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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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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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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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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관계. 02

DUMMY

"비엔."

"우응···."


누군가 자신을 부르고 있음에도 비엔은 몸을 웅크리며 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일어나기 싫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를 부른 이는 용건이 있는 모양인지 그가 뒤집어쓴 이불을 살짝 흔들었다.


"비엔, 일어나."

"테라···?"


억지로 눈을 뜬 비엔의 시야에 들어온 건 테라였다. 아침이 됐는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테라는 그 빛 한가운데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엔은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가게?"

"응. 잠시 자리를 비울 거야."

"시체 보러?"

"응."


우선은 자결했다는 배신자의 시체를 살펴봐야 했다. 심장에 직접 칼을 꽂았다고는 하나, 노블의 마법 중에는 상대방을 조종하는 정신계열도 있었기에 타살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혹시나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마나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니 오늘은 같이 못 있어."


비엔을 함께 데려가도 됐지만 테라는 이왕이면 그에게 시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비엔이 시체를 보고 놀라거나 충격을 받을 리는 없지만, 오히려 그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죽음에 무덤덤한 그였기에 굳이 시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비엔이 지루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테라는 내심 그를 혼자 두는 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괜찮아. 나 혼자 놀 수 있어."


비엔은 그런 테라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나름 의젓한 투로 말했다. 그에 테라가 티 나지 않게 살짝 웃었다.


"고마워. 그래도 저녁은 함께 먹을 수 있을 거야."

"응. 잘 다녀와."


비엔은 그렇게 말하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한쪽 팔을 번쩍 들어 보였다. 테라는 그런 비엔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더니, 이내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아 맞다."


무언가 생각난 듯한 비엔의 말에 테라가 다시 뒤돌아 그를 쳐다봤다. 비엔은 위로 들어 올렸던 손을 테라를 향해 내밀더니 손바닥을 척하고 펼쳤다.


"테라. 나 돈 줘."


돈을 요구하는 것치곤 참으로 당당한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테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비엔의 손에 올려놓았다.


"사고 싶은 게 있어?"


비엔은 돈을 잘 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용돈을 줘도 쓰지 않고 그냥 방구석에 두는 경우가 많았기에, 매번 용돈을 주는 대신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테라나 바날에게 그때그때 받아서 쓰도록 하고 있었다.


"응."


비엔은 딱히 무엇을 살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테라가 준 돈주머니를 품에 안더니 다시금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손으로 비볐다. 그의 용건은 그게 끝인 모양이었기에 테라는 다시 몸을 돌려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기 직전 조용히 말했다.


"사고 치면 안 돼."

"나 사고 안 쳐."


바로 돌아오는 대답에 테라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조용히 문을 닫았다. 비엔은 테라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곤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테라처럼 비엔도 오늘 할 일이 있었지만, 그는 일단 그전에 조금 더 자기로 했다. 그렇게 비엔은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테라가 건네준 돈주머니는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였다.





"여깁니다."


노인을 따라 도착한 방은, 아마도 지금쯤 다시 잠들었을 비엔이 있는 방과 똑같은 크기와 똑같은 디자인의 평범한 방이었다.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침대에 누워있는 게 비엔이 아닌 시체라는 점이었다.


"죽은 지는 얼마나 됐지?"

"오늘로 5일째로군요."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시체는 나름 제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인지 방 안의 창문은 모두 종이로 굳게 막혀있었고, 시체가 있는 침대 주위에는 커다란 얼음 몇 개가 놓여있었다.


"애 좀 먹었지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익숙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테라는 잠시 방 전체를 둘러보다가, 이내 시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어느 정도 유지를 했다곤 하나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었기에, 시체에서 나는 썩은 내가 코를 불쾌하게 찌르는 것은 물론, 시체의 모습도 보기에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라는 시체의 바로 옆까지 다가가더니 몸을 낮춰 시체의 가슴에 박힌 단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단검은 정확하게 왼쪽 심장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단검을 휘두른 모양인지, 시체의 왼손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다.


"···이상해."


테라의 중얼거림에 그녀의 뒤에 서있던 노인의 눈이 자연스레 그녀를 향했다.


"무언가 알아내셨나요?"


하지만 테라는 노인에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시체의 가슴에 꽂힌 단검을 뽑아냈다. 그리곤 단검이 박혀있던 부위를 손으로 몇 번 쓸어내리더니 다시금 말했다.


"역시 이상해."

"호호, 이러다 늙은 이 애간장이 다 마르겠습니다."


테라의 감칠맛 나는 말에 노인이 입맛을 다졌다. 노인은 어째서인지 기대가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테라는 시체 곁에서 떨어지더니 그제서야 노인을 바라봤다.


"이 자는 원래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지요."

"하지만 정작 가슴을 찌른 건 왼손이군."

"이상한 건 그것뿐인가요?"


그렇게 물어오는 노인의 입에는 즐거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니. 상흔의 방향도 이상해."


왼손으로 찔렀다면 일반적으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상흔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상흔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 있었다.


"호호호."


테라의 대답에 노인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테라는 그런 노인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만족했나 노인장?"

"그럼요. 만족하고 말고요. 테라의 판단력이 갈수록 좋아지니 늙은 이의 기분이 참으로 좋습니다."


반응으로도 알 수 있듯이, 노인은 죽은 자가 자결을 한 게 아니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가 굽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지만, 이래 봬도 젊었을 적엔 살수로 활동했었다. 그녀가 죽인 노블의 수는 손으로는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노인장은 자주 나를 시험했지."

"그게 저의 역할이니까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인자하게 웃었다. 그녀는 테라의 스승과 함께 했던 몇 안 되는 이인만큼, 테라에게 관대하면서도 그만큼 엄격했다. 하지만 테라는 그런 노인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범인은 이미 찾았겠군."

"물론 이미 잡아뒀지요. 입이 가벼운 녀석이니 금방 입을 열 겁니다."

"그 녀석은 노인장에게 맡길게. 그리고···."


테라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가 알 수 없는 빛을 띠었다.


"걱정 마세요. 이 자도 배신자가 맞답니다."


하지만 같은 배신자에게 죽임을 당한 걸로 봐서는 그와는 뜻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이 자는 붙잡힌 배신자와는 달리 이곳에 남으려고 했을 것이다. 아마도 마음이 바뀐 것이리라.


"이 자의 뒤처리도 부탁해."

"맡겨주세요."


노인이 바닥을 발로 툭툭 치자 몇몇 상단원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가지고 온 포대자루에, 사후경직이 와 온몸이 굳어버린 시체를 구겨 넣기 시작했다.


분명 노인은 이 자의 장례를 치러주진 않을 것이다. 인자하게만 보이는 이 노인은 그를 산산조각 내서 동물의 먹이로 줄지도 모른다. 마음을 바꿨다고, 후회를 했다곤 해도, 그는 결국 배신자였다.


"잠시 외출할 거야."

"그의 정보를 찾으시게요?"


그.


노인이 말하는 그는 엘임이 분명했다. 테라의 스승과도 알던 사이이던 노인이었기에 엘의 존재 또한 알고 있었다. 한때 웃으며 그와 이야기한 적도 있던 노인이었다.


"응. 분명 그들과 거래하는 노블이 있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물론 그들이 직접 구할 수도 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을 테니 대부분은 다른 노블과의 타행성인 거래를 통해서 얻을 터였다. 하지만 실험에는 타행성인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실험에는 타행성인 외에도 어린 노블이 재료로 쓰였다.


갈수록 세계수에 열리는 열매가 적어지면서 태어나는 어린 노블의 수도 그만큼 적어졌다. 그 때문에 노블은 동료애가 없는 종족임에도 어린 노블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치밀하게 관리했다. 그렇기에 어린 노블을 구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견인 중 어린 노블을 넘기는 자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아마도 그 대신 자신을 다른 노블의 몸으로 옮겨달라고 했을 것이다. 이전에 만난 금발의 여성 노블처럼 꽃에서 태어난 노블이 아니더라도 옮길 이유는 있었다.


다시 한번 젊어질 수 있다.

그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했다.


노블이 아름답기는 하나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었다. 노블도 다른 타행성인처럼 늙으며,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게 세계수의 거름이 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노블의 운명이었다. 그 운명을 거스를 수만 있다면 몇 안 남은 어린 노블이라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길 것이다. 그렇기에 테라는 각 마을에 있는 포이갈 상단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과 동시에 엘과 거래를 했을 노블을 찾고 있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 그리고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할 테니 저녁식사는 집에서 하시지요."


테라는 노인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테라가 방을 나가자 노인은 마치 짐짝처럼 구겨진 채로 포대자루에 들어간 시체를 내려다봤다. 시체 하나를 넣었음에도 포대자루에는 아직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런 포대자루를 바라보는 노인의 주름진 눈꺼풀 아래에는 어느새 차가운 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하실로 가져가지요."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눈빛만큼이나 서늘한 음을 띠고 있었다. 그에 상단원들이 자루를 들쳐 매더니 그대로 지하실로 내려갔다.

포대자루의 빈 공간은 지하실에 있는 녀석으로 채우면 될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오늘도 마을 밖에서 따 온 꽃을 팔고 있었다. 혹시나 어제처럼 노블과 부딪히는 일이 생길까 봐 아이는 평소보다 더 몸을 움츠린 상태긴 했지만,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안녕."


이 금색 눈의 노블이 자신을 찾아오기 전까진 분명 그랬다.


모르는 노블에게 갑작스레 인사를 받은 아이는 긴장감에 덜덜 떨며 그를 올려다봤다. 자연스레 떨려오는 몸은 타행성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비엔이 다시금 인사를 해오자 그제서야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받았다. 그런 아이를 이상하다는 듯 한번 쳐다본 비엔이 품 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아이에게 휙 내밀었다. 아이는 얼떨결에 그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꽃 줘."

"······네?"

"어제 테라가 사간 거. 그거랑 똑같은 걸로 줘."


아이는 그제야 자신이 받아든 게 돈주머니라는 걸 알아챘는지 급히 주머니의 입구를 열었다. 주머니 속을 엿 본 아이는 깜짝 놀라더니 주머니를 툭 떨어트렸다. 떨어진 주머니 사이로 금화 몇 개가 굴러 나왔다. 주머니 속에 든 건, 꽃값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과한 금액의 돈이었다.


"죄송합니다···!"


아이는 물건을 떨어트렸다는 것에 혹시라도 눈앞의 노블이 화를 낼까 봐 덜덜 떨며 사방으로 굴러가는 금화를 줍기 시작했다.


"나도 도울래."


하지만 노블은 화를 내기는커녕 금화를 줍는 걸 거들었다. 아이는 그런 노블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노블이 말한 '테라'라는 이는 아마도 어제 자신에게서 꽃을 사간 노블일 것이다. 왜냐면 어제 아이가 판 꽃을 사간 이는 그녀뿐이었으니까. 그녀도 이 노블처럼 이상했다.


"자!"

"감사합니다···."


어째서인지 주운 금화를 자랑스럽게 건네는 비엔의 모습에 더욱더 이상함을 느끼며, 아이는 비엔에게서 받은 금화를 모두 주머니에 넣은 뒤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비엔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뿐 주머니를 받진 않았다.


"그게··· 돈이 너무 많아요···."


아이는 혹시라도 노블의 신경을 거스를까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


"얼만데?"

"동화 1개면 돼요."


아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꽃을 모두 비엔에게 준다고 해도 동화 5개면 충분했다.


"동화는 없는데···."

"은화를 주시면 거슬러드릴게요."

"은화도 없는데? 그냥 하나 받고 저거 다 줘."


비엔은 아이가 내미는 주머니를 받아들더니 금화를 하나 꺼내서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는 머뭇거리며 금화를 받지 않았다. 저런 큰 금액을 만져본 건 방금 전이 처음인데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노블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 같아 쉽사리 받을 수 없었다.


"음···."


아이가 곤란해한다는 걸 알아챈 모양인지 비엔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이는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몸을 움츠리며 두 손으로 입고 있는 옷을 꽉 쥐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의 꽉 쥔 손이 하얘지기 시작할 즘, 비엔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고개 숙인 아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두 팔로 몸을 가렸다.


"그럼 나랑 놀아줘."

"······네?"


의외의 말에 아이가 슬그머니 두 팔을 내리자, 방긋 웃고 있는 노블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금색 눈이 예쁘게 휘어진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받고 나랑 놀아달라구."

"···노, 놀아요···?"

"응. 테라는 바쁘거든. 그래서 나 혼자 놀아야 해."


그렇게 말하는 비엔의 표정이 퍽이나 시무룩해 보였기에 아이는 살짝 멍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아이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말로는 놀자고 하지만 정작 노블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하면 노블이 화낼지도 몰랐기에 아이는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굳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랑 가위바위보 하자!"

"가위, 바위보요···?"

"그것도 몰라? 루나가 가르쳐준 건데 엄청 재밌어."


노블의 입에서 나온 알 수 없는 말에 아이는 다시 한번 불안함을 느꼈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별 수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가 긴장한 것과는 달리 가위바위보는 손 모양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아주 평범하고 간단한 놀이였다. 거기다 노블은 승패가 어떻든 자신에게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 가위바위보라는 것만 계속해서 했다.


"아!! 또 졌어! 뭐야 너 잘하잖아!"


혹여 아이에게 질지라도 그저 툴툴거리며 다시 승부를 걸어올 뿐이었다. 그렇게 해가 산 너머로 서서히 넘어갈 때까지 둘은 가위바위보를 했다. 너무 많이 해서 누가 더 많이 이겼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 있어요."


아이는 끈으로 잘 동여맨 꽃다발을 비엔에게 내밀었다. 어제 테라가 사간 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하늘색 꽃을 중심으로 해서 다른 꽃들로 감싼 형태였다. 이런 쪽에 소질이 있는 모양인지 작은 손으로 만든 꽃다발은 제법 예쁘게 꾸며져있었다.


"예쁘다."


비엔의 솔직한 표현에 아이가 부끄러운 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이의 얼굴이 마치 노을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부모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이었다.


"내일 또 올게."


비엔은 아이를 향해 손을 몇 번 붕붕 흔들더니, 이내 꽃다발을 들고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아이는 잠시 동안 비엔이 사라진 골목을 쳐다보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은 하늘색 꽃을 많이 따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의 작은 손에는 비엔이 건넨 금화 하나가 꼬옥 쥐어져있었다.

그의 눈동자와 같은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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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관계. 03 19.05.24 15 1 15쪽
» 관계. 02 19.05.21 14 1 16쪽
39 관계. 01 19.05.17 1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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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심연. 04 19.05.13 1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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