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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12 21:15
최근연재일 :
2019.10.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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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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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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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도주가 아닌 도주1>

DUMMY

어느새 태양이 떠올라 동쪽 하늘을 불그레하니 물들이고 있었고, 그로 인해 보천 국경수비대 주변도 찬란한 아침 햇살이 가득 번지고 있었다.


이 원사는 현재 보천 국경수비대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이 원사가 그동안 보천 국경수비대와 수비대장의 관사를 감시했던 장소였는데, 하지만 지금은 AK-74 소총에 부착되어 있는 광학 조준 렌즈를 통해 보천 국경수비대 쪽이 아닌 북서쪽 방향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원사가 바라보고 있는 그곳은 다름 아닌 박옥자의 벌통들이 놓여져 있는 야영지로 보천 국경수비대에서 서쪽으로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이곳에선 북서쪽 방향으로 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정 상사와 빈이는 얼마 전 그곳에 도착해 이미 은신에 들어간 상태였고, 정 상사를 뒤따라간 북한 여성도 어느새 입고 있던 옷이 바뀌어져 있었다. 그 내막인즉 북한 여성이 도망칠 때 입고 있었던 옷은 박옥자에 의해 이미 모깃불에 던져졌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박옥자는 트럭에 가서 가위를 가져오더니 북한 여성에게 몇 마디 말을 하고선 바로 그 여성의 머리카락를 잘라 그 역시 모깃불에 던져 넣고 있었다.


잠시 후 북한 여성의 치렁치렁했던 머리가 감쪽같이 변하더니 금세 단발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잠깐 사이 북한 여성은 옷부터 머리 스타일까지 변모되어 웬만해선 몰라볼 정도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확인한 이 원사는 박옥자를 믿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다시 수비대장의 관사가 있는 동북 방향으로 돌렸다.


북한군들은 아직까지 몰려들지 않고 있었다. 수비대장의 관사 주변으로 그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는데, 하기야 날은 훤했지만 아직은 이른 새벽 시간이었다. 더구나 비상 시국도 아닌 만큼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았을 테니 시간이 지체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잠시간이 더 지나자 그제야 북한군들의 움직임이 하나 둘 포착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대 규모의 인원이 수비대 후문을 빠져나와 수비대장 관사 뒤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소대 규모의 병력 40여 명도 수비대의 담장을 넘어 관사 옆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수비대 안의 연병장에도 꽤 많은 병력이 집결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이 원사는 현재 빈이를 일단 구했다는 안도감과 흥분으로 인해 상당히 들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상황이 막중한 만큼 그러한 감정 상태는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한시바삐 그 들뜬 기분을 가라앉혀야 했는데, 다행히 자신의 현 상태를 자각한 이 원사가 심호흡을 크게 내쉬며 자꾸만 들뜨려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혓다. 그렇게 들떠 오르려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억누르며 이 원사는 그 어떤 때가 도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북한군들의 동향을 지켜보던 이 원사가 드디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사이 북한군들은 관사 가까이 접근해 20여 명은 관사 뒷문과 창문 등을 통해 관사 안으로 진입한 상태였고, 나머지 60여 명은 관사를 둘러싼 형태로 포위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마침내 이 원사의 오른쪽 눈에서 이채가 띠었고, 그렇게 시작된 조준은 AK-74 소총에 부착된 광학 조준 렌즈를 통해 새벽에 설치해 놓은 타깃과 일직선으로 이어졌다. 그 타깃은 다름 아닌 빈이를 구출하기 바로 직전 보일러 창고에 설치한 부비트랩의 손바닥 절반만 한 철판이었는데, 거리는 비록 200m밖에 안 되었지만 타깃이 워낙 작아 결과를 장담하기엔 다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거리였다.


달칵.


이 원사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어느 순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달칵 소리와 함께 소총에서 실탄이 발사되었기에 방아쇠가 당겨졌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사실로 인해 이 원사의 검지 손가락도 움직였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푸욱.


이 원사는 사격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시간을 쟀다.


'1초, 2초, 3초······.'


꽝!


이 원사가 발사한 실탄은 타깃으로 조준했던 철판을 정확하게 맞혔다. 당연히 실탄에 맞은 철판은 흔적도 없이 뒤로 튕겨 나갔고, 그렇게 와이어 로프가 연결되었던 철판이 뒤로 튕겨 나가자 와이어 로프도 강하게 당겨졌다. 물론 당겨진 와이어 로프 반대 편엔 수류탄의 안전핀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수류탄의 안전핀도 순식간에 뽑혀 사라진 건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렇게 수류탄의 안전핀이 뽑혀 나가자 스프링 제어가 풀리면서 수류탄의 공이가 뇌관을 쳤다. 그러자 그 즉시 뇌관에서 불꽃이 점화되어 수류탄 안의 TNT 폭발물을 향해 타 들어갔다. 그리고 약 3.5초 후 TNT 폭발물에 도달한 불꽃은 마침내 수류탄을 터지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터진 수류탄의 폭발력은 보일러 창고에 거대한 불꽃을 일으켰다. 보일러 창고가 그렇게 순식간에 거센 불길에 휩싸이고, 잠시의 시간이 더 지나자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나며 보천 국경 수비대장의 관사 일부가 굉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꽈꽝!


거센 화염에 버티지 못한 크레모아가 마침내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자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또다시 치솟아 올랐고, 그렇게 수비대장 관사가 불바다로 변해 가자 유류가 담긴 드럼통들도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펑! 퍼엉······.


거대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계속되자 관사 안으로 진입했던 북한군들 중에 네댓 명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고, 보일러 창고 쪽을 포위하고 있던 북한군들 상당수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렇게 보천 국경 수비대장 관사는 시뻘건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초토화가 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커다란 불길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 치솟았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변화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보천 국경수비대 정문 쪽에서 북한군들이 떼지어 쏟아져 나온 것인데, 이 원사는 그중에 장교로 보이는 북한군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된 실탄은 여지없었다. 이 원사가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맨 앞의 북한군 인솔 장교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러자 떼지어 쏟아져 나온 북한군들은 곧바로 우왕좌앙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하긴 총성이 없었는데 인솔 장교가 쓰러졌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북한군 병사들은 잠시나마 오합지졸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원사는 AK-74 소총의 소음기를 분리했다. 그리고 다시 조준을 했는데, 이번에 조준한 타깃은 사람이 아닌 손바닥 절반만 한 철판이었다.


조준을 마친 이 원사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꽈꽝!


이 원사가 발사한 실탄은 이번에도 타깃으로 조준한 철판을 정확하게 맞혔다. 실탄에 맞은 철판은 여지없이 와이어 로프를 당기며 뒤로 튕겨 나갔고, 그와 동시에 수류탄의 안전핀도 뽑혀 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안전핀이 사라지며 제 기능을 상실하자 이번에도 역시 스프링 제어가 풀려 수류탄 공이가 뇌관을 쳤다. 그런데 그 순간 수류탄 공이 부분과 뇌관 부위에 연결되어 있는 크레모아의 두 전선이 접지를 일으켰다. 그렇게 접지를 통해 건전지의 전류가 크레모아의 뇌관에 흐르자 크레모아가 그 즉시 폭발을 일으키며 자신의 살상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껏 뽐내 보였다.


그리고 약 3초 정도의 딜레이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수류탄이 터지며 자신의 폭발력도 만만치 않다고 과시를 했다.


꽝!


폭발이 일어난 지점은 수비대 정문에서 관사 쪽으로 약 8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그 주변 일대는 서 있는 물체가 없었다. 다시 말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북한군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조리 쓰러져 있었다.


이 원사는 폭발 지점을 살펴본 후 다시 북한군들의 동태를 살폈다. 북한군 병사들은 다들 하나같이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약간 뒤쳐져 나온 북한군들은 사실상 말짱한 상태였다. 다만 폭발음이 들리며 앞선 병사들이 꼬꾸라지자 그저 본능적인 행동으로 엎어져 있을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북한군들의 동향을 세밀히 살핀 후 이 원사는 AK-74 소총 바로 옆에 중국 창바이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처치하고 획득한 마카로프 권총을 꺼내 놓았다. 그런 다음 아직까지도 갈피를 못잡고 갈팡질항해 대는 북한군들을 향해 AK-74 소총으로 한 발을 발사했다.


탕!


그리곤 곧바로 권총을 집어 들고 두 발 발사했다.


탕! 탕!


소총 사격 시엔 북한군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했지만 권총 사격 시엔 허공에 대고 쏘았는데, 조금은 난해하게 비춰지는 행동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두 번 정도 반복한 이 원사는 서둘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부터 콩을 볶는 듯한 요란한 총소리가 사방팔방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 원사는 그렇게 총소리를 빌려 자신의 위치를 일부러 노출시켰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해 최소한 한두 명이 더 있다는 트릭을 쓰기 위해 권총 사격까지 병행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총에서 나는 총성과 권총에서 나는 총성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그런데다가 맨 처음 북한군 인솔 장교가 총성도 없이 사살되었기에 적의 숫자를 세 명 이상으로 파악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만약 북한군들이 적의 인원을 세 명 이상이라고 감정적 판단을 하게 되면 이 원사의 의도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성공한 거나 진배없었다.


어찌 되었든 뒤로 물러난 이 원사는 사전에 설정해 놓은 도주로를 따라 지체 없이 달렸다. 뒤쪽에선 요란한 총소리가 여전했는데, 잠시 총성이 멎는 듯하다 다시 이어지고 다시 멎었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도주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 이 원사의 귀에서 총성이 점점 멀어져 갔다. 그만큼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는데,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주하는 쪽은 전력을 다해서 뛸 것이고 추격하는 쪽은 혹시나 있을 매복 때문에 조심조심히 추격하다 보니 그렇게 거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예기치 못한 매복을 만나면 추격하는 쪽에선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었기에 추격 속도가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불가부득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원사가 지금 북한군들과 거리를 벌리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도주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전력으로 거리를 벌리는 이유는 자신이 최소한 일인이역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고, 또 자신이 준비해 놓은 부비트랩도 적절히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하려면 전제 조건으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일단 거리부터 벌리고 있는 중인데, 물론 부비트랩을 이요하려면 미리 보 두었던 장소에 먼저 도착해 유리한 장소를 선점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자세하게 지켜볼 수가 있었고, 그렇게 지켜봐야만 시의 적절한 때 부비트랩을 작동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한 까닭에 이 원사는 쉬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 * *




'후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그야말로 천운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인데,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하니 간담이 서늘하기만 했다.


새벽녘쯤 되었을 때 어렴풋이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여타 소란스러운 소음에 잠을 깼다. 하지만 너무 뜬금없는 소란이었기에 처음엔 잘못 들었다 여기고 무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집중해 들어 보니 자신의 집 안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렇게 집 안에서 나는 소리라는 게 확인되는 순간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나 방문 틈으로 밖을 살펴보니 방 밖엔 이미 자신의 부하들이 피를 흘리며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목불인견이 따로 없었다.


'허억! 도대체 이게 뭐야?'


곧바로 방문에서 물러나 부리나케 겉옷을 걸치고 자신의 권총을 들었다. 그리고 침대 아래에 쪼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잡아채어 방 한가운데에 서 있게 했다. 그 여성은 어젯밤 수용소에서 강제로 데리고 온 여성으로 자신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여하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그렇게 황급히 대응 준비를 마친 뒤 아쉬운 대로 침대를 은폐 엄폐물로 삼아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방문만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방문을 노려보는 자신의 시선엔 권총의 가늠자와 가늠쇠가 일직선을 이루고 있었다.


'감히··· 본때를 보여 주마.'


비록 임시졸판이었지만 나름대로 그렇게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잠시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방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웬 중년의 사내가 소총을 들고 문지방까지 들이닥쳤다가 방 한가운데의 여성을 발견하고는 주춤거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그 사내는 무척이나 영민했고, 게다가 행동까지 민첩했다. 사내가 함정을 눈치 채고 날다람쥐처럼 잽싸게 물러나는 바람에 세 발을 쐈는데도 불구하고 헛탕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헛총질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총질에 상대가 곧바로 대응 사격을 해 왔다. 자신 또한 위치를 고수하며 응사를 했는데, 하지만 재수가 옴 붙었는지 한 발을 맞고 말았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우신조나 천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피해 갔기 때문인데, 대신 왼쪽 귀를 내줘야 했다.


'이런 개 같은······.'


그 즉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렇게 사방으로 튀는 피를 보자 이러다가 몇 발을 더 맞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더욱이 그 와중에 얼핏 따져 보니 자신의 방 안은 고립무원이나 다름없었다. 다시 말해 집 안의 맨 끄트머리라 사방이 고립되어 있어 도움 받을 길이 전혀 없었다. 그런 만큼 위험천만한 악조건으로 둘러싸인 사면초가의 형국이었다.


'자칫 이러다··· 안 돼!'


결국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득이한 선택을 하고 그 즉시 창 밖으로 몸을 날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 볼 때 그 당시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비록 비겁할지언정 그 방법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다음부터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혼미하기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보니 자신은 수비대 안의 의무과에서 귀를 치료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응급 치료가 모두 끝나자 곧바로 수비대 전 병력을 대상으로 비상경보를 발령하며 그와 더불어 가동 순찰 2개 소대를 자신의 공사로 보내 침입한 적을 한시바삐 소탕하라고 당직 군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실 방금 전 발생한 전대미문의 침입 사건에 대해선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런 미증유의 침입 사건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갑자기 이런 미증유의 침입 사건이 발생했으니 뻔할 수밖에 없었다. 일언이폐지하고 이번 침입 사건의 원인으로 짐작할 만한 건, 아니 지목될 만한 건 오로지 남조선 청년 그놈밖에 없었다.


'분명 남조선 청년 그놈 때문인데, 그렇다면 보통 큰일이 아닌데······.'


이번 침입 사건의 중심에 남조선 청년이 있다고 그렇게 최종적인 판단을 하고 보니 자신의 발등에도 이미 불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였기에 엄청나게 큰불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껏 미뤄 왔던 보고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상부에 보고를 미룬 채 더 이상 같이 배 밖으로 나오는 모함을 감위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런 부득이한 이유 때문에 혜산에 있는 도보위성과 역시 혜산에 주둔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제 201 군부대 사령부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책임 회피 차원의 보고였기에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그저 형식적인 보고만 간단히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그게 여의치 않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외려 자시의 바람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말았는데, 원체 찔리는 게 많다 보니 그리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구렁이 허물 벗듯 하나하나 보고하는 동안 무능력한 지휘관으로 폄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육두문자를 다 들어야 했다.


애초 의도와 달라도 너무 달랐고, 그렇게 진땀을 빼며 가까스로 보고를 마치고 나자 속에서 울화통이 터지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분기탱천한 심정에 자신이 직접 앞장서기로 마음먹고 연병장으로 막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웬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보고가 부리나케 올라왔는데, 보고에 의하면 자신의 공사 일부분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풍비박산이 난 데다가 거센 화염이 공사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했다. 그분만 아니라 최초로 출동시킨 기동 순찰 2개 소대도 자신의 공사와 같은 신세라고 했다.


'이, 이 썅··· 으드득······.'


보고를 받는 내내 이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자신의 공사를 침입한 놈들을 때려잡아 사지를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이 그야말로 굴뚝같았고, 그럴려면 속히 쫓아가야 했다. 그래서 불고전후하고 연병장에 집결해 있는 병력 중 2개 중대를 먼저 선발대로 출동시켰다.


그러나 2개 중대가 수비대 정문을 나서고 잠시 후에 또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요란한 총성이 시작되었는데, 그렇게 연이어 들려오는 폭발음과 총성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까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으음······."


강일중은 이처럼 심상치 않은 기분과 불길한 예감에 침음을 흘리며 첩첩산중이 시작되는 눈앞의 산자락을 막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강일중이 그렇게 무심코 바라본 산자락의 그곳엔 이 원사가 숨을 죽인 채 산 아래의 북한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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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에필로그> 19.10.09 167 6 4쪽
72 <산수 병풍의 삼수갑산> 19.10.08 141 5 23쪽
71 <사격의 진수> 19.10.07 132 5 32쪽
70 <도주가 아닌 도주2> 19.10.04 132 6 18쪽
» <도주가 아닌 도주1> 19.10.03 126 6 19쪽
68 <구출 작전> 19.10.02 126 6 28쪽
67 <보천 국경수비대3> 19.10.01 126 5 19쪽
66 <보천 국경수비대2> 19.09.30 128 4 17쪽
65 <보천 국경수비대1> 19.09.27 168 5 16쪽
64 <못된 짓의 대가3> 19.09.27 129 6 18쪽
63 <못된 짓의 대가2> +1 19.05.17 193 7 18쪽
62 <못된 짓의 대가1> 19.05.16 178 7 16쪽
61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3> 19.05.15 156 6 13쪽
60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2> 19.05.14 184 6 23쪽
59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1> 19.05.13 152 6 18쪽
58 <북한 잠입3> 19.05.10 157 6 15쪽
57 <북한 잠입2> 19.05.09 187 6 10쪽
56 <북한 잠입1> 19.05.08 170 6 20쪽
55 <변경되는 작전 계획4> 19.05.07 160 5 11쪽
54 <변경되는 작전 계획3> 19.05.06 164 6 15쪽
53 <변경되는 작전 계획2> 19.05.03 158 5 19쪽
52 <변경되는 작전 계획1> 19.05.02 171 7 13쪽
51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5> 19.05.02 181 6 4쪽
50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4> 19.05.01 178 7 15쪽
49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3> 19.04.30 179 7 16쪽
48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2> 19.04.29 180 6 8쪽
47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1> 19.04.25 195 6 15쪽
46 <응징7> 19.04.24 215 6 8쪽
45 <응징6> 19.04.23 190 7 17쪽
44 <응징5> 19.04.22 194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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