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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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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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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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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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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족. 01

DUMMY

"누나 이거 봐요."

"이걸로 몇 번째냐!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

"11번째요."

"아오!!"


11번.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라비타에게 나무 목걸이를 자랑한 횟수였다. 그 때문에 이젠 라비타를 부르기만 해도 그녀는 질색하며 인상을 썼다. 그런 라비타의 목에도 나와 똑같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좋냐?"

"엄청 좋죠!"


나는 수십 번도 더 본 나무 목걸이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삼일 전 포이갈 상단의 여관을 떠날 때, 클라가 모두에게 부적이며 선물해준 수제 나무 목걸이였다. 작은 나뭇조각을 끈으로 연결한 심플한 목걸이지만, 조각된 무늬는 목걸이마다 다 달랐다. 내 목걸이에는 하현달이 조각되어 있었다. 달을 본 적 없는 클라였지만, 레지스탕스의 지구인들에게 물어물어 조각한 모양이었다.


"으흐흐···."

"···돌겠네."


여전히 목걸이를 보며 실실 쪼개는 나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오는지 라비타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이내 우리 앞에서 가고 있는 진헌을 힐끔 쳐다봤다.


"수상해···."

"뭐가요?"

"우리 대장님 말이야. 네가 삼일 내내 쪼개고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하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런 헤픈 모습을 하고 있을 때면 항상 일침을 날리던 진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이동하는 삼일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거기다 나 외에도 딱히 라비타나 아르바와 이야기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저럴 녀석이 절대 아닌데 수상하단 말이지···."


라비타는 그렇게 말하며 진헌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봤다. 진헌이라면 분명 이런 라비타의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그는 우리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혹시 그 아줌마가 이상한 말 한거 아냐?"

"그랬다고 해도 그런 거에 넘어갈 녀석은 아니에요."

"하긴 그건 그렇지. 그럼 뭐지? 설마 몸이라도 안 좋은 거 아냐?"


미심쩍게 진헌을 바라보던 라비타의 얼굴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말로는 티격태격했지만 그래도 나름 사이가 가까워진 둘이었기에, 진헌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우리끼리 이야기해봤자 뭐 하겠냐. 그냥 나중에 물어보지 뭐."


나는 라비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헌을 쳐다봤다. 확실히 내가 생각하기에도 진헌은 평소와 달라 보였다.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진짜 노블이랑 무슨 일 있는 건가?


노블의 말에 쉽게 넘어갈 진헌은 아니었지만, 딱히 그거 외에 진헌의 기분을 망칠만한 건 생각나지 않았다. 역시 고문을 할 때 나도 같이 있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빠! 다 왔대요!"


클라와 함께 먼저 가고 있던 아르바가 우리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아르바에게 손을 한번 흔들곤 앞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노블의 마을이 보였다. 이 마을 뒤에 있는 숲에, 우리의 이번 목적지인 메타족의 마을이 있었다. 바로 클라의 마을이었다.


"야영지는 이 근처에 만들면 되겠지."


어느새 우리 쪽으로 다가온 진헌이 말했다. 삼일 만의 대화였다.


"마을이랑 너무 가까운 거 아냐?"

"이 근처는 길이 험해서 밤에는 굳이 이동하지 않는 모양이더군."


그렇다면 안심이었다. 이 앞의 노블의 마을에는 포이갈 상단 소유의 건물이 없었기에 마을에 들어가는 건 나와 라비타, 그리고 진헌와 클라, 그 외에 레지스탕스 일원 몇 명 정도였다. 나머지 레지스탕스는 아르바와 함께 야영지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이후의 작전을 진헌에게 간단히 들은 뒤, 클라와 아르바에게로 다가갔다.


"클라."


내 부름에 아르바의 어깨에 있던 하얀 뱀이 내 쪽을 바라봤다. 클라였다. 메타족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 동물로 모습을 바꿀 수 있었고, 클라의 경우 그녀의 머리카락 색처럼 새하얀 뱀으로 변할 수 있었다. 말을 타는 걸 어려워하는 클라였기에, 뱀의 모습으로 아르바와 함께 이동했던 것이다.


"이제 집에 가자."


클라는 내 말에 아르바의 어깨에서 내 손으로 넘어오더니, 그대로 내 어깨까지 올라왔다. 그리곤 아르바를 향해 고갯짓을 살짝 했다. 그에 아르바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클라···.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에 클라가 쉬익 거리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자는 의미인 듯했다.


"그럼 우리 다녀올게."

"잘 다녀와요···."


함께 가지 못해 시무룩해하는 아르바의 머리를 쓰다듬곤, 준비가 끝났는지 나와 클라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과 함께 마을로 들어섰다. 간단한 검문이 이루어졌지만, 테라가 준 포이갈 상단의 증표가 있었기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메타족이 있는 숲에 가기 위해서는 이 마을을 통과해야만 했기에,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마을의 반대쪽 출구로 향했다.


"오래 걸릴 것 같아?"


내 물음에 진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클라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물론 노블인 나와 라비타는 메타족의 마을에 갈 수 없었으므로, 우리가 노블의 마을에서 대기하는 동안 진헌이 클라를 데리고 메타족의 마을로 갈 예정이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네."

"클라가 있으니 저번처럼 단칼에 거절하진 못하겠지."


두 번째는 메타족과 동맹을 맺는 것이었다.


레지스탕스 외에도 노블에 대항하는 타행성인 단체는 많았지만, 클라의 종족인 메타족은 그중에서도 종족 전체가 대항 단체로 활동하는 타행성인이었다.


하지만 아직 메타족과는 동맹을 맺지 못한 상태였다. 노블에게 오랜 시간 심한 짓을 당해왔던 메타족이었기에, 그들은 다른 타행성인조차 쉽게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클라의 일을 계기로 그들과 동맹을 맺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장이 젊다고 했던가?"

"젊지만 상당히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더군."

"···지금 그거 말장난 친 거야?"


메타족의 수장도 클라처럼 뱀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한 말이었다. 진지하게 묻는 내 말에 진헌은 눈썹을 찌푸릴 뿐 다른 말은 없었다.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네.


원래라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혼 내올 진헌이었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야, 너 무슨 일 있어?"


진헌의 반응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뒤에서 따라오던 라비타가 물어왔다. 그에 진헌은 라비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답했다.


"···별일 없다."

"별일 없긴, 너 요즘 상태 이상한 거 우리가 모를 줄 알아?"


그렇게 말하며 사실대로 말하라는 듯 라비타가 뒤에서 진헌의 팔을 잡아오자.


- 탁!


그런 라비타의 손을 진헌이 빠르게 쳐냈다. 그에 라비타뿐만 아니라 나도 당황한 눈으로 진헌을 쳐다보자, 진헌도 당황한 모양인지 눈에 띄게 눈가가 찌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으로 돌아오더니, 여전히 라비타를 바라보지 않은 채 말했다.


"별일 아니라고 했을 텐데. 애초에 우리가 그런 걸 신경 쓸 사이는 아니지 않나?"

"야 너 말 그따위로 하지 말라고···!"


라비타는 거기까지 말하곤 이내 길게 숨을 내뱉었다.


"···됐다.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라비타는 그렇게 말하곤 나와 진헌을 지나쳐 먼저 가버렸다.


"누나, 잠깐···!"

"이하현."


빠르게 멀어지는 라비타를 쫓아가려는데 진헌이 그런 나를 붙잡았다. 내 팔을 붙잡은 진헌의 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이 이상 녀석들과 가깝게 지내지 마라."

"너···."


분명 노블이 이상한 말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전까진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을 대하던 진헌이 갑자기 이럴 리가 없지 않은가.


"···설마 노블이 하는 말을 믿는 건 아니지?"

"믿지 않는다."

"근데 도대체 왜 그러···."

"하지만 저 녀석들도 결국 노블이지."


진헌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진헌이 찔러왔다. 변명을 할 생각은 없는데도 이상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변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괜히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은 아니야. 물론 이전에 어떤 노블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굳이 벌써부터···."

"이하현."


내 말을 단호하게 끊는 진헌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진헌은 아까 라비타의 손을 쳐냈을 때처럼 눈가를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상현 누나가 아니다."


진헌의 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풀렸다. 그를 계속 바라볼 자신이 없어 다시금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진헌이 잡았던 내 팔을 놓곤, 여전히 내 어깨에 타고 있던 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클라는 진헌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 나를 바라봤다. 보라색 눈동자가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 웃어주며 작은 클라의 머리를 엄지로 쓸어주었다.


"괜찮아. 이건 그냥 말싸움이니까. 그보다 얼른 집에 가야지."


내 말에 클라는 잠시 동안 나를 더 바라보더니 이내 진헌의 팔로 넘어갔다. 진헌은 클라가 자신의 어깨까지 이동하는 걸 잠시 기다리다가, 이내 아까부터 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레지스탕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까 보니 여관이 하나 있더군. 나중에 거기서 만나기로 하지."

"···그래."


진헌은 힐끗 나를 한번 쳐다보곤 레지스탕스와 함께 좁은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일행이 떠난 자리에서 한동안 혼자 서 있다가, 이내 라비타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라비타는 광장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내 마나를 느꼈는지, 라비타가 시선을 여전히 하늘에 둔 채 말했다.


"멀리 가진 않았네요."

"결국 힘들게 찾아다니는 건 내 동생이겠구나~ 싶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라비타가 낄낄 웃었다. 웃고 있는 라비타의 표정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나는 그런 라비타의 옆에 앉으며 그녀가 쳐다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지기 시작해 붉은빛이 감도는 하늘이 보였다.


"누나···."

"됐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하늘에서 고개를 돌려 라비타를 바라보고서야 그녀가 그저 하늘을 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라비타의 눈가는 새빨갰고, 눈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는 못 본 척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결국 제자리냐···."


처음 들어보는 라비타의 억눌린 목소리에 가슴이 쓰려왔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붉던 하늘이 까맣게 될 때까지 라비타와 함께 앉아있었다.


"썩을 놈···."


평소대로 돌아온 라비타의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라비타가 평소와 같은 담담한 얼굴로 광장을 지나는 노블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맞아요, 썩을 놈이죠."

"고얀 놈···!"

"천하에 그런 고얀 놈이 또 없죠."


그런 내 반응에 라비타가 내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라비타의 눈가는 여전히 새빨갛다.


"야, 넌 그래도 친구라는 녀석이 그런 말 해도 돼?"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며 싱긋 웃어 보이자, 라비타는 그건 그렇다며 깔깔 웃었다. 한바탕 신나게 웃은 라비타는 가로등에 의해 은은하게 빛나는 광장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시원하게 기지개를 폈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비싼 걸로 먹죠."

"그거 좋네!"


진헌이 준 돈을 다 써버리겠다며 앞장서서 걷는 라비타를 따라 여관으로 이동했다.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라비타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헌이 말했던 여관은 광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라비타가 여관의 문을 열려는 순간.


- 와락!


여관 옆 골목에서 작은 인영 하나가 튀어나와 라비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클라···!?"


라비타의 품으로 뛰어든 건 클라였다. 분명 진헌과 함께 메타족의 마을로 갔어야 할 클라가 어째서인지 아직 노블의 마을에 있었다. 클라는 라비타의 후드를 꼬옥 쥔 채 서러운 듯 엉엉 울고 있었다. 라비타가 그런 클라를 급히 안아올렸다.


"클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늦었군."


라비타의 물음 뒤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아까 클라가 뛰어나왔던 골목에 진헌과 레지스탕스 일원들이 서있는 게 보였다.


"뭐야, 너희가 왜 여기 있어?"


진헌은 라비타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그녀의 품에서 울고 있는 클라를 바라봤다. 클라를 바라보는 진헌의 눈은 굉장히 복잡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무런 말이 없는 진헌이 답답해, 라비타가 다시 한번 질문하려는 순간.


"···우선 안으로 들어가지."


클라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인 모양인지, 진헌은 그렇게 말하곤 먼저 여관으로 들어갔다. 라비타와 나도 우선 클라를 진정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를 따라 여관으로 들어갔다. 방을 두 개 잡아 클라를 진정시켜 진헌이 있는 방 바로 옆에 재운 뒤, 진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뭔데. 얼른 말 좀 해봐."


라비타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진헌 앞에 빠르게 앉으며 그를 닦달했다. 라비타를 따라 나도 자리에 앉자, 진헌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더군."

"아무것도 없었다고? 설마 여기가 아닌 거야?"


라비타의 물음에 진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이전에 동맹 권유를 하기 위해 메타족의 마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진헌이었다. 거기다 클라는 메타족 출신이었다. 그런 클라가 마을의 위치를 잘 못 알리는 없었다.


"마을이 있어야 할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는 마을이 있을 곳에 커다란 구덩이만 있더군."


마을 크기의 커다란 구덩이.

그런 구덩이가 자연적으로 생겼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그리고 그런 짓을 할만한 건 우리가 아는 한 노블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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