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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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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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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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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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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03

DUMMY

"또 실패야!"


주변이 온통 새하얀 방에서 여성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의 주인인 듯한 여성은 자신의 앞에 놓인 영상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영상구에는 붉은 방이 비치고 있었다. 그곳에서 괴수들에 의해 아이들이 힘없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왜 저런 쓸모없는 것들만 나오냔 말이야!"


여성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서류 더미를 엎어버렸다. 그녀가 레지스탕스와 이단자를 피해 이곳으로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역시 그 녀석들을 죽이는 게 아니었어···."


첫 실험에서 귀한 마법을 가진 아이가 네 명이나 나왔다. 그러니 다음 실험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아깝긴 했지만 그들을 폐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지금까지 어떤 수확도 얻지 못했다. 확실히 첫 실험에 비해서 깨어난 아이들의 수는 더 많았지만, 그중 쓸모 있는 마법을 가진 아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빨리···, 빨리 그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불안한 듯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음에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러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저런 것도 같은 노블이라니.'


"시끄러워···."


여성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울려대는 목소리에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았다.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그녀의 손톱은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세계수의 거름이라도 되는 게 어때?'


"그 입 닥쳐···! 조용히 하란 말이야!!"


여성은 마치 실성이라도 한 듯 비명을 질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여성의 비명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이제는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문제일 리가 없어. 그래, 분명 재료 때문이야. 재료의 질이 떨어져서 그래···."


여성은 반쯤 풀린 눈으로 영상구를 다시 바라봤다. 붉은 방 외에도 여러 하얀 방이 영상구에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중 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금빛 눈이 예쁘게 휘었다. 어느새 여성의 눈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이거면 괜찮아. 성공할 수 있어."


이제는 그 수가 너무나도 적었기에, 그녀도 어렵게 구한 재료였다. 노블로 온 타행성인 중에서도 가장 마나와 친한 종족인 만큼 분명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줄 터였다.


"···너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지?"


그렇게 말하며 여성은 영상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영상구 속에는 방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한 소녀가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한담···."

"반나절 정도면 도착할 거야."


테라가 내가 중얼거리는 걸 들은 모양인지 친절하게 답해줬다. 너무 오랜 시간 말을 타고 있어서 그런지 슬슬 엉덩이가 아파왔다.


현재 우리는 테라의 저택에서 일주일 정도의 거리에 있는 노블의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 근처에서 아이들과 나를 이렇게 만든 ‘그’ 노블의 실험실을 발견했다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포이갈 상단의 상단원이 보낸 전보가 저택에 도착한 것과 동시에 레지스탕스에서도 정보원이 찾아왔다. 진헌과 헤어진 지 아직 이 주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빨리 발견했네."

"말했잖아. 숨는 재주는 별로 없는 녀석이라고."


다행히 포이갈 상단과 레지스탕스에서 발견한 장소는 같았다. 그렇다면 굳이 지체할 필요가 없었기에, 일주일 뒤 근처에 있는 노블의 마을에서 레지스탕스와 합류하기로 한 뒤, 우리는 바로 마을로 출발했다. 그렇게 테라의 저택을 떠난 지 오늘로 일주일째였다.


"···불편해요?"

"아니, 불편하긴. 오히려 네가 불편하겠다···."


현재 나는 노테와 함께 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동 중 내가 타던 말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 말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레지스탕스와 만나기로 한 마을은 테라의 저택에서 꽤 거리가 있었기에 말을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슬프게도 나는 말을 전혀 탈 줄 몰랐다.


"이번 일이 끝나면 말 타는 법부터 배워야겠네···."

"제가 도와줄게요!"


노테와 내 앞에서 먼저 가고 있던 아르바가 한쪽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노테와 아르바도 말을 타본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둘 다 금방 혼자 탈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비해 나는 매번 말에서 떨어지는 등 결국 적응을 하지 못했기에 노테와 함께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혹시 이전에 타본 적이 있는 걸까···.


기억상실에 걸리더라도 의외로 몸이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아르바와 노테도 실험실에서 깨어나기 이전에 말을 타 본 경험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럼 부탁 좀 할게."

"···네!"


아르바는 내 말에 기쁜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동생에게 배우는 게 부끄럽다느니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는 건 당연한 것이지 않은가. 오히려 동생 말을 얻어타는 게 부끄러웠다.


"나도 도와줄까?"


아르바에 이어 비엔도 나에게 권해왔다. 왠지 모르게 비엔은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줄 것 같아 거절하고 싶었지만, 매번 이렇게 비엔의 성의를 거절하는 것도 아니다 싶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비엔과 아르바는 나에게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이좋네.


비엔과 아르바는 살벌한 첫 만남과는 달리 지금은 서로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비슷한 머리색과 눈 색을 가져서 그런지 남매 사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비엔과 노테는 그렇지 못했다.


"노테."

"네?"

"비엔이랑 잘 안 맞아?"


그런 내 물음에 노테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노테는 누구에게든 예의를 잘 지키는 편인데다, 말수가 적어서 그렇지 그렇다고 다른 이와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비엔과 대화하는 건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비엔에게는 존댓말도 안 썼지.


아르바 외에는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던 노테였지만 비엔에게는 아니었다. 그리고 노테 뿐만 아니라 비엔도 노테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제 계속 얼굴을 보고 지낼 사이이니 개인적으로는 서로 어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럼?"

"그냥 조금, 어렵네요."


그렇게 말하며 노테는 곤란하다는 듯 살짝 웃었다. 하긴, 성격 자체가 다르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싫은 건 아닌 듯하니 다행이었다.


"그냥 물어본 거니까 신경 쓰진 말고."

"네."


안 맞으면 굳이 친해질 필요는 없다. 나도 같은 레지스탕스 동료라고 다 친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얼마 정도 더 이동했을까. 저 멀리 목적지인 노블의 마을이 보였다.


"뭐야, 완전 작은데?"


비엔의 말처럼 이전에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갔던 곳과는 달리 그렇게 크지 않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작은 마을이었음에도 노블들은 하나같이 타행성인을 노예로 부리고 있었다. 그에 저번과 마찬가지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이동하자."


테라가 나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진헌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먼저 움직였다. 노테와 아르바도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괜찮아. 우리도 가자."


내 말에 아이들도 테라의 뒤를 따랐다. 진헌과 만나기로 한 장소는 겉으로는 작은 여관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포이갈 상단 소유의 건물 중 하나로 이 근처의 노블을 감시하는 곳이었다.

여관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우리를 진헌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물론 그는 포이갈 상단의 상단원이자 우리에게 실험실의 정보를 알려준 타행성인이었다.


"···늦었군."


방으로 들어가니 먼저 온 진헌이 의자에 앉은 채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진헌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아마 나와 같을 것이다.


"늦긴 뭐가 늦어. 약속한 날에 제대로 왔구만."


진헌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라비타가 그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도 진헌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저번 경매장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이에요, 누나."

"···어휴."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라비타는 오히려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니 그녀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네?"

"아무것도 아냐. 오는데 힘들었을 텐데 너희도 얼른 앉아."


라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그녀도 내 상태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본 누나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것이 미안해져, 겸연쩍게 웃으며 라비타의 옆에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진헌이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발견한 출입구는 총 두 곳이다. 물론 그 외에 발견하지 못한 출입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


하긴 우리가 있던 실험실도 발견한 출입구는 레지스탕스가 진입한 곳과 테라와 비엔이 진입한 곳으로 두 곳뿐이었지만, 어느 방향에서도 도망치는 노블을 발견하진 못했다. 아마도 비상용으로 만들어둔 출입구가 있었으리라.


"진입은 그 두 곳으로 하지. 하지만 발견하지 못한 도망로가 있다는 가정 하에 레지스탕스는 실험실 밖 주변에서 대기한다."

"마나 차단기는 어떻게 할 거야?"

"실험실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으니 마나 차단기는 발견한 출입구 두 곳에만 설치할 거다. 그 나머지는 혹시라도 그 노블이 실험실을 빠져나왔을 때를 대비해 레지스탕스가 대기하고 있는 각 지점에 설치한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긴 했지만, 이왕이면 안전하게 실험실 안에서 노블과 끝장을 봐야 했다.


"진입은 우리끼리만 하게?"

"아니. 실험실에는 너와 나, 그리고 이단자 두 명. 이렇게 넷만 들어간다."

"너무 적은 거 아니···."

"뭐!? 우리는 왜 빼냐!?"


라비타가 내 말을 자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너 미쳤어? 겨우 넷이서 들어간다고?"

"이건 충분히 고민해서 낸 결론이다."

"아니 노블이 6명이나 되는데, 왜 굳이 위험하게 넷이서만 들어가려는 건데?"

"너희가 함께 가는 게 더 위험하니까."


진헌의 말에 라비타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의 눈이 진헌을 사납게 노려봤다.


"설마 너 아직도···!"

"착각하지 마라."


진헌은 라비타의 말을 자르며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보았다.


"너희를 두고 가는 건 그저 너희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너희를 믿지 않았다면 굳이 뒤를 맡기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이곳에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그건 사실이었다. 다른 레지스탕스와 마찬가지로 나와 진헌은 이런 일을 자주 해왔고, 비엔과 테라도 지금까지 구한 타행성인의 수만 봐도 경험이 우리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라비타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눈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런 거면 오히려 경험을 키워줘야 할 거 아냐.”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진헌의 결정이 불만스러운지 툴툴거렸다. 나는 이러다 중요한 작전 전에 동료끼리 불화라도 생길까 싶어 급하게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누나, 그러니까 헌이가 하려는 말은···."

"걱정 마, 알고 있으니까. 결국 혹시라도 너네가 실패했을 경우, 그 뒷감당을 우리더러 하라는 거잖아?"

"어···, 그렇···죠?"


뒷감당이라고 하니 뭔가 미묘하게 들렸지만, 어쨌든 다행히 라비타는 진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건 모르는 거지."


단호하게 말하는 진헌의 말에 라비타가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앉은 것을 확인한 진헌은 우리를 순서대로 한번씩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작전은 오늘 밤에 실행한다."


그러곤 진헌은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의 눈은 평소처럼 단호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든든한 대장님의 모습이었다.


"이하현, 각오는 됐겠지."

"물론."


진헌의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하곤 아이들을 바라봤다. 라비타도, 노테도, 아르바도, 이미 각오를 다진 모양이었다.


실험실에서 탈출한 지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겨우 그 두 달 동안 우리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이들의 키가 자란 건 물론이고, 이전보다 마법을 다루는 실력도 좋아졌으며, 어느새 믿을 수 있는 동료까지 생겼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걸 마무리 지어야 했다.


"···오랜만에 엄마 얼굴 보겠네."


물론 오랜만에 봤다고 효도를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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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파티. 05 19.09.01 10 0 13쪽
63 파티. 04 19.08.29 14 1 15쪽
62 파티. 03 19.08.25 1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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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학교생활. 03 19.07.12 37 1 16쪽
50 학교생활. 02 19.07.08 34 1 14쪽
49 학교생활. 01 19.06.30 58 1 14쪽
48 면족. 04 19.06.25 37 1 16쪽
47 면족. 03 19.06.18 3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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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면족. 01 19.06.10 71 1 16쪽
44 관계. 06 19.06.04 46 1 17쪽
43 관계. 05 19.06.02 71 1 16쪽
42 관계. 04 19.05.28 66 1 16쪽
41 관계. 03 19.05.24 46 1 15쪽
40 관계. 02 19.05.21 38 1 16쪽
39 관계. 01 19.05.17 74 1 14쪽
38 SOS. 19.05.15 6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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