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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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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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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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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족. 02

DUMMY

"다시 묻지. 어떻게 노블을 상대했지?"


진헌의 목소리에는 척 듣기에도 깊은 짜증이 담겨있었다. 그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팔짱까지 낀 채 면족 둘을 노려봤다.


"키득키득!"

"키득키득···."


하지만 면족은 그런 진헌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그저 공중만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살다 살다 우리 대장님이 무시를 다 당하네.


진헌의 저런 취급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에 통쾌함에 입꼬리가 계속 실룩거렸다. 당장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하현. 죽고 싶나."


물론 진헌이 바로 눈치채곤 그런 나를 매서운 눈으로 쏘아봤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은근슬쩍 딴청을 피웠지만 손으로 냉큼 입부터 가렸다. 안 그래도 면족과 대화가 잘되지 않아 뿔이 나 있는 진헌이었다. 괜히 건드렸다간 여차하면 정말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될 터였다.


"···대답해라. 어떻게 너희만으로 노블을 상대할 수 있었지?"


상대가 나나 김민진이었다면 이미 한소리 듣고도 남았겠지만, 면족은 우리와는 다른 타행성인 종족이었다. 거기다 어쩌면 이후에 동맹을 맺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진헌은 참으로 기특하게도 무려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앗! 무서워! 귀신같은 얼굴이야!"

"무서워···. 귀신같은 얼굴이야···."


면족은 이번에도 대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괜히 딴소리를 해댔다.


둘은 마치 진헌을 놀리기라도 하듯 연기를 흩뿌리며 날아와 내 뒤로 냉큼 몸을 숨겼다. 물론 커다란 연기 덩어리가 겨우 내 등에 가려질 리는 없지만, 어쨌든 가면 두 개만큼은 쏘옥 가려졌다. 마치 숨바꼭질을 할 때 머리만 가려놓고 다 숨었다고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김민진이 옳았네."

"그 말대로군."


진헌은 한껏 구겨진 이마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김민진이 굳이 보초를 서겠다고 한 이유를 지금, 이 순간 그는 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을 터였다.


사실 김민진이 보초를 서겠다고 한 이유는 그 외에도 따로 있었다. 원래라면 그도 우리와 함께 마을로 왔어야 했다. 김민진 또한 이 마을에서 도망친 이들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진헌은 그런 그에게 마을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고, 김민진은 그걸 흔쾌히 수락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김민진은 마을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처럼 가족 모두를 이 마을에 두고 온 그였지만, 그는 그걸 딱히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쩌겠어.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김민진의 입버릇이었다.

그 녀석은 길을 걸으면서 굳이 뒤를 돌아보지는 않는 녀석이었다.


"그럼 여기 있던 다른 타행성인들은 어떻게 됐어?"


첫 번째 질문은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전투 방식을 다른 타행성인 종족과 공유하지 않는 이들은 많았다. 알려질수록 오히려 불리했으니 말이다. 레지스탕스도 마나 차단기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입단속을 나름 철저히 했다.


물론 평소에 전투능력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면족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정보를 주지 않는 한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등 뒤로 숨은 두 가면을 쳐다보며 묻자, 웃는 표정과 우는 표정을 한 가면 두 개가 좌, 우로 갸웃거렸다.


"다른 타행성인!?"

"다른 타행성인···?"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원래 이 마을에 있던 타행성인들 말이야.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을 텐데."

"아! 걔들!"

"아···. 걔들···."


다행히 이번에는 대답할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는 아니지만 아직 여기 있지!"

"조금은 여기 있지···."


다는 아니라고?


"일부는 여길 떠났다는 말이야?"

"맞아! 떠났어!"

"맞아···. 떠났어···."


아무래도 그들은 이곳에 계속 남을 자들과 이곳을 떠날 자들로 나뉜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이 마을의 노블을 다 없앴다고는 해도 노블의 마을에서 떡하니 타행성인만 사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마을이 외진 곳에 있다곤 해도 이곳을 찾는 다른 노블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니 말이다. 당연히 의심을 받을 것이고 문제가 생길 터였다.


그러니 아마도 이곳에 남기로 한 이들도 이 마을에서 지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따로 몸을 숨긴 곳이 있으리라.


"혹시 남은 타행성인들은 어디 있는지 알아? 우릴 거기로 안내해줄 수 있을까?"


두고 온 친구와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휑한 마을을 본 뒤 급속도로 쳐졌던 기분이 조금은 올라왔다. 나는 지금, 작은 기대 하나를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누나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만약 누나가 정말 살아있다면, 분명 이 곳에 남았을 것이다. 남은 이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이나 노인과 아이도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누나는 그런 이들을 두고 떠날 수 있는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 따라와! 이쪽이야!"

"그래···. 따라와···. 이쪽이야···."


지금까지 대답을 이리저리 돌린 것과는 달리 면족은 순순히 우리를 타행성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 답했다.


공중에서 흩뿌려질 듯,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연기 덩어리가 둥실둥실, 공중에 뜬 채로 우리 앞을 날아갔다.


확실히 저런 모습이라면 노블에게 실험 당할 일은 없겠네···.


노블은 지구만큼이나 과학이 발전된 곳은 아니었다. 지구였다면 저 연기 같은 기체가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연구가 가능하겠지만 노블에서 그런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종족의 신체 부위를 합쳐서 만드는, 즉 키메라 같은 괴수는 잘 만들었다.


···그만큼 그런 실험을 많이 했다는 거겠지.


그런 생각에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딱히 안 했거든."


고놈 눈치도 참 빠르네.


어째서인지 내 주변에는 눈치 빠른 녀석들만 있는 것 같다.


"눈치가 빠른 게 아니라 네 녀석이 티를 잘 내는 거겠지."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말 안 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그게 눈치가 빠른 거 아니냐."

"대꾸하지 마라 이하현."

"아니 난 뭐 말도 못 하냐."


슬쩍 한마디를 더 하자 역시나 바로 진헌이 옆눈으로 노려봐왔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린 채 걸음을 좀 더 빨리 해 그를 앞질러 갔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물론 진헌은 똥이 아니니 결국 무서워서 피하는 게 맞았다.





"여기에 있어!"

"여기에 있어···."


면족을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 뒷 산 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동굴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던가?"


노블의 심부름으로 뒷산에는 몇 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동굴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다른 일행들을 쳐다봤지만 그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자연적인 건 아니군."

"남은 타행성인들이 임시로 만든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으니."


말이 동굴이지 사실상 커다란 돌 사이에 난 작은 틈이었다. 바위 틈은 성인 남성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아 보였다.


"주변에 보초는 없는 거야?"

"보초는 우리가 서!"

"보초는 우리가 서···."

"너희가?"


하긴 노블의 마을도 쓸었을 정도니 보초야 문제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방법을 이용한 건지 통 말해주질 않으니 완벽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보호해주고 있는 거야!"

"맞아···. 우리가 보호해주고 있어···."


하지만 같은 타행성인이라고 다 털어놓고 지낼 순 없었다. 각자 사정이 있을 테니 굳이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캐물을 순 없었다. 타행성인을 노블로부터 구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다른 타행성인의 괴로움을 모른 척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다른 이까지 챙기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니까 말이다.


배신만 안 하면 되지 뭐.


그게 가장 나쁘다.


"얼른 들어가!"

"얼른 들어가···."


가면 두 개가 공중에 둥둥 뜬 채로 재촉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은 동굴로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너희는 같이 안 가?"

"우리는 거기 안 들어가!"

"우리는 거기 안 들어가···."


대답 한 명만 해주면 안 되겠냐···.


아까처럼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둘 다 대답을 하다 보니 괜히 시선도 분산되어 불편했다.


"왜 안 들어가는데?"

"무서워! 귀신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해!?"

"무서워···. 귀신 무서워···."


오히려 귀신이 너희를 보고 놀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면족의 생김새는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미지의 존재 같은 느낌이라, 볼 때마다 괜히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저런 모습에 하필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라 더 그랬다. 그 때문에 처음 봤을 때는 순간 너무 놀라, 노블은 눈 감고도 알아챌 수 있다는 마나의 흐름도 놓칠 정도였다. 진헌이야 마나를 느낄 수 없으니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만 라비타가 있었다면 두고두고 놀려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걔네는 우릴 싫어해!"

"맞아···. 걔네는 우리를 싫어해···."


하긴 모습만 본다면 악당 같은 느낌이지.


그래도 구해준 이를 싫어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리긴 했다. 하지만 노블도 처음에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멸망으로부터 구원했었다. 그런 노블에게 긴 시간 동안 학대를 받으며 지낸 그들이었으니 그런 반응도 어떻게 보면 이해는 됐다.


"알았어. 그럼 우리만 다녀올게.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결국 면족은 우리가 나올 때까지 동굴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물론 그들을 완전히 믿을 순 없었기에 일행 중 몇은 면족과 함께 동굴 밖에 남았고, 또 다른 몇은 일단 김민진에게 상황을 알리러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잘 다녀와!"

"잘 다녀와···."


등 뒤로 키득키득, 다시금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의 낮은 온도 때문인지 정말 귀신이 웃는 것만 같아 괜히 팔에 소름이 돋았다.


좁은 틈을 지나 어느 정도 들어가자 점점 공간이 넓어지더니 테라도 거뜬히 지나가고도 남을 정도의 통로가 나타났다. 작은 횃불에 의지해 좀 더 깊이 들어가자 이전에 테라와 비엔과 함께 갔던 타행성인 경매장 크기만큼의 너른 공간이 나왔다.


둥근 형태의 공간은 2층의 구조로 되어있었다. 들어온 통로 바로 건너편의 1층 벽에는 거대한 철문이 자리하고 있었고, 1층과 2층의 나머지 벽면에는 작은방 여러 개가 있었다. 사실 방 앞을 가로막은 차가운 철창 때문에 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감옥처럼 보였다. 마치 수용소에 온 것 같았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분명 이곳으로 끌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겨우 도망쳐 그 붉은 골목에서 홀로,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갔으리라.


다시금 떠오르는 붉은 골목의 풍경에 눈을 질끈 감았다.


- 부스럭


하지만 이내 들려온 소리에 눈이 번쩍 띄었다. 금새 사라졌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린 그 소리는 철창이 둘러진 1층의 방 중 한곳에서 났다.


그곳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 횃불을 비추자 방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존재들이 보였다. 그들은 서로 몸을 감싼 채 부들부들 떨며 우리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 유독 익숙한 이가 눈에 들어왔다. 파르르 떨려오는 입술을 억지로 떼어 오랜만에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민주 형."


내 부름에 한 남성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김민진을 닮은, 하지만 그보다는 잘 웃던 검의 눈이 빛을 잃은 채 나를 쳐다봤다. ···김민진이 함께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 있는 건 우리의 가족이었다.

이곳에 두고 간 우리의 죄였다.


그 방뿐만이 아니었다. 이 수많은 방 모두에, 우리의 친구가, 동료가 있었다. 노블에게서 겨우 도망친 그들은 이제는 철창이 둘러진 차가운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니.

갇혀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속았군."


한숨처럼 들려온 진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 쿵!


등 뒤에서 큰소리가 나며 커다란 철문이 내려오더니 들어왔던 통로 쪽 입구를 막았다. 그리곤 그와 반대로 정면에 있던 철문이 점점 열리더니.


"크르르···."


이내 수상하면서도 익숙한 소리와 함께 철문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억지로 서로 다른 것을 끼워 맞춘 듯한, 기괴한 모습의 괴수가 우리를 보며 눈을 꿈뻑였다. 저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그 녀석들뿐이었다.


···면족은 귀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차라리 귀신인 편이 더 나았으리라.


귀신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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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관계. 02 19.05.21 26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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