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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니크인데 무한 스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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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빈
작품등록일 :
2019.02.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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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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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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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계.

DUMMY

*******************





상황은 강호명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맨 처음 제네엘 대신 그 여시종이 상대하겠다며 나섰을 때만 해도 그는 별걱정이 없었다. 날 모욕하는 거냐고 화를 낼 생각조차 없었다.


강자가 무례한 도전자를 직접 상대하기 전에 자기 부하부터 보내는 건 어느 의미 당연한 일. 강호명 본인도 그렇게 도전자의 실력을 시험한 적이 있어서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그리고 또한 이런 시험을 통과하는 것 역시 어느 의미 당연한 일이었다. 무계라면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소싯적의 기억을 떠올린 강호명은 얼른 부하를 쓰러트리고 다음은 네 차례라고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허어?”


얼마 안 가 그 자신감을 당혹스런 말로 바꿨다.


“에잇! 에잇!”


제네엘이 보낸 부하. 사이러스 바알은 생김새대로 귀여운 소리를 강호명과 맞섰다.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받아치거나 하면서.


여기까지는 강호명도 예상했었다. 상대는 무려 한 세계를 대표하는 최강자의 부하. 그의 감각에도 잘은 모르지만 강한 힘을 지닌 게 느껴졌다. 이 정도도 못할 리가 없다.


문제는 사이러스 바알이 싸우는데 쓴 수단이었다.


“하앗!”


사이러스가 기합을 지르며 손을 뻗자 그 손에 바람이 쥐어졌다. 주변의 대기가 검이 되어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폭풍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이걸로!”


사이러스가 다음에는 하늘로 손을 뻗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손에 쥐어져 검이 되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막대한 태양열이 일어났다.


“마지막!”


사이러스가 세 번째로 땅을 향해 손을 뻗자 그 손에 ‘중력’이 쥐어졌다. 강대한 중력의 검이 닥쳐오자 강호명 역시 ‘똑같은 중력의 검’으로 대응했다.


“이, 이런···. 이럴 수가? ···나와 마찬가지로 <자연검>을 체득했다니!”


강호명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틀림없었다. 어찌 못 알아 볼 수가 있을까.


자연검은 이름 그대로 자연의 검. 지금 사이러스가 보여준 거처럼 대자연의 힘을 검처럼 만들어 다루는 게 그 진정한 능력이었다.


강호명은 그런 자연검을 익힌 덕분에 검신이라고까지 불렸기에 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자연검신이라는 칭호는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거창한 별호 따위가 아니다.


그가 속한 무계 십대고수는 단순히 가장 강한 열 명의 무인 같은 게 아니고. 상승 경지를 이루어 노화마저 극복한 자들, 반신이 된 고수들 중에서도 정점에 선 열 명을 뜻하는 명칭. 진정한 신선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을 말함이다.


강호명은 까마득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그동안 자연검으로 무수한 업적을 이루었으며.

그 업적은 무계의 존재들에게 신화로서 구전된다.


그런데 일개 시녀가 그런 강호명을 고전시킨 것이다.

하필이면 그의 독문절기인 자연검을 휘두르면서.


‘어디까지지? 대체 어디까지 자연검의 검리를 깨달은 거지? 설마 나처럼 끝에 다다르진 않았을 터.’


무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경지 중 하나인 자연검. 그것을 끝까지 대성한 존재가 고작 시녀 따위를 하고 있을 리 없다.


그리 판단한 강호명은 오직 자신만이 도달한 최종절기로 상대를 꺾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이만하면 되겠지.”


절대자의 명령이 떨어졌다. 사이러스 바알은 감히 거스를 생각을 못 하고 허둥지둥 물러났다.


“바통 터치.”


대신 원래 목적이었던 존재가 나타났다. 눈부신 금발에 인형처럼 단려하고 섬세한 용모. 등에는 티 하나 없이 순백의 날개가 난, 천사에 대해 잘 모르는 강호명조차 한눈에 신성한 존재란 것을 파악하게 하는 금빛의 천사가.


“···무슨 일이지 제네엘? 아직 그대가 보낸 부하를 물리치지 않았다만.”

“응?”


제네엘은 강호명의 심기 불편한 말에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뭔가 오해했나 본데, 그런 게 아니야. 딱히 저 아이를 쓰러트리란 게 아니었어. 다른 애들이 웃은 이유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것뿐. 보다시피 자연검 정도는 우리 쪽에도 쓸 줄 아는 애가 있거든.”

‘진심인가?’


강호명은 어이없는 말을 하는 제네엘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신이라 불린 강호명도 보는 순간 감탄한,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다가 나라 하나는 기울였을 거라고 장담할, 절세라고 할 만한 미모에는 어떤 감정도 떠올라있지 않았다.


기묘할 정도의 무감정이었다.


“······그 말은 이제 보일 건 다 보여줬으니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는 소리로군.”

“맞아. 이젠 소원대로 내가 널 상대할 거야.”


제네엘은 가볍게 수긍하며 손을 움직였다. 오른손으로 느닷없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잡았다. 한 가닥을 잡고 들어 올린 뒤에 머리카락 끝을 강호명을 향해 겨누었다.


“자, 덤벼라.”

“혹시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강호명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신을 도발하는 거라 판단했다.


“그 여린 머리카락을 무기로 삼다니···.”

“도발이 아냐 그쪽이 정식으로 신청을 했으니까 나도 거기에 맞춰서 검술로 어울려주려는 거지. 내 머리카락은 천사 종족 특성상 웬만한 검보다 나아. 유니크 아이템 수준이지.”


제네엘이 오해하지 말라고 손을 휘저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야. 이래 봬도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어. 당신은 내가 요 한 달간 만났던 침략자 중 가장 강한 상대···?”


잘 말하던 제네엘이 돌연 시선을 돌렸다. 그가 쳐다보는 방향에서 뜻하지 않는 불청객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조금 전 만났던 도끼 유저와 그 동료로 짐작되는 이들이었다.


“도와주러 왔나? 솔직히 말하면 그냥 방해인데. <시간정지>.”


시간이 멈췄다. 방해자를 멈춘다고 시간까지 멈추는 폭거에 나선 제네엘은 하던 말을 계속했다.


“저들이 멈춰있는 동안 결판을 내자.”

“···알겠다.”


너라면 시간정지에도 아무렇지 않겠지, 그리 말하는 듯한 거침없는 어조에 실제로 시간정지를 이겨낸 유일한 존재인 강호명이 무겁게 대답했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군.’


“제네엘 님, 힘내세요!”

“제네엘 님, 그 녀석의 사지를 찢어 죽여 버려!”


강호명의 눈에 제네엘의 일행들도 무리 없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단순히 제네엘이 그녀들만은 풀어주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설마 저들 모두가 나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의 강자?’


이 무슨 일이란 말이냐. 강자가 발호하는 무계에서조차 그런 존재는 그와 같은 무계 십대고수밖에 없다. 강호명은 잠깐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눈앞에 있는 일생일대의 강적이다!’


강호명은 온 신경을 제네엘에게 집중하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쥐었다. 바람도 중력도 아닌 ‘시간과 공간’을.


대자연의 힘을 다루는 <자연검>의 마지막 경지.

시공의 힘을 부릴 수 있는 절기.

유저라면 궁극스킬이라 부를 최종기술.


일반 유저가 SSS랭크에 오르면 주요 스킬의 마지막 경지인 궁극스킬을 익히는 것처럼, 히든피스 보유자도 마찬가지 조건으로 궁극스킬을 입수할 수 있다. 강호명이 지금 사용한 건 바로 그 궁극스킬에 해당하는 거였다.


“나는 이걸 시공검이라 부르고 있지. 그대의 시간정지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기술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이미 알고 있어.”


제네엘은 새삼스러운 걸 설명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살짝 사이러스를 흘깃거리다 다시 상대에게 머리카락을 겨누었다.


강호명도 거기에 맞서 시공검을 겨누었다.


이윽고 휘둘렀다. 검이 시간을 가속하고 공간을 넘어 제네엘에게 쇄도했다.


그리고 막혔다. 너무나도 수월히.


“허허···.”


강호명은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금빛의 머리카락, 살짝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에 상대를 공간 채로 절단하는 검이 막혔다. 한 올조차 베지 못하고.


‘시공검이 안 통하는군. 마지막 절기가 막혔으니 필시 다른 것도 안 통할 테지. 이제 어떻게 할까? 어떻게든 틈을 만들까?’


아니, 무리다. 눈에 들어오는 제네엘의 자세는 그만큼 완벽했다. 순수한 검술로도 그보다 훨씬 위였다.


“하하하하!!”


답 없는 상황에 강호명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제네엘의 앞에 무릎 꿇었다.


“졌다. 더 이상 해봤자 추할뿐이겠지. 도저히 널 이길 수 없으니 내 패배다.”


강호명은 실은 조금 전부터 희미하게 예상이 갔던 힘 차이를 완벽히 인정했다.


“믿을 수가 없군. 설마 이런 초강자가 존재할 줄이야. 저 여시종이 쓴 자연검도 그대가 가르친 건가?”

“가르쳤다기보다는 내가 만들었지. 쟤 이름은 사이러스 바알로, 뒤에 바알 같은 성이 붙은 이유는 바알이라는 검술에 뛰어난 타락천사를 모델로 만든 거라 그렇거든.”


제네엘이 사이러스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악마는 각자 모델이 된 타락천사가 있으며 그로 인해 능력이 결정된다. 바알은 엔젤버스의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타락천사로 설정에는 지옥 최고의 검사라고 나온다. 그렇기에 바알을 본떠 만든 악마는 전부 검술관련 히든피스를 지녔다.


“실은 방금 그쪽이 쓴 기술을 사이러스도 할 수 있어. 넌 유저로 따지면 SSS랭크 레어 아바타인데, 쟤도 유저로 따지면 그렇거든. 같은 경지야. 다만, 능력치를 우리가 상당히 강화해두었으니까 당신보다 더 강해.”

“그럼 저 여시종은 그대의 최심복이겠군.”

“뭐? 아냐. 사이러스나 다른 아이들은 베일라 같은 오망성보다 못해. 길드원이 다 같이 나가야 하는 레이드에 데려갈 정도는 아니지. 그냥 집이나 보는 경비였어.”


강호명은 사고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만든 것도 모자라 그게 단순한 경비란다.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정말 괴물이군! ···하지만 내 마지막을 장식할 상대로는 충분하다. 어서 죽여라.”


제네엘은 머리를 늘어트리는 강호명을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딱히 널 죽일 생각은 없어. 이번에는 심각한 피해도 없고 정정당당한 결투신청이었으니 특별히 봐줄게. 대신 약속이나 지켜.”

“앞으로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 말이군.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앞으로 나와 내 휘하에 있는 존재는 절대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힘을 좀 더 써줘. 너랑 그 부하들 말고 다른 자들까지 오지 못하게 막지는 못하나?”


강호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무리다. 무계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호전적. 나처럼 그대와 같은 절대강자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오는 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죽어도?”

“상관없다. 강자와 싸우다 죽는다면 그것 역시 만족스럽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으니.”

“······흥미롭네.”


무엇이 그리 흥미로운 걸까. 줄곧 무표정했던 제네엘의 눈에 처음으로 명확한 감정이 드러났다. 기쁨, 그리움, 열정, 혹은 분노?


그것을 본 강호명은 눈에 띄게 흠칫했다.


‘이 자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나와 싸울 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자가 무계에 이도록 감정을 드러내다니, 혹시 말을 듣지 않으면 몸소 무계에 올 생각인가!’


강호명은 불길한 상상에 몸서리쳤다. 자신이 싸우다 죽는 거야 정당한 승부의 결과니 상관없지만 무계만은 안 된다. 이런 괴물이 무계에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는 서둘러 외쳤다.


“하지만 내가 최대한 노력해보겠다!! 당장 가서 말려보마!”


강호명은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빌딩을 벗어났다. 이 무서운 소식을 전하고 동포들을 말리기 위해.


혼자 남은 제네엘의 곁으로 또 한 명의 천사가 다가왔다.


“거래 잘하셨습니다.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더 이득이었습니다.”


은빛의 천사는 파트너를 칭찬하다 이내 의문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데 조금 전에는 무슨 일이었습니까? 무계란 곳이 그리 마음에 들던가요. 바깥일에 관심 없던 양반이 흥미를 드러낼 정도로.”

“잠깐 옛 생각이 떠오른 것뿐이야.”


제네엘은 지금은 떠나고 없는 동료를 회상했다. 무황이라는 칭호가 붙은 만큼 무협에 관심이 많았던 동료를.


“예전에 버큐가 말했지. ‘엔젤버스에는 무공 같은 스킬은 있어도, 진짜 무협 같은 지역은 없다. 언젠가 그런 게 생기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그게 떠올라서 잠깐 감상에 젖은 거뿐이야. 다른 뜻은 없었어.”


높낮이 없는 침착한 음성으로 대답한 제네엘은 이윽고 용병 NPC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들아, 이만 가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대답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뭐 먹을래? 내가 먹고 싶은 거 사줄게. 밥 먹으면서 너희들 이름도 들어보자.”


제네엘은 사이러스를 비롯한 나머지 사 악마들을 상냥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그리고 곧장 차원문을 열고 음식점으로 떠났다. 시간정지가 풀려 어리둥절해하는 일반 유저들을 무시한 채.





이날 이후, 미국을 침략하던 무계의 침략자들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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