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엄청난 위력을 보이다.
인명 지명 등은 모두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현실과 다르오니 참고바랍니다.
신성제국력 1584년 9월 24일
어제처럼 알카디안은 이른 새벽에 깨어났다.
페리우스를 타고 승마를 하고나서 기대를 하고 온 볼드윈장군과 대련을 가졌다. 당연히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볼드윈장군도 만족하며 함께 식사를 한 후 돌아갔다.
이어 집무실로 가서 얀트자작이 갖고 온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를 마쳤다.
얀트자작이 물어왔다.
“어젯밤 내내 활을 구상하고 계시는 것 같았는데 잘되셨습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네. 이제 가서 직접 만들어봐야지.”
“그럼 리비에르자작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얀트자작이 다시 서류를 챙겨 집무실을 나갔다.
알카디안은 아직도 김이 올라오는 차를 들고 마시고 음미한 후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버크! 밖에 나가 이치발로남작이 왔는지 확인해 봐.”
“예. 전하!”
버크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알카디안은 집무실구석에 놓인 자루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때는 몽골군에 쫓기던 때라 저런 물소 뿔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렵사리 구한 물소 뿔로 기어코 단궁을 만들었고 큰 공을 세울 수 있었어. 정말이지 기억이 온전하다면 잘 될 것이다.’
순간 버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하! 지금 막 이치발로남작을 비롯한 모두가 말 타고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그래? 제 시각에 왔군. 자루를 챙기고 어서 나가 페리우스를 대령해.”
“예. 전하!”
버크가 자루를 들고 먼저 집무실을 나갔다. 알카디안도 남아있던 차를 다 마시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막 관사현관을 나왔을 때였다.
“충! 분부하신대로 준비를 마쳤사옵니다.”
과연 이치발로남작을 비롯한 백여 병사들과 장인들이 말에서 내려 군례를 해왔다.
“수고했네. 이제 보급대주둔지로 갈 것이니 따르게.”
“옛!”
알카디안은 페리우스에 올라타고 버크와 함께 먼저 말달렸고 모두가 말위에 올라 말달려 뒤따랐다.
얼마 되지 않아 보급대주둔지에 도착했다.
리비에르자작은 여러 보급대장교들과 함께 입구에서 엄숙한 군례로 말에서 내린 알카디안을 맞이했다. 그러고선 직접 알카디안을 공방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알카디안은 뒤따라가면서 보급대주둔지를 살폈다. 한쪽에는 대형 창고들이 즐비하게 지어져 수많은 군수품들이 병사들에 의해 출입고되는 중이었다.
또 다른 한쪽엔 이미 많은 공방들이 들어서있었고 모든 공방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이윽고 리비에르자작은 기병용 활을 만들기로 예정된 공방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전하! 여기이옵니다. 하옵고 바로 옆에 사격실험장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러고는 직접 공방출입문을 열었다.
“수고했네. 리비에르자작!”
수고를 위로한 알카디안은 공방 안으로 걸음을 옮겨 안을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넓었고 선반마다 활대와 시위와 여러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다. 화로와 도구, 그 밖의 시설들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먼저 활대와 시위를 만져보고 구부려보면서 재료의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재료들의 상태는 아주 훌륭했다.
흡족한 표정을 지은 알카디안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
“자, 모두 들어오도록.”
알카디안의 지시에 이치발로남작을 비롯한 장인들과 선발된 병사들만이 공방 안으로 들어와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모두 들으라. 앞으로 내가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물소 뿔을 이용한 새로운 활의 제작방법이다. 이 제작방법이 유출되면 우리 기병대는 물론이고 왕국마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니 죽음으로 비밀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옛!”
“좋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순서, 걸리는 시간, 방법을 잘 보고 들으며 기억했다가 직접 제작해보기 바란다. 버크!”
부르기만 해도 무슨 지시인지 알아듣는 버크가 들고 있던 자루를 거꾸로 잡고 물소 뿔을 선반위에 쏟아놓았다.
이후 알카디안은 두 시간에 걸쳐 여러 재료와 각종 도구를 사용하여 단궁을 제작하고 조립해나갔다. 마지막으로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세세히 살핀 후 균형을 점검하고는 다듬질로 마무리 지었다.
조금씩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활대에 시위를 걸었다. 순간 기억속의 단궁이 온전한 모습으로 드러냈다.
단궁을 왼손에 들고 시위를 잡아 천천히 당겨보았다. 활대가 부러질 듯 구부러졌지만 이전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로 활 전체의 탄성력과 강도가 전생에서 사용했던 단궁과 비슷했다. 아니 더 낫다고 느꼈다.
알카디안은 시험해볼 요량으로 완성된 단궁과 여러 대의 화살을 가지고 사격실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지금까지 매의 눈처럼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본 모두가 뒤따랐다.
사격실험장은 100m의 길이로 만들어져 있었고 끝에는 나무로 된 커다란 과녁이 놓여있었다.
시위에다 화살 한 대를 재워놓고는 시위와 함께 가볍게 당겼다. 활대를 잡은 왼손으로 과녁을 겨냥하고는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 과녁정중앙에 박혀 들었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알카디안은 또 한 대의 화살을 시위에 재워놓고는 200m과녁을 상상하며 좀 더 강하게 당겼다. 활대전체가 우아하게 휘었다. 슬쩍 시위와 함께 화살 끝을 놓았다. 화살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 아예 과녁을 ‘쾅’하고 꿰뚫어버렸다.
지켜본 모두가 놀랐다. 아니 나름대로 활의 전문가라고해도 지나침이 없는 모두는 해연히 놀랐다. 이제까지 이런 위력을 보인 활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카디안의 가슴속은 이 단궁이 최종병기라는 사실에 희열로 들끓어 올랐다. 그동안 생각해두었던 전법(戰法)들을 모두 쓸 수 있게 되었고 무적의 기병대가 탄생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알카디안은 더 이상 시험해볼 생각이 없었다. 이제는 대량으로 만들어 기병대병사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절로 걸음이 공방으로 향했다. 당연히 모두가 뒤따랐고 공방 안으로 들어선 알카디안은 단궁에다 조각칼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단궁을 다시 들어 전체를 살폈다. 다시금 봐도 멋진 놈이었다. 그런데 이 단궁을 그냥 가지고 다니기에는 조금 그랬다.
“이치발로남작! 혹시 여분의 활집과 화살 통을 가지고 있는가?”
“예. 전하!”
그러고는 공방구석으로 달려가 활집과 화살 통을 가지고 와서는 버크에게 전달했다.
“어떻게 된 건가?”
“예. 혹시 몰라 미리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이치발로남작의 준비성이 마음에 들었다. 해서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단궁을 활집에 넣어보았다. 단궁은 기병용 활보다 작아선지 활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활집이 조금 크긴 하지만 차후에 바꾸기로 하고 당분간은 그대로 사용할 것이니 신경 쓰지 말게.”
“알겠사옵니다. 하옵고 앞으로 활을 대량생산 할 것 같사온데 분업체제로 해 보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마음이 급했던 알카디안으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군. 비밀을 지키기에도 좋고 능률이 올라 일석이조가 되겠어.”
“감사하옵니다. 전하!”
“앞으로 그대가 장인들과 선발된 병사들을 일일이 살펴서 각 과정을 전담할 수 있도록 정해주게. 그리고 오늘과 내일 만큼은 여기 남은 뿔로 단궁을 만들어보도록 하게. 아마도 공급은 모래부터 가능할 것이니 나머지 재료들이라도 바로 조립할 수 있게 다듬어 놓도록 하게.”
“예. 전하!”
그렇게 치하와 지시를 내려놓은 알카디안은 공방을 나왔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던 리비에르자작이 다가왔다.
“아, 리비에르자작! 그대가 마련한 재료의 품질이 훌륭하더군. 정말 수고했어.”
“감사하옵니다. 전하!”
“앞으로도 좋은 재료의 공급에 만전을 기해주게. 또한 보안에 중점을 둬서 여기 공방에다 따로 경계를 세우게. 그리고 오후 두시까지 사격훈련장으로 오게.”
“알겠사옵니다. 전하!”
그렇게 지시를 내린 알카디안은 페리우스에 올라타고 버크와 함께 관사로 돌아왔다. 마침 관사입구에서 보리스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리스백작! 오후 두 시에 기병단장들에게 보여 줄 것이 있으니 사격훈련장으로 모이라고 하게. 아, 얀트자작에게도 전해주고.”
“예. 전하!”
이어 알카디안은 리야드남작과 볼튼남작을 불러 모종의 지시를 내려놓고 식당으로 갔다. 벌써 점심때가 온 것이다.
* * *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알카디안은 페리우스를 타고 사격훈련장으로 향했다. 뒤에는 얀트남작과 지드와 버크가 말을 타고 뒤따랐다.
사격훈련장에는 보리스백작과 기병단장들과 리비에르자작이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또한 야지에는 리야드남작과 볼튼남작에 의해서 커다란 과녁들이 100m, 200m, 300m 떨어진 거리에 각각 세워져 있었다.
알카디안은 페리우스에서 내려 버크로부터 단궁을 건네받고는 기병단장들 앞으로 나섰다.
“모두 듣게. 이 단궁은 우리 프리트기병대를 위해 내가 직접 고안한 활이다. 위력이 어떠한 지 직접 감상해보도록.”
그러고는 버크와 함께 사대로 올라갔다.
버크로부터 화살 한 대를 건네받아 단궁시위에 재워놓고 시위를 잡아당겼다. 활대가 부러질 듯 구부러졌다가 시위를 놓자 화살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100m과녁을 향해 직선에 가깝게 날아가 정확히 중심에 명중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화살은 ‘퍽’ 하고 소리와 함께 과녁의 중심부를 꿰뚫어 땅속 깊숙이 박혀버렸다.
지켜보던 대다수가 순간 놀라워했다.
알카디안은 또 하나의 화살을 건네받았다. 단궁에 화살을 재워놓고는 시위를 잡아당겼다가 슬쩍 놓았다. 화살은 약간 포물선을 그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 200m과녁의 중심부에 깊숙이 박혀들었고 화살의 깃대가 부르르 떨었다.
놀라운 결과에 기병단장들이 입을 쩍 벌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
“와!”
그럼에도 알카디안은 또다시 화살을 건네받고는 단궁 시위에 화살을 재워놓았다. 300m과녁을 바라보며 좀 전보다 위로 들어 올려 시위를 당겼다.
활대가 크게 휘었고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날아가 300m과녁의 중심부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지켜본 모두가 더 이상 놀라움을 표현할 수가 없어 그저 알카디안을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특히 얀트자작의 머리에서는 이 놀라운 결과를 어떻게 기밀로 다룰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하! 다들 왜 그런 것인가? 그만 놀라고 이번 결과를 보고나서 놀라게. 이번에는 저기 있는 과녁 대신에 기사갑옷을 입힌 나무인형이 세워 질 것이다. 리야드남작!”
리야드남작은 급히 깃발을 들어올렸다. 300m과녁 근처에 숨어있던 볼튼남작이 깃발을 알아차리고는 함께 숨어있던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이 은신처에서 모습을 드러내 급히 움직였다. 과녁이 치워지고 대신 준비되었던 인형으로 교체되었다. 막상 인형으로 교체되자 과녁에 비해 인형의 크기는 모두의 눈에 거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카디안은 단궁에 화살을 재우고 시위를 당긴 다음 수직으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수평에 이르기 전에 시위를 놓았다. 곡사로 날아간 화살은 공기를 찢어 발리는 소리를 낸 후 사라져 버렸다.
얼마 되지 않아 병사들이 인형을 들고 와 내려놓았다.
그 인형을 살피는 순간 또다시 모두가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움은 극에 달하였다. 믿을 수 없게도 화살은 기사갑옷을 꿰뚫은 후 촉이 반대편을 통과해서 달려있는 것을 보아서이다.
그 자리에 참관한 모두는 알카디안의 놀라운 사격술도 믿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1m도 안 되는 조그마한 활에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거리를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 침묵의 시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알카디안의 시선이 아직도 놀라해 마지않는 헤르만장군에게로 향했다.
“헤르만장군! 그대가 한 번 쏘아보겠나?”
“영광이옵니다. 전하!”
헤르만장군은 건네받은 단궁을 왼손으로 쥐고 무게부터 가늠해보았다. 자신이 사용했던 기병용 활보다 조금 무거웠다. 아마도 활대에 덧대어진 물소 뿔 탓이라 여겼다.
그러고는 사대에 서서 버크로부터 화살 한 대를 건네받고는 시위에 재워놓았다. 시위를 부드럽게 당겨 100m과녁을 겨냥한 후 시위를 놓았다.
과연 화살은 직선에 가깝게 날아가 중심부에 명중하고 깊이 박혀들면서 깃대가 수없이 진동해댔다.
“어떤가? 쏴 본 느낌은?”
“정말이지 굉장하옵니다. 이건 마치 벼락이 내리꽂히는 느낌이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 단궁의 이름을 이제부터 썬더볼트라고 불러야겠군. 더 쏴보겠나?”
“아니옵니다. 다른 장군들에게도 기회를 주셨으면 하옵니다.”
“그러지. 볼드윈장군!”
추천은 작가를 기쁘게 합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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