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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타행성의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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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작품등록일 :
2019.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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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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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06

DUMMY

"레지스탕스라니···!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았단 말인가!"

"거기다 이단자도 함께라 하지 않소! 이대로는 우리 모두 끝장이오!!"


시종의 말에 파티장 안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노블들은 파티장을 나가기 위해 허겁지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들 중 몇은 파티장의 한쪽 벽면에 급하게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곳이 그들이 들어온 비밀문인 모양이었다.


"어쭈, 이것들이 은근슬쩍 발 빼는 거 보소? 가만히 안 있어?!"


라비타가 그런 그들을 저지하려는데.


"하하···."


엉망이 된 파티장에 조용히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하···!"


우왕좌왕하는 노블들의 모습이 웃긴 것인지, 아니면 이 황당한 상황이 웃긴 것인지, 엘은 목에 검이 겨누어진 위험한 상태임에도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그에 당장이라도 파티장을 떠나려던 노블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정말이지 불한당이 따로 없네요."


여차하면 이대로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엘의 태도는 여전히 느긋했다. 결코 정중하지만은 않은 방법으로 파티장에 침입한 이들이 이단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그도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수적으로 불리하니 마을 전체의 관심을 이곳으로 돌리겠다는 건가요. 무모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한 방법이네요."


엘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파티 내내 미소를 유지하던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찡그러졌다.


"그래요, 아쉽지만 이번 연회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엘이 눈동자만 돌려 사피언스를 바라봤다. 그에 내 목을 강하게 쥐던 힘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설마···!


본능적으로 내 목을 놓는 사피언스의 팔을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그가 억지로라도 내 목을 쥐도록, 최대한 힘을 주어 그의 팔을 내 쪽으로 당겼다.


"미쳤냐, 이 바보야! 죽여달라는 거야 뭐야!!"


라비타가 기겁해서 소리쳤지만 나는 이제는 사피언스의 팔을 껴안다시피 하며 그에게 억지로 매달렸다. 사피언스가 그런 나를 가늘어진 눈으로 내려다봤다.


"어딜 가려, 고···!"


사피언스는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 노블이었다. 그런 그를 이대로 보낸다면 엘은 물론, 여기 있는 노블들 대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내버려 둘쏘냐···!


"누나, 그거···! 그거 사용해요···!!"

"하라니 하긴 한다만, 너도 진짜 제정신은 아니다!!"


눈치 좋은 라비타가 바로 내 의도를 알아챘다. 그녀는 사피언스를 한번 노려보더니 이내 빠르게 주위로 마나를 펼쳤다.


"이게 무슨···!"


순식간에 덮쳐온 라비타의 중력 마법에, 그녀의 근처에 있던 노블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다행히 그들 중 그녀의 중력 마법을 웃도는 마법을 가진 이는 없는 모양인지 별다른 반항은 하지 못했다.


"아오 뭐가 이렇게 넓어···!"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라비타가 있는 곳에서 무대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는 탓에, 안타깝게도 무대 위에 선 엘이나 사피언스는 물론 그 주변에 서있던 노블들은 중력 마법의 사정거리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비엔이 엘의 옆에 있는 한 사피언스도 마음대로 움직이진 못할 터였다. 거기다 굳이 나를 놓고 이동 마법을 쓰려고 한걸 보면, 다른 이와 접촉한 상태에서 혼자 이동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이제 아르바와 노테만 빨리 와주면···!


엘을 붙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루나."


여전히 여유로운 목소리의 엘이 나를 불렀다. 억지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는 나를 향해 무언가를 내밀고 있었다.


"이거, 부술까요?"


자연스레 얼굴이 일그러졌다. 엘의 손바닥 위에서 타행성인의 영혼 구슬이 힘없이, 데구르르 굴렀다.


"그건 싫겠죠. 그러니 제안을 하나 할게요. 그 손만 놓으면 창고에 쌓인 재료는 물론, 저기 누워있는 자들도 두고 가도록 하죠. 소중한 고객을 모두 구할 수 없는 건 저로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들 이해해주시겠죠. ···아, 물론 이 구슬도 드리고요."


선심 쓰는 듯 하는 말에 이를 악 물었다. 얼핏 들으면 우리에게 유리한 제안 같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 많은 타행성인과 노블을 데리고 떠나는 건 어차피 엘에게 있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일부라고는 하나 고객을 구하는 만큼 그들과의 신용도 어느 정도는 유지될 터였다.


결국 이 제안으로 엘이 잃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있어 재료든 고객이든, 어차피 다시 구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비록 영혼이 없다 할지라도 구해야 했고, 그저 하나의 영혼이라 해도 돌려받아야 한다.


"이런 걸 두고 지구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럼에도 엘은 뻔뻔스럽게도 저런 말을 해댔다.


"이 사기꾼이···!"

"저런···, 이런 상황에서는 말을 조심해야죠."


엘이 구슬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작은 구슬은 당장이라도 그의 손안에서 바스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엘의 당당한 태도에 힘을 얻었는지 라비타의 중력 마법의 범위 밖에 있던 노블들까지 하나, 둘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하지···!


정문에서 시간이 지체되는지 노테와 아르바의 마나는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테라 또한 무대 위로 오려면 라비타의 중력 마법을 건너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어차피 우리만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노블을 잡는 건 무리였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실패는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엘을 이대로 놓칠 수도 없었다.


엘을 잡을 기회가 영영 오지 않는다면 어쩌지···. 만약 이대로 그를 보냈다가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긴다면···.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방금 전에 창고에서 보았던, 마치 시체처럼 쌓여있던 어린아이들이 떠올랐다. 사피언스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에 서서히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때.


"루나."


빙빙 도는 머릿속으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언제나의 무표정한 얼굴을 한 테라와 눈이 마주쳤다.


"괜찮아."


그녀의 말을 신호로 양손에서 힘을 쫙 빠져나갔다. 그에 사피언스가 나를 천천히 땅에 내려놓았다.


"···비엔."

"응? 지금 안 죽여?"

"그래."

"에이, 그게 뭐야. 재미없게···."


하지만 투덜거리면서도 비엔 또한 테라의 말에 따라 엘에게서 순순히 물러났다.


"···비엔은 정말 테라의 말을 잘 듣네요. 이대로 영영 저를 못 잡으면 어쩌려고요."


분명 엘에게 있어서는 좋은 상황임에도 그는 조금 일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제안한 주제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그는 불편한 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치만 테라가 괜찮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판단이네요. 당신은 자기주장도 없나요?"

"저번에도 말했잖아. 난 원래 테라 말 잘 들어. 너랑은 다르게 난 착한 아이거든."


분명 악의는 없을 비엔의 솔직한 말에 엘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짧은 순간 테라를 노려봤지만, 이내 바로 사피언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피언스, 나는 괜찮으니까 고객분들부터 데리고 나가."


그에 사피언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라비타의 중력 마법 범위 밖에 있는 노블들을 차례차례, 이동 마법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별 수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어라···?

저거 좀 이상하지 않나···?


조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지금 사피언스가 사용하고 있는 이동 마법의 방식은 우리가 사전에 알아낸 정보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우선 현재 사피언스는 자신을 포함해 세 명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이동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구름다리에서 그가 일행인 타행성인 세 명과 함께 이동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최소 네 명 이상은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을 터였다.


또한 비엔과 전투를 벌였던 여관에서 엘이 사피언스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밖으로 이동한 걸 떠올리면, 굳이 지금처럼 번거롭게 일일이 함께 이동할 것 없이 밖에서 한 명씩 이동시키면 되는 일었다.


후자의 경우, 따로 마법 사용에 제약이 있어 그런 것이라 쳐도, 전자의 경우는 명백한 연기였다.


···아주 명배우가 따로 없네.


하지만 굳이 그 점을 지적할 이유는 없었기에, 일단 사피언스는 내버려 둔 채 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별의 악수라도 하자는 건가요?"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니지 않나? 악수는 됐고, 손에 든 거나 내놔."

"아아, 이거요?"


엘이 손에 쥐고 있던 영혼 구슬을 들어 보였다.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순순히 구슬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걸 집으려는 순간, 무슨 생각인지 그가 다시 구슬을 손안으로 감춰버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마음이 바뀌었어요."

"뭐···?"

"저 많은 재료를 두고 가는데, 이거 하나 정도는 가져가도 되지 않겠어요?"


엘은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구슬을 쥔 손을 아예 등 뒤로 숨겨버렸다.


그래··· 이럴 거라 예상은 했다만··.


그래도 너무 진부한 악당의 모습에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빈 껍데기만 두고 가면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빈 껍데기라니, 그럴 리가요. 루나가 잘못 본 거겠죠. 그저 다들 긴 여행에 지쳐 잠시 잠에 든 것뿐이랍니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글쎄요···. 뻔뻔한 건 초대받지 않은 연회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 당신들이지 않나요?"


엘의 태도에 자연스레 이가 갈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를 제압하고 영혼 구슬을 빼앗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 저 구슬을 부수기라도 하면···.


엄한 타행성인의 영혼 하나만 사라지게 되는 꼴이었다.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이만 갈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로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하나가 아닌 두 종류의 기척은 각기 다른 곳에서, 미미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척 느끼기에도 수상한 기척을 확인해보는 대신 힐끗, 사피언스를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엘의 소중한 고객들을 밖으로 이동시키는 중이었다.


나는 조용히 내밀었던 손을 다시 거뒀다. 엘은 그런 내 행동에, 내가 이만 포기한 것이라 여겼는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포기할 리가 있겠냐.


"네가 노블이라서 잘 모르나 본데."


손목에 찬 마나 차단기를 벗으며 이제는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르게 조금 소름 끼치는 기척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에 온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끼며 허리춤에 찬 검을 손에 쥐었다.


"···원래 한 입으론 두말하는 거 아니야."


- 스르륵


마치 천이 땅에 끌리는 듯한 소리를 신호 삼아 그대로 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거 참, 뻔한 공격이네요."


나름 재빠르게 휘둘렀음에도 그는 한걸음 물러나는 것만으로 손쉽게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야 일부러 그렇게 했으니까!"


애초에 그를 물러서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엘이 뒤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넝마가 된 붉은 커튼 뒤에서 새하얀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쉬이익!"


그건 커다란 뱀이었다. 쩌억 벌린 뱀의 입속은 뱀의 눈동자 색과 같은, 소름 끼치는 독의 색이었다.


"크읍···! 너는···!"


뱀의 날카로운 이빨은 정확히 엘의 손을 물어뜯었다.


"엘!!"


갑작스러운 칸디스의 등장에 순식간에 무대 아래에서 사피언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굳이 그의 모습을 찾지 않았다. 대신 최대한 힘을 실어, 아무것도 없는 엘의 바로 옆을 발로 걷어찼다.


- 퍼억!


그곳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발바닥이 단단한 무언가와 강하게 부딪혔다. 어느새 엘의 옆으로 이동한 사피언스가, 나름 혼신의 힘을 실어 한 발길질을 겨우 한 팔로 막아내고 있었다.


걸렸다···!


그가 공격을 막아낼 거란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내지른 발에 힘을 주며 방금까지 차고 있던 마나 차단기를 사피언스의 팔에 착용시켰다.


"내가 이 정도도 예상 못 할 줄 알았, 냐악···!"


하지만 사피언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는 곧바로 다른 팔로 내 발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뒤로 던져버렸다.


"와악! 루나, 뭐 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그 탓에 애꿎게도 멍하니 서있던 비엔만 나에게 깔려버렸다. 하지만 비엔의 불평을 들어줄 시간은 없었다.


"젠장, 아실리움···! 지금이야!!"


어지러운 시야를 애써 무시하며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그에 무너진 천장 잔해가 가늘게 들썩이더니 이내 그 속에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쏟아진 마나는 정확히 라비타에게로 향했다.


"오냐,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 이거지?!"


라비타는 금세 변화를 알아챘다. 그녀는 아실리움의 강화 마법을 받자마자 그대로 중력 마법의 범위를 무대까지 넓혔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볼 수 있겠죠."


안타깝게도 그녀의 중력 마법보단, 무식하게도 주먹으로 마나 차단기를 박살 내버린 사피언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테라."


어쩐지 애틋하게 들리는 그 말만을 남긴 채, 사피언스와 엘의 모습이 파티장에서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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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외출금지? 19.09.18 14 1 16쪽
66 뒤풀이. 19.09.11 14 1 16쪽
» 파티. 06 19.09.05 26 1 14쪽
64 파티. 05 19.09.01 19 0 13쪽
63 파티. 04 19.08.29 24 1 15쪽
62 파티. 03 19.08.25 20 1 13쪽
61 파티. 02 19.08.20 20 1 15쪽
60 파티. 01 19.08.14 2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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