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12 21:15
최근연재일 :
2019.10.09 16:57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31,297
추천수 :
590
글자수 :
494,197

작성
19.03.14 18:22
조회
402
추천
8
글자
18쪽

<이 원사와 정 상사2>

DUMMY

* * *


비릿하게 풍겨 오는 바닷가 특유의 냄새로 말미암아 이 원사가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과거를 잠시 회상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떠나갈 듯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하하핫, 형님!"


그야말로 정겨운 목소리였고 언제나 그리웠던 목소리였다. 그만큼 이 원사에겐 더없이 반가운 목소리로,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정진원 상사였다. 정 상사는 이 원사가 친 동생처럼 아끼고 좋아하는 군대 후배였다.


'목소리도 그렇고, 기질도 그렇고··· 여전하군.'


세상이 떠나갈 듯한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며 한달음에 달려온 정 상사는 얼굴에 함지박 만한 함박웃음을 매달고 있었다. 그렇게 얼굴 전체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정 상사는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설마하니 내가 온다고 했는데도 그새를 못 참고 벌써 한잔 걸친 거냐? 먼 길을 왔건만······."


이 원사가 반가움을 다급히 숨기며 마치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지그시 모으더니 퉁명스런 한마디를 쏟아 냈다.


"예?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형님, 한 병도 아니고 한 잔술로 간에 기별이나 가겠습니까?"


이 원사의 떨떠름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 상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농담 섞인 말로 대꾸를 했다.


"뭐라고? 간에 기별? 나 이대로 다시 돌아가랴?"


"헉! 아니 형님, 왜 남의 동네까지 오셔서 초상을 내려고 하십니까? 내가 아는 경후 형님이 맞습니까? 몇 개월 사이에 왜 그리 심보가 고약해지셨습니까?"


"뭐, 초상? 죽은 사람 장사 지내는 거 말이냐?"


연이어진 정 상사의 알쏭달쏭한 말에 선뜻 이해가 안 되는지 이 원사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넌지시 반문했다.


"그럼 당연히 그 초상이지, 설마하니 첫서리 초상이나 사진 속 얼굴의 초상을 말씀드렸겠습니까?"


의아해 하는 이 원사의 표정에도 정 상사의 입에선 여전히 아리송한 말만 쏟아져 나왔다.


"끄응, 너야말로 쉬운 말 놔두고 자꾸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할래?"


계속되는 정 상사의 농지거리에 이 원사가 끝내 앓은 소리를 앞세우며 목소리를 다소 높였다.


"내가 뭐 귀신인가?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게··· 방금 형님께서 그냥 돌아가실 듯이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이 원사의 까칠한 반응에 피식하고 실소를 흘린 정 상사가 혼잣말하듯 한마디를 중얼거리다 이내 얼버무리곤 다른 한마디를 다시 쏟아 냈다.


"그게 초상하고 뭔 상관인데······."


"허어, 왜 상관이 없습니까. 형님께서 여기까지 오셨다가 그냥 가시면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당장 이 자리에서 머리 처박고 죽을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게 초상 나는 거지 뭐겠습니까. 허험!"


아주 오래전부터 이랬다. 정 상사에게 만만한 사람은 이 원사가 유일무이했다. 다시 말해 예전부터 오직 이 원사만이 정 상사에게 만만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불변의 법칙이라도 존재하는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관계는 변함없이 여전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전함 때문에 이 원사가 지금 작게나마 구김살 없는 미소를 피워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원사의 요즘 근황은 비통한 심정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는데, 이게 다 이 원사를 만만히 여기는 정 상사의 정겨운 넉살 덕분이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요상한 말로 이 원사에게 넉살을 떨고 있는 정 상사는 40대 중반쯤 보이는 외모에 의외로 야무진 인상이었고 체격 또한 꽤 우람하면서도 탄탄해 보였다.


사실 정 상사는 야무진 인상만큼이나 책임감도 무척 강하고 전투 수행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났었다. 이 원사가 정 상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정 상사의 그런 면면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고, 그만큼 정 상사의 군 생활이 훌륭했다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했다.


요컨대 평상시 부대 업무도 항상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했고 훈련 시에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언제 어느 때라도 늘상 그 책임을 다하는 정 상사였다. 한마디로 전천후 군인으로서 그 어떤 일도 감당할 수 있는 매사가감한 정 상사였다.


그러나 이 원사가 정작 마음을 주게 된 결정적 이유는 다름 아닌 정 상사의 의리와 인정 때문이었다. 흔히 세인들이 말하는 의리 빼면 시체 같은 인간이 바로 정 상사였다. 그 정도로 의리를 중요시하는 정 상사는 사실 의리뿐만 아니라 인정도 차고 넘치는 인간이었다. 의리와 쌍벽을 이룰 만큼 '정 상사'하면 의리 다음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인정이었다. 다만 정 상사 성격상 그 인정 씀씀이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의리 많고 인정 많은 정 상사가 3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이 원사 옆에 달라붙어 이 원사를 들었다 놨다 하며 이 원사를 울리고 웃기고 했었다. 정 상사가 그렇게 이 원사를 들었다 놨다 하며 울리고 웃긴 그 마지막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세월의 빠름을 새삼스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이 원사와 정 상사가 친형제처럼 지낸 시간도 어느덧 25년 세월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정 상사, 그나저나 흰소리는 그만하고 네 누이의 횟집으로 앞장이나 한번 서 봐라. 나도 술 한잔해야겠다."


이 원사가 짐짓 정색을 하며 정 상사에게 뜬금없는 한마디를 건넸다.


"예? 형, 형님께서 대낮부터 술을요? 웬, 웬일이십니까?"


이 원사가 난데없이 술 얘기를 꺼내자 정 상사가 해연히 놀라며 다급히 되물었다.


"뭐가 웬일이라니? 아, 술 말이냐?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돌아가셔서 그런다."


"네?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원사의 알다가도 모를 말에 정 상사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차 되물었다.


"낮술 처마시면 애비 어미도 못 알아보니 낮술 같은 건 되도록 마시지 말라는 그런 말이 있잖냐."


"예? 그게 무슨··· 자꾸 말도 안 되는 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계속하실 겁니까?"


정 상사가 방금 전 이 원사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받아치면서 희떠운 눈으로 이 원사를 쳐다봤다. 그러나 정 상사가 그렇게 아니꼬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봐도 이 원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


"말귀가 그리 어두워서야··· 나는 알아볼 아버지나 어머니가 모두 돌아가셔서 안 계시니까 낮술 마셔도 된다는 말인데, 왜 이래도 말이 안 되냐?"


"허어··· 지금 그게 말입니까, 말걸리입니까? 그런 어쭙잖은 말은 또 누구한테 배우셨습니까? 혹시 한규천 상사 그놈한테 배우신 겁니까? 나 원, 어쩐지 수준이 떨어지더라니······."


"응? 한 상사? 그놈 아닌데··· 나한테 그런 걸 가르쳐 준 사람을 함부로 밝히기가 좀 그렇다만, 네 말대로 수준 떨어지는 놈이 한 놈 있기는 있다. 아, 정 상사 너도 아마 잘 알 텐데. 너하고 똑같이 생긴 놈이니 말이다. 허험!"


이 원사의 농지거리에 정 상사는 별일이라는 듯이 이 원사를 다시 한 번 빤히 쳐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원사의 말과 행동이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 * *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횟집 안은 몹시 분주했다. 정 상사의 누이 동생이 운영하는 횟집이었는데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반갑게 알은체를 하는 걸 보니 정 상사 누이 또한 정 상사 못지않게 의리와 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모양이었다.


정 상사 누이와 간단한 수인사를 마치고 횟집 안에서도 분주함이 조금 비껴진 구석진 탁자에 이 원사와 정 상사가 자리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이 원사와 정 상사가 앉아 있는 탁자엔 음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만반진수가 따로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상사의 누이는 옆 탁자까지 끌어다 붙여 놓고 자꾸만 음식을 내어 오고 있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미상불 정 상사와 꼭 빼닮아 보였다. 아니, 빼닮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 것 같았다.


여하튼 이 원사와 정 상사가 마주한 탁자엔 어색한 침묵만큼이나 고요한 시간이 소리 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고요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빈 소주병도 하나 둘 늘어만 갔다. 그렇게 빈 소주병이 다섯 개가 되자 정 상사는 비로소 때가 되었다는 듯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곤 이 원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사실 정 상사는 이 원사를 처음 본 순간 그때 바로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감지되었기에 지금까지 꾹 참고 있다가 이제야 드디어 어렵게 입을 뗀 것이다.


"일은··· 무슨 일······."


이 원사의 어물쩍거리는 모습과 신통치 않은 대답에 정 상사가 곧바로 고함을 지르듯 이 원사를 불렀다.


"형님!"


"아이고 귀청아! 귀청 떨어지겠다."


"그러니 어물쩍거리지 마시고 빨리 말씀해 보십시요.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하여튼 그놈의 눈치는··· 나 전역했다."


"네? 뭐라고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께서 왜, 왜 전역을 하셨단 말입니까?"


전역했다는 이 원사의 말에 정 상사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화등잔만 해진 눈을 하곤 다급하게 이것저것을 연거푸 캐물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빈둥거리며 살고 있는 네가 부러워서 나도 전역 지원서 냅다 던져 놓고 그냥 뛰쳐 나왔다."


정 상사는 현재 현역 군인이 아니었다. 현역이 아닌 예비역이었다. 3년 전 이 원사가 그토록 극구 반대를 하며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상사는 이 원사의 만류를 단칼에 베며 전역을 선택하고 곧바로 감위해 버렸다. 그리곤 이 원사의 곁을 훌쩍 떠나 버렸다.


하기야 역지사지로 이 원사가 그 당시 정 상사 입장이었더라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정 상사의 선택과 똑같았을 게 틀림없었다. 사실 그 당시 상황이 그리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만큼 정 상사의 전역엔 피치 못할 아픈 사연이 내포하고 있었다.


3년 전 이맘때쯤이 정 상사 아버님의 기일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육군본부 전투지휘검열 기간이었다. 이때만큼은 부대원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예외가 될 수 없었기에 정 상사도 부대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정 상사의 부인만이 딸을 태우고 제사를 지내러 가다가 도중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 교통사고로 인해 정 상사의 부인과 딸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 충격과 슬픔으로 정 상사는 하루가 다르게 폐인으로 변해 갔고, 불과 두어 달 만에 알코올 중독이 어떤 것인지 그 적나라함을 고스란히 보여 줄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가던 정 상사는 패가망신 바로 직전에서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즉시 전역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군에 얽매여진 자신 때문에 소중한 부인과 딸을 잃었다는 자책의 선택이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유난히 정이 많은 정 상사로서는 사랑했던 부인과 딸의 죽음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잊지 못하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 상사라면 평생을 그렇게 부인과 딸을 아프게 기억하며 살 사람이었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 바로 정 상사였다.


"형님, 형님답지 않게 언거번거하지 마시고 사실대로 말씀해 보십시요."


"······."


"형님, 형님하고 제가 어제 처음 만나서 오늘 하루만 알고 지낸 사이입니까? 벌서 25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만큼 형님이 저 문 앞에서 콜록대시면 형님께서 진짜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주변 상황에 뭔가 못마땅한 게 있어서 그러시는 건지 제가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습니까?"


이 원사는 정 상사를 만나러 이곳 보령으로 오기까지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뿐만 아니라 그 고민에서 비롯되는 심적인 갈등도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고민과 갈등은 다른 게 아니었다. 빈이를 구하러 가려면 자신의 계획을 정 상사에게 모두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정 상사를 생각하면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일에 입도 벙긋하지 말고 굳게 함구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만약 정 상사가 알게 되면 만사 제쳐 놓고 득달같이 달려들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 상반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원사의 현재 입장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었다.


'그런데다가······.'


이 원사가 만약 어떤 결정을 하게 되면 그 결정은 빈이와 정 상사의 중간에서 저울질 아닌 저울질로 결정되는 것 같아 더더욱 그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지만 빈이와 정 상사는 이 원사에게 있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질 수 없는 평행 추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 원사의 현 입장이 이렇다 보니 이 순간에도 고민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원사의 그런 고민과 갈등은 사실 말짱 도루묵이나 다름없었고 부질없는 헛고생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빈이와 정 상사 사이에 있는 이 원사로선 단언컨대 평생이 가더라도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할 게 뻔했고, 결국 영원히 끝낼 수 없는 고민과 갈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이 원사는 현재 쓸데없는 헛수고를 하며 공연스레 헛심만 빼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실 이 원사가 당금의 상황을 정 상사에게 이야기만 하면 정 상사는 이 원사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게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원사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정 상사가 먼저 앞장설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사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더더욱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님, 아까 처음 뵐 때부터 이미 형님 얼굴엔 무슨 일이 있다고 대문짝만 하게 써 있었습니다. 그러니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어서 허심탄회하게 전부 털어놔 보십시요."


소위 말하는 '촉'이라고 하는 촉각이 예전부터 남달리 뛰어났던 정 상사였다. 그런 정 상사에게 이미 포착이 된 이상 이 원사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움을 요청하고 안 하고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빈이의 납북 사실이라도 정 상사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 줘야 할 것 같았다.


"··· 놀라지 말거라."


"······."


"빈이 녀석이··· 9일 전 백두산 인근 중국 칭린이라는 곳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간 것 같다."


"네에? 빈, 빈이가··· 뭐가··· 뭐가 어떻게 됐다고요?"


정 상사는 빈이의 납북 소식을 듣자마자 마치 제자리높이뛰기라도 하듯 펄쩍 뛰어올랐다. 정 상사가 그렇게 불에 덴 듯 펄쩍 뛰며 놀라는 건 당연했다.


정 상사는 이 원사의 두 아들인 빈이와 혁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예뻐하며 유난히 끼고돌았다. 정 상사가 그렇게 이 원사의 두 아들에게 유난을 떨었던 건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 상사 자신의 따뜻한 심성을 주체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이 원사를 믿고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그 존경심에서 비롯된 영향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도 없지 않았다. 더구나 이 원사를 자신의 친형처럼 여기고 있었던 정 상사였기에 이 원사의 두 아들 역시 자신의 친 조카라고 여긴 내리사랑도 한몫 톡톡히 더해져 더 유별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나침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이 원사의 두 아들을 예뻐했던 정 상사였다. 물론 정 상사가 이 원사의 두 아들을 그렇게 예뻐했던 만큼 이 원사의 두 아들인 빈이와 혁이도 그런 정 상사를 무척이나 잘 따랐다. 그 때문에 정 상사는 항상 어미 닭 신세가 되어야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빈이와 혁이가 정 상사를 볼 때마다 마치 어미 닭을 좇아다니는 병아리마냥 정 상사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랬던 두 녀석 중 큰 녀석인 빈이가 납북되었다고 하니 정 상사의 정신이 지금 온전할 리가 없었다. 정 상사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고, 생벼락도 이런 생벼락이 없었다. 중국으로 유학 떠난다고 전화 온 게 엊그제 같기만 한데 납북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은 소식이었고,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정 상사는 마치 뇌 기능이 꼬여 버린 양 멍한 눈빛과 멍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마저 붕괴되고 있는지 일주일 전 이 원사가 그랬던 것처럼 얼빠지고 넋 나간 모습으로 점점 변해 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민간 작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응징4> 19.04.12 282 6 14쪽
42 <응징3> 19.04.11 277 6 14쪽
41 <응징2> 19.04.10 283 6 15쪽
40 <응징1> 19.04.09 319 6 15쪽
39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5> 19.04.08 275 7 10쪽
38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4> 19.04.05 293 8 13쪽
37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3> 19.04.04 271 8 12쪽
36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2> +1 19.04.03 350 8 14쪽
35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1> 19.04.02 303 8 11쪽
34 <러시아의 국경 너머 중국3> 19.04.01 329 10 13쪽
33 <러시아의 국경 너머 중국2> 19.03.29 304 8 10쪽
32 <러시아의 국경 너머 중국1> 19.03.28 302 9 17쪽
31 <북녘 동포2> 19.03.27 318 8 14쪽
30 <북녘 동포1> 19.03.26 325 8 22쪽
29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6> 19.03.25 347 7 11쪽
28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5> 19.03.22 356 8 13쪽
27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4> 19.03.21 346 8 13쪽
26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3> 19.03.20 353 7 19쪽
25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2> 19.03.19 387 8 13쪽
24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1> 19.03.18 387 9 13쪽
23 <이 원사와 정 상사3> 19.03.15 378 11 12쪽
» <이 원사와 정 상사2> 19.03.14 403 8 18쪽
21 <이 원사와 정 상사1> 19.03.13 419 8 18쪽
20 <북녘에서의 인연4> 19.03.12 435 8 18쪽
19 <북녘에서의 인연3> 19.03.11 420 7 18쪽
18 <북녘에서의 인연2> 19.03.08 432 8 12쪽
17 <북녘에서의 인연1> 19.03.07 489 9 11쪽
16 <국경 사이로 흐르는 강3> +1 19.03.06 520 9 17쪽
15 <국경 사이로 흐르는 강2> 19.03.05 525 8 14쪽
14 <국경 사이로 흐르는 강1> 19.03.04 587 7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