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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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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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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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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03

DUMMY

"이상하군."


분명 마지막 경매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마나 차단기가 작동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노블이라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당황해야 했지만,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노블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침착했다.


마나 차단기를 신경 쓰지 않는 노블이라.


그러고 보니 특이한 노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단자는 이제 이 경매에 참가할 수 없을 텐데."


진헌의 말에 테라의 눈이 살짝 움직였다. 테라는 장외에서 진헌의 전투를 지켜보며 오늘 경매에 참가한 레지스탕스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대장님일 줄이야.


진헌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테라는 지금 감탄하고 있었다. 루나의 말처럼 진헌은 정보가 빠른 것은 물론, 확실히 머리도 좋은 것 같았다. 레지스탕스가 다른 타행성인 단체에 비해 활동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사한 건 분명 이 남자 때문이리라.


"동료에게 도움을 좀 받았어."

"이단자를 도와줄 정도로 멍청한 노블도 있나 보군."

"···확실히 들은 대로 입이 거치네."


테라의 말에 진헌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테라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나에 대해 떠들어대는 노블이 있나 보지?"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모양이야."

"그 노블이 너를 도왔나?"


테라는 진헌의 물음에 굳이 대답하진 않았다. 어차피 진헌은 이미 테라의 대답을 알고 있을 터였다. 진헌이 직접 판돈으로 참가한 것은 의외였지만, 똑똑한 대장님이니 이야기가 빠를 거라 생각하고 테라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이들은 2층에 있겠네."


아이들.

2층에 있는 건 노블뿐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아이들이라고 칭해질만한 노블은 진헌이 아는 한 그 3명뿐이었다. 아무리 정보가 빠르다 하더라도 실험실에서의 일을 다른 노블이 알 리가 없었다. 도망친 노블이 그런 부끄러운 일을 다른 노블에게 떠들어댔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네가 그때의 침입자 중 하나로군."

"맞아."

"또 다른 침입자와 너를 도와준 노블은, 너와 함께 온 그 두 명인가?"


진헌은 테라의 일행이 총 세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테라는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진헌은 테라에게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노블들이 앉아있는 2층을 올려다봤다. 원래 테라가 앉아있던 곳에서 두 명의 노블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둘 중 하나가···."


이하현을 알고 있었다.










"싫어."

"···네?"


비엔의 단호한 거절에 순간 존댓말이 나왔다.


"도와준다며?"

"쟤 말고. 저 지구인 납치하는 거 도와줄게."


그러고 보니 아까 납치 루트를 생각하고 있을 때 도와주겠다고 말하던 비엔이 떠올랐다. 비엔이 도와준다는 것만으로도 일이 상당히 수월해지기에 어느 쪽을 맡기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비엔에게 2층을 맡겨도 괜찮은 걸까···.


안 그래도 노블에게 관심이 많은 데다, 이전에도 흥분을 못 이겨 난리를 쳤던 전적이 있는 비엔이었다. 거기다 우리한테 관심을 가지는 노블까지 있지 않았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맞은편을 바라봤지만 다행히 그 노블은 마지막 경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잘할 수 있어."


내가 바로 대답하지 않는 게 자신을 미더워해서라고 생각했는지 비엔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근데 어째서 자기가 하려는 걸까. 그냥 덥석 맡기기엔 원래 노블 외에는 관심도 없는 비엔이 갑자기 이러는 게 어쩐지 수상했다.


"왜 굳이 네가 하려고 해?"

"테라가 맘에 들어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할래."


한마디로 테라한테 칭찬받고 싶으니 자기가 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럴 때 보면 비엔도 어린 티가 났다. 물론 외견 상으로는 나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나는 묵은 나이가 있다 보니, 결국 비엔이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뻘인 셈이다. 일단 저런 이유라면 한눈 안 팔고 제대로 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부탁할게."

"걱정 마! 나한테 맡겨!"


그렇게 단언하는 비엔이었지만 당연히 걱정은 됐다. 하지만 이런 부탁 하나에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좀 못해도 어떤가 싶었다. 물론 못하면 안 되지만 말이다.


2층은 비엔에게 맡겼으니 이제 나는 테라를 도우면 됐다. 다시 1층 경기장 쪽을 바라보니 테라가 비엔과 내 쪽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우리 쪽을 보고 있는 건 테라뿐만이 아니었다. 레지스탕스 일원인 후드를 쓴 존재도 테라처럼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여전히 둘 다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이쪽을 쳐다볼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째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내 아까처럼 테라가 나를 향해 입모양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조심해'


조심하라고? ···뭘?


그렇게 생각하는데 순간 등 뒤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외투 속에서 쥐고 있던 검을 꺼내 휘둘러, 등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공격을 튕겨냈다. 나를 공격했던 인물은 나에게 공격이 막히자 바로 뒤로 물러서는게 보였다. 어느새 검을 꺼낸 비엔이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응? 언제 왔지?? 분명 방금까지 저기 있었는데?"


비엔은 갑작스러운 노블의 공격에도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흥분한 것 같았다. 나를 공격한 건 아까 맞은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던 노블이었다. 물러난 채 비엔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손에는 익숙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단검이었다.


"잠깐! 노블님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경매장에서 전투는 금지되어 있···, 앗 다른 노블님들도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사회자는 물론 2층에 앉아있던 다른 노블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몇몇 노블은 우리가 꺼내든 검을 보곤 비엔은 물론 나까지 이단자라고 판단했는지 출구 쪽으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 소란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내 시선은 방금 전 내 등 뒤를 빠르게 노려왔던 단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응? 저거 분명···.


"루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내 이름에 그제서야 단검에서 시선이 떨어졌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를 공격했던 노블과 같이 맞은편에 앉아있던 다른 노블 두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잠깐 설마.


다시 고개를 돌려 비엔과 대치하고 있는 노블을 바라봤다. 가려진 후드 사이로 익숙한 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까만 눈동자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잠깐만 비엔? 저 노블 내···."


- 퍽!


"···응?"


마침내 도달한 결론을 급히 비엔에게 알려주려는데,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가슴을 밀치는 힘과 함께 몸이 뒤쪽으로 기우는 게 느껴졌다. 중심을 잡을 새도 없이 그대로 2층 난간 너머로 몸이 넘어갔다. 황당하게도 나를 밀친 건 비엔이었다. 그런 주제에 뭐가 그리 신나는지 비엔이 웃으며 말했다.


"루나! 나한테 맡겨! 나 완전 잘할 수 있어!"


아니 싸울 필요 없을 거 같은데!?


결국 비엔에게 말을 전달하지 못한 채 그대로 1층으로 떨어졌다. 1층과 2층의 거리가 상당했기에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1층에는 마나 차단기가 작동되고 있었기에 여차하는 상황이 생겨도 회복 마법은 쓰지 못할 터였다. 가족들을 바로 앞에 두고 저 미친놈 때문에 결국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 풀썩.


생각과는 달리 내가 떨어진 곳은 차갑고 단단한 바닥이 아닌 테라의 든든한 품 속이었다. 아마도 비엔은 일부러 나를 테라 위로 떨어트린 듯했다. 덕분에 난 테라의 두 팔에 가녀리게 안겨있는, 뭔가 민망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음···. 고마워, 테라···."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가 민망함에 떨리고 있었지만 테라는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이곤 이내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확실히 마나 차단기가 작동되고 있는 탓인지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내려놓은 테라는 비엔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있을 2층을 쳐다봤다.


"비엔에게 2층을 맡긴 건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비엔에게 나중에 한번 싸워주겠다고 하곤 테라를 도우라고 할 걸 그랬다.


설마 싸우는 거에 신나서 정작 부탁한 걸 잊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거기에 더해 비엔의 실력에 아이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얼른 다시 2층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촌극은 이제 다 끝났나?"


후드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목소리만으로 그가 누군인지 알 수 있었다. 저 재수 없는 말투며 무덤덤한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헌아···."


어째서인지 그 귀한 대장님이 직접 행차해 있었다.










"있잖아, 방금 어떻게 한 거야??"

"······."


비엔은 노테가 자신의 물음에 답이 없는데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계속해서 혼자 떠들고 있었다. 노테는 그런 비엔과 대치하면서 방금 전 1층으로 사라진 비엔의 동료를 떠올렸다.


분명 루나 형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노테는 이 경매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에게서 루나와 비슷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노테와 동료들이 묵었던 여관에서도 느꼈던 마나였다. 그렇기에 루나는 눈 앞의 노블이 아닌 1층으로 내려간 그를 공격했다. 루나와 가장 많이 훈련를 했던 노테였기에, 루나의 자잘한 버릇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는 노테의 공격을 아래에서 위로 튕겨냈고, 그건 틀림없는 루나의 검술이었다.

노테는 당장이라도 루나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눈앞의 노블은 자신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비켜."

"안돼. 루나가 나한테 2층을 부탁했거든."


비엔의 말에 노테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노테는 루나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 알아봤음에도, 루나는 노테가 아닌 1층의 이단자 노블에게로 갔다. 거기다 노테는 루나가 1층으로 내려가기 전, 눈앞의 노블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걸 봤다. 그리고 방금 이 노블은 루나가 자신에게 2층을 맡겼다고 했다.


어째서?


노테와 다른 아이들은 레지스탕스에게 미리 전달받았던 장치로 1층에서 진헌이 이단자라는 노블과 했던 대화를 모두 들은 상태였다. 실험실에서 루나를 데려간 건 이들이었다. 그렇다면 루나가 자신을 피한 건 이들 때문일 것이다.


"노테!!"

"오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힐끗 쳐다보니 어느새 라비타와 아르바가 노테의 뒤까지 와있었다.


"너넨 오랜만에 만나선 왜 싸우고 난리야?"

"···루나 형 아니에요."

"그럼 방금 1층으로 떨어진 게 루나야? 뭐야, 루나가 너 못 알아봤어?"


라비타의 말에 노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답답해하는 라비타에게 말을 건 것은 오히려 비엔이었다.


"너희가 루나를 어떻게 알아?"

"···설마 네가 내 동생 데려간 놈이냐?"

"네 동생이 누군데??"


아까 진헌과 대화하던 이단자는 똑똑한 것 같았는데 이 녀석은 아닌 모양이었다. 라비타는 왠지 모르게 이 노블과는 대화가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구겨지는 이마를 한 손으로 짚으면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실험실에서 루나를 데려갔냐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맞아, 내가 루나를 기절시켜서 우리 집으로 데려갔어."


비엔의 말에 순간 아이들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발랄한 그의 목소리와는 달리 내용은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무려 기절을 시켜서 끌고 갔다니. 억지로 데려간 데다 그 상대가 노블이었다. 루나에게 심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장 루나를 돌려줘."


라비타가 어느새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졌음에도 비엔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라비타를 바라볼 뿐이었다.


"루나는 내 건데 왜 너한테 줘야 해?"

"루나가 왜 네 거···!"

"내 거야."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비엔의 말에 일순 라비타의 몸이 굳었다. 자신의 앞에 선 노블의 금색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라비타는 언젠가 자신과 동생들을 내려다보던, 상냥한 척 웃던 그 금색 눈이 떠올랐다.


"루나가 날 선택했으니까 루나는 내 거야. 그러니까 안 돼."


물론 비엔이 한 말 중 거짓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루나가 들었다면 이미 뒷목 잡고 쓰러졌을 정도로, 비엔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비엔의 머릿속은 그저 부탁한 일을 잘 끝내고 테라와 루나에게 칭찬을 받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눈 앞의 노블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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