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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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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족. 03

DUMMY

"···저번 작전 때도 그랬지만 의외로 행동력이 있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테라의 말에, 차마 그녀의 눈을 마주할 수 없어 숙이고 있던 노테의 고개가 더 아래로 숙여졌다. 노블을 죽이면 어차피 들킬 일이었기에, 노테도 어느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노블에게 손도 대보지 못한 상태에서 테라에게 들켰다는 것이었다.


"죽인 후에는?"

"···네?"


어떻게든 다시 노블이 있는 지하실로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던 노테는, 갑작스러운 테라의 질문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무심해 보이는 붉은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에겐 뭐라고 변명할 생각이지?"

"그건···."


노테의 고개가 다시 아래로 숙여졌다.


입 하나 막겠다고 노블을 죽이는 건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오히려 노테가 노블을 죽이는 순간 일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숨기는 게 있다.

그렇기에 노블을 죽였다.


분명 레지스탕스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현재 레지스탕스와 아이들 중간에 서있는 루나의 입장도 곤란해질 것이다.


노테는 머리가 좋은 아이였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만 되면 생각이 짧아졌다. 경매장 때도, 실험실에서도, 그리고 이곳에서도, 노테의 행동은 오히려 레지스탕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테라는 자신의 앞에 선, 억눌린 목소리로 사과하는 작은 아이를 바라봤다. 진헌이 노블을 고문한 뒤부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건, 테라 또한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그녀는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테라는 노테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처럼 무심했지만 노테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은 무척이나 상냥했다.


"그도 꽤 정에 끌려다니는 타입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진헌은 똑똑한 사내였다. 그렇기에 테라는 진헌이 노블의 말을 쉽게 믿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테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테라를 올려다봤다. 과거, 노테를 상냥하게 쳐다보던 금빛 눈과는 달리, 지금 자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눈은 굉장히 무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다.


"···근데 왜 나만 벌 서?"


노테와 테라의 훈훈한 분위기를 깨며 비엔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는 현재 테라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양 팔을 든 채 벌을 서고 있었다. 비엔의 말에 테라는 노테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곤 비엔을 바라봤다.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잖아."

"아직은 못 들어갔잖아!"


'아직은' 이었다.

만약 테라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비엔은 노테에게 지하실의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노테의 단검이 빠르게 노블의 목을 뚫었으리라.


"···비엔."

"아니···, 노테도 잘못했는데 나한테만 그러니까···."


비엔은 그래도 자기 죄를 아는 모양인지 은근슬쩍 내리던 팔을 다시 올렸다. 그는 그저 자신만 벌을 서는 게 억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테라가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비엔은 대신 노테를 원망스럽게 흘겨봤다.


"너 때문이야, 바보야."

"미안···."


물론 비엔이 노테의 거래를 단호히 거절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노테가 지하실로 가려 하지 않았다면 비엔도 벌을 받을 일은 없었으리라. 그래서 한 사과였지만, 노테의 사과에도 비엔은 여전히 뚱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에 노테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데.


"테라."


문이 열리며 포이갈 상단원 한 명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쪽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 그는 그 쪽지를 테라에게 전달하며 말했다.


"레지스탕스가 보낸 겁니다."

"고마워."


그에게서 쪽지를 건네받은 테라는 바로 그것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쪽지의 글을 읽어내려가던 테라의 눈썹이 살짝 찡그러졌다. 테라의 표정 변화를 바로 눈치챈 비엔이 여전히 팔을 든 채로 물었다.


"왜 그래?"


비엔의 물음에 노테가 급히 테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테라는 어떤 대꾸도 없이 묵묵히 쪽지의 글을 읽어내려갔다. 이내 내용을 다 읽었는지 테라는 쪽지를 그대로 벽난로로 던졌다. 벽난로의 뜨거운 불길에 쪽지가 순식간에 불에 타 사라졌다.


"루나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아."

"왜? 무슨 일 있대?"

"노블이 메타족의 마을을 습격한 모양이야."


테라의 말에 노테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그를 본 테라가 말을 덧붙였다.


"그들은 괜찮아."


그녀의 말에 노테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무사해 다행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한 마을이 노블에게 습격당한 상태였고, 아마도 그 피해가 적지 않기에 합류를 요청했을 것이다.


"나! 내가 갈래!"


비엔은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쪽 팔을 든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여관의 지하실에는 아직 노블이 있었기에, 셋 다 갈 순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도 가게 해주세요."


비엔에 이어 노테도 말했다. 어차피 노테가 이곳에 남은 건 기회를 봐서 노블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데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걱정됐다.


테라는 그녀를 절실하게 바라보는 검은 눈을 마주 보았다.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노테가 또다시 일을 벌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테를 루나 쪽으로 보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테라는 노테에게 그러라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돌려 비엔을 바라봤다. 여전히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는 비엔은 기대 어린 눈으로 테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진짜, 완전 잘 할 수 있는데."


비엔은 다시 한번 테라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그에 테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비엔은 테라의 반응에 아이처럼 뛰며 좋아했다. 테라는 집무실 안을 방방 뛰는 비엔을 바라보다가, 이내 옆에 선 상단원에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테라의 말을 들은 상단원은 고개를 끄덕이곤 집무실을 나갔다.


짐이라곤 해봤자 테라가 사준 후드가 달린 망토와 검밖에 없는 비엔이었기에, 그는 그 두 가지만 달랑 들고 여관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관 밖에는 포이갈 상단원이 준비해 둔 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말은?"


상단원이 마구간에서 데려온 말은 테라와 노테의 말이었다. 비엔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단원을 쳐다봤다.


"얘는 내 말이 아닌데? 얜 테라 말이야."


덩치가 남다른 테라의 말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비엔의 그런 물음에도 상단원은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때 방금 여관을 나온 테라가 빠르게 그녀의 말에 올라타더니 비엔을 바라봤다.


"비엔."

"응?"


비엔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부른 테라를 쳐다봤다.


"집 보기, 잘 부탁해."

"···응??"


테라는 그렇게만 말하곤 그대로 말을 몰아 마을의 출구 쪽으로 달려갔다. 이어 노테도 말에 타더니 미안한 듯 비엔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녀올게."


그리곤 말을 몰아 이미 거리가 꽤 벌어진 테라의 뒤를 따라갔다. 비엔은 그런 둘의 뒷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다시금 상단원을 쳐다봤다. 상단원은 여전히 싱긋 웃은 채 비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비엔의 외로운 집 보기가 시작되었다.










아침이 되자 진헌과 레지스탕스가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쉬지도 않고 바로 루나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 진헌은 라비타까지 방으로 들어오자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마을에 메타족은 없더군."

"그럼 이번 일과 이 마을의 노블은 관계가 없다는 말이야?"


내 물음에 진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밤새 마을을 뒤져봤지만, 메타족으로 보이는 타행성인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노블에게 팔았을 수도 있잖아?"


라비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노예 경매를 통해 필요 없는 노예를 처분하는 노블도 꽤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타족은 남은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노블 사이에서는 상당히 귀한 타행성인이에요. 그런 메타족을 손에 넣었는데 굳이 다른 노블에게 팔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다른 노블에게 안 뺏기려고 숨기고 있다거나?"

"노블은 대부분 자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니 오히려 대놓고 데리고 다닐걸요?"


저번 경매장, 아니 투기장의 일이 그러했다. 노블은 스스로의 연구 수준을 시험하는 것과 동시에 연구 결과를 다른 노블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했기에, 그런 투기장에 참가한 것이다.


"그럼 뭐야. 설마··· 그런 건 아니지···?"


라비타의 이번 질문에는 대답해줄 수 없었다. 어젯밤, 메타족의 마을이 어떻게 됐는지 이 두 눈으로 보고 온 상태였다.


마을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살아남은 자가 있을까···.


"최악의 경우, 클라가 메타족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겠지."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진헌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의 말에 아직 옆방에서 자고 있을 클라가 떠올라 입안이 쓰려졌다. 라비타도 클라가 걱정되는 모양인지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다."

"살아있을 거라는 뜻이야?"

"네가 말했지 않나. 노블이 귀하게 여기는 타행성인이라고. 그런 타행성인을 몰살시키는 게 더 이상하겠지."


하긴 그랬다. 노블이 메타족을 몰살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전투력이 높은 종족이 아닌 데다, 레지스탕스처럼 마나 차단기나, 총, 폭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노블에게 위협이 되는 타행성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것과, 그런데도 노블의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에만 집중한 탓에 그 사실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말했을 텐데. 생각보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라고."


분명 메타족의 수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진헌은 메타족의 수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들과 동맹을 맺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진헌이 메타족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 노블에 온 타행성인 중 멸종한 타행성인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하지만 메타족은 전투력이 높은 것도 아닌데도, 수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전서구가 도착할 거다. 이단자가 오는 동안···."

"이단자가 아니라 테. 라! 그래도 서로 돕는 사이인데 이름 정도는 불러."

"누나, 비엔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괜히 진헌이 라비타에게 상관하지 말라는 둥의 차가운 이야기를 할까 봐 그를 힐끗 바라봤다. 하지만 진헌도 아까 라비타에게 한 행동이 미안하긴 했는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말 하던 중이었지?"

"···그동안 다시 한번 메타족의 마을이 있는 산과 이 마을, 그리고 레지스탕스 야영지가 있는 곳. 이 세 곳을 중심으로 수색을 할 거다."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노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찾을 건 메타족의 흔적이다. 운 좋게 도망친 자들이 있다면 동물의 모습으로 도망갔을 가능성이 크겠지."


그렇다면 동물이 이동한 흔적을 찾으면 될 것이다. 서로 흩어져서 도망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함께 이동했을 것이다. 변하는 동물은 다르더라도 동물이 무리로 이동한 흔적을 찾는다면 메타족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색은 바로···."

"잠깐."


또다시 라비타가 진헌의 말을 끊자, 이번에는 진헌이 라비타를 노려봤다. 하지만 라비타는 진헌의 사나운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일단 너넨 쉬어."

"필요 없···."

"아~ 시끄럽고. 나도 피곤에 찌들어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놈들이랑은 같이 수색하기 싫거든? 아니면 내 마법으로 억지로라도 재워드릴까?"


물론 라비타의 마법은 중력 마법이었기에 재운 다기보단 기절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아니지, 영원히 잠들려나···.


실험실의 괴수도 한방에 터트리던 라비타의 강력한 중력구가 떠올라 괜히 등골이 서늘해졌다.


진헌도 라비타가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살짝 당황한 모양이었다. 진헌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라비타의 말이 맞다는 결론에 다다랐는지 결국 항복 선언을 했다.


"···그럼 부탁하지."

"오냐!"


진헌의 오케이를 받아낸 라비타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오늘의 승리자의 당당하고 멋진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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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심연. 01 19.04.30 37 1 13쪽
33 달의 뒷면. 03 19.04.26 39 1 15쪽
32 달의 뒷면. 02 19.04.23 4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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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양의 탈. 02 19.04.09 51 2 17쪽
27 양의 탈. 01 19.04.05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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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메타족. 04 19.04.01 53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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