찾으려면 모험가 중에서 고르는 게 가장 빠르거든. 나는 비단 켈크 도시 뿐 아니라 대륙 각지의 길드에 손을 뻗었어.”


그는 폰에게서 검을 뽑았다.

번트가 얼른 품에서 수건 비슷한 것을 건넨다.


너무나 익숙한 동작으로 검을 닦으며 노테인이 말을 이었다.


“도시에 이렇다 할 길드가 없을 때는 이런 식으로 경쟁을 붙였지. 경쟁은 인간을 성장하게 하니까.”

“......”

“그렇게 성장한 길드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 테고, 나는 거기서 적합한 재능의 소유자를 찾을 수 있는 거야. 이해가 되나?”

“안 되는데. 아, 이제 와서 말하기 뭐하지만 너한테는 계속 말 놓을게.”


나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존중해 줘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

“허어.”

“너는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나는 노테인의 인사기록부를 살폈다.

대부분 오류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노테인과 그의 진명의 동일한 정보는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정신상태 : 광인]


“미친놈이었군.”


그 말에 오히려 번트가 발끈한다.


“입 조심해라. 테이로드 메이슨.”


나는 그에게 손을 한 번 휘젓고 말을 이었다.


“인재를 모으려고 자기 아들딸을 서로 원수지간으로 만들고 끝내 아들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어. 미친놈 정도로 표현한 것에 감사해 주면 좋겠는데.”

“네 놈......”

“그나저나.”


나는 노테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 전에 내 정체가 뭐냐고 물었던 거 같은데, 사실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야.”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네 본명은 따로 있을 것 같거든.”


그 말에 노테인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입술을 달삭이다가 그냥 다물었다.


직감이 왔다.


이 정보, 즉 놈의 본명이 웨일스 라이트라는 정보는 ‘소중하다.’

이런 곳에서 꺼내기 아까운 녀석이었다.


지금은 그냥 떠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너 같은 미친놈이라면 대륙에도 위명이 울려 퍼져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노테인이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없으니까.”

“......”

“그러고보니 셀리아에게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며? 어떤 영웅의 이름을 가지고 계시는지?”


카강.


노테인은 검을 검집에 꽂았다.

나는 뒷짐을 지고 계속 물었다.


“무엇보다 셀리아나 로렐리아, 번트가 대체 왜 네 놈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대체 어떤 비법이 있는지 좀 듣고 싶어. 말해주겠어?”


노테인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곧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왜 나는 지금 자네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역시 미친놈하고는 대화가 안 돼.


“왜 자네는 아직까지 내 말들에 설득되지 않는 거지?”


선동이겠지.


“미친놈에게 설득되려면 나도 미쳐야지. 그런데 난 지극히 정상인인지라.”

“후후.”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내 좀 전의 질문을 완전히 무시하며 말했다.


“밤이 너무 늦었군. 이만 가봐야겠어.”


노테인은 번트에게 눈짓을 했다.

번트는 천천히 폰 레베크의 시체를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충실한 하인의 모습인 그를 보며 난 착잡함에 사로잡혔다.


‘번트의 인사기록부는 비교적 착실히 주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확인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번트의 인사기록부 최근행적은 특별한 게 없었다.


다시 말해 놈은 단 하루.


하루 만에 노테인에게 완전히 빠져버려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 되었습니다. 노테인님.”

“좋아. 그만 갈까.”


그들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나는 그의 뒤에 대고 말했다.


“또 보자고. 노테인.”

“호오. 내게 관심이 생겼나?”

“물론.”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이 얼마나 엉성한 인재들을 모집하는지 확인하고 싶거든.”

“......”

“마침 나도 접수원 일을 계속할 셈이라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우리 길드로 불러 모으겠지.”

“......”

“어느 쪽이 사람 보는 눈이 있는지 나중에 한 번 확인해 보자고.”


노테인은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천천히 멀어져 가며 대답했다.


“기대하지.”


나는 둘이 완전히 어둠 저 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우욱!”


저녁을 안 먹길 잘 했어.

나는 위액과 소화물들을 토해냈다.


사람이 눈앞에서 죽은 걸 본 것은 처음이다.

영화나 만화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현실감이었다.


더 이상 쏟을 게 없을 때까지 헛구역질을 한 나는 입을 닦으며 생각했다.


기대하지, 라.


‘그래. 나도 기대하마.’


300년 전 영웅.

마왕에 대적했던 수많은 영웅들을 한 데 묶어서 통솔했던 최고 리더.

그러나 뒤로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들이 발각되어 결국 그 영웅들로부터 축출됐던 사람.


‘선동가 웨일스 라이트.’


어떻게 놈이 300년 넘게 살아있는지,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등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의 만남이 만족스러웠다.


이 만남 덕분에 노테인의 정체도 알았고, 놈이 선동이라는 능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시간으로 번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인사기록부.”


나는 노테인 다임의 인사기록부를 확인했다.


[최근행적 : 번트 에임에게 시체를 잘 처리하라고 지시함.]


이거다.


놈의 몸이 노테인과 웨일스 두 개로 쪼개지지 않는 이상, 최근행적은 오류 없이 표기되는 게 당연하다.


그래.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이제 네놈이 무슨 일을 하던, 내가 모르는 건 없을 테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즐거운 금요일이네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고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오쳬님, 버드내님, 로제단장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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