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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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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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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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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06

DUMMY

"왜 안 일어나지···."


핀셋으로 닫힌 감옥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먼저 건너편 감옥에 쓰러져 있는 타행성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예상대로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내부에 충격이 가해졌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아 마나를 아끼지 않고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리 치유 마법을 사용해도 타행성인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냥 네 실력이 형편없는 거겠지. 겉보기엔 치유 마법이라기보단 빛 마법 같군."

"이래 봬도 잘린 다리도 멀쩡히 붙인 초고급 치유 마법이거든?"

"잘린 다리라고···?"


험악한 말에 회색 눈의 노블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그를 신경 써줄 여유는 없었다. 의식이 없는 이유를 모르는 만큼 되도록 빨리,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야 했다.


"야, 업어."


회색 눈의 노블은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눈만 꿈뻑였다.


"이 타행성인, 네가 업으라고."

"내가 이걸 왜 업어야 하지?"

"여기에 영원히 갇혀있고 싶냐? 형이 하라면 그냥 하라는 대로 해."

"아까부터 형형하는데 네 녀석이 왜 형이지? 그리고 데리고 가고 싶으면 네 녀석이 업어라."

"난 양손 비워둬야 해서 안 돼."

"뭐?"


이런 것도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냐···.


"내가 감옥문 아무렇지 않게 따니까 탈출도 만만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설마 이런 감옥에 문지기 하나 없겠냐? 노블을 가둘 정도면 문지기도 보통 실력이 아닐 텐데,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싸워야 할 거 아니야. 아니면 뭐, 네가 싸우게?"

"······."


당연하게도 회색 눈의 노블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이내 분하다는 듯 말했다.


"···위험하면 바로 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라."

"위험하면 너 버리고 저 타행성인만 데리고 갈 거니까 너나 알아서 판단 잘해."


회색 눈의 노블은 기분이 나쁜지 눈썹을 한껏 찌푸렸지만, 그래도 그 이상 꼬투리를 잡진 않았다. 그도 알 것이다. 그 혼자서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회색 눈의 노블은 겉모습과는 달리, 자신보다 큰 타행성인을 업고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근력이 어느 정도는 있는 모양인지 그는 그저 묵묵히 내 뒤를 따라왔다.


"안 그래도 지하라 어두운 데다 길도 여러 갈래니까 놓치지 말고 따라와."

"알아서 할 테니 가기나 해라."


말본새하고는···.


마음 같아서는 그냥 두고 가고 싶었지만 사실 지금은 그가 있는 편이 더 도움이 됐다. 만약 타행성인을 업고 있는 상태에서 적이라도 만나면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해야 하니 말이다.


"야. 파브리카 씨, 원래도 좀 수상했어?"


아까 그가 파브리카를 향해 안 그래도 여러모로 수상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한 질문이었다.


"그 녀석은 이름으로 부를 가치도 없는 놈이다."

"겉보기에 수상한 점은 없던데."

"···보는 눈이 없군."


말투가 비슷해서인지, 톤이 확연히 달랐음에도 마치 진헌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진헌도 자주,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했었다.


"어떤 점이 수상했는데?"

"모든 게 다. 웃는 것도,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그중 무엇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정도인가?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다른 타행성인들도 그를 이상하다거나 수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녀석이 이상한 요구를 한 적은 없나?"

"그런 적은 없는데···. 오히려 음식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적은 있지."

"···보아하니 네 녀석은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곳에 갇혔겠군."


···아.


바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현재 의식이 없는 저 타행성인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곳으로 끌려왔으리라.


"잘 웃는 데다 친절해서 좋은 타행성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멍청하군."

"허··· 아니, 내가 오냐오냐한다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냐?"

"언제 오냐오냐했다는 거지? 이건 엄연한 착취다."

"타행성인 착취하는 댁이 할 소리는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니 얻어맞은 게 얼마인데 너무 얌전히 내버려 둔 거 같다. 딱밤이라도 한대 거하게 때려주려는데.


"···원래 사기꾼이 더 친절한 법이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 사기꾼이 제일 상냥한 법이지···.


이미 지구에서도 제대로 당한 적이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나는 물론 지구인 모두가, 달이 없는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왜 타행성인 흉내를 내는 거지?"

"말해줄 생각 없으니까 궁금해하지 마라."

"이상한 취미라도 있나 보지? 얼굴도

이상하니 알만 하군."

"노블이면서 발길질하는 네가 할 소리냐?"

"그게 뭐가 문제지?"

"몰라서 하는 소리냐. 너희들은 그런 거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잖아."

"웃기는군. 사용할 수 있는 걸 사용하는 것뿐이다."


와···,

이 녀석도 비엔만큼이나 이상한 놈이네···.


이상한 취향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의 마법 때문일 것이다. 마법으로 타행성인이나 다른 노블 위에 군림할 수가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권력을 표현하려고 한 것일 가능성이 컸다.


물론 전자나 후자나 나쁜 놈인 건 마찬가지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에 곧바로 멈춰 섰다. 회색 눈의 노블이 길을 막는 나를 잠시 짜증스럽게 쳐다봤지만, 가라앉은 분위기에 그도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나루 씨. 이런 곳에 계시면 안 되죠."


어둠 속에서 나직하게 파브리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차가운 복도를 울리는 친절한 목소리만큼이나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그건 파브리카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분명 저 멍청한 노블에게 협박을 당한 거겠죠. 괜찮아요 나루 씨. 제가 보호해드릴게요."


대놓고 무시하냐···.


파브리카는 나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자 나루 씨, 저에게 오세요."


물론 멍청한 노블을 상대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서 손 하나가 나를 향해 뻗어졌다. 새하얀 손바닥이 마치 귀신의 것만 같아 소름이 돋았다.


"···싫다면요?"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파브리카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것과는 다른, 더 낮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제 친구들이 당신을 안내해줄 거예요."


무려 두 마리의 괴수가 파브리카의 뒤에서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이 들어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한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비엔에게 선물 받은, 오늘 열심히 손질한 검이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빛을 냈다.


"야, 위험하니까 물러나있어."


회색 눈의 노블은 미더운 눈치였지만 그래도 착하게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나루 씨, 검을 사용할 줄 아는군요. 몸이 특히나 건강했던 이유가 있었네요."

"제 몸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요. 근데 어쩌죠, 저는 그런 관심은 좀 부담스러워서요."

"하지만 소용없어요. 겨우 검 하나로 뭘 할 수 있겠어요."

"···겨우 검 하나가 아니라서요."


내가 뭐라 하든 자기 할 말만 하던 파브리카도 방금 한 말은 신경 쓰였는지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어둠 속에서 검이 다시 한번 빛났다. 아까의 날카로운 빛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은은한 빛이 검 전체를 부드럽게 감쌌다. 파브리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검과 나를 번갈아봤다.


"죄송한데···, 납치할 타행성인을 잘못 고른 거 같네요."


물론 내 입장에서는 잘 고른 거였지만 말이다.










"아! 뭐가 이렇게 튼튼해!!"


방금 전 자신 있게 떠든 것과는 달리 나는 제법 고전하고 있었다. 그에 내 마법에 잠시 당황했던 파브리카도 금세 냉정을 되찾곤 팔짱을 낀 채 가증스러운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검을 감싸고 있는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치유 마법을 왕창 사용한 뒤라 마나가 얼마 남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괴수 두 마리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크아아아!!!"


어째서인지 괴수는 팔팔했다. 이전처럼 괴수에게 치유 마법을 쓰는 실수를 하진 않았다. 시야 확보를 위해 검을 둘러싸기만 했을 뿐, 마나를 괴수에게 흘려보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괴수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됐다.


"안 돼, 잠깐! 조금만!!"


애타게 소리 질렀지만 이내 검에서 빛이 사라지고 곧바로 어둠이 찾아왔다. 괴수는 그 어둠 속에서도 나를 바로 찾아냈다. 회복력은 물론 후각이나 청각도 발달한 모양이었다.


회색 눈의 노블을 던져주고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순간 익숙한 마나의 기운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에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뒤를 돌아봤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은 데다 마나의 기운이 여전했기에 회색 눈의 노블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터였다.


"야!! 나한테 강화 마법 좀 써줘!"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싫다."


참 열받는 대답이었다. 누구는 죽어라 고생하고 있는데 뒤에 멀뚱히 서서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니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죽고 싶냐!?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나한테···!"

"네 녀석은 그런 마법을 가져서 모르겠지."


하지만 회색 눈의 노블은 단호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같은 노블에게 이용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치유 마법도 강화 마법처럼 일종의 보조 마법이었다. 전투보다는 그를 지원하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같은 보조 마법임에도 그 둘은 명확하게 취급이 달랐다. 치유 마법은 그 위력에 따라 어떤 마을에서는 거의 신 취급을 받을 정도로 우대받는 마법이었다. 타행성인뿐 아니라 같은 노블도 늙거나 병들지 않는 건 아니었기에, 치유 마법이 있는 노블에게는 유독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강화 마법은 달랐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마법. 그렇기에 같은 노블에게 비웃음을 사는 마법 중 하나였다.


테라는 언젠가 강화 마법을 그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건 테라도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너 진짜 멍청한 거 아냐?"

"닥쳐라. 멍청한 건 곧 죽을 네 녀석이지, 내가 아니다."

"하··· 너 진짜 모르겠냐? 네 강화 마법 덕분에 내 마법이 강해지는 거잖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힘들어 죽겠는데 좀 바로바로 알아들으면 안 되냐.


나는 솟아오르는 짜증을 속으로 꾹 눌렀다. 빠르게 뻗어오는 괴수의 팔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최대한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럼 네 마법이 강한 거지 어떻게 내 마법이 강한 게 되냐! 이 멍청아!!"


내 치유 마법으로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없다. 하지만 강화 마법을 받고 내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건 내 마법 덕분일까?


아니다.

그건 강화 마법이 만들어낸 결과이지, 내 마법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결국 사람을 살린 것은 강화 마법이 된다.


내 말에 회색 눈의 노블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굳이 말은 필요 없었다. 그의 몸에서 곧 거센 마나가 끌어 올랐다.


"···이 빚은 나중에 톡톡히 받겠다."

"아이고, 갑자기 입 사는 것 보소. 야, 내가 아까 감옥문 열어줬으니까, 그냥 그걸로 퉁치자."

"내 이름은 야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오만해져있었다.


"내 이름은 아실리움이다."


그의 마나가 나를 향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저 어둡기만 하던 복도에 작은 빛이 생기자 동시에 다른 것도 생겨났다. 파브리카와 괴수 두 마리의 뒤에 자연스레 짙은 그림자가 자리 잡았다.


그림자 속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괴수 하나가 먼저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 남은 하나도 볼품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발목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패어있었다. 괴수의 엄청난 회복력도 송두리째 잘려나간 상처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헉···!"


이내 작은 빛의 끝이 파브리카의 목을 향했다. 단검을 쥔 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파브리카를 한 번, 회색 눈의 노블을 한 번, 그리고 이어 나를 바라봤다.


"···형."


용사님이 우리를 구하러, 아니, 형을 혼내러 왔다.


[루나 오빠?]


···물론 상금을 건 국왕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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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뒤풀이. 19.09.11 14 1 16쪽
65 파티. 06 19.09.05 26 1 14쪽
64 파티. 05 19.09.01 19 0 13쪽
63 파티. 04 19.08.29 24 1 15쪽
62 파티. 03 19.08.25 20 1 13쪽
61 파티. 02 19.08.20 20 1 15쪽
60 파티. 01 19.08.14 2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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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면(面)족. 03 19.06.18 4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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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면(面)족. 01 19.06.10 79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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