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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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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최근연재일 :
2019.09.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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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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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관계. 04

DUMMY

"너··· 지금 사기 치는 거지?"


조용히 물어오는 비엔의 말에 아이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평소보다 큰 꽃다발이긴 했지만 확실히 은화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는 은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금화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은화라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아이는 부친에게 호되게 혼나게 될 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 질리가 없어."


하지만 다행히 비엔이 사기라고 생각한 건 꽃다발이 아닌 가위바위보에 대해서였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이와는 달리 비엔은 뽀로통한 표정이 됐다.


"말도 안 돼. 난 루나도 이겼는데···. 가위바위보 수제자인데···."


겨우 가위바위보에 무슨 수제자씩이나 있겠냐마는, 비엔은 나름 가위바위보를 알려준 루나를 이겼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바위와 보, 그리고 가위 순으로만 내는 루나를 이기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했지만, 어쨌든 비엔에게는 스승을 이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냥 제가 운이 좋았나 봐요."


아이는 노블과 어른들 사이에서 기른 눈치로 빠르게 비엔의 기분을 파악하곤 적당한 말을 건넸다.


"그치? 사실 내가 얼마나 잘하는데!"


뻔한 말임에도 비엔은 기분이 나아졌는지 방긋 웃었다. 그 모습이 웃겨 아이도 비엔을 따라 웃었다. 그러자 아이의 볼이 또다시 쏘옥 들어갔다.


"그거 신기해."

"네?"

"볼이 들어갔잖아. 쏘옥 하고."


그러면서 비엔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꾹 눌렀다. 아이도 비엔이 하는 것처럼 볼을 만져봤지만, 어째서인지 볼을 아무리 더듬어도 들어간 부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는 그에 순간 눈앞의 노블이 자신을 놀리는 건가 싶었지만.


"어? 왜 없어졌지?"


그는 의아해하며 아이의 볼을 이리저리 만졌다. 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보기도 하고 볼을 쭈욱 당기기도 했다. 아이는 그런 비엔의 행동이 간지러운지 살짝 웃었다. 그에 다시 아이의 볼이 쏘옥 들어갔다.


"아!! 이거 봐! 또 들어갔어!!"


비엔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이가 급히 볼을 매만졌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들어간 부분은 없었다. 그에 비엔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아!!"


뭔가를 알아냈는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웃어봐!"

"···네?"

"빨리! 얼른 웃어봐!"


갑자기 웃으라니···.


이상한 요구였지만 그래도 아이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인위적인 웃음에도 아이의 볼에는 작게 보조개가 생겨났다. 비엔은 아이의 보조개를 손가락으로 꾸욱 찌르며,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술래처럼 신나서 말했다.


"찾았다!"


아이는 입꼬리를 여전히 올린 채로 더듬더듬 자신의 볼을 만졌다. 비엔의 말처럼 손가락 끝으로 볼이 살짝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아이는 처음 알게 된 사실에 눈이 땡그래졌다.


"웃으면 생기는 거구나. 신기하다."


비엔은 아이처럼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로 손으로 볼을 매만졌다.


"응? 왜 난 없지??"


하지만 그의 볼은 움푹 팬 곳 없이 그저 매끈하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자신처럼 웃을 때 볼이 들어가는 이를 본 기억이 없었다.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에 신기했던 아이의 기분도 금방 시무룩해졌다.


"부럽다. 나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비엔은 아이의 보조개가 부러운 모양이었다.


"부러워요···?"

"응. 난 없는데 넌 있는 거잖아? 좋겠다."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인생에서 남과 달라서 좋을 건 없었다. 괜히 튀었다간 노블의 안 좋은 관심만 끌거나, 다른 이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될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엔의 말에 그런 아이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달라도 괜찮구나.


마치 그가 그렇게 말해준 것만 같아 쳐졌던 아이의 기분이 금세 나아졌다. 모든 걸 다 가진 노블이 자신을 부러워한다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건 무슨 꽃이야?"


하지만 기뻐하는 아이와는 달리 비엔은 보조개에 금방 관심이 사라졌는지, 그는 꽃다발을 든 채로 맨바닥에 벌렁 드러누우며 물어왔다.


"아···."


하지만 아이는 비엔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비엔처럼 아이도 그 꽃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아이의 부친은 아이에게 매일 돈을 벌어오도록 시켰다. 그렇게 그는 아이를 그저 돈을 벌 수단으로만 여겼다. 그러니 당연히 아이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 리가 없었고, 그 탓에 다른 또래와는 달리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 흔한 들꽃의 이름조차 몰랐다.


"방울꽃···."


그럼에도 아이는 말했다.


"그 꽃의 이름은 방울꽃이에요."


물론 그건 꽃의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평소 방울과도 같은 작은 꽃을 보며 지어낸 이름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치한 가짜 이름을 말하면서도 아이는 내심 기대했다. 그리고.


"와아!"


비엔은 아무렇지 않게 아이의 기대에 응해줬다.


"내가 생각한 거랑 똑같네!"


비엔은 그렇게 말하며 꽃다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늘색의 작은 방울꽃이 바람에 살랑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이의 볼에도 작은 꽃이 피었다.

어제만큼이나, 아니 어제보다 더 즐거운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맨바닥에 누운 채로 둘이서 얼마나 놀았을까.


"이제 집에 가야 해요···."


어느새 붉어진 하늘을 보며 아이가 말했다. 아이의 부친은 아이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운이 안 좋아 부친이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아이는 늦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밥도 먹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이는 비엔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빵이 담긴 바구니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그래?"


하지만 아쉬워하는 아이와는 달리 비엔은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그 때문에 아이는 괜히 더 슬퍼졌다. 비엔은 누운 채로 한 번에 벌떡,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아이에게 대뜸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내일 또 봐."


아이는 비엔의 손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방긋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해 보이는 비엔의 눈 색과는 달리 그의 손은 시원했다.


어제와는 달리 비엔은 손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이 먼저 골목 너머로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척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비엔?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은화로 줬겠지요?"


비엔이 포이갈 상단에 들어서자마자 노인이 그를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의 인자한 표정이 아닌 가늘게 뜬 눈으로 비엔을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비엔이 오늘도 금화를 줬다고 답한다면 노인은 당장이라도 그의 이마에 딱밤을 때릴 생각이었다.


"응. 그리고 노인장이 준 빵도 줬어."


하지만 비엔의 말에 노인의 표정은 물론, 조금 힘주어 쥐었던 그녀의 주먹도 함께 풀어졌다.


"잘하셨어요. 아이가 빵을 먹던가요?"

"응. 근데 다는 안 먹었어."

"이런···. 제가 만든 빵이 입에 안 맞았나 보군요."

"아니야. 엄청 좋아했는데? 근데 아빠한테 준다고 가져갔어."

"오호!"


노인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만든 빵을 맛나게 먹은 데다가 아빠에게 주기 위해 일부러 남겨서 가져갔다니, 참으로 기특한 아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내일은 더 많이 싸드릴 테니 아이에게 마음껏 먹으라고 해주세요. 아! 이왕이면 이곳으로 데려오시면 제가 더 맛있는 걸 해드리지요. 하루 정도야 괜찮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가져갈 빵도 따뜻한 편이 좋을 테니까요."


신나서 떠드는 노인에게 비엔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이내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거. 오늘 산 거야."

"그 아이가 만든 건가요? 어쩜! 손재주도 좋군요!"


간단해 보이지만 섬세하게 꾸며진 꽃다발에 노인은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에 대한 호감도가 더더욱 상승했다. 꽃을 사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저녁까지 아이와 놀고 오는 걸 보면 비엔도 아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노인은 아이에게 꼭 맛난 걸 먹여주리라 다짐했다.


"테라는?"

"아직 안 왔답니다. 하지만 곧 오시겠지요. 비엔이 마중 나가주시겠어요? 그럼 테라도 기뻐할 거랍니다."


테라가 기뻐할 거라는 말에 비엔이 벗었던 망토를 급히 다시 어깨에 둘렀다.


"다녀올게!"


그리곤 바로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비엔에게 노인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비엔의 모습이 멀어지자 노인은 꽃다발을 들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꽃병에는 비엔이 어제 테라에게 선물한 꽃다발이 아직 꽂혀있었지만, 노인은 그걸 빼고 오늘 비엔이 새로 가져온 꽃다발을 꽃병에 꽂았다.

어차피 곧 시들 것임에도 꽃다발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비엔은 원래, 오늘 아침 테라와 헤어졌던 골목까지 갈 생각이었다. 포이갈 상단의 건물로 돌아오려면 그 골목을 무조건 지나야만 했고, 어차피 골목에서 상단까지는 외길이었기에 골목까지 가는 도중에 테라와 마주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골목에서 기다리다 보면 테라와 만날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엔은 골목까지 가지 못하고 번화가에서 걸음을 멈춰버렸다. 해가 져 이제는 조용해야 할 거리가 어째서인지 소란스러웠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해!?"


거리를 소란스럽게 만든 장본인인 남성은, 지켜보는 다른 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거세게 화를 내며 누군가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성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이의 모습이, 비엔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진작에 실험재료로 쓰일 걸 먹여살려줬더니 감히 돈을 훔쳐!?"


안 그래도 또래에 비해 유난히 작은 아이의 몸은 둥글게 웅크린 탓에 더 작아 보였다. 남성의 계속되는 발길질에 아이는 마치 경련을 하듯 몸을 간헐적으로 떨었다.


몇몇 이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남성은 오히려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디서 손을 대! 너희. 내 주인님 누군지 몰라? 말리기만 해봐. 너네 자식들 다신 못 보게 해줄 테니까!"


그런 남성의 말에 말리려던 이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남성의 주인인 노블은 타행성인 중에서도 특히나 아이를 상대로 실험을 하는 노블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실험에서 살아돌아온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중한 자식을 잃고 싶진 않았기에 아이가 가여웠음에도 그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금화를 가져오랬더니 겨우 이거 하나를 가지고 와!? 나머지 돈은 어디에 숨겼어!!"


말리는 이들 때문에 남성은 더 화가 났는지 품에서 은화 하나를 꺼내더니 냅다 바닥에 던졌다. 바닥에 던져진 은화는 흙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더니 이내 비엔의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비엔은 그런 은화를 주워들었다. 흙투성이가 된 은화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은화를 잠시 바라보던 비엔은 다시 남성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아이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뭐 해?"


익숙한 목소리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흙투성이가 된 은화처럼 아이의 얼굴은 흙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든 아이는 어째서인지 비엔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저 흐린 눈만을 느리게 깜빡일 뿐이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소란을 일으킨 남성과 그를 지켜보던 다른 이들도 모두 비엔을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노블의 등장에 타행성인들 모두가 순식간에 비엔에게서 멀어졌지만, 방금까지 아이를 때리던 남성은 오히려 다급히 비엔에게 다가왔다.


"아이고 노블님 죄송합니다. 많이 시끄러웠지요···?"


그는 아이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엔에게 굽신거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남성은 비엔의 질문에 짧게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꾸며낸 웃음을 만면에 지어 보였다.


"저 배은망덕한 놈이 제 돈을 훔쳐 갔습니다. 벌어온 돈을 어딘가에 숨긴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다신 그런 짓을 못하도록 제가 직접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행동을 교육이라고 칭하는 그의 말에 다른 타행성인들이 혀를 찼다. 분명 그걸 들었을 텐데도, 남성은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뗐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남성은 굽신거리고는 있었지만 노블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건 지구의 경찰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이런 모습을 오히려 재밌어하고 즐기는 게 노블이란 녀석들이었다. 물론 소란스럽게 한 것에 노블이 화를 낼 수도 있지만, 대신 좋은 구경거리 하나를 보여주면 만족할 것이라고 남성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빵은?"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노블은 즐거워하거나 재밌어하기는커녕 갑자기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에 능숙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남성의 입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빵···?

무슨 빵···?


남성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자 비엔이 눈만 돌려 아이를 쳐다봤다. 남성도 그런 비엔을 따라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의 옆에서 다 뜯겨진 빵조각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아···! 아니, 노블님께서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맞습니다. 글쎄, 저 앙큼한 게 감히 훔친 돈으로 빵을 사 먹었더군요. 그런 주제에 겨우 저 빵 몇 개로 대충 상황을 넘기려고 하니 제가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남성은 또다시 꾸며진 미소를 지으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비엔은 그런 남성의 올라간 입꼬리를 쳐다봤다. 그의 입꼬리 끝에는 보조개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빵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갈 때와는 달리 아이의 볼 어디에서도 보조개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제가 금방 끝내겠습니다. 혹시나 노블님도 흥미가 있으시다면 자리를 마련해드릴 테니 편하게 앉아서 구경을···."

"·········러워."


수다스러운 남성의 말을 끊으며 비엔이 뭐라 말했지만 목소리가 작은 탓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예? 방금 뭐라고···."

"···너."


남성의 되물음에 비엔이 이번에는 좀 더 크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덕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가 비엔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시끄러워."


하지만 남성만큼은 이번에도 비엔의 말을 듣지 못했다. 비엔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는 것보다.


- 서걱.


비엔의 검이 남성의 목을 베는 게 더 빨랐다.


남성의 목이 바닥을 구르고, 그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일을 친 비엔의 모습은 난장판이 된 주위와는 달리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비엔은 남성의 목을 날려버린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곤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덜덜 떨기만 할 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어 보였다.


비엔은 그런 아이에게 손을 뻗다가 이내 다시 거두더니, 갑자기 손을 옷에 벅벅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에 비엔의 손에 묻어있던 남성의 피가 점차 옷에 닦여나갔다. 비엔은 손이 어느 정도 깨끗해지고 나서야 아이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포이갈 상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노인장이 맛있는 걸 해주겠대."


뛰고 있기 때문인지 비엔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굳어있었다. 아이는 그런 비엔의 목소리가 조금 어색했지만 어째서인지 무섭지도, 싫지도 않았다.


"노인장이 해주는 건 다 맛있어."


품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가 당장이라도 끊길 것만 같아 비엔은 좀 더 속도를 냈다. 그에 혹시라도 아이를 놓칠까 싶어 아이를 안은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테라도 너를 좋아할 거야. 테라는 너희를 엄청 좋아하거든."


비엔의 말에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부친에게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울지 않았던 아이의 눈에서 계속 참았던 서러움이 방울방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아이의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비엔의 목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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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외출금지? 19.09.18 4 1 16쪽
66 뒤풀이. 19.09.11 9 1 16쪽
65 파티. 06 19.09.05 18 0 14쪽
64 파티. 05 19.09.01 16 0 13쪽
63 파티. 04 19.08.29 19 1 15쪽
62 파티. 03 19.08.25 16 1 13쪽
61 파티. 02 19.08.20 19 1 15쪽
60 파티. 01 19.08.14 17 0 16쪽
59 추적. 04 19.08.11 49 0 15쪽
58 추적. 03 19.08.07 18 0 14쪽
57 추적. 02 19.08.04 24 2 16쪽
56 추적. 01 19.07.31 26 2 14쪽
55 학교생활. 07 19.07.28 29 1 14쪽
54 학교생활. 06 19.07.23 26 1 13쪽
53 학교생활. 05 19.07.20 23 1 14쪽
52 학교생활. 04 19.07.16 32 2 14쪽
51 학교생활. 03 19.07.12 38 1 16쪽
50 학교생활. 02 19.07.08 35 1 14쪽
49 학교생활. 01 19.06.30 58 1 14쪽
48 면족. 04 19.06.25 39 1 16쪽
47 면족. 03 19.06.18 39 1 13쪽
46 면족. 02 19.06.15 46 1 13쪽
45 면족. 01 19.06.10 73 1 16쪽
44 관계. 06 19.06.04 47 1 17쪽
43 관계. 05 19.06.02 72 1 16쪽
» 관계. 04 19.05.28 70 1 16쪽
41 관계. 03 19.05.24 46 1 15쪽
40 관계. 02 19.05.21 38 1 16쪽
39 관계. 01 19.05.17 7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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