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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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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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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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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족. 05

DUMMY

"이걸 어떻게 할까···."


새하얀 머리를 가진 장신의 남성은 눈앞에 쓰러져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을 내려다봤다. 미동조차 없는 소년의 모습에 남성은 곤란한 듯 얼굴을 긁적였다.


약 한 달 전, 마을을 습격한 수상한 이의 시선을 피해 적은 수의 동료들만이 이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일부러 접근하기 힘든 절벽 아래에 자리를 잡았지만, 습격자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었기에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덕에 오늘 이 산을 찾아온 불청객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노블이 맞는 것 같은데···."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누워있는 소년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흠···. 아닌가?"


노블이라기엔 평범한 소년의 외모에 남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이 소년과 함께 있던 검은 머리의 소년은 노블이 확실했다. 외모도 그랬지만, 노블이 아니라면 그런 이상한 술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함께 있던 이 소년도 분명 노블일 터였다. 하지만.


"···누나라고 했지."


이 소년은 분명 '누나'라고 말했다. 노블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단어를 애타게 부르며, 안갯속을 뛰어다녔다. 거기다 무엇을 봤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숨을 가프게 쉬기 시작하더니 이내 쓰러져 버렸다.


남성은 자신의 손에 들린, 뿌연 안개, 아니 연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작은 화로를 바라봤다. 눈앞의 소년이 쓰러진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쓰러진 건 의외였다. 이 연기는 환각을 보여주거나 환청을 들리게 할 뿐, 딱히 기절시키는 효과는 없었으니까.


"거참 특이한 녀석일세."


남성은 의식이 없는 소년의 볼을 톡톡 치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들고 있던 화로를 바닥에 두곤 소년을 가볍게 안아들었다. 땅에 놓인 작은 화로에서는 여전히 뿌연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남성은 소년을 안아든 채 점점 짙어지는 연기 사이로 녹아들었다.










절벽은 생각한 것보단 깊었지만, 다행히 마나가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절벽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루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나는 남겨둬야 했기에 절벽이 너무 깊을 경우, 다시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찾았다.


절벽 아래에는 작게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강 주위로 작은 야영지가 형성되어있었다. 옅은 모닥불 빛 주변에 타행성인 몇 명과 동물 몇 마리 함께 모여있었다. 메타족이었다. 그들은 다행히 큰 부상은 없어 보였지만, 다들 많이 지쳐 보였다.


노테는 조금 더 그들의 상태를 확인한 후, 이를 루나에게 보고하기 위해 그림자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절벽을 올라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절벽을 올라가도 루나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엄습해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노테는 좀 더 속도를 올려 절벽을 올라갔다. 하지만.


"···형?"


루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노테는 그림자 마법을 통해 일행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림자를 통해 이동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 감각이 현저히 둔해졌기에 루나가 사라진 걸 눈치채지 못했다.


"루나 형!?"


노테는 큰소리로 루나를 불러봤지만 어디에서도 루나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주변에는 뿌연 안개만 가득했다. 절벽 아래에는 전혀 없던 이 안개는, 아까보다 더 짙고 넓게 퍼져있었다.


노테는 일단 시야가 짙은 방향으로 이동했다. 루나가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면 주변에 마나가 흩뿌려졌을 테지만, 다행히 루나는 회복 마법을 사용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마법을 아예 쓸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거라면···.


머릿속을 맴도는 불안한 생각에 노테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는 ···의 아이···."


얼마나 안갯속을 뛰어다녔을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노테의 움직임이 한순간에 멈췄다.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둘러보는 노테의 검은 눈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우리 노블의 아이···."


좀 더 명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노테는 본능적으로 품 속에서 단검을 꺼내 쥐었다. 신경을 곤두세워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으려 했지만, 이상하게 감각이 무뎌진 듯 주변이 일그러진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단검을 쥔 그의 손이 땀으로 젖어갔다.


아니야.

그 노블은 이곳에 없어.


노테는 계속해서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익숙한 저 목소리의 주인은 현재 비엔이 지키고 있는 여관의 지하에 있을 터였다. 하지만 어째서.


"우리 노테···. 노테는 착하니 엄마를 도와줄 거죠?"


어째서 저렇게 선명하게 들리는 걸까.


단검을 쥔 노테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가 단검을 다시금 다잡는 순간.


- 바스락.


근처 풀숲 속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노테는 그림자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노테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단검을 빠르게 내질렀다.


- 챙!


하지만 노테의 단검은 상대방에 의해 바로 막혀버렸다. 노테는 그에 잠시 주춤했지만 바로 다시 단검을 휘둘렀다.


"아니 이놈이."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노테의 단검이 쳐내지더니.


"돌았나!!"


상대방이 노테의 배를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거센 발길질에 한바탕 땅을 구른 노테의 앞에, 그를 걷어찬 상대방이 당당하게 서더니 소리쳤다.


"어디서 누나한테 칼질이야, 칼질은!!"


노테의 앞에는 라비타가 서있었다. 노테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잠시 멍하게, 그를 화난 듯 쳐다보는 라비타를 바라보더니, 이내 허탈한 듯 웃었다.


"죄송해요, 누나."


사과하는 노테의 모습은 어쩐지 안도한 것처럼 보였다. 라비타는 볼품없이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노테에게 작은 천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얼굴에 둘러."


라비타에게 건네받은 천은 물에 적신 모양인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거 마시면 안 된대. 또 이상해지기 전에 얼른 얼굴에 둘러."


노테가 이상한 환청을 들은 이유는 이 안개 때문인 모양이었다. 노테는 고개를 끄덕이곤 라비타가 건네준 천을 얼굴에 단단히 둘러맸다. 무뎌진 감각이 점차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근데 왜 너만 있냐. 루나는?"

"······."


메타족이 있을 만한 장소를 조사하고 와보니 형이 사라졌다.


그렇게 말해야 했지만 노테는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수색조가 굳이 2인 1조로 움직이는 이유는 하나보다는 둘이 만약의 사태가 생겼을 때 대비하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테는 이번에도 자기 고집 때문에 혼자서 행동했다. 루나가 이를 허락한 것을 진헌이 안다면, 노테뿐만 아니라 루나도 혼날게 분명했다.


"···이미 들켰으니까 그냥 말해."


라비타의 뒤에서 진헌이 노테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노테는 차마 진헌을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인 채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묵묵히 노테의 이야기를 듣던 진헌은, 노테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거다."


진헌의 차가운 목소리에 노테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진헌은 가라앉은 눈으로 노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가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만약 운이 나빠 누군가 죽게 된다면, 너는 그제서야 말을 들을 건가?"

"저는 괜찮을 줄···."

"이하현이."


진헌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노테의 말을 빠르게 끊었다. 이어지는 진헌의 말에 노테가 입술을 깨물었다.


"···네 형이 죽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물론 이하현이 죽는다고 해도, 네 개인 행동을 허락한 그 녀석 잘못이니 굳이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진헌은 그렇게 말하곤 그대로 몸을 돌려 안갯속을 혼자서 걸어가버렸다.


"아이고···."


라비타가 그런 진헌을 보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시 멀어지는 진헌을 쳐다보더니, 이내 여전히 땅바닥에 앉아있는 노테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 그러다 입술 찢어지겠다. 일단 따라가자. 루나는···, 괜찮겠지 뭐."


라비타는 담담한 척 말했지만, 분명 그녀도 루나가 걱정될 것이다.


"죄송해요···."

"됐어, 인마. 그보다 내 팔 빠지겠다. 얼른 일어나!"


라비타는 축 처진 노테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의 등을 세게 한 번 때리곤 진헌의 뒤를 따라갔다. 노테도 그런 라비타를 따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얼마 걷지 않아 안개의 근원지로 보이는 작은 화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화로에서는 딱 봐도 수상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헌은 물통을 꺼내더니, 물통의 물을 그대로 화로에 들이부었다. 그에 화로의 불길이 잦아지더니, 이내 더 이상 연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걸로 더 퍼질 일은 없겠지. 그래도 아직 주변에 연기가 남아있으니 천은 풀지 마라. 우선 주변을 수색···."

"야! 저기 봐봐!"


라비타가 아무렇지 않게 진헌의 말을 끊으며 한곳을 가리켰다. 진헌은 그에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라비타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비타가 가리킨 곳은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듯 풀이 아래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시작으로 누군가 걸어간 듯, 길게 풀이 양옆으로 밀려있는 게 보였다.


"···이번에도 운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진헌이 노테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에 노테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저 끝에 루나가, 이하현이 있을 것이다.










"으음···."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쉽게 떠지지 않는 눈에 힘을 줘 억지로 눈을 뜨자, 희미한 시야 너머로 새하얀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뭐지···?


새하얀 무언가는 고정된 물체는 아닌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흐릿하던 시야가 돌아오자 눈앞에서 아른거리던 하얀 물체가 명확하게 보였다.


"우와악!!"


눈앞에 있던 새하얀 건 물체가 아니었다. 엄청 커다란 하얀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뱀의 크기에 놀라 빠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오히려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져 버렸다. 뒤늦게 묶여있는 손과 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참 재밌는 반응이군."


들려오는 웃음기 섞인 남성의 목소리에 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나 외의 다른 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설마.


"마···말을, 말을 해···?"

"사과하지. 이 모습이 생각보다 편해서 말이야."


정말로 뱀이 말하고 있었다. 그에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뱀을 바라보자, 뱀의 모습이 한순간 일그러지더리 이내 남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메타족···?"

"그래, 메타족이지. 알고 있나 보군."

"도, 동물 상태로 말도 할 수 있나요?"

"나 정도면 할 수 있지."


잠깐.

메타족인데 클라처럼 뱀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건.


"설마 메타족의 수장, 님···?"

"푸핫."


내 물음에 메타족의 수장으로 예상되는 눈앞의 남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그런 그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자 그가 큼큼 거리더니 말했다.


"실례. 노블이 하는 말치곤 너무 웃겨서 말이야."


아.


노블이라는 말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메타족의 수장을 찾은 건 좋은 일이지만 하필 그와 대화하고 있는 게 나라는 게 문제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보니 정신을 잃기 전에 봤던 풍경이 떠올랐다. 악몽 속에서나 보던 그 풍경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는데도, 어째서 진짜라고 생각했을까. 분명 환각일게 분명했다. 그리고 주변에 그런 환각을 보여줄 만한 건.


"···설마 그건 평범한 안개가 아니었던 건가요?"

"흐음···."


내 질문에도 메타족의 수장은 그저 턱을 괸 채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하긴 노블이 하는 질문에 대답해 줄 리가 없지···.


괜히 질문을 던져 의심만 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왜 죽이지 않은 거지?


메타족의 수장은 내가 노블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나 차단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메타족이, 어째서 굳이 노블을 살려둔 걸까. 아무리 손과 발을 묶었다곤 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노블에게 이런 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미안하군. 역시 좀 특이하다는 생각에···. 뭐,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평범한 안개는 아니지."


거기다 이 남성은 노블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까지 해주고 있었다.


뭐지? 왜 이러는 거지?


메타족의 수장을 능구렁이 같다고 평했던 진헌의 말이 떠올라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메타족의 수장은 그저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구경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나도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고문이 아니라요···?


"···말씀하세요."


공격 마법이 아닌 회복 마법을 가진 내가, 손과 발까지 묶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우선은 그의 말을 듣는 게 신상에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상황이 영 안 좋게 흘러간다 싶으면 회복 마법으로 눈을 멀게 해서라도 일단 이곳에서 도망칠 생각이다.


"자네는 왜 그런 모습이지?"

"···예?"


왜 그런 모습이냐니.

설마 노블치곤 외모가 별로라는 건가···?


괜히 기분이 상해 얼굴이 찌푸려졌다. 메타족의 수장은 그런 내 얼굴이 웃겼는지, 웃으며 말을 수정했다.


"미안하군. 질문을 수정하지. 자네는 왜 굳이 늑대의 탈을 쓰고 있나?"


웃음기 섞인 그의 질문에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늑대의 탈?

양의 탈이 아니라?


그의 말에 나는 혹시나 모를 기대를 담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이전에 이상한 걸 본 적이 있어서 말이지. 자네가 그것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메타족의 수장이 뒷말을 흘리더니 기대를 담은 채 그를 바라보는 내 눈을 마주 봤다. 그리곤 이내 진지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자네는 노블이 아니야. 안 그런가?"


그렇게 물어오는 보라색 눈이 재밌다는 듯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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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심연. 02 19.05.04 3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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