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헌터 세상의 정원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연재 주기
슬리버
작품등록일 :
2019.02.11 12:54
최근연재일 :
2019.03.24 1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394,788
추천수 :
44,977
글자수 :
254,700

작성
19.03.15 12:05
조회
29,854
추천
1,149
글자
12쪽

생존자들 - 1

DUMMY

지하는 밥만 먹고 돌아간 경백과 달리 점심까지 성호와 주미의 집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잉꼬부부의 귀중한 주말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급적 빨리 돌아가려 했으나 주미가 잡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성호가 그녀를 말렸다

“지하도 좀 쉬게 내버려둬. 남자한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주미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긴 했으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지하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암사자의 품에서 겨우 벗어나니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나무늘보가 전화를 걸었다.

―응, 지하야, 니가 부탁했던 해석 안 되는 문자들 발견했거든?

“오, 진짜요? 사진으로 좀 보내주세요.”

지하는 성호 부부에게 인사하고 가게로 돌아가 선영이 보내주는 사진을 확인했다.

아무도 해석할 수 없었던 문장이 지하의 눈에는 룬어로 보였다.

「추적. 그들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이건 또 뭐야.’

참으로 애매한 룬워드다.

의미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단어에 집중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선영이 뭔데뭔데 하며 재촉해왔다.

―그거 뭐 대단한 의미가 들어있는 건 아니지?

“음, 흔적을 찾는다···뭐 이런 문장인데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럼 뭐 별거 없나보네. 아참, 저번에 있잖아. 흑사자 기사단 업무일지 사게 해달라고 부적 적은 거, 그게 진짜 효과가 있었나봐.

“그래서 사는데 성공했어요?”

―당연히 성공했지! 근데 그날따라 재수가 없었는지 여기저기 부딪치고 넘어지고 장난이 아니었다니까. 호해줘, 호오~

“누난 튼튼하잖아요.”

―흑흑 그래도 연약한 여자인데.

아, 예. 주먹으로 문을 뚫어버리는 사람이 무슨.

지하는 선영과의 대화에서 가설 하나를 유추할 수 있었다.

창조의 스크롤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

흑사자 기사단의 업무일지를 손에 넣고 싶은 소망을 들어주는 대가로 여기저기 부딪치고 넘어지게 하는 불행을 줬다고 하면 넘겨짚기일까?

‘선영이 누나가 아무리 덜렁이라도 계속 넘어지진 않아.’

작은 소망이니까 작은 불행이 닥친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았다.

“하여튼 누나 고마워요.”

―응응, 다음에 그거 부적 또 써줘야 돼, 알았지?

“그럴게요.”

지하는 선영과의 통화를 끝내고 작업실로 가서 잉크병을 꺼냈다.

‘추적···은 변화에 속하겠지?’

어감상 조화나 창조일 것 같지는 않았다.

깃털펫을 그린 잉크에 적시고 무한의 마도서에 룬워드를 써내려가자 새로운 스크롤이 완성되었다.

「변화의 스크롤 : 추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낸다」

이것 참 신기한 룬워드일세.

‘정글에서 쓰면 좋겠네.’

던전에는 정글이나 늪지대 등의 지형도 종종 나온다.

그런 음습한 곳에 적응한 몬스터들은 기상천외하게 매복해 있다가 헌터들을 공격하곤 한다.

놀라운 은폐 능력을 선보이는 그린 서펜트와 늪지대에 가라앉아 있다가 순식간에 덮치는 물텀벙이가 그 예다.

물론 헌터 중에서도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있지만 스크롤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면 참 편할 것이다.

‘문제는 잉크가 별로 없다는 건데.’

도매센터를 박박 긁어서 만든 잉크가 반병도 남지 않았다. 허브를 키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어려웠다.

‘어쨌거나 새로운 룬워드는 좋은 거야.’

지하는 기지개를 켰다.

성호네 부부와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 건 물론 즐거웠지만 역시 남자에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제 내일까진 완벽한 잠수를 해볼 참이었다.

누가 가게에 오면 허밍벨이 알려주니 마음 놓고 쉬어도 된다.

배낭에 짐을 챙기고 각종 조미료도 넣었다.

‘고구마 맛탕이나 만들어 먹어야지.’

지하는 단칸방을 정리한 후 범이를 배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금방 의식이 흐려졌다.


.

.

.


“흐음.”

가느다란 손이 고서적을 뒤적여 한 장의 종이를 분리했다.

범이와 테라드론 나이트가 바닥에 내려앉은 고서적의 지도를 빤히 쳐다봤다.

게헨나 대륙 전도.

아쉽지만 반이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지하는 새로운 고서적을 읽다가 이 지도를 발견했다.

그동안은 각 지방을 부분적으로 나타낸 지도밖에 없어서 답답했는데 갑자기 속이 확 뚫렸다.

‘좀 어설프긴 해도 이게 어디야.’

지하의 시선이 중앙에 위치한 게마르크 제국과 그 남단의 에스트람 왕국을 훑었다.

밑으로 내려가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교묘하게 찢어져서 보이지 않았다.

“니들을 어떻게 움직이면 이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지하의 혼잣말에 나이트가 화들짝 놀라선 범이의 앞발 뒤로 모습을 감췄다.

덩치가 커서 다 보이는데 자기가 커진 줄 모르나보다.

지하는 녀석을 덥석 쥐어선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니들 이 정원에서 순간이동으로 나갈 수 있지? 에스트람 왕궁에도 던전에도 나갔었잖아.”

나이트는 지하의 시선을 외면하지 못하고 끄덕끄덕했다.

“그럼 여기 남부 지방에도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여기 안 보이는 곳 말이야.”

에스트람의 왕궁에도, 지리산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 말은 테라드론의 활동범위에 제한 따위는 없다는 말이 되겠다.

지하가 갑자기 지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지구에 나타나는 각 던전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 들어간 극지 던전은 분명 게헨나 대륙의 북쪽에 위치할 것이다.

지리산을 오염시킨 엘더 리치는 에스트람 왕궁의 남부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면 나중에는 던전이 등장했을 때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어디인지만 알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헌터들이 던전에 들어가서 퀘스트를 받고 몬스터와 싸운다.

지하는 정원에서 에센스를 소비해 그들을 도와준다.

부족한 에센스는 무한의 마도서에 공략집을 써서 보충한다.

뭐 이런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하는 정작 중요한 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바닥에 앉은 나이트가 집게로 나뭇가지를 들더니 보석 그림을 그려냈다.

“아···”

에테르 스톤이 필요하다는 거구나.

하긴 차원이동에 가까운 기술이 공짜일리 없지.

모르긴 몰라도 세계수가 도와주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지하는 배낭 안의 주머니를 뒤적거려 갖고 있는 에테르 스톤을 꺼냈다.

“19개인데 이걸로는 어디를 몇 번 갈 수 있어?”

나이트가 에테르 스톤을 쳐다보더니 바닥에 줄을 세 개 그었다.

또한 대륙 전도에도 원을 그렸다.

이 거리까지 세 번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

물론 군단의 규모는 에테르 스톤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고.

‘가만, 뭔가 될 것 같은데’

테라드론 군단을 대륙 곳곳에 투입시켜서 몬스터와 싸우게 하고 에테르 스톤을 취한다.

그렇게 구한 에테르 스톤으로 더 많은 군단을 투입시키고, 지도를 작성해 나간다.

전투의 부산물인 공략집을 무한의 마도서에 써서 에센스를 확보한다.

에센스로는 테라드론 나이트와 헌터들을 보조한다···

‘이게 가능하긴 한가.’

지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론상으로는 될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지 않는 이상은 모른다.

‘범이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아쉽지만 녀석은 정원 밖의 세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먹고, 자고, 노는 게 생활의 전부였지만 귀여우니까 놔두기로 하자.

지하는 시험적으로 한 곳에 테라드론들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나마 지형이 잘 드러나 있는 곳···여기.’

에스트람 왕궁의 남쪽 숲.

지도상으로는 거대한 강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만약 테라드론이 여기로 갈 수 있다면 강이 하나 보일 것이다.

‘시험해보자.’

지하는 나뭇가지로 지도의 한 부분을 콕콕 찍었다.

“여기로 병력 보낼 수 있지? 몇 마리만 보내도 돼. 그냥 갈 수 있나 확인만 하는 거니까.”

나이트는 긍정의 뜻을 보이고 부하들을 불러 필요한 에테르 스톤을 가지고 땅구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이트를 포함한 세 마리가 정원 밖으로 나가자 안개가 사라지며 새로운 풍경이 보였다.

“우와···”

진짜 강이다.

테라드론 세 마리가 숲을 헤치고 강과 조우했다.

다행히도 주변이 아직 오염되지는 않았다.

지하는 무한의 마도서에 근처의 지형을 대충 그려두고 설명을 기입했다.

‘에스트람 왕궁의 남쪽···강이 굽은 걸 보면 여긴가 보다.’

지도가 정확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일단은 믿고 쓰는 게 낫다.

여러 정보를 적고 있는데 테라드론 나이트가 갑자기 갑각과 날개를 쭉 펼쳤다.

왜 그러나 해서 봤더니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눈에 띄었다.

마차 두 대가 박살나 있었고 근처의 나무가 우수수 쓰러져 있었다.

말로 보이는 뼈다귀가 땅에 반쯤 파묻혔다.

테라드론 나이트가 근처에서 병장기를 찾아내 지하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검이야?”

너무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눈을 바짝 들이대고서야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검이 보였다.

하긴 사슴도 아주 작게 보이는데 검이야 당연히 보기 어렵겠지.

“마차 좀 뒤집어 볼래?”

테라드론 한 마리가 마차를 이리저리 뒤집어 문양을 발견하고 보여주었다.

한 송이 꽃봉오리는 에스트람 왕가의 상징이다.

왕족이 마차에 타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다.

시체나 뼈가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 강을 건너간 것 같기도 하고.

“이거 재미있네.”

정원에 앉아서 게헨나 대륙을 탐색하는 과정은 퍽 흥미로웠다.

오히려 직접 갔었더라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을 것이다.

지하는 테라드론들에게 들어오라고 지시한 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될 것은···’

역시 에테르 스톤의 확보다.

테라드론 군단이 움직이려면 상당량의 에테르 스톤이 필요하기 때문.

‘에센스는 내가 알아서 충당할 수 있어. 하지만 에테르 스톤은 얘네들이 구해줘야 돼.’

어디에서? 몬스터에게서.

하지만 당장은 움직이기가 좀 그랬다.

‘테라드론 얘네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녀석들을 싸우라고 전장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이트 녀석이 자꾸 시선을 회피하는 것만 봐도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분명 세계수의 지시를 받아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겠지.’

외목거인의 던전에 나타나 헌터들을 도운 것이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리자.’


.

.

.


그날 밤.

지하는 세계수의 가지를 꺾어 가게 뒤 공터에 심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고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였다.

정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뭇가지를 심은 것처럼 지구에 심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설마 세계수가 날 미워하진 않겠지.’

나뭇가지 꺾으러 다가갈 때 접근하기 쉽게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설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모종삽으로 공터의 바닥을 파내고 나뭇가지를 심자 은은한 황금색의 광채가 퍼져 나왔다.

“와아···”

지하는 범이와 함께 약간 뒤로 물러나 새롭게 자라난 세계수에 감탄했다.

그 작은 나뭇가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제법 나무다운 외형으로 바뀌었다.

주변의 퀴퀴하던 공기가 사라지고 상쾌한 숲 향기가 지하와 범이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것은 정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너희들을 지켜 주겠다는 세계수의 약속이었다.

곧이어 에테르의 파장이 넓게 퍼졌다.

예전에 범이가 펼친 바 있는 부정의 파장이 아닌 아주 부드러운 긍정의 파장이었다.

그날은 던전이 하나도 열리지 않아 수백만의 서울 시민들이 편안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말

몽이2님, kese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추천 또한 감사드립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 세상의 정원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낮 12시 05분입니다 +5 19.02.18 55,399 0 -
43 월드이터 - 1 NEW +40 9시간 전 12,689 811 14쪽
42 신의 사자 +48 19.03.23 20,069 1,018 16쪽
41 사냥과 육아 - 2 +35 19.03.22 22,967 988 15쪽
40 사냥과 육아 - 1 +61 19.03.21 24,819 1,088 15쪽
39 천연기념물 +40 19.03.20 25,295 1,133 15쪽
38 고래가 준 꿈 - 2 +38 19.03.19 26,533 1,115 13쪽
37 고래가 준 꿈 - 1 +43 19.03.18 26,815 1,113 12쪽
36 생존자들 - 3 +61 19.03.17 28,475 1,171 13쪽
35 생존자들 - 2 +55 19.03.16 29,359 1,144 13쪽
» 생존자들 - 1 +37 19.03.15 29,855 1,149 12쪽
33 농장 이야기 +58 19.03.14 30,202 1,149 13쪽
32 마술사와 마법사 - 3 +35 19.03.13 30,368 1,077 12쪽
31 마술사와 마법사 - 2 +34 19.03.12 30,115 1,099 14쪽
30 마술사와 마법사 - 1 +51 19.03.11 29,999 1,060 12쪽
29 누가 쓴 거야? - 2 +40 19.03.10 30,152 1,089 12쪽
28 누가 쓴 거야? - 1 +74 19.03.09 30,284 1,143 13쪽
27 아낌없이 주는 나무 +48 19.03.08 30,822 1,024 17쪽
26 마법을 드립니다 - 2 +72 19.03.07 30,964 1,014 12쪽
25 마법을 드립니다 - 1 +50 19.03.06 31,680 1,046 14쪽
24 정원 가꾸기 +38 19.03.05 31,738 1,001 12쪽
23 보여주고 싶은 것 - 3 +20 19.03.04 32,343 984 14쪽
22 보여주고 싶은 것 - 2 +24 19.03.03 32,233 985 13쪽
21 보여주고 싶은 것 - 1 +32 19.03.02 32,618 1,025 12쪽
20 오염된 땅 - 3 +28 19.03.01 32,542 1,108 13쪽
19 오염된 땅 - 2 +31 19.02.28 32,505 1,106 13쪽
18 오염된 땅 - 1 +31 19.02.27 33,307 1,001 13쪽
17 예상치 못한 결말 +43 19.02.26 33,706 1,022 12쪽
16 집사가 되다 - 2 +48 19.02.25 33,681 1,037 12쪽
15 집사가 되다 - 1 +59 19.02.24 33,771 1,082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슬리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