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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조선의 명왕, 강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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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오(句汚)
작품등록일 :
2019.02.0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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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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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조정은 왕의 스타일에 중독되어간다

DUMMY

“그리고, 그. 뭐냐. 중국놈들 몇 대가리 친 사건 있잖아?”


이환이 별 일 아니라는 듯 제신들에게 이르자, 제신들은 잠시 충격을 받았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별종 왕에게 당한 게 많다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충격에는 면역이 된 제신들이었다.


“그거 그냥 묻자.”


태연하게 사람 백 명 죽은 사건을 묻어버리자고 하는 이환의 말에, 영의정 윤인경이 조심스럽게 아뢨다.


“전하······.”

“말하라.”

“비록 적왜(賊倭)라 할지라도 포진(浦鎭)을 점거하거나, 돌격해오지 않으면 추세를 살피면서 사변에 대비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중국인을 왜인이라 하여 많은 수효를 베어 죽였으니, 실로 현장의 관원들에게 죄가 있습니다.”

“그건 또 뭔 누렁이 야옹대는 소리냐?”


-푸흡!


제신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터졌지만, 이환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적왜면 포진을 점거하거나, 돌격하기 전에 쓸어버려야지. 뭔 먼저 쳐맞고 난 다음에 때리자 같은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어. 영의정은 무슨 송양공(宋襄公)이야? 적이라도 강을 넘을 때는 공격하지 마? ······똥 같은 소릴 해도 좀 그럴싸하게 합시다, 이 양반아.”

“소, 송구하옵니다.”


이에 이황이 곁에서 조심스럽게 왕을 불렀다.


“전하, 언행을······.”

“그래.”


이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고쳤다.


“영상께서는 입으로 대변을 보더라도, 그럴싸하게 하시길 바라오. ······이 양반아.”


-푸힉!


제신 사이에서 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마 유난히 오늘 즐거운 일이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하간에, 보아하니 현장 관리들도 눈까리가 장식은 아니었을 거 아닌가. 분명 백주대낮에 심심하다고 중국인들을 참획한 것이겠는가? 만약 제신들 중에서 목민관으로서, 해안에 정박한 몇 척의 황당선과 그곳에 운집한 백여 명의 별종을 본다면 경계치 않을 자가 있겠는가?”


이에 윤인경이 다시 나섰다.


“그렇다고 하여도, 어찌 적도들에게 항복 권유차 사람을 보내 현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칠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놈들이 먼저 허겁지겁 도망쳤다잖아. 사람을 보내서 상황을 알아볼 기회도 없었잖아. 야밤에 떼거리가 혼비백산 흩어지는데 놈들이 적왜들인지, 중국놈들인지 어떻게 아냐고.”

“······.”

“만약 적왜들이었으면, 흥양현은 흩어진 적왜들 일일이 잡지도 못하고 현 전역에서 왜노새끼들이 칼 들고 설치는 수라도가 펼쳐졌을 거 아냐. 그럼 현장 관원들은 최선의 선택을 한 거지. 아니야?”

“······.”

“어차피 중국인들도, 명 정부 입장에서는 해금령 어긴 범죄자들이야. 누가 죄 지으래? 저들 잘못해서 목 따였는데 현장 관원들 벌주면 걔들 억울해서 복장 터지지. 안 그래? 너희들 같아도 안 그럴 거 같아?”


이에 제신들이 술렁였다.


왕이 하는 말이 마냥 틀린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참작의 여지는 넘치고 넘쳤다.

그들이 단순히 해금령을 어겼다가 표류한 중국인이 아니라, 적왜들이었으면 흥양현이 어떤 꼴이 났겠는가. 정말로 현장 관리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었다.


“······다만, 이걸 명에 어떻게 알려야 할지.”

“왜 알리는데?”

“무려 중국인이 백여 인이나 참획된 사건이옵니다. 영원히 숨길 수는 없으니, 차라리 잘못을 먼저 고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아······. 후.”


이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또 그렇네.”


한 마디 중얼거린 이환은 어좌의 팔걸이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따닥, 따닥.


이에, 좌의정 유관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전하······.”

“말하라.”

“천추절(千秋節)이 머지않았사옵니다. 이제 성절사(聖節使)를 보내야 하는데, 이 인편에 따라서 사죄를 청하는 게 어떻겠사옵니까?”


천추절(千秋節)은 중국 황제의 생일을 뜻했다. 성절사(聖節使)는 그런 천추절이나, 황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는 사신단을 이르렀고 말이다.

마침 이들을 보냈다니 이 인편에 소식을 붙이는 것도 좋겠지만,


“황제 생일날에 생일 기념으로 느이 백성 대가리 백 개 정도 실수로 따버렸는데 미안하다고 하면 황제가 참으로 좋아하겠다, 그지?”

“······.”


유관은 차마 답하지 못했다.


“저번에 보낸 동지중추부사 둘.”


인종대왕의 승하 소식을 전하고, 시호와 승습을 청하기 위해 보낸 송염과 한숙 말이다.


“지금 파발 보내서 소식 붙이면 되겠느냐?”

“아마 평양 즈음에서 파발이 닿을 듯하옵니다.”

“조회가 파하는 대로 사람을 보내서 소식을 붙여라.”

“예.”

“그리고 중국놈들을 참획한 흥양현감 소연, 발포만호 안지, 여도만호 풍계정(馮繼停)과 사도 권관 오세웅(吳世雄)에게는 내 별도로 전교(傳敎)를 내리겠다.”

“예.”

“그리고 성절사를 보내야한다고 했는데······. 적당히 관직은 높은데 할 일은 없어서 배꼽이나 긁고 있는 관원으로 누가 좋겠느냐?”


왕의 직설적인 언행에, 제신들은 머뭇거렸다.

원래 그런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는 게 맞긴 한데, 아주 대놓고 말해버리니 성절사 정사로 내정해둔 사람을 언급해버리면 그 사람을 모욕하는 것과 진배없잖은가.


분명 예전 같았더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입을 떼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영의정 윤인경이 입을 열었다.


“의정부에서는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채세영(蔡世英)을 물망에 두고 있사옵니다.”


윤인경도, 왕의 반쯤 막나가는 스타일에 녹아버린 것이었다.

이환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양반 보내라.”

“예.”


그렇게 중국놈 대가리 딴 일도 정리되자, 이환은 송기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은 조회에서 논의해야 할 권자가 있나?”

“막 논의하신 왜국에 대한 처분과, 전라 감사의 장계가 대한 대응이 다였사옵니다.”


이환은 제신들을 향해 물었다.


“더 할 말 있는 놈?”

“······.”


나서는 제신은 없었다.


“그럼 금일 조회는 이대로 파하겠다. 제신들은 각자의 관청으로 돌아가 공무에 힘쓰라.”


이환이 사정전에서 나가기 위해 어전에서 일어나자, 제신들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 * *



조수라 들인 이환은, 편전에서 왕의 업무를 보기로 했다.

저번처럼 하루 종일 경연이나 해도 무방했지만 이환은 경연보다는 정무를 보는 게 더 좋았다.

아무리 옳은 소리를 듣는다 하더라도, 왕이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나랏일을 수행하는 것이 더 나라에 이익이 될 테니 말이다.


일단은 흥양현감 소연, 발포만호 안지, 여도만호 풍계정과 사도 권관 오세웅에게는 전교를 내리는 것.


사실 이환은 이들의 행동이 매우 합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교에 쓴소리를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공적으로는 이들이 번잡한 일을 만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적당히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를 할 생각이었다.

물론, 본인의 이미지 상승을 위해 조정에서는 제들을 벌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인 내가 앞장서서 비호했다는 아주 분명한 사실도 가감 없이 써넣을 생각이었고 말이다.


은근슬쩍 자기편을 계속 만들어가는 이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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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환, 전투력 상승! +33 19.03.16 11,427 480 7쪽
» 조정은 왕의 스타일에 중독되어간다 +41 19.03.15 11,569 47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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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나는 열정적이고 쿨하게 미친놈이야 +41 19.03.12 12,625 461 7쪽
25 아 실수했다. 내가 실수했네. +39 19.03.11 12,836 546 8쪽
24 우리 임금님 참 골 때린단 말이지 +58 19.03.10 13,607 549 10쪽
23 너 지금 쫄아서 눈물 찔끔 짜고 있지? +64 19.03.09 13,689 5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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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너희들은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돼 +40 19.03.04 14,791 548 7쪽
17 이환 개새끼 해봐 +49 19.03.03 14,898 562 8쪽
16 조둥아리 딱, 여세요~ +50 19.03.02 15,274 54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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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방구석 정치 9단은 경연관도 이겻따 +52 19.02.24 17,237 584 10쪽
9 방구석 정치 9단은 최강이었따 +43 19.02.23 17,613 605 12쪽
8 방구석 정치 9단이 울부짓었따 +36 19.02.22 17,680 556 8쪽
7 뜨거운 효자 +31 19.02.21 17,741 513 7쪽
6 +63 19.02.20 18,038 612 8쪽
5 아 지랄 그만 ㅡㅡ +38 19.02.19 18,575 539 8쪽
4 꼬우면 환생해 +70 19.02.18 18,975 614 7쪽
3 세 줄 요약 좀 +52 19.02.17 19,722 518 7쪽
2 조선의 기둥은 하나 +55 19.02.16 21,794 533 8쪽
1 쿨하게 세상과 이별 +76 19.02.15 25,628 57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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