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구실
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최근연재일 :
2019.06.18 21:3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482
추천수 :
91
글자수 :
301,958

작성
19.04.05 21:25
조회
43
추천
1
글자
12쪽

양의 탈. 01

DUMMY

"···아니라고 하면 믿으실 건가요?"

"믿고 말고. 물론 자네를 믿는다기보단 내 판단을 믿는 거지만."

"그럼 굳이 물어보실 필요 없지 않나요···"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긴 해야지."


메타족의 수장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계속되는 내 질문에도 그는 나름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 있었다.


아니, 친절···하다고 표현해도 되려나.


애초에 메타족은 다른 타행성인과 그리 친하지 않은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메타족의 수장이 노블로 의심되는 나를 굳이 살려두는 게 의심스러웠다. 물론 믿어준다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로만 그러고 후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제가 노블이 맞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맞다고 안 할거잖나."


나를 바라보는 보라색 눈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진헌의 말처럼 정말 능구렁이 같은 사내였다.


일단 넘어진 상태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 몸을 일으키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곤 메타족의 수장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친절히 팔과 다리를 묶은 끈을 풀어주었다.


"···너무 쉽게 풀어주시네요."

"아직까지 내 머리가 붙어있는 걸 보면 풀어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이지."


팔과 다리를 단단히 묶고 있던 끈이 풀리자, 서서히 저려오던 팔과 다리가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어느정도 팔과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자 메타족의 수장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여전히 재밌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이전에 봤다는 이상한 일이 메타족의 마을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마을도 이미 본 모양이지? 그럼 이야기가 쉽겠군. 근데 그전에."


짐짓 말을 끊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자 메타족의 수장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아직 내 물음에 대한 답을 못 들었는데."


이미 확신이 섰을 텐데도 굳이 직접 답을 듣고 싶은 모양인지, 메타족의 수장은 재차 대답을 요구해왔다.


"전 노블이 아니에요."

"그렇겠지."


아니 그러니까 그럴 거면 굳이 왜 물어보는 건데!


역시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빠르게 돌아오는 대답에 자연스레 인상이 찌푸려졌다. 메타족의 수장은 그런 나를 보더니 장난스럽게 본인의 미간을 톡톡 쳤다. 인상을 풀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한 종족의 수장 앞에서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빠르게 인상을 풀며 말을 이었다.


"지금 겉모습이 이렇긴 하지만, 일단 전 지구인입니다."

"지구인이라···. 요즘 고생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자네도 참 별일을 다 당했군. 아니면 생각보다 이런 일이 흔한 건가?"

"그건··· 아마 아닐 거예요."


그의 질문에 애매하게 대답해버렸다.


물론 나에게 이런 짓을 한 노블은 이미 잡힌 데다, 다행히 찾은 두 곳의 실험실 외에 다른 실험실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심하게 고문을 해도 말하지 않는 그 노블의 '동업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나나 아이들 같은 이들이 더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었다.


"대답에 확신이 없군. 벌써부터 거짓말을 하면 곤란한데···."


메타족의 수장의 말에 살짝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괜히 애매하게 대답했다간 나에 대한 의심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진헌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그에게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었기에 대답에 신중해야만 했다.


힐끔 메타족의 수장을 쳐다봤지만, 다행히 그는 굳이 더 물을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그저 고개를 몇 번 주억였다. 그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는 지구인이 하나 있긴하지."

"···혹시 그 지구인 이름이 조진헌인가요?"

"아는 사이인가?"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를 쳐다보는 보라색 눈이 다시 한번 재밌다는 듯 휘어졌다.


"상당히 재밌는 사내였지. 혹시 그가 자네를 이곳으로 보냈나?"

"네. 거기다 그 녀석도 여기에 있죠."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그를 만났으면 싶은데···, 자네가 안내해주겠지?"


물어보긴 했지만 사실상 진헌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와 진헌이 만날 필요성이 있었기에, 나는 그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수색 후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합류 장소에 그를 데려가면 될 것이다. 노테가 수색을 하러 내려간 절벽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메타족의 수장을 만났으니 아마도 이곳은 절벽 아래일 것이다.


응? 노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등을 타고 올라오는 불안감에 급히 메타족의 수장을 쳐다봤다.


"혹시 저랑 같이 있던 검은 머리의 노블은···."

"땅속으로 사라지던 그 노블 말인가? 자네와 헤어지는 걸 본 이후에는 본 적이 없네만."


노테가 사용하는 마법이 그림자 마법인 걸 모르는 메타족의 수장에겐, 노테가 그저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그의 대답에 머릿속의 비상등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울리기 시작했다.


"···제가 정신을 잃은지는 얼마나 됐죠?"

"음···, 반나절 정도는 됐겠군."


···미치겠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흐른 시간에 마른 세수를 한번 했다. 메타족의 수장이 그런 나를 왜 그러냐는 듯 의아하게 쳐다봤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어도 그렇지 그걸 까먹냐!


반나절이면 이미 합류하기로 한때보다 상당히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노테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갑자기 사라진 나를 급히 찾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일 안 생긴 모양이지만, 내가 사라진 것에 아이들이 혹시 일이라도 칠까 싶어 괜히 입안이 말라갔다.


지금이라도 얼른 합류 장소로 돌아가면···.


"수장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메타족으로 보이는 청년 한 명이 천막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메타족의 수장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노블이!! 노블이 쳐들어왔···!"


급박하게 말하는 메타족 청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막 너머에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루나!! 여기 있냐!!?"


그 당당한 목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다. 슬쩍 눈동자만 굴려 메타족의 수장을 바라보니 차갑게 굳었던 그의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재밌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타족 청년은 그런 자신들의 수장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서로 통성명을 안 했지."


능청스럽게 말하는 그의 말에 괜히 고개가 더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타족의 수장이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칸디스라네. ···자네 이름은?"

"···나, 입니다···."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말했음에도 칸디스는 굳이 그걸 들은 모양인지 싱긋 웃었다. 왠지 모르게 그 웃음이 얄밉게 느껴졌다. 칸디스는 이내 몸을 돌려 천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님을 맞이해야겠군."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메타족 청년을 뒤로 한 채, 나도 칸디스의 뒤를 따랐다. 이번에는 팔과 다리가 아닌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내가 그냥 동생 좀 찾겠다고 하는데 안 비키잖아!"

"···퍽도 잘 비키겠군."

"아 그럼 어쩌라고!! 그러다가 루나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어쩔 건데!"

"그렇다고 해도 시시한 환각에 넘어간 자기 탓이지 않나."


티격태격하는 진헌과 라비타의 모습에, 메타족들이 멀찍이 떨어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구인과 노블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라니, 어이가 없을 것이다.


"서로 사이가 좋군."

"···죄송합니다."


칸디스는 이런 상황이 재밌는 모양인지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타행성인 앞에서 계속 이럴 순 없었기에, 둘을 말리기 위해 라비타와 진헌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둘 다 싸우지 말고, 우선 진정···."


하지만.


"이하현, 끼어들지 마라."

"루나 넌 끼어들지 마!"


그렇게 말하며 진헌과 라비타가 동시에 나를 밀어냈다. 그런 나를 노테가 빠르게 잡아준 덕분에, 다행히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진 않았다.


괜히 말리려다 혼만 났네···.


하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내가 뭐라 할 말은 없긴 했다. 계속 싸우지는 않겠지 싶어 둘에게서 고개를 돌려 노테를 쳐다봤다.


"잡아줘서 고맙다."


하지만 노테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나를 마주 봐오진 않았다. 내려 깐 그의 까만 눈이 평소와는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다. 분명 진헌에게 한소리 들은 것이리라.


"형이 칠칠치 못해서 괜히 네가 혼났네···. 미안하다."

"···형이 잘못한 건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노테는 딱 봐도 시무룩해 보였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애가 이 정도로 기운이 없냐···.


우리 대장님이니 분명 좋게좋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 보는 시무룩한 노테의 모습에 조심스레 그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제서야 노테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노테의 까만 눈에는 미안함이 그득 담겨있었다.


"괜찮아. 어쨌든 무사하잖냐."


무책임한 내 말을 들었는지 진헌이 우리 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 얼차려 받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은 모른 척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라비타와 진헌의 말싸움이 어느 정도 끝난 모양인지 진헌이 칸디스에게 다가갔다. 칸디스는 그런 그를 여전히 재밌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목석인 줄 알았더니 내가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

"···그런 태도는 여전하군요."

"어떤 태도 말인가?"


진헌은 대놓고 칸디스의 싱글거리는 얼굴을 질린다는 듯 쳐다봤지만, 칸디스는 모른 척 시치미를 땠다. 그에 진헌은 짧게 한숨을 한 번 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왜 살려둔 겁니까?"

"친한 사이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던 모양이지? 감사 인사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살려뒀다고 추궁하는 건가?"

"그런 의미가 아닌 걸 아시지 않습니까."


진헌에게 들은 바로는 칸디스는 꽤 철저한 자였다. 그리고 노블을 싫어했다. 물론 타행성인이 노블을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쨌든 그런 그가 위험한, 그리고 싫어하는 노블을 굳이 살려뒀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진헌이 내가 이하현이라는 걸 믿을 수 있었던 건 그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칸디스와 나 사이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칸디스가 내가 노블이 아니라고 저렇게까지 확신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 달 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거리던 칸디스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우리를 흥미롭게 쳐다보던 보라색 눈은 어느새 진중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마을에 수상한 이가 찾아왔지. 처음에는 동맹을 권유하러 온 타행성인이라고 생각했다네. 노블이라기엔 딱히 튀는 외모는 아니었거든."


이전에 한 번, 생각했던 것이 다시금 떠올랐다. 나는 타행성인이 노블의 몸에 들어간 경우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면 어떨까. 노블이 타행성인의 몸에 들어갔을 경우.


"···그런데 그가 마법을 쓰더군."


우리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칸디스의 가라앉은 보라색 눈이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 담긴 의문이 나에게서 그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 때.


"그 이야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장신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옆에는 칸디스와 똑같은 머리 색과 눈 색을 가진 클라가 서있었다.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테라의 눈은 평소와는 다른, 낯선 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테라의 눈 색과 비슷한 새빨간 분노가, 그녀의 눈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행성의 지구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 프로필.(2019.05.08) 19.04.05 106 0 -
47 면족. 03 19.06.18 4 0 13쪽
46 면족. 02 19.06.15 14 0 13쪽
45 면족. 01 19.06.10 11 0 16쪽
44 관계. 06 19.06.04 14 1 17쪽
43 관계. 05 19.06.02 14 1 16쪽
42 관계. 04 19.05.28 18 1 16쪽
41 관계. 03 19.05.24 17 1 15쪽
40 관계. 02 19.05.21 16 1 16쪽
39 관계. 01 19.05.17 16 1 14쪽
38 SOS. 19.05.15 22 1 15쪽
37 심연. 04 19.05.13 21 1 14쪽
36 심연. 03 19.05.08 30 1 14쪽
35 심연. 02 19.05.04 20 1 16쪽
34 심연. 01 19.04.30 27 1 13쪽
33 달의 뒷면. 03 19.04.26 28 1 15쪽
32 달의 뒷면. 02 19.04.23 29 1 16쪽
31 달의 뒷면. 01 19.04.19 31 1 15쪽
30 양의 탈. 04 19.04.15 28 2 15쪽
29 양의 탈. 03 19.04.11 32 1 14쪽
28 양의 탈. 02 19.04.09 38 1 17쪽
» 양의 탈. 01 19.04.05 44 1 12쪽
26 메타족. 05 19.04.03 39 0 14쪽
25 메타족. 04 19.04.01 41 0 16쪽
24 메타족. 03 19.03.29 49 0 13쪽
23 메타족. 02 19.03.27 57 1 14쪽
22 메타족. 01 19.03.25 52 0 14쪽
21 재회. 06 19.03.22 61 0 15쪽
20 재회. 05 19.03.20 57 1 14쪽
19 재회. 04 19.03.18 66 1 1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연구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