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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사는 것은 무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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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좀비벌룬
작품등록일 :
2019.02.05 23:35
최근연재일 :
2019.04.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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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8,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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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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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진상(8)

DUMMY

과거의 나는 말없이, 무언가에 홀린 듯 레종이라는 노인을 따라갔다. 그 당시 나는, 단순히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 때의 나는 동료를 잃고 나서부터 모든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런 나에게 무언가 의욕 비슷한 것을 부여해주는 인간이라면 그 인간이 누구든 바로 따랐을 것이다.

"흠. 저긴가. 일단 정부군의 간부부터 처리하자고."

레종이 저택 하나를 가리켰다.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화려한 건물이었다. 예전에 이 도시의 의회였던 곳이다. 물론, 의회로 기능한 적은 거의 없다. 이 03구역에서 민주적인 선거가 이루어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전시 상황을 빌미로, 군인들이 멋대로 국정을 처리하고 있다.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경비가 산엄하군."

일반적인 군인과는 다른, 더 화려한 장비로 무장한 병력들이 가득했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영감."

내가 말했다. 레종이란 노인의 능력은 불명이지만, 아마 다수 전투에 적합한 능력은 아닐 거다. 레종의 이능력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확신했다.

"음. 그렇군. 내 능력의 반경은 그렇게 넓지 않으니까. 몰래 잠입을 할까. 그 편이 적성에 맞고 말이지."

레종이 말했다.

"꼬마. 이 주변에 광섬유를 펼칠 수 있나? 그럼 여기 있는 경비들의 정보를 읽을 수 있지?"

레종이 물었다.

"어. 정보를 안다고 뭐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광섬유를 펼쳤다. 넓은 범위에 광섬유를 펼치는 것은 조금 피로를 요한다. 머리가 적당히 아파졌다. 경비들의 정보가 광섬유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흠..............사각이 없어. 잠입이 가능하기는 한 거야?"

경비들이 엄청나게 산엄했다. 몰래 진입할 여지가 안 보였다.

"진입할 각이 보이지 않을 때는 각을 만들어야지."

노인이 권총에 소음기를 끼우고 일어났다.

"무모해."

내가 말했다. 레종과 나는 별 관계도 없지만, 눈앞에 레종이 죽는 것은 뭔가 싫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고깃덩이가 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에는 이미 질렸다.

"자. 그건 대봐야 알지."


레종은 저택 뒤쪽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모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로 보이는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너무하군......."

레종이 말했다. 전시라 늘 식량이 부족하다고 라디오에서 떠들었는데. 이 저택에 한해서는 그런 기색은 없었다.

"전쟁이란 그런 거지. 윗 놈들은 전쟁의 끔찍함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보지 못하지."

레종이 말했다. 레종의 눈에서 증오가 번뜩였다.

"전쟁에 대해서 잘 안다는 말투군."

그래 봤자 레종은 외지인 아닌가. 그런 외지인에게 뭔가 아니꼬운 기분을 느꼈다.

"잘 알지. 잘 알고 말고."

레종이 피식 웃었다.

"난 22세기에 태어났거든. 지금 26세기까지 전쟁이란 전쟁은 다 겪었지."

레종이 말했다.

"진담으로 하는 소리인가?"

무슨 화석도 아니고, 그 때까지 인간이 살아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내 이능력이 있으면 가능하지."

레종이 어깨를 으쓱였다. 진담인듯, 진담이 아닌 듯 보였다. 결국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 레종이 몇 살이든, 얼마만큼 살았든 나와는 큰 관련이 없다.


레종과 저택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떻게든 들어갈 각을 살피고 있었다. 그 때, 군인 삼인조가 우리를 발견했다. 망했다. 그렇게 직감했다. 군인이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원을 요청하려 했다. 젠장.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 오합지졸이라면 바로 우리에게 사격을 했을 텐데. 그 편이 낫다. 빨리 공격해서 목격자를 묻어버리면 될 일이니까.

"어이쿠. 그건 안 되지."

레종이 여유롭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손을 튕겼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경비병들이 엄청나게 느리게 입을 열었다. 무전기를 드는 속도도 그랬다. 엄청나게 느렸다. 일부로 의도적으로 팬토마임을 하는 것 같은 동작이었다.

"느리군."

레종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소음기를 단 권총을 쏘았다. 경비병들이 쓰러졌다. 죽은 거다.

"뭐지? 그 이능력은?"

내가 말했다.

"저 둘의 시간만을 느리게 한 거다."

레종이 권총을 넣으며 말했다.

"상당히 이질적인 이능력이군."

내가 말했다.

"그럼 저번에 너의 움직임이 빨랐던 것은............?"

"눈치가 빠르군. 마음에 들어. 전쟁이 어린이를 야무지게 만든 건가?"

레종이 웃었다.

"야무져진 것이 아니라 삶을 치열하게 살게 된 거지."

내가 말했다.

"파하하. 그건 맞군."

"맞아. 그 때는 나만의 시간을 빠르게 한 거다. 나는 내 주변의 시간을 조작할 수 있지."

레종이 말했다.

"편리해보이는 능력이군."

내가 말했다.

"내가 22세기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이 능력 덕이지. 주변의 시간을 조작해서 노화를 방지하고 있는 거다. 뭐, 노인이 되기는 했지만."

레종이 어깨를 으쓱였다.

"흠........늙지 않는다라.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능력이네."

내가 말했다.

"넌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상을 이야기한 거군. 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잖아?"

레종이 말했다.

"..........맞아."

난 그렇게 답했다.

"오래 살아봤자 좋을 건 하나 없는데."

가능하면 총살당한 동료들을 따라가고 싶다. 그럼 자살할 수고가 들지 않는다. 이런 지옥에서 살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지. 뭐. 나도 동감이다."

레종이 말했다.

"그런데 왜 이능력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있는 거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레종이 말했다. 이 화제는 그걸로 끝. 그런 강경한 태도가 느껴졌다. 나도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적의 무전을 저지했다고는 해도..........시체가 남으면 놈들이 우리를 추적할 거야."

내가 말했다. 경비병들도 바보는 아니겠지.

"그것도 방법이 있어."

레종이 손을 튕겼다. 그 순간,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들이 엄청난 기세로 썩어갔다. 엄청난 시취가 났다. 그러다 시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체가 썩을데로 썩어 백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뼈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윽고, 시체의 흔적은 전혀 남지 않게 되었다.

"저 시체 주변의 시간을 엄청난 속도로 가속시켰다. 시체는 사라지겠지."

레종이 말했다.

"흔적은 남지 않겠어."

내가 말했다.

"그렇지. 자. 이제 저택으로 짐입하자고."

레종이 말했다. 나는 레종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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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더 깊은 진상(1) 19.03.28 37 1 7쪽
72 71화-진상(10) 19.03.27 35 1 7쪽
71 70화-진상(9) 19.03.26 29 1 7쪽
» 69화-진상(8) 19.03.25 41 1 7쪽
69 68화-진상(7) 19.03.24 29 1 7쪽
68 67화-진상(6) 19.03.23 37 1 7쪽
67 66화-진상(5) 19.03.22 39 1 7쪽
66 65화-진상(4) 19.03.21 31 1 7쪽
65 64화-진상(3) 19.03.20 43 1 8쪽
64 63화-진상(2) 19.03.19 42 1 7쪽
63 62화-진상(1) 19.03.18 54 1 8쪽
62 61화-밖의 이야기 19.03.17 52 1 7쪽
61 60화-모로 박사의 섬(13) 19.03.16 45 1 8쪽
60 59화-모로 박사의 섬(12) 19.03.15 33 1 8쪽
59 58화-모로 박사의 섬(11) 19.03.14 43 1 8쪽
58 57화-모로 박사의 섬(10) 19.03.13 40 1 8쪽
57 56화-모로 박사의 섬(9) 19.03.12 42 1 8쪽
56 55화-모로 박사의 섬(8) 19.03.11 38 1 8쪽
55 54화-모로 박사의 섬(7) 19.03.10 44 1 7쪽
54 53화-모로 박사의 섬(6) 19.03.09 42 1 7쪽
53 52화-모로 박사의 섬(5) 19.03.08 62 1 7쪽
52 51화-모로 박사의 섬(4) 19.03.07 39 1 7쪽
51 50화-모로 박사의 섬(3) 19.03.06 42 1 8쪽
50 49화-모로 박사의 섬(2) 19.03.05 41 1 8쪽
49 48화-모로 박사의 섬(1) 19.03.04 50 1 8쪽
48 47화-게임 제작부(7) 19.03.03 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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