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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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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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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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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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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02

DUMMY

"참가하는 노블이 의외로 적나보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날에게 돌아갈 준비를 부탁한 뒤, 라비타와 비엔과 함께 어제 참가신청을 했던 벽에 도착하니 우리 외에도 다른 노블 몇이 보였다. 하지만 해봤자 두, 세 팀 정도였다.


"이곳 외에도 입구가 여러 곳 있어. 아마 거기로 입장하겠지."


보안을 위해 입구를 여러 곳 만들어둔 모양이었다. 나는 테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처럼 벽으로 마나를 조금 흘려보냈다. 열린 벽 너머로 좁고 긴 복도가 보였다.


복도의 끝에는 마치 로마의 원형 콜로세움 같은, 3층 구조의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2층으로, 테라가 말하는 다른 입구에서 들어온 듯한 노블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실험체로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생물을 데리고 있었다.


"다들 후드를 쓰고 있네."


경매에 참여한 노블은 모두 후드를 쓰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우리가 후드를 쓴 건 테라와 비엔의 얼굴이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앉은 좌석의 맞은편에도, 다른 노블과 마찬가지로 후드를 쓴 3명이 앉는 게 보였다.


"아무리 노블이라도, 이런 곳에 있는 게 알려지는 건 꺼려지는 걸까?"

"···그냥 신비주의로 보이고 싶어서 일 거야."


진짜 알면 알수록 이상한 녀석들이다···.


신비주의 노블들과 우리가 앉은 곳은 1층의 넓은 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아마도 저 1층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만약 레지스탕스가 이 경매에 참가했다면,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2층에 있을 터였다.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들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입장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3층 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저희 경매장을 찾아주신 귀한 발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올려다보니 3층의 작게 돌출된 공간에서 가면을 쓴 남자가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노블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블이 같은 노블에게 '귀한'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을 테니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친일파 같은 놈들이었다. 그의 옆에는 후드를 쓴 존재가 서있었다. 아마도 오늘 경매의 상품인 모양이다.


"다들 익숙하신 듯하니, 빠르게 진행해볼까요? 먼저 이번 경매의 상품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남성은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옆에 서있는 자의 후드를 벗겼다.


"흔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종족이죠! 오늘의 상품은 바로 지구인입니다!"


상품으로 소개된 지구인은 짧은 머리의 여성이었다. 여성은 검은 눈과 검은 머리, 그리고 눈과 머리보다는 조금 연한 색의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상품으로 이곳에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노블의 눈을 피하기는커녕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다 대놓고 인상까지 쓰고 있었다.


"멋지네."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테라가 한 말이었다. 그녀를 보는 테라의 눈에는 평소와는 다른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동감이었다. 그녀는 이곳의 그 누구보다도 당당해 보였다.


"다들 마음에 드신 모양이군요. 그럼 바로 판돈을 걷어볼까요!"


그의 말에 그처럼 가면을 쓴 자들이 2층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내 2층에 앉아있는 노블에게서 판돈을 걷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일반 화폐가 아닌 노블이 데려온 노예나 실험체를 1층으로 데려갔다. 우리에게도 그중 하나가 다가왔다.


"무엇을 판돈으로 거시겠습니까?"

"···루나."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테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하고 있어."


테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려 직원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늘따라 서늘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지."


우리가 이번 경매에 건 판돈은 바로 테라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판돈은 어떻게 하지?"


테라와 바날이 사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곤 내일 경매장에서의 일을 상의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건 경매에 걸 판돈이었다. 이 경매에서 사용되는 판돈은 노블이 데리고 온 실험체나 노예였지만, 우리는 노블 3명뿐이었다. 물론 바날을 판돈으로 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판돈은 나야."

"응? 테라 네가? 하지만 넌 노블이잖아."

"판돈은 노블이어도 상관없어. 노블이 참가하는 일이 별로 없는 건 맞지만, 안되는 건 아냐."


테라의 말로는 가끔 실험체나 타행성인을 직접 죽여보고 싶어 하는 노블이 있는데, 그런 경우엔 직접 참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잘 없는 경우이기에 노블이 직접 참가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자는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그들은 그저 자신의 연구성과를 시험해보고 싶은 것뿐이야. 공들인 실험체가 노블에게 생채기라도 남긴다면 오히려 기뻐할 거야."


하지만 노블은 마법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기였기에, 노블이 참가할 경우에는 참가한 실험체나 노예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자하고만 싸우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괜찮냐고 물어본 것은 그게 아니었다. 타행성인을 가엾게 여기는 테라가 아닌가.


테라는 그들을 죽여도 괜찮은 걸까.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알았는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무리 나라도 그들을 다 구하는 건 무리야. 그러니 너도 여기 온 목적을 우선으로 생각해."


나름 평소처럼 행동한다고 했지만, 테라는 이미 내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굳이 본인이 참가하겠다고 한 것이리라. 사실 가능하다면 아이들도 찾고, 판돈으로 걸린 타행성인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테라나 비엔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안타깝지만 나는 테라의 말대로 내 가족만 생각하기로 했다.


"고마워."


테라는 내 말에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이곤 바날이 준비해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레지스탕스가 정말 내일 경매에 참가할까?"


테라에게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가장 불안했던 부분이었다. 이 경매에 참가하려는 노블이 워낙 많다 보니, 노블마다 참가할 수 있는 경매는 단 한 번으로 정해져있었다. 그렇기에 레지스탕스가 오늘이나 혹은 다른 날에 참가한다면 세워놓은 계획이 전부 소용 없어지는 셈이다.


"내일 참가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테라의 목소리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내가 설명을 바라는 듯 바라보자 테라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곤 말했다.


"지구인이 상품으로 나오는 건 내일뿐이야."

"그걸 알 수 있어?"

"상품에 대한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어."


테라의 말로는 참가할 수 있는 경매는 단 한 번뿐이기에, 주최 측에서는 어느 정도 상품에 대한 정보를 흘려, 노블들이 원하는 상품에 입찰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럴 거면 그냥 알려주지."

"의외로 상품 정보를 못 얻는 노블도 많은 모양이야."


그렇다는 건 그런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테라 정도의 정보력을 가진 노블뿐인 듯했다. 하지만 우리 대장님이라면 분명 상품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야 할 건 하나뿐이었다.


"루나 네가 보기엔, 레지스탕스가 판돈으로 참가할 것 같아?"


그날 경매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판돈을 걸지 않는 것도 가능했기에 한 말이었다.


"아마 그럴 거야. 마법을 쓰는 노블은 힘들지만, 실험체와는 우리도 많이 싸워봤으니까. 이왕 참가한 김에 상품으로 걸린 타행성인도 구할 거라 생각해."


진헌은 동료를 아끼는 데다 머리가 좋은 녀석이었다. 어차피 실력자를 보낼 거라 생각하는데다, 여차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경매장 전체에 폭탄을 터트려서라도 동료를 구해낼 터였다.


"그럼 마지막에 남는 게 레지스탕스일 거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해야겠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죽이면 안 돼."

"괜찮아. 그냥 기절만 시킬 거니까."

"그래, 기절만 시키, ···네?"

"그리고 데리고 도망가자."


테라의 계획에 점점 정신이 멍해지는 게 느껴졌다. 물론 딱히 떠오르는 다른 방법은 없었지만, 정말 저런 방법으로 괜찮은 걸까 싶어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테라가 잊었다는 듯 말했다.


"아, 상품은 루나 네가 훔쳐."


테라는 그렇게 말하며 태연하게 마저 차를 마셨다.





테라가 경기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가고, 어제 세웠던 계획을 다시 한번 되뇌어보니 다시금 머리가 아파졌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다짐하고 바라본 3층에는 가면을 쓴 사회자 외에 다른 직원은 없어 보였다. 하긴 상품보다는 연구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 노블이니, 설마 누군가가 상품을 훔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루나."


접근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비엔이 보였다.


"내가 도와줄까?"

"···아니. 사양할게."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아니 네가 괜찮은 건 상관없거든. 내가 안 괜찮아.


어제 테라가 비엔에게 오늘은 제발 얌전히 있으라고 말해둔 상태였지만, 역시 비엔에게 그건 무리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경매에 출입 금지를 당한 이유도 비엔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날뛴 탓이라고 했다. 비엔과 테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단 두 명이서 이 많은 노블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기에, 결국 테라가 비엔을 끌고 이곳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오늘은 말 잘 듣기로 테라랑 약속했잖아."

"응! 그건 걱정 마!"


대답 하나는 정말 잘했다. 비엔을 그냥 안 데려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데, 순간 맞은편에 앉아있는 노블 중 하나와 눈이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노블처럼 후드를 쓰고 있었기에 혼자만의 착각인가 했는데, 착각이 아니었는지 그 노블은 여전히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루나 또 자?"


그런 내가 마차에서처럼 잔다고 생각했는지 비엔이 물어왔다.


"비엔···."

"응?"

"우리 맞은편에···, 노블 3명이 있잖아···."

"응 있어."

"그중 하나가 혹시 날 쳐다보고 있어?"

"응. 엄청 쳐다보는데?"


비엔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사실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드니 비엔의 말처럼 그 노블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저놈도 비엔처럼 미친놈인가?


그게 아니라면 굳이 나를 쳐다볼 이유를 뭐가 있겠는가. 비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툴툴거리며 말했다.


"루나는 나랑 싸울 건데."


아니, 너랑도 안 싸울 건데요.


비엔이 경매가 끝날 때까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옆에 있는 나부터 베어버릴까 봐 불안해지는데, 나를 바라보던 맞은편의 노블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가 있는 자리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비엔. 지금 쟤, 나한테 오는 거 맞지?"

"···그러게."


그렇게 답하는 비엔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 것 같아 그를 바라보자 비엔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후드 아래로 살짝 보이는 비엔의 얼굴은 뭔가가 불만스러운 듯 찌푸려져 있었다. 비엔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손이 외투 속에 숨겨서 가져온 검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잠깐, 비엔···! 테라가 가만히 있으라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방금 모든 판돈 수거가 끝났습니다! 곧 경매가 시작될 테니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당황해서 비엔의 팔을 붙잡는 순간, 3층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경매가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봐! 자리에 앉아달라잖아!"


나는 신에게 감사하며 다시 한번 비엔의 팔을 끌어당겼다. 맞은편을 바라보니 우리 쪽으로 오던 노블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비엔도 그걸 봤는지 그제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테라가 그리워졌다.


"오늘은 걸린 판돈 중에 노블님이 계셔서 경매 진행이 조금 변경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노블님께서 참가하실 경우에는 마지막에 살아남은 판돈만이 노블님과 경매를 마저 진행하게 됩니다."


테라의 말처럼 노블이 참가한 건 문제가 안 되는 듯했다. 오히려 근처에 앉아있는 노블들이 노블도 참가할 수 있냐는 둥, 자신의 실험체가 저 노블을 죽였으면 좋겠다는 둥 떠들어대는 게 들렸다. 역시 동료애라고는 하나도 없는 노블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1층 경기장에 노블들이 걸었던 판돈이 한꺼번에 풀어졌다. 그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실험체였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중 자아가 남은 자는 없어 보였다.

유일하게 타행성인으로 보이는 하나는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가 레지스탕스의 일원인 듯 했다.


그들로부터 고개를 돌리니 경기장 밖에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는 테라가 보였다. 어느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나를 향해 입모양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분명 거리가 멀었는데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보지 마'


테라는 저 상황에서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1층 경기장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귀를 막으면 다른 노블이 이상하게 여길 것 같아 그저 후드 안에서 눈만 돌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될 것 같던 끔찍한 괴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곧 마지막 생존자가 결정될 모양이다.


"저 녀석 잘 싸우네."


비엔은 노블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안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엔이 노블이 아닌 존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신기해, 돌렸던 시선을 다시 1층으로 돌렸다.


지구인으로 치자면 성인 남성의 체격을 가진 후드를 쓴 존재는, 막 마지막 실험체를 쓰러트린 참이었다. 그의 손에는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검이 들려있었다.


"저 노예는 어떤 노블님의 노예죠?! 정말 어마어마한 판돈입니다!"


사회자가 감탄한 듯 떠들었다. 사회자의 말처럼 그는 그 많은 실험체를 상대했음에도 생채기 하나 없어 보였다.


"이 정도면 혹시나 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군요! 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참가하신 노블님이 질 거라는 생각은 절! 대! 하지 않습니다!"


사회자는 혹시나 테라가 자신을 무시했다며 화를 낼까 봐 겁이 났는지 그렇게 덧붙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그럼 다들 궁금하실 테니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판돈으로 참가하신 노블님은 경기장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 의자에 앉아있던 테라가 일어나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테라와 싸우게 된 후드를 쓴 존재도 키가 큰 편이었지만, 테라의 키가 너무나도 컸기에 그런 그의 키가 작게 느껴졌다. 그런 체격 차이에도 전혀 겁이 나지 않는지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테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 마지막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마지막 경매의 시작을 알렸지만, 둘 중 움직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했다. 계획대로라면 시작과 동시에 테라가 그를 기절시켜야 했다. 그리고 기절한 그를 우리가 데리고 도망간다면, 레지스탕스는 동료인 그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우리 뒤를 쫓을 터였다. 그 후 우리는 레지스탕스와 일종의 대화 겸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테라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해."


비엔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가 이상해?"

"테라의 마나가 안 느껴져."


테라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느낄 수 있는 마나의 범위가 넓은 비엔이었다. 나는 테라가 1층을 내려간 순간부터 그녀의 마나를 느낄 수 없었지만, 비엔은 아닌 듯했다. 테라가 현재 마법을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큰일이네."


설마 마나 차단기를 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 사회자가 테라가 참가한 사실을 말했을 때도, 다른 노블들은 노블이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대장님은 어디서 그걸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도 그것까지 대비한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자폭했던 그때처럼, 1층 경기장 전체에 적용될 정도의 마나 차단기를 미리 1층에 설치해둔 모양이었다.


아무리 우리 중 가장 힘이 센 테라라고 해도, 마법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그를 기절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 후드를 쓴 존재는 실력도 상당한 것 같았다.


"···비엔. 나 좀 도와줄래?"

"어? 정말??"

"응, 나 좀 도와주라. 혹시 저번에 나 기절시킨거 기억나?”

"응 기억나."


나는 비엔처럼 외투 속에 숨겨서 온, 언젠가 비엔이 나에게 줬던 검을 손에 쥐며 말했다.


"···쟤도 한번 기절시켜볼래?"


아무래도 비엔을 데려온 건 좋은 선택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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